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테레즈 라캥] - 내게 여러가지 놀라움을 안겨줬던 영화

쭈니-1 2014. 12. 17. 13:45

 

 

감독 : 찰리 스트레이턴

주연 : 엘리자베스 올슨, 오스카 아이삭, 제시카 랭, 톰 펠튼

 

 

알고보니 원작이 고전 문학

 

지난 7월 10일 국내 개봉한 영화 중에서 [테레즈 라캥]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스칼렛 위치로 출연 예정이라는 기사가 뜨면서 한순간 무명배우에서 일약 스타로 급부상한 엘리자베스 올슨이 주연을 맡았고, 무엇보다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된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라 제 호기심을 자극시켰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막상 다운로드 시장에 출시된 [테레즈 라캥]은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실들을 갖추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우선 [테레즈 라캥]의 동명 원작을 쓴 소설가는 에밀 졸라입니다. 아마 에밀 졸라의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어도 많이 들어본 이름일 것입니다. 맞습니다. 학창 시절 배웠던 <목로주점>의 바로 그 에밀 졸라가 [테레즈 라캥]의 원작 소설가입니다.

에밀 졸라는 180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자연주의 문학을 확립한 거장입니다. 그런 그가 1867년 발표한 소설이 <테레즈 라캥>입니다. 한마디로 <테레즈 라캥>은 고전 문학 소설인 셈입니다. 실제 <테레즈 라캥>은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죽기 전에 꼭 읽어야할 책 1001권'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테레즈 라캥]을 보려 했던 제 마음에는 그 순간부터 묵직한 부담이 내려앉았습니다.

 

 

 

[박쥐]와 너무 똑같아 놀랬다.

 

[테레즈 라캥]을 보기 전, 이 영화가 에밀 졸라의 고전 문학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에 한번 놀랬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저는 깜짝 깜짝 놀랬는데,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너무나도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쥐]가 <테레즈 라캥>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쥐]가 <테레즈 라캥>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적인 설정만 같은 뿐, 세세한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테레즈(엘리자베스 올슨), 카미유(톰 펠튼) 그리고 로랑(오스카 아이삭)의 삼각관계와 그로인한 살인 사건이라는 전체적인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라인만 같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이건 너무 [박쥐]와 똑같더군요. 물론 [박쥐]처럼 [테레즈 라캥]이 뱀파이어를 소재로 끌어들인 것은 아니지만,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애정없는 결혼 생활을 하던 테레즈가 로랑과 만나 불륜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박쥐]의 그것과 거의 똑같았습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 시어머니 라캥 부인(제시카 랭)과 라캥 부인의 가게에서 몇몇 마을 유지들이 마작 모임을 하는 장면과 로랑, 그리고 테레즈가 카미유를 죽이는 장면까지...

 

 

 

이 영화엔 엘리자베스 올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가 [테레즈 라캥]을 보다가 중간에 중단한 이유도 [테레즈 라캥]과 [박쥐]가 너무나도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대로라면 물에 빠져 죽은 카미유의 귀신이 테레즈와 로랑을 괴롭힐 것이며, 전신 불구 상태에서 테레즈와 로랑의 범죄 사실을 안 라캥 부인의 무시무시한 표정 또한 등장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박쥐]를 볼 때도 참 힘들었는데, 그러한 [박쥐]의 힘든 장면들을 [테레즈 라캥]에서 다시한번 보려니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테레즈 라캥]에 이렇게 당혹스러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의 첫번째 놀라움이 원작이 에밀 졸라의 고전 문학이라는 점이고, 두번째 놀라움이 [박쥐]와 같아도 너무 많이 같은 스토리 라인이라면, 세번째 놀라움은 반가운 배우들의 얼굴입니다.

사실 [테레즈 라캥]을 보면서 기대했던 배우는 엘리자베스 올슨입니다. 2014년 한해동안 저는 [올드보이], [고질라], [베리 굿 걸]에서 엘리자베스 올슨을 만났고,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또한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레즈 라캥]에는 엘리자베스 올슨만 출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말포이로 출연했던 톰 펠튼을 비롯하여 [킹콩], [투씨], [뮤직 박스], [케이프 피어] 등에 출연했던 왕년의 섹시 배우 제시카 랭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엑스 마키나],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 캐스팅된 오스카 아이삭의 연기를 미리 보는 것도 의외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박쥐]와는 다른 결말

 

암튼 테레즈와 로랑이 카미유를 죽이는 장면까지 본후 저는 며칠 동안 심호흡을 하고 [테레즈 라캥]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카미유 유령 장면, 모든 진실을 알게된 라캥 부인의 처절한 몸부림 등 [박쥐]에서 힘들었던 장면을이 [테레즈 라캥]에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과연 [테레즈 라캥]의 결말도 [박쥐]와 같을까?

[박쥐]에서는 라여사(김해숙)로 인하여 상현(송강호)과 태주(김옥빈)가 강우(신하균)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마작 멤버들이 뱀파이어인 상현, 태주에게 도륙됩니다. 저는 [테레즈 라캥]을 보며 과연 테레즈과 로랑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알게된 마작 멤버들을 [박쥐]의 상현과 태주가 그러했듯이 모두 죽일까? 라는 의문이 생긴 것입니다. <테레즈 라캥>이 147년전에 쓰려진 소설임을 생각한다면 그러한 결말은 굉장한 파격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테레즈 라캥]은 그러한 결말로 끝을 내지 않습니다. 그 대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유로운 욕망을 억압받은 테레즈와 그러한 테레즈에 대한 사랑으로 눈이 멀어 살인을 저지른 로랑에게 약간의 동정심을 느낄 수 있는 결말로 영화를 끝맺음합니다. 마지막 테레즈와 로랑,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라캥 부인의 모습은 [박쥐]와는 또 다르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테레즈 라캥]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마지막 장면을 보는 순간까지 제게 끊임없이 놀라움을 안겨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