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혼스] - 스릴러와의 매력적인 만남을 망친 과한 판타지

쭈니-1 2014. 12. 24. 11:44

 

 

감독 : 알렉산드르 아야

주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주노 템플

 

 

프로도에 이어 이번엔 해리 포터이다.

 

며칠 전 [그랜드 피아노]를 통해 더이상 중간계의 호빗, 프로도가 아닌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 배우 일라이저 우드를 만났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해리 포터차례입니다. 참 기막힌 우연입니다.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똑같이 2001년 12월에 개봉했고, 전 세계적으로 판타지 열풍을 일으킨 영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엄청난 성공은 주연을 맡은 일라이저 우드와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는 부담이 되었고, 시리즈가 끝이 나자 두 배우는 똑같이 프로도와 해리 포터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습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이후 [씬 시티], [매니악 : 슬픈 살인의 기록] 등에 출연하며 강한 살인마 캐릭터로 프로도의 이미지를 벗으려 했던 일라이저 우드와 마찬가지로, 다니엘 래드클리프 역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가 끝이 나자 곧바로 공포 스릴러 [우먼 인 블랙]을 통해 해리 포터의 이미지를 벗으려 했습니다.

2014년 11월에 개봉한 [혼스]는 그러한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사랑하는 연인 메린(주노 템플)의 살해 혐의를 받는 이그 페리쉬를 연기했습니다. 이 캐릭터가 파격적인 이유는 어느날 갑자기 머리에 악마의 뿔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악마 뿔의 영향 때문에 사람들의 감춰진 속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낯선 다니엘 래드클리프,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다.

 

사실 처음엔 덥수룩한 수염으로 메린의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이그를 연기한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는 거의 10년 이상을 꼬마 마법사 해리 포터로 살아왔었으니까요.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차차 그의 모습이 익숙해졌습니다.

이그는 참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평생 사랑했던 연인 메린을 잃은 슬픔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메린의 살해범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그리고 가족조차 그를 반기지 않는다는 현실에 대한 외로움, 당혹감의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그의 캐릭터는 묘하게도 해리 포터와 맞닿아 있습니다. 부모님을 잃고 이모의 가족들과 함께 살아야 했던 천덕꾸러기 해리 포터의 외로움, 절대악 볼드모트로 인하여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면서 느끼는 분노와 슬픔까지... 게다가 해리 포터에게는 마법사의 숨겨진 능력이 있듯이 이그에게는 사람들의 감춰진 속마음을 알 수 있다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마이너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혼스]를 선택한 이유도 해리 포터의 캐릭터와 조금은 맞닿아 있으면서도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일라이저 우드가 프로도의 선한 눈빛을 연기할 수 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선택한 것처럼 말입니다.

 

 

 

스릴러와 판타지의 매력적인 만남

 

지난 11월 27일에 국내에 개봉한 [혼스]는  개봉 당시 제겐 [빅 매치]에 이은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에 호기심을 느낀 것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영화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직 저는 [우먼 인 블랙]을 보지 못했습니다.) 스릴러와 판타지의 만남이라는 [혼스]의 독특한 퓨전 장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혼스]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애인의 살인 누명을 쓴 이그가 진범을 찾아 누명을 벗고 복수를 한다는 스릴러 영화에서는 상당히 흔한 설정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악마의 뿔이 새롭게 삽입된 것이죠. 악마의 뿔로 인하여 사람들의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되는 이그는 그러한 능력을 토대로 진범을 찾아 나섭니다. 평범한 스릴러의 설정으로 시작했지만, 범상치 않은 판타지의 소재로 영화가 이끌어나가는 셈입니다. 

이러한 스릴러와 판타지의 만남은 잘만 이용한다면 [혼스]의 영화적 재미는 떼논 당상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스릴러와 판타지의 만남은 신선했지만 그러한 신선한 만남을 영화적 재미로 승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스릴러? 판타지? 블랙 코미디?

 

[혼스]의 감독은 알렉산드르 아야입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2003년 [엑스텐션]을 연출하며 천재 감독이라 불리웠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웨스 크레이븐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힐즈 아이즈],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인 [거울속으로]을 리메이크한 [미러]를 연출했습니다. 그의 최근작 또한 리메이크인데 2010년 개봉한 [피라냐]가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영화입니다.

분명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공포 영화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감독입니다. 그러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능력은 [혼스]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외의 장르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미숙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리메이크 영화를 주로 만들어서 그러한 점이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혼스]에서는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이 보완해야할 점들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우선 스릴러 영화로 [혼스]를 본다면... 저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메린을 죽인 진범을 눈치챘고, 그의 범행 동기 또한 영화 초반에 훤히 보였습니다. 따라서 [혼스]는 최소한 제겐 스릴러 영화의 매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신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의한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두드러졌습니다. 그것이 의도했던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블랙코미디적 요소는 영화의 긴장감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마지막 판타지 부분은 너무 과하다.

 

이그가 악마로써의 힘을 각성하면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공포 영화의 기대주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영화답게 상당히 그로테스크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블랙 코미디적 요소들이 그러한 그로테스크한 요소들을 반감시킨 것이죠.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후반부 진범이 밝혀지면서부터입니다. 이미 진범이 누구인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눈치챈 저로써는 이러한 마지막 반전이 전혀 놀랍지도 않았을 뿐더러, 판타지적 장치가 너무 과하게 사용되며 스릴러와 판타지의 매력적인 만남이라는 [혼스]의 영화적 재미 요소마저 갉아 먹습니다.

단지 메린이 이그를 떠나야 했던 이유가 밝혀지면서 영화 중반부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메린의 캐릭터가 비로서 이해가 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혼스]의 영화의 후반부는 과함의 결정체입니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최근 [빅터 프랑켄슈타인],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2] 등에 캐스팅되며 본격적으로 해리 포터의 옷을 벗기 시작할 것입니다. 제게 [혼스]는 그 시작입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피라냐]에 이어 [혼스]에서도 퓨전 장르에서의 미숙한 연출력을 선보였기에 앞으로 그의 영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혼스]는 흥미로운 영화임과 동시에 아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