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 그녀의 삶은 결코 동화가 아니었다.

쭈니-1 2014. 12. 26. 13:33

 

 

감독 : 올리비에 다한

주연 : 니콜 키드먼, 팀 로스, 프랭크 란젤라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

 

195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활동하다가 1956년 4월 모나코 공국의 레니에 3세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던 그레이스 켈리.  그녀의 일생은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레이스 켈리의 삶은 동화 속의 '신데렐라'처럼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을 수 있을까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 내 삶이 동화 같을 거란 생각 자체가 동화죠."라는 그레이스 켈리가 남긴 말을 자막으로 내보내며 영화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어느 해설자의 목소리가 영화계를 떠나는 그레이스 켈리(니콜 키드먼)의 모습과 함께 흘러 나옵니다.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모나코 대공 레니에 3세의 여자가 됩니다. 칸에서의 첫만남 이후 적극적인 구애로 그녀를 사로잡아 할리우드 남자배우들이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그레이스 켈리와의 결혼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동화같은 해피엔딩을 맞이하는군요."

그레이스 켈리가 했던 말과 곧바로 이어진 해설자의 목소리의 내용이 엇갈립니다. 이것은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연출한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의도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행복한 동화와도 같은 그녀의 삶. 하지만 그레이스 켈리에겐 치열한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1961년 12월부터 1963년 5월까지 모나코 공국을 합병하려하는 프랑스의 음모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던 그레이스 켈리의 삶을 영화적 상상력과 함께 관객 앞에 선보입니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보기 위해 알아야할 상식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아무래도 실존 인물의 실제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보니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둬야할 상식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우선 영화의 주인공이기도한 그레이스 켈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녀는 1950년 20세의 나이로 연기를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1952년 [하이눈]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1953년 [모감보]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다가 1954년 [갈채]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의 톱스타가 됩니다.

그레이스 켈리는 [다이얼 M을 돌려라], [이창]으로 당대 최고의 감독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과 인연을 쌓았는데, 그러한 인연으로 알프레드 히치콕은 [마니]에 그레이스 켈리를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모나코 공국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할리우드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그레이스 켈리를 이용하여 모나코 공국을 프랑스와 합병하려는 음모를 펼칩니다.

그렇다면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 공국을 위기에 빠뜨릴뻔한 [마니]는 어떤 영화일까요? [마니]는 도벽이 있는 한 여자와 그녀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레이스 켈리의 캐스팅이 무산된 이후 티피 해드런이 주연을 맡았고, 그 상대역은 숀 코네리입니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무대인 모나코 공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작은 나라입니다. (가장 작은 나라는 바티칸시국입니다.) 1793년 프랑스에 합병되었다가 나폴레옹전쟁 이후 1861년 1월 1일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였습니다. 1919년 베르사유협정에서 모나코 공국의 독립과 주권이 국제적으로 보장받았지만 외교권은 프랑스가 행사하는 단원제 입헌국주국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합니다. 

 

 

 

모나코 공국의 왕비는 행복했을까?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답답한 왕실 생활에 염증을 느낀 그레이스 켈리가 히치콕의 방문으로 배우로써의 삶을 복귀하려고 하지만, 이를 이용한 프랑스의 음모로 인하여 위기에 빠진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나코 공국의 왕비로써 그레이스 켈리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나코 공국을 합병하려하는 프랑스의 검은 음모인데... 실제 모나코 공국은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드골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가 마음만 먹으면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얼마든지 모나코 공국을 프랑스로 합병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레이스 켈리 또한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외교적 문제로 프랑스의 음모를 저지하려 했는데, 여배우로써의 매력을 한껏 발휘해서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여론을 모나코 공국의 편으로 만든 것입니다. "여배우 따위가 뭘 어쩌겠어?"라고 큰 소리를 치던 프랑스의 드골에게 크게 한방 먹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레이스 켈리는 자신의 가족과 모나코 공국을 지키기 위해 결국 그토록 꿈꿨던 할리우드에 복귀할 수 없었고, 1982년 9월 14일 모나코빌에서 교통사고로 5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는 작고 힘없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한 여성의 정치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 내 삶이 동화 같을 거란 생각 자체가 동화죠."라는 그녀의 말을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정확하게 영화 속에 실현해 놓은 것입니다.

 

 

 

조금은 지루한 정치 드라마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연출한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모두가 그레이스 켈리를 현대판 신데렐라로 기억하고 있지만,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프랑스와의 합병을 막기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그녀의 삶은 동화가 아니었음을 역설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의도로 인하여 영화 자체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영화적 재미가 결여되었다는 점입니다. 프랑스와의 합병을 막기 위해 벌인 그레이스 켈리의 노력은 그다지 극적이지 않습니다. 프랑스가 무력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모나코 공국 내부의 적을 알아내는 과정 또한 잔잔합니다. 그렇기에 영화 자체도 긴장감없이 그저 잔잔하게 흘러만 갑니다.

실제 그레이스 켈리와 상당히 닮은 꼴인 니콜 키드먼의 연기도 아쉬웠습니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 [다이애나]의 경우 '다이애나'를 연기한 나오미 왓츠는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다이애나'가 되기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니콜 키드먼은 그녀 자체가 그레이스 켈리라는 듯이 특별한 변신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에서 니콜 키드먼의 연기는 그레이스 켈리를 보는 것이 아닌, 그냥 니콜 키드먼의 모습 그대로를 보는 것만 같아 몰입이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분명 시간을 투자해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신데렐라를 꿈꾸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현실에서 동화의 삶은 없다'라는 것을 조용하게 외치는 이 영화의 화법은 분명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동화같은 허황된 삶을 꿈꾸기 보다는 그저 우리의 소소한 삶에서 동화를 발견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보며 저는 그러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