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디스커넥트] - 타인과의 SNS보다, 가족과의 대화가 소중하다.

쭈니-1 2014. 10. 5. 00:43

 

 

감독 : 헨리 알렉스 루빈

주연 :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폴라 패튼, 제이슨 베이트먼,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나는 가족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가?

 

지난 금요일, 웅이와 함께 쭈구미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아직 웅이는 저와 함께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저와 웅이는 영화도 보고, 운동장으로 야구도 하고, 가끔은 이렇게 낚시도 다니며 취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웅이와 저의 부자 관계는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요?

요즘들어서 저는 웅이가 사춘기가 되고, 그래서 제게 반항하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면 어떻게하나? 라는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웅이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고,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저와 웅이가 취미를 공유하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쭈구미 낚시를 다녀온 다음날인 토요일,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며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간 웅이. 그 덕분에 저는 오랜만에 느긋하게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여유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날 제가 선택한 영화는 [디스커넥트]입니다.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등 코미디 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제이슨 베이트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디스커넥트]를 보기 시작했지만 이 영화는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SNS의 비극과 허상을 낱낱이 고발한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였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나서야 깨닫게 되는 소통의 소중함

 

[디스커넥트]는 세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다른 에피소드에 약간의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데릭(알렉산더 스카스가드)과 신디(폴라 패튼)의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데릭과 신디는 어린 아들을 잃은 후 대화가 단절된 부부입니다. 자신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남편 데릭으로 인해 힘겨워하던 신디는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의 채팅으로 위안을 얻지만, 그로인하여 전 재산이 피싱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됩니다. 신용카드는 물론, 자신들의 명의로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은 범인으로 인하여 경제적 궁핍 상태에 빠진 데릭과 신디. 그들은 사립탐정을 고용하여 자신들을 피싱한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고 그를 찾아갑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모든 것을 잃고, 분노에 휩싸인채로 범인의 쫓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던 데릭과 신디가 서서히 서로간의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하는 과정입니다. 비록 SNS 채팅으로 인하여 그들은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 대신 잊고 있었던 사랑을 되찾았으니 어쩌면 더 잘된 일일지도...

데릭과 신디의 에피소드를 보고나니 구피와의 관계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구피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당장 [디스커넥트]를 보던 날만해도 주말이었지만 영화를 보기 위해 구피를 혼자 뒀거든요. [디스커넥트]를 보다가 문득 구피를 보니 꾸벅꾸벅 졸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영화를 끄고 졸고 있는 구피를 꼬옥 안아줬습니다.

 

 

 

사춘기의 반항은 SNS를 타고...

 

[디스커넥트]의 세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저를 가장 식겁하게 했던 것은 데릭과 신디 부부에게 고용되었던 사립탐정 마이크(프랭크 그릴로)와 변호사인 리치(제이슨 베이트먼)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같은 학교에서 같은 학년인 아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크의 아들인 제이슨은 온갖 말썽만 피우는 장난꾸러기이고, 리치의 아들인 벤은 친구하나 없는 외톨이입니다. 그런데 제이슨이 장난의 대상으로 벤을 선택하면서 문제가 심각하게 꼬여버립니다. 제이슨은 벤을 골탕먹이기 위해 제시카라는 가상의 여인으로 SNS를 통해 벤에게 접근하고, 벤이 자신에게 나체 사진을 보내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외로운 벤은 제시카가 시키는대로 했고, 자신의 나체사진이 학교의 모든 아이들에게 공유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벤은 자살을 시도합니다.

어쩌면 마이크와 리치는 좋은 아빠는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나쁜 아빠도 아니었습니다. 마이크의 경우는 경찰이었지만 아내의 죽음 이후 제이슨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경찰을 그만두고 사립탐정이 되었습니다. 그의 문제라면 자신의 방법으로 제이슨과의 관계를 강요했다는 점 뿐입니다. 리치는 변호사라는 특성 때문에 항상 바빴습니다. 그래서 벤의 외로움을 그 나이때 아이들은 모두 그런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입니다. 

결국 이 두 사람은 제시카로 위장한 제이슨과 벤이 주고 받은 SNS 대화를 통해 자신이 아들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아들을 사랑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들의 에피소드를 본 후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웅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 웅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NS는 아이들을 이용하기 위한 어른들의 장난감인가?

 

[디스커넥트]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리치가 고문변호사로 있는 지방 방송국의 기자인 니나(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우연히 불법 성인사이트에서 10대 청소년들이 화상 채팅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18살 미성년자 소년 카일에게 접근하고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화상 채팅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거래를 취재하게 됩니다. 그리고 니나의 취재는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FBI에서 미성년자 불법 성인 사이트 수사를 위해 니나에게 취재원의 정보를 요구한 것입니다.

니나는 카일을 보호하기 위해 FBI의 요청을 거부하지만 그로인하여 회사에서 정직 처분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FBI는 카일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라며 니나를 설득하고, 결국 니나는 카일을 통해 불법 성인 화상 채팅이 이뤄지고 있는 곳의 주소를 FBI에게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로인하여 카일은 큰 위기에 처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카일의 입장에서는 니나도, 미성년자의 화상 채팅으로 돈을 버는 포주도, 똑같이 자신을 이용하려는 어른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 그렇습니다. 니나가 카일에게 접근한 것도 특종을 위해서였고, 카일의 화상 채팅을 이용하는 것은 성인 여성이며, 무책임한 FBI요원들 역시 그저 무책임하게 카일을 이용하려고만 하는 어른에 불과합니다. 결국 SNS는 어린 아이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의 상술에 불과한 것이죠.

 

 

 

SNS의 순기능, 역기능

 

SNS는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실제 제 주위에서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저 역시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여러 SNS를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게 SNS는 그저 블로그의 글을 공유하는 공간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어쩌면 원시인일지도...

SNS는 분명 순기능이 많을 것입니다.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SNS의 역기능은 SNS에 중독된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주변의 사람들과의 대화보다는 모르는 사람들과의 SNS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 과연 그것을 정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디스커넥트]는 그러한 SNS의 역기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릭과 신디가 서로의 상처를 채팅 대신 대화로 풀었다면 전재산을 피싱당할 일도 없었겠죠. 벤이 자신의 고민을 SNS에서 만난 제시카가 아닌 가족들에게 풀어놓았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 모두 주변의 가족 대신 SNS에서 만난 타인에게 집착했고, 그것은 비극의 시작이 됩니다. 

아직 웅이는 스마트폰도 없고, SNS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나이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후다닥 지나가고, 웅이도 금방 SNS에 관심을 가질 나이가 될 것입니다. [디스커넥트]를 보니 제가 더욱 바짝 긴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주변의 가족들이 SNS에 지나치게 빠져있다면 따뜻한 손길로 대화를 시도해보세요. 타인과의 SNS보다, 가족간의 대화가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면 [디스커넥트]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우리들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