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크리스마스 캐롤] - 모셥캡쳐 기술을 이용한 3D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기다리며...

쭈니-1 2014. 10. 6. 10:51

 

 

감독 : 로버트 저멕키스

더빙 : 짐 캐리, 콜린 퍼스, 게리 올드만, 로빈 라이트, 밥 호스킨스

 

 

이젠 역사속으로 사라진 로버트 저멕키스의 꿈

 

2004년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폴라 익스프레스]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저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흥행과 아카데미를 동시에 움켜쥐며 할리우드의 차세대 거장으로 자리 매김했던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캐스트 어웨이]를 끝으로 갑자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변신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폴라 익스프레스]가 제게 진정 충격적이었던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실사보다 더 실사같은 [폴라 익스프레스]가 구축한 애니메이션의 놀랍고도 새로운 기술력입니다. 로버트 저멕키스는 무버스라는 3D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를 설립하는 열정을 보여주며 모션캡쳐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했는데, [폴라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베오울프], [크리스마스 캐롤],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가 무버스에서 만든 3D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꿈꿨던 모션캡쳐를 이용한 차세대 애니메이션의 꿈은 너무 높은 제작비로 인하여 무너졌습니다. 무버스의 애니메이션은 순수 제작비가 편당 1억5천만 달러에서 2억 달러가 넘는 블록버스터급 규모였지만 흥행 성적은 [폴라 익스프레스]가 기록한 북미 1억8천만 달러, 월드와이드 3억7백만 달러가 최고 기록이었으니까요. 특히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의 재앙과도 같은 흥행 성적은 결국 로버트 저멕키스의 꿈을 무너뜨리고 무버스를 문닫게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폴라 익스프레스]는 비디오 테이프로, [베오울프]는 DVD로 소장하고 있는 저로써는 무버스의 몰락이 참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일하게 보지 못했던 무버스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캐롤]을 국내 개봉한지 5년만에 봄으로써 그 아쉬움을 조금은 달랬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였어?

 

[크리스마스 캐롤]은 제목 그대로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가 1843년 발표한 중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도 학창 시절에 <크리스마스 캐롤>을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나도 유명한 원작은 제가 지금까지 이 영화를 안본 이유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캐롤>은 너무 익숙한 이야기이다보니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우선 순위가 자꾸 뒤로 밀린 것입니다.

그러나 유명한 원작을 영화로 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스마스 캐롤]이 개봉한지 5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잊지 않고 뒤늦게라도 보게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웅이에게 위대한 고전의 향취를 영화를 통해서라도 느끼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웅이는 동화책으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읽었다고 했지만,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렇게해서 웅이와 저는 쇼파에 나란히 앉아 [크리스마스 캐롤]을 감상했습니다. 역시나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구축한 모션캡쳐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의 신기술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은 영화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였습니다. 학창시절 읽었던 <크리스마스 캐롤>은 다분히 동화적 분위기였는데,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의 분위기는 호러 영화의 음산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 영화를 혼자 봤다면 몇번이나 '심쿵'했을 듯...

 

 

 

공포 영화의 장인 로버트 저멕키스의 능력이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이 영화의 음산함은 말리의 혼령이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스쿠루지(짐 캐리)의 집에 찾아오면서 시작합니다. 연소자 관람가 등급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이 장면은 제대로 호러 영화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사실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은 [빽 투 더 퓨쳐] 시리즈와 [포레스트 검프] 등 코미디 영화로 익숙한 감독이지만 공포영화에도 일가견이 있는 감독입니다. 해리슨 포드와 미셸 파이퍼가 주연을 맡았고 로버트 저멕키스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왓 라이즈 비니스]만 봐도 공포영화에 대한 그의 능력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제작, 기획을 맡은 영화들이 거의 공포 영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프라이트너], [헌티드 힐], [13 고스트], [고스트 쉽], [고티카], [하우스 오브 왁스], [리핑 : 10개의 재앙] 등 쟁쟁한 공포 영화들이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으니까요.

이러한 로버트 저멕키스의 알려지지 않은 이력은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잘 발휘됩니다. 영화 초반 말리의 혼령이 스쿠루지를 찾아가는 장면 외에도 과거, 현재, 미래의 혼령이 찾아오는 장면도 어린 아이가 본다면 무서워할만한 장면들입니다. 특히 미래의 혼령은 정말 끔찍하더군요. 원작도 이렇게 음산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학창시절 읽었던 동화를 생각하며 영화를 본다면 크게 당황할듯...

 

 

 

여전히 놀라운 모셥 캡쳐를 이용한 3D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세상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 캐롤]의 장점은 로버트 저멕키스가 이룩해놓은 모셥캡쳐를 이용한 3D 애니메이션의 신기술의 놀라움입니다. 무버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실사같은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특징은 영화의 배경은 물론, 영화 속의 캐릭터에서도 매력을 발산합니다.

스쿠루지의 얼굴은 가만히 보면 짐 캐리를 연상시킵니다. 물론 짐 캐리가 스쿠루지의 목소리를 연기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물론 얼굴의 생김새까지 마치 짐 캐리가 분장을 하고 연기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고 실제 과거의 혼령의 손에 이끌려 보게된 스쿠루지의 젊은 시절의 모습은 영락없는 짐 캐리 그 자체더군요.

스쿠루지 뿐만이 아닙니다. 스쿠루지의 유쾌한 조카 프레드는 보는 순간 '우와~ 콜린 퍼스다!'를 외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스쿠루지가 젊은 시절 견습생으로 일했던 곳의 사장인 유쾌한 페지위그는 밥 호스킨스의 유쾌함을 그대로 빼다 닮았습니다. 스쿠루지가 고용한 불쌍한 점원 밥을 게리 올드만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리스마스 캐롤]의 캐릭터들은 실사 영화를 방불케하는 배우들의 명연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부활하길...

 

사실 무버스의 몰락은 예견된 비극입니다. 너무 높은 제작비를 줄이지 않는 이상 수익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롤]만 하더라도 순수 제작비가 2억 달러나 들어갔습니다. 이는 왠만한 블록버스터를 넘어서는 것이죠. 무버스가 [크리스마스 캐롤]로 수익을 내려면 최소한 월드와이드 4억달러 이상의 흥행을 올려야 합니다. 문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그러한 흥행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타깃층도 불분명합니다. 당장 [크리스마스 캐롤]만 놓고 본다고 하더라도 성인 관객에겐 지루한 동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처럼 생각되었고, 어린이 관객이 보기엔 영화의 음산함이 공포스럽게 느껴질테니까요. 상황이 이러하다면 세트를 짓고 실제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실사 영화로 만드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집니다.

결국 해결책은 단 하나입니다. 제작비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죠. 무버스는 그것을 실패했기에 몰락했지만, 언젠가 누군가가 모셥캡쳐를 이용한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비를 획기적인 수준으로 줄이는 신기술을 개발한다면 제 2의 무버스가 탄생할 수도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그날을 기대하며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