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존 카니
주연 : 글렌 핸사드, 마케타 잉글로바
[비긴 어게인]이전에 [원스]가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최고의 화제작은 바로 [비긴 어게인]입니다. [비긴 어게인]은 다양성 영화로 지난 8월 13일 개봉했습니다. 다양성 영화란, 말 그대로 국내 극장가의 영화 다양성을 위해 소규모로 상영되는 영화입니다. [비긴 어게인]은 다양성 영화답게 개봉 첫주 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비긴 어게인]에 대한 입소문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개봉 2주차부터는 [비긴 어게인]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비긴 어게인]은 현재 3주 연속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고, 누적관객도 10월 1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300만명을 넘겼습니다. 국내에서 다양성 영화로 개봉한 영화가 300만명을 넘긴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비긴 어게인]이전 다양성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은 293만명을 동원한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였습니다.
그런데 [비긴 어게인]의 이러한 놀라운 흥행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비긴 어게인]의 감독 존 카니는 이미 2007년 [원스]라는 영화로 국내 박스오피스의 기적을 일궈낸 적이 있습니다. [원스]는 우리에겐 생소한 아일랜드 영화이며, [비긴 어게인]처럼 얼굴이 알려진 할리우드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스]는 누적관객 23만명을 동원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었습니다. 어쩌면 [비긴 어게인]의 기적은 [원스]와 연결선상에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듯합니다.
뒤늦게 [원스]를 보다.
사실 저는 아직까지 [원스]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 영화적 취향이 다분히 상업적이다보니 다양성 영화로 개봉하는 영화에는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원스]를 추천했고, [원스]의 OST가 잔잔한 돌풍을 일으켰어도 저는 '나중에 시간되면 보지 뭐.'라며 [원스] 보기를 뒤로 미뤄두기만 했습니다.
[비긴 어게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제가 [비긴 어게인]에 관심을 가진 것은 할리우드 스타 배우인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가 주연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긴 어게인]이 의외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나서야 저는 뒤늦게 [비긴 어게인]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는데, [비긴 어게인]이 개봉한지 한달쯤 지난 후였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뒤늦게라도 [비긴 어게인]을 봤고, [비긴 어게인]에 감동을 받은 저는 [비긴 어게인]과 닮은 꼴 영화인 [원스]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마침 요즘 저의 영화 창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hoppin에서 [원스]의다운로드가 무료로 전환되는 덕분에 이렇게 7년만에 [원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없다. 음악은 있다.
솔직히 [원스]는 제게 당혹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는 스토리 라인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굳이 영화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글렌 핸사드)가 우연히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한 여자(마케타 잉글소바)를 만나고, 그녀와 우정 같은 사랑을 나누다가 자신의 음악을 녹음한후 런던으로 떠난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남자와 여자에겐 사랑 영화에서 흔히 등장할 법한 그 어떤 갈등조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흔한 이야기들만 나열되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1시간 30분 동안 영화를 집중해서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악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긴 어게인]은 스토리 라인이 풍부했습니다. 그러한 풍부한 영화의 내용 속에 음악이 파고드니 영화에 더욱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원스]는 그냥 영화 자체가 음악일 뿐입니다. 특별한 스토리 라인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만으로 1시간 30분간 영화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음악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진짜 뮤지션이 만든 영화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비긴 어게인]과 [원스]의 감독인 존 카니는 영국의 최고 실력파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에서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그는 '더 프레임'의 리더이자 리드보컬인 글렌 핸사드와 체코 출신의 뮤지션 마케다 잉글로바를 캐스팅하여 뮤직 로맨스 [원스]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결국 [원스]는 진짜 뮤지션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영화인 것입니다.
존 카니는 [원스]를 연출하며 "때론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햇다는 군요. 그래서일까요? 확실히 [원스]는 주인공의 대사보다는 노래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래가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으니 존 카니는 자신의 말을 [원스]를 통해 증명해보인 셈입니다.
제가 거실에서 [원스]를 보는 동안 안방에 누워있던 구피는 [원스]가 끝나자 "그런데 이 영화 제목이 뭐야? 안방에서 가만히 음악을 들었는데... 음악이 전부 좋은데..."라고 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원스]의 힘입니다. 만약 영화의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분이라면 [원스]를 추천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다른 감성적인 부분에 만족할 수 있는 분이라면 [원스]는 스산한 가을을 아름다운 노래로 수놓을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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