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토니 스코트
주연 : 로버트 레드포드, 브래드 피트
개봉 : 2001년 3월 15일
3월은 극장가의 비수기입니다. 겨울 방학 시즌이 끝이나고 한국 영화의 성수기라 할 수 있는 구정이 지나고 나면 개학과 함께 관객이 붐비던 극장가는 갑자기 텅 비어 버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들어 <공공의 적>과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흥행작을 냈던 우리 영화들은 <피도 눈물도 없이>의 의외의 실패와 함께 깊은 침체기에 빠졌습니다. 벌써부터 매스컴들은 한국 영화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헐리우드 영화들은 이 비수기를 틈타 국내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작년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반지의 제왕>을 끝으로 기세가 한풀 꺾였던 헐리우드 영화들은 동계 올림픽의 쇼트 트랙 사건으로 미국 영화 보지말기 운동이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오션스 일레븐>과 <뷰티풀 마인드> 등의 영화가 꾸준히 관객을 동원하고 있으며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와 <알리> 등과 같은 소품들도 알찬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알리>의 경우 필름 삭제 사건만 터지지 않았더라면 관객들에게 더 좋은 호응을 얻었을것이라고 합니다.
그 와중에 3월 15일 일제히 5편의 헐리우드 기대작들이 개봉함으로써 이젠 완전히 국내 극장가는 헐리우드 영화들로 장악될 것이라고 하는 군요.
제가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냐구요? 그건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내 입으로 한국 영화를 사랑하자고 떠들던 제가 막상 본 영화들은 헐리우드 영화가 대부분이니...
게다가 앞으로도 눈 씻고 봐도 볼만한 한국 영화는 몇 편되지 않고 재미있어 보이는 헐리우드 영화들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몇편씩 개봉되니 말입니다.
<오션스 일레븐>을 보고 헐리우드 영화봤다고 동료들한테 혼났다는 어떤 누나의 투덜거림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쓸 영화 이야기 또한 헐리우드 영화입니다. -_-; 에궁~~~
이번에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본 영화는 <스파이 게임>입니다. (하긴 돈내고 본 것은 아니니 그렇게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왠지...^^;)
로버트 레드포드와 브래드 피트... 요즘 국내 극장 흥행가를 휩쓸고 있는 <오션스 일레븐>의 화려한 라인업에 비한다면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꽤 매력적인 라인업임에는 분명합니다.
구세대의 매력남 로버트 레드포드와 신세대 매력남 브래드 피트... 그리고 감독은 <탑건>, <크림슨 타이드> 등 흥행작을 연출했던 토니 스코트... 게다가 장르는 헐리우드의 특기인 첩보 영화...
이 모든것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겁니다.
이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고참 스파이인 나단 뮈어가 자신이 키운 톰 비숍이 스파이 협의로 중국에 체포되어 사형될 위기에 처한 사실을 알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구출한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내용만 봐도 이 영화의 줄거리가 시종일관 스릴넘치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으며 마지막엔 기상천외한 구출작전이라는 기막힌 반전이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들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영화, 절반의 재미와 절반의 실망을 제게 전해줬습니다. 이제부터 그 절반의 재미와 절반의 실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
영화는 톰 비숍이 중국의 삼엄한 감옥에서 한 여자를 구출하기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톰은 사소한 실수 탓에 중국 정부에 체포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죠.
이 사건으로인하여 은퇴를 하루 남긴 나단 뮈어는 CIA본부에 불려 갑니다. CIA의 고위 간부들은 계획에도 없던 작전으로 중국 정부에 붙잡힌 톰 비숍이라는 스파이에 대해 나단에게 정보를 얻으려 합니다.
나단은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을 위해 톰을 희생시킬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교묘하게 톰 구출 작전에 나섭니다.
이 영화는 상당부분 나단과 톰의 경험담으로 채워집니다. 톰과 나단이 처음 만났던 베트남전에서부터 동독과 레바논에 이르기까지...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첩보 영화를 세편정도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마치 첩보 영화 종합 선물세트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토니 스코트 감독은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듯해 보이는 여러편의 에피소드를 관객앞에 펼쳐 놓습니다.
게다가 그는 그의 장기인 빠른 전개와 스텍타클한 화면으로 저에게 지루함을 느낄 여유조차 주지 않더군요.
<스파이 게임>은 여러 에피소드를 전개해 나가며 두 주인공인 나단과 톰의 성격을 대립적으로 놓음으로써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불어 넣습니다.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 나단과 감성적인 톰은 이 영화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사사건건 대립관계에 놓입니다.
특히 베이루트에서의 사건...
테러단 두목의 암살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수많은 아무 죄없는 희생자들을 만들었던 나단과 이들의 희생을 막기위해 몸부림치는 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톰과 엘리자베스의 사랑이야기까지...
이 영화는 스펙타클한 첩보 스릴러위에 로맨틱한 요소까지 가미함으로써 더욱 극적인 효과를 냅니다.
게다가 톰이 위험을 무릎쓰고 구출하려던 여인이 바로 엘리자베스라는 사실이 밝혀질때쯤 이 영화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죠.
하지만 이 영화에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톰과 나단의 활약상과 베이루트에서의 사랑과 임무를 사이에 둔 로맨틱한 에피소드를 보며 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인 중국 감옥에서의 톰 구출 장면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스펙타클 할까 기대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메인 스토리를 받들고 있는 서브 스토리가 이렇게 박진감넘치고 로맨틱하니 메인 스토리는 얼마나 웅장하고 멋있을까 기대했던 거죠.
그러나 막상 베이루트 에피소드를 길게 끌던 이 영화는 정작 관객을 기대하게 했던 톰 구출 장면에서는 아주 짧게 대충 넘어가 버립니다.
미국의 헬기 부대가 갑자기 중국의 감옥을 덮치고 유유히 톰을 데리고 떠나 버리더군요.
정말 허무한 순간이었죠.
영화의 러닝 타임이 2시간을 훌쩍 넘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결국 이 영화는 메인 스토리를 설명하기위한 서브 스토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톰 구출 작전은 너무나도 아쉽게 끝내버린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메인 스토리로 기대했던 장면이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버리자 영화의 후반까지 흥미진진해보이던 이 영화가 갑자기 시시해 보이더군요.
그 만큼 메인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전 이 영화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서브 스토리가 재미있고 스펙타클하다 하더라도 마지막 메인 스토리에서 끝맺음을 잘 하지 못한다면 모두 도루묵인 것을...
그토록 이성적이었던 나단이 톰의 구출을 위해 자신의 노후 생활비까지 날려가며 위험한 도박을 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고 중국이라는 나라가 미국의 헬기 부대에 그렇게 손 쉽게 습격 당할 수 있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고 톰과 엘리자베스의 사랑도 흐지부지 끝나버린 것도 아쉬웠습니다.
정말 끝맺음만 잘했더라면 오랜만에 괜찮은 첩보 영화를 볼 수 있었을뻔 했는데...
'영화이야기 > 2002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도 눈물도 없이>- 돈가방을 둘러싼 몇가지 치밀하지 못한 계획들 (0) | 2009.12.08 |
---|---|
<존 큐>- 해피엔딩은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0) | 2009.12.08 |
<돈 세이 워드>- 내가 원했던 것은 심리 스릴러였다. (0) | 2009.12.08 |
<악마같은 여자>- 사랑과 우정사이! (0) | 2009.12.08 |
<와니와 준하>- 옛사랑의 추억에 취하다. (0) | 2009.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