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악마같은 여자>- 사랑과 우정사이!

쭈니-1 2009. 12. 8. 14:16



감독 : 데니스 듀간
주연 : 제이슨 빅스, 스티브 잔, 잭 블랙, 아만다 피트
개봉 : 2002년 3월 1일

토요일 오후... 안놀아준다며 징징대는 친구 녀석들이 하도 불쌍해서 억지로 만나 별로 재미도 없는 당구를 3시간동안이나 굶주림을 참고 치면서 전 친구들에게 주말 오후를 봉사했습니다. 뭐 다 좋습니다. 친구 만나는 것도 좋고... 당구치는 것도 좋고... 하지만 제가 참을 수 없는 것은 배고픔입니다.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네가 살래???"
항상 이런 식입니다. 그러면 전 밥 살 생각을 했다가도 녀석들이 얄미워 그 생각을 접어버리죠. 그러면 녀석들은 누가 배고픔을 오래 견디나 내기라도 하는 사람들처럼 굶주림을 참습니다. 굶주림을 못참고 먼저 밥먹으러 가자고 하는 사람은 으레 밥을 사야하죠.
정말 유치하죠? 제 친구들... 에궁~~~ 그래도 친구인데 안놀아 줄수도 없고...
9시가 다 되어서 쫄쫄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집으로 향하는 길... 전 집 방향이 같은 친구 녀석한테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네가 지금 밥 사주면 내일 내가 영화보여줄께."
친구 녀석 한참동안 계산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계산해봐도 밥값보다 영화비가 더 비싸다는 것을 눈치챈 친구 녀석, 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이렇게해서 전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거죠.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영화도 보고, 밥 안사줄려고 버티는 얄마운 녀석한테 공짜밥도 얻어먹고...
결국 그 녀석이 사준 것은 라면이었지만 전 그 라면보다도 내일 영화를 같이 볼 사람이 생겼다는 것에 흥분이 되어서 얼른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영화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죠.
'무슨 영화를 볼까? 어디에서 볼까? 몇회를 볼까?'
전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영화고르는 순간의 그 작은 떨림. 그런데 친구의 전화...
"우리 영화 다음에 보자."
아마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약속이 생긴 모양입니다.
"그래? 나야 좋지 뭐... 밥만 공짜로 얻어 먹었네."
말은 그렇게했지만 속은 쓰립니다.
'혼자 영화보러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왠지 다정한 연인들 사이에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것이 두려워서...
결국 아쉬움을 접고 극장대신 컴퓨터에 앉았습니다. 영화를 보기위해...
컴퓨터로 보는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영화보다 재미가 몇배나 반감되지만 그래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죠. 그냥 혼자 편안하게 자세를 잡고 볼 영화를 골랐죠.
'그래! 기분도 꿀꿀한데 코미디나 보자.'해서 고른 영화가 <악마같은 여자>입니다.


 

 

  
일단 이 영화 부담없이 즐길만한 영화입니다. 캐릭터들도 재미있고 내용도 재미있죠. 하지만 우정과 사랑 사이의 기로에 놓인 분들이라면 결코 웃고 넘길수만은 없는 영화죠. 아마 어느정도 공감이 가실겁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무지 과장되게 표현되어 있지만...
아참! 이 영화의 내용을 설명안했군요.
이 영화의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악마같은 여자에 맞서 친구를 지키려는 두 남자의 눈물겨운 분투를 그린 영화입니다.
오호~ 이렇게 써놓으니 무슨 굉장히 심각한 영화같군요.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친구사이였던 대런과 웨인, 제이디... 이 세친구는 얼빵하지만 세상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진정한 우정을 지닌 친구들이죠. 그런데 대런에게 애인이 생겼습니다. 축하할 일이 아니냐구요? 문제는 그 애인이 대런과 그의 친구들 사이를 갈라 놓으려고 한다는 점이죠. 심리학자인 대런의 애인 주디스. 완벽한 몸매와 외모 그리고 지적인데다가 남자 몇은 너끈히 쓰러뜨릴수 있는 완벽한 체력까지 갖춘 그야말로 완벽한 여자죠. 하지만 이 여자 순진한 대런을 장악 그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 합니다. 게다가 자신의 애인이 이런 덜떨어진 녀석들과 친구라는 사실을 못견뎌하죠. 이제 웨인과 제이디는 우정을 갈라놓으려는 악마같은 여자한테서 대런을 구해야만 합니다.  
<악마같은 여자>는 웨인과 제이디의 좌중우돌 대런 되찾기 작전을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해 줍니다. 물론 저도 이 영화보며 웃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거 그렇게 웃으며 넘어갈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저처럼 유치한 친구들을 둔 사람이라면...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는 저보다 두살 연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보다 생각도 깊었고 언제나 누나같이 절 감싸주었죠. 그런 그녀가 제 유치한 친구들을 처음 보던 날, 그녀는 제게 그러더군요. 그 친구들 사귀지 말라고... 그녀는 니 인생에 도움이 되는 친구들을 사귀라며 그 녀석들은 니 인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안만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더군요. 그거 정말 난처하더군요. 친구를 선택하자니 여자친구가 울고, 여자친구를 선택하자니 친구가 울고...
그래서 그녀를 설득하기로 했습니다. 제 친구들의 장점도 설명해주고 우정이라는 것이 자기에게 도움이 된다고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위해 무지 노력했죠. 하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친구들을 만나는 날은 여자친구를 못만났고, 여자친구를 만나는 날은 친구들을 못만났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보다 여자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더욱 많아 졌습니다. 그러다 결국 친구들은 한두달에 한번 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죠. 그때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넌 사랑과 우정을 선택하라면 무얼 선택하겠냐고... 그때전 주저하지않고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그때 배신당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친구 녀석의 표정... 어쩌면 그때 제 친구들한테는 제 여자 친구가 그야말로 악마같은 여자로 비춰졌을 겁니다.
이젠 그녀는 제 곁에 없고 그렇게 제게 이득이 안되는 유치한 친구들만 남았지만... 만일 제게 똑같은 상황이 또다시 와도 저는 역시 주저않고 사랑을 선택할겁니다. 사람마다 틀리지만 암튼 전 그렇습니다. 우정이라는 것... 제가 소홀히 한다고 해서 쉽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사랑은 조금만 소홀해도 너무나도 깨지기 쉬운 그런 것이기에 전 우정보다는 사랑을 지키기위해 노력할겁니다. 제가 그런다해도 진정한 우정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줄테니까요.


 

 

  
제게 이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 영화의 소재는 그야말로 참신해보였습니다. 너무 과장되기는 했지만 여자한테 친구를 빼앗긴 남자들의 마음을 은유적으로 잘 표현한 편입니다.
특히 급기야는 주디스를 납치하고 대런의 첫사랑이었던 샌디와 엮어 주려는 주인공들의 얼빵한 노력... 정말 재미있더군요. 아마 제 친구들도 그러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니 실제로 한 친구는 제게 그녀와 헤어지라고 충고한적도 있었죠. 그녀를 납치하지는 않았지만... ^^;
이 과장된 코미디는 중반까지 그런대로 참신한 소재로 잘 버텨나갑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자 지금까지 펼쳐놓았던 이야기들을 수습하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말죠.
특히 가수인 닐 다이아몬드가 직접 출연했던 후반부는 전반부의 참신했던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유치찬란 코미디로 뒤엎어 버리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주디스를 필요 이상으로 후반부에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버림으로써 완벽한 여자와 얼빵한 남자의 대결이라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렸죠. 마무리만 잘 지었어도 정말 괜찮은 코미디가 되었을텐데... 그래놓고는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죠. "난 해피엔딩이 좋아?" 이게 해피엔딩이라고??? 말도 안돼...


 

 

  
어느 잡지를 읽어보니 이 영화는 어느 작가의 실제 사건을 조금 과장되게 극화한거라고 하더군요. 조금 이해는 됩니다. 친구를 빼앗아갔으니 그 여자가 정말로 악마처럼 보였겠죠. 그래서 영화속에선 그녀를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여자로 그려놓고 나중엔 우스개거리로 전락시킴으로써 실제 상황에서 하지 못햇던 복수를 한거겠죠. 하지만 여자 입장에서 본다면???
만약 주디스가 진정으로 대런을 사랑했다면??? 그리고 주디스가 실제로는 대런을 걱정해서 웨인과 제이디를 사귀는 것을 반대했다면???
아무리 이 영화가 코미디이기는 하지만 조금만 심각하게 이 문제를 다뤘더라면 의미있는 코미디 영화가 되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드는 군요.
그리고 주디스와 샌디앞에서 어느 누구를 선택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대런이라는 캐릭터도 맘에 안듭니다.
그냥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지고 왜그렇게 흥분하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괜히 남이야기 같지 않아서... ^^;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누굴 선택해야 하는거죠? 사랑과 우정사이... 정말 난해한 질문이죠?
<악마같은 여자>한테 화나는 것이 바로 이겁니다. 심각한 질문을 꺼내놓고 답을 내리기는 커녕 엉터리 오답으로 저를 헷깔리게 하기나하고... 아무리 부담없는 코미디라도 정답을 내줘야하는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