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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생 기억해야할 로빈 윌리엄스의 10가지 얼굴... 3부

쭈니-1 2014. 8. 17. 23:42

 

 

많은 분들이 로빈 윌리엄스에 대해서는 코미디 배우, 혹은 키팅 선생님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 만큼 로빈 윌리엄스는 우리에게 유쾌한 배우였고, 믿음직한 멘토였으니까요. 하지만 로빈 윌리엄스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우리가 기억해야할 로빈 윌리엄스의 10가지 얼굴' 3부에서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로빈 윌리엄스의 새로운 얼굴을 소개할까 합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일곱번째 얼굴... 인자한 얼굴 뒤에 감춰진 스릴러적 본능

 

 

90년대 로빈 윌리엄스는 가슴 따뜻한 코미디 영화들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자신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2000년대에 들어서며 연기 변신을 시도합니다. 바로 자신의 이미지와는 180도로 다른 스릴러 영화의 섬뜩한 악역 캐릭터를 연달아 선택한 것이죠.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썸니아]입니다.

[인썸니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멘토]를 통해 천재 감독으로 인정받은 이후 곧바로 선택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밤이 없이 낮만 계속되는 백야라는 특이한 기간에 접어든 알래스카의 외딴 마을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17세 소녀의 시체가 전라의 몸으로 발견되면서 시작됩니다. 이 의문의 살인사건에 LA경찰국 소속 베테랑 형사 도머(알 파치노)가 투입되지만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수사 도중 안개가 쌓인 어느 해변에서 용의자 대신 파트너인 햅을 사살하는 사고를 저지릅니다. 

[인썸니아]는 동료를 죽인 사고가 자의인지 타의인지 구별조차 못하는 도머의 내면적 불안함을 잡아낸 영화입니다. 그러한 와중에 사건의 범인인 소설가인 핀치(로빈 윌리엄스)는 도머에게 서로를 파멸시키기 위한 숨막히는 두뇌싸움을 제안합니다. 로빈 윌리엄스는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 알 파치노에 맞서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로빈 윌리엄스의 스릴러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는 [인썸니아]가 아닌 [스토커]입니다. 마크 로마넥 감독의 2002년작 [스토커]는 쇼핑몰 내의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는 중년 남자 싸이(로빈 윌리엄스)의 어긋난 욕망을 다룬 영화입니다. 홀로 외롭게 살고 있는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다른 사람들의 사진 속에서 행복을 훔쳐 보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그는 10여년간 지켜본 욜킨(코니 닐슨)과 그녀의 가족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집니다. 결국 싸이는 자신도 욜킨 가족의 일원이라는 망상에 사로 잡히게 됩니다.

[스토커]의 싸이는 비록 망상에 사로잡힌 싸이코이지만,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로 인하여 외로움에 지친 측은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하얗게 염색한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은 측은하면서도섬뜩했는데, 그의 가슴 따뜻한 연기를 기억하는 제겐 꽤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영화였습니다.

배우인 대니 드비토가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되었던 [스무치 죽이기]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어린이 TV쇼를 진행하며 잘 나갔지만 쇼에 출연하는 한 아이의 부모로부터 뇌물을 받은 비리 혐의로 현장에서 FBI에게 붙잡히게 되고 방송계에서도 축출된 레인보우 랜돌프 역을 맡았습니다. 랜돌프는 자신을 대신한 스무치(에드워드 노튼)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스무치에게 복수를 맹세합니다. 

오마 나임 감독의 [파이널 컷]은 SF가 가미된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는 악역 캐릭터를 연기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추악한 진실을 쫓는 주인공을 연기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의 삶을 기록하는 일종의 기억장치 조이칩. 앨런 해크먼(로빈 윌리엄스)은 사람들의 부도덕한 과거마저도 아름답게 포장하는 조이칩의 최고 편집자입니다.  그런 그가 누군가의 조이칩을 편집하다가 자신이 잊으려 애썼던 과거와 마주치게 되고, 혼란에 휩싸입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비친 자신의 과거와 자신의 기억속에 남겨진 과거, 무엇이 진실인지 알수 없는 상황. 그는 진실을 밝혀 내고자 어둡고 거대한 세력의 이면을 추적합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여덟번째 얼굴... 그의 얼굴엔 미국의 대통령이 있다?

 

 

로빈 윌리엄스의 여덟번째 얼굴은 바로 미국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로빈 윌리엄스는 포레스트 휘태커가 8명의 대통령을 봐좌한 백악관의 집사 연기를 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연기했습니다.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에서는 많은 배우들이 대통령을 연기했는데, 로빈 윌리엄스 외에도 알란 릭맨이 로널드 레이건을, 존 쿠삭이 리차드 닉슨을, 제임스 마스던이 존 F. 케네디를 연기했습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아이젠하워는 미국의 34대 대통령으로 재임기간은 1952년부터 1961년입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우리나라하고도 인연이 깊은 인물입니다. 그는 당선 직후인 1952년 12월 한국 전선을 방문하였으며, 다음해 7월 이승만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을 휴전으로 마무리했습니다. 1960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도 바로 아이젠하워 대통령입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최고 사령관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결정적인 작전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켜 독일의 항복을 받아낸 인물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리 다니엘스 감독은 로빈 윌리엄스에게도 군인 출신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강한 카리스마를 발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의 실물크기 모형을 연기합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미국의 26대 대통령으로 1901년부터 1909년까지 재임하였습니다. 특히 그는 1905년 프랑스와 독일을 중재해 모로코 분쟁을 해결했으며, 포츠머스회담을 통하여 러-일 전쟁 해결의 중재역을 맡았습니다.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그러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용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의 루즈벨트는 랠리(벤 스틸러)에게 진솔한 충고를 하고, 인디언 처녀인 사카주웨아 모형과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한 면을 보이기도 합니다.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의 아이젠하워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인 셈입니다.

사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벤 스틸러의 원맨쇼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루즈벨트 대통령 캐릭터가 큰 인기를 얻자 속편인 [박물관이 살아있다 2]에서는 그 비중이 늘어났고,  2015년 개봉 예정인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에서도 꽤 큰 비중으로 래리를 도와줄 것이라 합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아홉번째 얼굴... 그의 목소리도 매력적이다.

 

 

로빈 윌리엄스의 사망에 미국 아카데미 협회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애니메이션 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을 게재하며 "지니, 넌 이제 자유야!"라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합니다. 그 만큼 로빈 윌리엄스는 수 많은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남기기도 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 목소리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1992년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이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개봉한 [알라딘]은 감미로운 음악과 로빈 윌리엄스의 애드리브 섞인 코믹한 더빙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후 로빈 윌리엄스는 애니메이션 더빙에 수 많은 러브콜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 애니메이션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블루 스카이가 제작한 [로봇]과 워너의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의 더빙에 참가했습니다.

이들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맡은 캐릭터는 [알라딘]의 지니와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웃겨주는 조연 캐릭터입니다. 특히 [해피 피트]의 라몬은 [알라딘]의 지니 만큼 사랑을 받았고, 그 결과 [해피 피트 2]에서는 라몬의 비중이 부쩍 커졌습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열번째 얼굴... 그는 씬스틸러로써도 최고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로빈 윌리엄스의 전성기는 90년대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가 스릴러 영화들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던 2000년대 들어서 로빈 윌리엄스의 인기는 조금씩 사그러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써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습니다.

1995년 개봉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영화 [나인 먼쓰]는 로빈 윌리엄스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전성기 시절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로빈 윌리엄스는 조연 캐릭터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이 영화는 우연히 아기를 갖게 된 사무엘(휴 그랜트)과 레베카(줄리안 무어)가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는 과정을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나인 먼쓰]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전직 수의사로 산부인과 면허를 딴지 일년이 채 못된 러시아 출신 의사 닥터 코세비치를 연기했는데 실수 연발인 그의 모습에 사무엘과 레베카는 진찰실을 도망쳐 나오기도 합니다. 비록 짧은 분량이지만, 이 영화에서 관객의 정신을 쏙 빼놓는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조연 캐릭터의 명품 연기 중 [나인 먼쓰] 다음으로 제 기억에 남는 영화느 바로 [어거스트 러쉬]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가진 어거스트(프레디 하이모어)가 자신의 부모를 찾기 위해 나서는 감동의 여정을 다룬 [어거스트 러쉬]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어거스트의 재능을 알아보는 거지왕 위저드를 연기했는데, 어떨땐 어거스트를 보호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가도, 어떨땐 어거스트의 재능을 이용하는 악역의 모습이 보여서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영화인 [빅 웨딩]은 미시(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알레한드로(벤 반스)의 우여곡절 결혼기를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미시가 알레한드로와 무사히 결혼을 하기 위해선 그 무시무시한 시월드를 통과해야 하는데, 시월드 멤버가 엄청납니다. 철부시 시아버지는 로버트 드니로, 이헌 일보직전 시누이는 캐서린 헤이글, 29년 순정남 시동생은 토퍼 그레이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로빈 윌리엄스가 모나한 신부로 가세하니 영화는 점점 정신이 없어집니다. 하지만 그러한 정신없음이 [빅 웨딩]의 영화적 재미이고, 그러한 의미에서 로빈 윌리엄스의 캐스팅은 최적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번 연휴동안 영화 보기도 잠시 미뤄두고 '우리가 평생 기억해야할 로빈 윌리엄스의 10가지 얼굴'의 글을 쓰는데 여유 시간을 모두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로빈 윌리엄스가 주, 조연을 맡은 영화 34편의 영화를 소개해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족합니다. 로빈 윌리엄스라는 배우의 매력을 모두 느끼기엔 34편의 영화로는 턱없이 부족하죠. 그러나 로빈 윌리엄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렸으니 아쉽지만 그의 매력도 이쯤에서 가슴 깊숙이 묻어두는 수 밖에요.

이제 제게 남은 것은 제가 놓친 그의 영화들과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을 챙겨보며 그의 매력을 다시한번 음미하는 것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이군요. 그러게 로빈... 왜 이렇게 일찍 우리의 결을 떠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