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일단 그의 죽음은 자살로 공식 발표되었고, 로빈 윌리엄스의 부인 수전 슈나이더는 로빈 윌리엄스가 최근 초기단계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파킨슨병은 근육이 굳어지는 병으로 쉽게 설명하자면 중풍과 비슷한 증세를 가진 병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도 파킨슨병을 앓으셨고, 그로인하여 우울증으로 돌아가셨기에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이 제겐 더욱 짠하게 느껴지네요. 특히 그가 죽기 전에 SNS에 남긴 딸 젤다에 대한 마지막 메시지가 더욱 저를 아프게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평생 기억해야할 로빈 윌리엄스의 10가지 얼굴' 2부에서는 로빈 윌리엄스의 감동적인 얼굴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네번째 얼굴... 그는 우리들의 아버지였다.
가만히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의외로 부성애에 대한 영화가 많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저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했던 영화에서도 로빈 윌리엄스는 아버지의 얼굴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던 것입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아버지의 얼굴을 대표하는 영화는 [미세스 다웃 파이어]입니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영화인 [미세스 다웃 파이어]는 이혼 후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여장을 하여 전부인 미란다(샐리 필드)의 집에 가정부가 된 다니엘(로빈 윌리엄스)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1993년 개봉당시 [쥬라기 공원]에 이은 북미흥행순위 2위를 차지한 초대박 흥행 성공작으로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에서 최고의 흥행작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여장을 한 로빈 윌리엄스의 코믹 연기를 즐거워하며 [미세스 다웃 파이어]를 즐기셨지만, 사실 이 영화는 사회적 능력은 없지만 아이들에겐 최고의 아빠이고 싶었던 한 남자의 눈물겨운 부성애를 다룬 영화입니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버드 케이지]는 진보적인 게이 부부 아만드 골드먼(로빈 윌리엄스), 앨버트(네이단 레인)가 보수적인 정치가 칼리 의원(진 핵크만)과 사돈 관계가 되면서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입양한 아들을 위해 게이를 증오하는 칼리 의원의 검은 속내를 참아 아들의 행복의 결혼을 지켜주는 부성애를 선보입니다.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파더스 데이]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미세스 다웃 파이어]에서 보여줬던 사회적 무능력자의 부성애를 감동과 웃음으로 또다시 선보입니다. [파더스 데이]는 17년전 헤어졌던 애인 콜레트(나스타샤 킨스키)로 부터 16세 아들이 있으니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변호사 잭 로렌스(빌리 크리스탈)와 데일 퍼틀리(로빈 윌리엄스)의 이야기입니다.
콜레트의 전화를 받은 이후 자신의 안정적인 삶이 깨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잭과는 달리 데일은 자신에게도 아들이 있다는 사실에 삶의 새로운 용기를 얻어 적극적으로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나섭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이반 라이트만 감독은 관객에게 질문합니다. '당신은 어떤 아버지를 원하십니까?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아들의 존재를 부담스러우하는 잭과 사회적으로 실패했지만 아들의 존재를 신의 축복으로 생각하는 데일 중에서...'
로빈 윌리엄스의 아버지의 얼굴은 [지상 최고의 아빠]에서도 이어집니다. [지상 최고의 아빠]는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고, 학교 측에서도 퇴학을 시키고 싶을 정도의 문제아 아들이 어처구니없게도 자위행위를 하는 도중 죽게되자 이를 처음 발견한 아빠 렌스(로빈 윌리엄스)가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아들의 부끄러운 죽음을 자살로 위장한다는 내용입니다. 비록 [미세스 다웃 파이어], [버드 케이지], [파더스 데이]와는 조금 다른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빈 윌리엄스이기에 [지상 최고의 아빠] 또한 진한 부성애를 느끼게 해줍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다섯번째 얼굴... 그는 사랑은 무한하여라.
로빈 윌리엄스는 부성애를 내세운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지만, 의외로 사랑을 소재로한 멜로 영화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영화는 바로 [천국보다 아름다운]입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소아과 의사 크리스(로빈 윌리엄스)와 큐레이터인 아내 애니(아나벨라 시오라)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다룬 영화입니다.
크리스와 애나는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딸과 아들을 잃고 맙니다. 아이들을 잃은 충격으로 인하여 애니는 자책감에 크리스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애니를 사랑하지만 애니에게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크리스는 이혼에 합의한다. 그리고 4년후 크리스마저도 교통사고로 죽게 됩니다. 크리스는 혼자 남겨진 애니를 안타까워 하며 이승에서 애니의 주위를 맴돌지만 결국 천상의 세계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애니는 크리스 없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크리스를 만나는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합니다. 애니의 자살과 자살자는 지옥에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크리스는 천국의 삶을 포기하고 아내를 찾기 위해 지옥으로의 위험한 모험의 길을 떠납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1998년 영화로 제가 이 영화를 본지 무려 1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겐 가슴 시린 사랑 영화로 기억됩니다. 특히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표현된 천국의 모습과 자식과 남편을 잃은 애나의 상실감으로 표현딘 지옥의 황량한 풍경이 독특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는 말합니다. 애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지옥이 '천국보다 아름답다'고...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1999년 영화인 [바이센테니얼 맨]은 비록 SF 드라마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가슴 시린 사랑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가사 로봇 앤드류. 하지만 그는 로봇이 가져서는 안될 지능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인하여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바이센테니얼 맨]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인간이 되기를 희망한 로봇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영생을 포기하고 인간이 된 앤드류의 얼굴은 로빈 윌리엄스의 사랑이 가득한 얼굴로 대체됩니다.
최근 영화인 [페이스 오브 러브]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주연이 아닌 조연 캐릭터 로저를 연기합니다. 로저는 죽은 남편과 똑같은 모습을 한 남자 톰(에드 해리스)과 운명같은 사랑에 빠지는 니키(아네트 베닝)을 지켜주는 니키의 이웃집 남자입니다. 하지만 로저는 오랫동안 니키를 마음에 품고 있었죠. 비록 영화는 니키와 톰의 사랑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로저의 가슴 아픈 짝사랑도 중요하게 그려집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여섯번째 얼굴... 그의 얼굴엔 웃음 이상의 감동이 있다.
이렇듯 로빈 윌리엄스는 코미디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은 감동의 연기를 펼칠줄 아는 배우입니다. 물론 그의 감동은 대부분 웃음이라는 코드 안에 숨겨져 있지만 진정성이 담긴 감동의 순간을 결코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 2부에서 소개할 마지막 영화들인 [사랑의 기적], [피셔 킹], [패치 아담스]는 그러한 로빈 윌리엄스의 감동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사랑의 기적]은 페니 마샬 감독의 1990년 영화입니다. 어릴 때 뇌염을 앓은 레너드(로버트 드니로)는 11살 때부터 손이 떨리는 증세가 나타나고 글도 쓰지 못하게 되자 학교를 그만두고 병원에서 살게 됩니다. 정신은 잠들고 근육은 강직된 후기뇌염 기면성 환자가 된 것이죠. 그런데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던 레너드에게 세이어 박사(로빈 윌리암스)가 병원에 새로 부임해 오며 기적이 찾아옵니다. 세이어 박사는 후기뇌염 기면성 환자들이 공을 받아내는 것을 보고 내면은 살아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그들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환자의 이름을 부르거나 음악을 들려주며 인간적인 접촉을 갖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이어 박사의 노력은 레너드에게 일상적인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안겨줍니다.
[사랑의 기적]은 6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에 올랐었습니다. (수상은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이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드니로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과는 달리 로빈 윌리엄스는 아카데미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듬해 로빈 윌리엄스는 [피셔 킹]으로 결국 아카데미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수상은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가 차지했습니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피셔 킹]은 뉴욕의 잘 나가는 유명 DJ 루카스(제프 브리지스)가 아무 생각없이 방송에서 "여피족은 편한 것만 추구하는 악마들이야. 늦기 전에 쓸어버려야해!"라고 대답해버리고 그로인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5명이 살해되면서 시작됩니다. 루카스는 죄책감으로 폐인이 되어 깊은 좌절의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3년후 우연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성배를 찾아 헤매는 전직 역사학 교수 페리(로빈 윌리엄스)의 도움을 받고 그와 친분을 쌓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페리는 3년 전 살인사건의 희생자였는데...
테리 길리엄 감독은 상당히 독특한 작품 세계를 지닌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테리 길리엄 감독과 로빈 윌리엄스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로빈 윌리엄스와 테리 길리엄 감독은 [피셔 킹]과 [바론의 대모험], 이렇게 두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했습니다. [바론의 대모험]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맡은 캐릭터는 달의 지배자라고 합니다.
[패치 아담스]는 어쩌면 가장 로빈 윌리엄스다운 감동 영화입니다. 톰 새디악 감독이 1998년 연출한 영화로 이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사랑의 기적]과 같은 의사를 연기합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헌터 아담스는 정신적 상처까지 치료하는 진정한 의사의 길을 희망합니다. 그는 의과 대학의 학칙을 무시하고 의대생 친구들과 함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세웁니다. 그러나 의사면허증 없이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학교측에 발각되어 퇴학 처분을 받게 되고, 동급생 캐린(모니카 포터)이 정신이상 환자에게 살해당하는 아픔까지 겪게 됩니다. 하지만 헌터 아담스는 그 모든 아픔을 이겨내고 진정한 의사의 길을 완성합니다.
'우리가 평생 기억해야할 로빈 윌리엄스의 10가지 얼굴' 1부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로빈 윌리엄스의 얼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2부에서는 그의 웃음 뒤에 가춰진 감동적인 얼굴을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로빈 윌리엄스의 얼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조만간 3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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