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할리우드 폭로전] - 할리우드의 민낯을 폭로하다.

쭈니-1 2014. 7. 20. 00:47

 

 

감독 : 베리 레빈슨

주연 : 로버트 드니로, 마이클 윈콧, 캐서린 키너, 숀 펜, 브루스 윌리스, 크리스틴 스튜어트, 존 터투로, 스탠리 투치, 로빈 라이트

 

 

이 화려한 캐스팅의 영화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가끔 의외의 영화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초호화 캐스팅의 완성을 보곤 합니다. [할리우드 폭로전]이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로버트 드니로 단독 주연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연을 나오는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지경입니다.

브루스 윌리스와 숀 펜이 본명으로 출연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주인공의 반항적인 딸로, 로빈 라이트는 이혼한 부인으로, 캐서린 키너, 존 터투로, 스탠리 투치는 주인공의 동료들로 출연합니다. 이쯤되면 [할리우드 폭로전]이라는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할리우드 폭로전]을 보게끔 만든 결정적인 인물은 바로 감독인 베리 레빈슨입니다.  할리우드의 야구영화 중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내츄럴]을 비롯하여 [피라미드의 공포], [굿모닝 베트남], [레인맨], [벅시] 등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 그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감독으로 자리잡았었습니다. 하지만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토이즈]를 시작으로 [폭로], [슬리퍼스], [스피어], [밴디츠] 등의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서서히 제게도 잊혀진 감독이 되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던 80년대와 90년대 초반, 베리 레빈슨 감독을 무척이나 좋아했기에, [할리우드 폭로전]은 제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던 베리 레빈슨 감독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낼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토요일 저녁 제가 [할리우드 폭로전]을 본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어느 영화 프로듀서의 하루

 

[할리우드 폭로전]의 원제목은 'What Just Happened?'입니다. 직역을 하자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라고 합니다. (저는 영어 울렁증이 있기에 구피에게 직역을 부탁했습니다. ^^)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제목으로는 '할리우드 폭로전'보다는 'What Just Happened?'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리우드 폭로전]은 영화 프로듀서인 벤(로버트 드니로)의 정신없는 며칠간을 쫓아다니는 영화입니다. 베니티 페어라는 미국의 연예정보 월간지에 30대 프로듀서로 뽑힐 정도로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영화 프로듀서인 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위태롭기만합니다.

모든 시작은 벤이 프로듀서를 맡은 '강렬하게'라는 영화의 테스트 시사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테스트 시사회는 영화를 일반 관객에게 공개하기 전에 영화계의 거물들(프로듀서, 배급사 경영진)에게 먼저 보여주고 반응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강렬하게'의 마지막 장면에서 악당에 의해 주인공(숀 펜)의 개가 죽는 장면이 문제가 됩니다. 주인공이 죽는 것보다, 주인공의 개가 죽는 장면에 충격을 받는 테스트 시사회의 관객들. 그로인하여 벤의 정신없는 며칠이 펼쳐집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강렬하게'에 제작비를 투자한 영화 제작자 루(캐서린 키너)는 개가 죽는 마지막 장면을 편집하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제레미 브루넬(마이클 윈콧) 감독은 개가 죽는 장면은 중요한 장면이라며 절대 편집할 수 없다고 버팁니다. 그러나 브루넬 감독에겐 최종 편집권이 없습니다. 벤은 루와 브루넬 감독의 충돌을 중재해야 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새롭게 제작에 들어갈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브루스 윌리스(브루스 윌리스)는 덥수룩한 수염으로 현장에 나옵니다. 하지만 제작자는 브루스 윌리스가 수염을 깎지 않는다면 영화 제작을 취소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브루스 윌리스는 절대 수염을 깎을 수 없다며 난동을 피웁니다. 

벤의 개인사에도 문제는 발생하는데, 반항적인 큰 딸 조(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살한 에이전트인 잭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잭의 죽음을 슬퍼하며 벤을 당혹스럽게 하고, 이혼한 부인 켈리(로빈 라이트)는 시나리오 작가인 유부남인 스콧(스탠리 투치)과 깊은 관계입니다. 조도 걱정되고, 켈리와도 재결합을 하고 싶은 벤 입장에서는 이 모든 문제를 가볍게 여길 수가 없습니다.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곳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벤의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한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한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그 순간까지 동분서주하며 이 사람, 저 사람을 상대하는 벤. 그러한 벤의 일상을 뒤쫓다보면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할리우드의 민낯을 보게됩니다.

영화의 흥행 수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할리우드. 벤과 브루넬 감독이 루를 만나기 위해 간 그녀의 사무실에서 어느 영화의 포스터에 큼지막하게 쓰여진 흥행 수익이 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결국엔 감독도 배우도 제목도 안 남고 흥행 수익만 남을 뿐이지." 벤의 냉소 섞인 한마디입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수염을 깎았을지, 안 깎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는 영화 스탭들의 모습은 그 어떤 영화의 클라이맥스보다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에게는 고작 6개월을 기른 수염일 뿐이지만, 다른 스탭들에겐 일 자리가 유지될지, 아니면 일 자리가 사라질지 밝혀지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입니다.

 

   

 

베리 레빈슨 감독이 밝히는 할리우드의 민낯

 

어쩌면 [할리우드 폭로전]은 베리 레빈슨 감독이기에 가능한 영화였는지도 모릅니다. 오랜 세월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으며 쌓아온 그의 인맥이 [할리우드 폭로전]의 초호화 캐스팅을 가능하게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베리 레빈슨 감독은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경험한 감독이기에 흥행 여부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할리우드의 민낯을 더욱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강렬하게'의 혹평으로 인하여 베니티 페어의 30대 프로듀서 표지 사진에서도 뒤로 밀려 구석으로 내몰리는 벤의 모습을 보며 돈이라는 권력에 좌지우지되는 할리우드의 생리를 더욱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명배우들의 명연기와 노장 감독의 할리우드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 그러면서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코믹함으로 포장된 [할리우드 폭로전]은 벤의 정신없는 일상을 뒤쫓으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라는 반문으로 막을 내립니다. 우리가 자주 보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이렇게 정신없이 제작되었다니... 그러한 사실만으로도 참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