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프레드 카바예
주연 : 질 를르슈, 로쉬디 젬
[표적]이 리메이크 영화였다니...
지난 4월 30일에 개봉해서 누적관객 284만명을 동원한 흥행작 [표적]. 저는 류승룡에 대한 믿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가, 부패한 공권력의 힘 없는 소시민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폭력에 분노하며 영화에 몰입했습니다. 영화의 짜임새가 조금 헐거웠고, 광역수사본부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액션이 조금 과한 면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꽤 만족스럽게 영화를 즐겼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표적]은 오리지널 영화가 아닌 프랑스 액션 영화인 [포인트 블랭크]의 리메이크 영화였습니다. 프랑스 액션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는 2011년 7월에 개봉한 [포인트 블랭크]를 보지 못했지만 [표적]을 인상깊게 보고나니 [포인트 블랭크]도 궁금해졌습니다.
극장에서 볼 영화가 없어서 일주일이 넘도록 극장 나들이를 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 덕분에 요즘 저는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보는 중입니다. [포인트 블랭크]는 [베스트 오퍼], [할리우드 폭로전], [시절인연]에 이은 제 스마트폰에 저장된 최후의 영화였습니다.
놀랍도록 똑같았다.
사실 [포인트 블랭크]를 보기 시작하면서 영화 관람에 대한 제 초점은 '이 영화가 [표적]과 얼마나 다를까?'라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리 리메이크 영화라고는 하지만 국적이 다르고, 국적이 다른 만큼 [표적]은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게, [포인트 블랭크]는 프랑스의 정서에 맞게 각자의 개성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초반의 느낌은 '놀랍도록 똑같다.'였습니다. [포인트 블랭크]는 다짜고짜 위고(로쉬디 젬)가 정체 불명의 괴한에게 쫓기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그는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그를 쫓던 남자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현장을 떠납니다. [표적]도 쫓기는 여훈(류승룡)의 모습으로 시작했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정신없이 몰아치는 액션은 [표적]과 [포인트 블랭크]가 같았습니다. 게다가 간호조무사인 사무엘(질 를르슈)의 아내가 위고의 동생에게 납치되고, 사무엘은 만삭의 아내를 구하기 위해 의식불명에 빠진 위고를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와야 하는 상황까지... [표적]과 [포인트 블랭크]는 놀랍도록 똑같은 진행을 보여줍니다.
서서히 드러나는 [표적]과 [포인트 블랭크]의 차이점
위고 사건을 맡은 경찰 반장이 여성이라는 점까지... [표적]과 [포인트 블랭크]는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습니다. 단지 [표적]에서는 태준(이진욱)의 직업이 의사였지만 [포인트 블랭크]에서는 사무엘의 직업이 간호조무사라는 점만 다를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리메이크 영화라고는 하지만 정말 똑같다... 라고 생각할 즈음, 드디어 [표적]과 [포인트 블랭크]의 다른 점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표적]과 [포인트 블랭크]가 결정적으로 서로 다른 것은 바로 여훈과 위고의 캐릭터입니다. [표적]은 주인공이 여훈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여훈은 누명을 쓴 전직 특수요원일 뿐 범죄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태준의 아내 희주(조여정)를 납치한 여훈의 동생 성훈(진구)은 틱장애이고, 영화의 상당 부분을 성훈과 희주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장면에 할애함으로써 성훈의 범죄에 면죄부를 줍니다.
하지만 [포인트 블랭크]의 진짜 주인공은 사무엘입니다. 그렇기에 사무엘을 중심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위고는 진짜 위험한 범죄자로 설정됩니다. 그가 사건에 휘말린 것은 함정도 있었지만 금고털이를 하기 위해서였고, 자신을 배신한 동료을 총으로 쏴 죽이기까지합니다. 사무엘은 이렇게 위험한 위고와 자신을 뒤쫓는 경찰의 위협을 모두 헤쳐나가 아내를 구해야 하는 것이죠.
액션은 [표적], 긴장감은 [포인트 블랭크]
사실 여훈을 선량한 전직 특수요원으로 설정한 [표적]의 선택은 꽤 영리했습니다. 부패한 공권력의 상징인 송반장(유준상)의 함정에 빠진 것은 여훈과 성훈이었고, 그렇기에 송반장의 음모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관객은 분노를 느낄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표적]은 그러한 관객의 분노를 모아 모아 마지막 광역수사대에서의 액션에 한꺼번에 분출시킵니다.
하지만 [포인트 블랭크]는 초점을 사무엘로 맞춰놓았기 때문에 사무엘이 부인을 구하는 것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습니다. 위고가 자신의 누명을 벗기는 것은 사무엘이 부인을 구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될 뿐입니다.
그렇기에 복잡한 경찰서에서 사무엘이 부인을 구하는 장면에서 긴장감은 최고조로 끌어 올려집니다. 비록 [표적]처럼 화끈한 총격 액션은 없지만, 경찰서내 수 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삭의 부인을 구해야하는 사무엘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같은 뿌리에서 태어난 영화가 국적이 달라지며 어떻게 바뀌는지... [표적]과 [포인트 블랭크]를 보면 확연하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만약 [표적]이 없었다면 [포인트 블랭크]는 그냥 볼만한 프랑스 액션 영화에 불과할테지만, 이렇게 [표적]과 비교하면서 보니 [포인트 블랭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것도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색다른 재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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