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베스트 오퍼] - 사랑도 경매가 가능하다면...

쭈니-1 2014. 7. 18. 10:39

 

 

감독 : 쥬세페 토르나토레

주연 : 제프리 러쉬, 실비아 휙스, 짐 스터게스, 도날드 서덜랜드

 

 

반전이 있는 멜로 영화?

 

저는 매달 제 8천원을 결재해서 hoppin에서 한달에 다섯 편의 영화를 스마트폰에 다운로드받아 봅니다. 문제는 제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다섯 편의 영화중에서 프리미엄이라는 딱지가 붙은 신작 영화는 단 두 편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두 편의 신작을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7월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신작 영화 두 편 중에서 제가 고른 한 편의 영화는 바로 [베스트 오퍼]입니다. 아직 남은 한 편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베스트 오퍼]를 선택한 것은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극찬해 주셨고, 또 마지막 반전에 여운이 남는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베스트 오퍼]는 최고의 미술품 경매사와 고저택에 은둔한 젊은 여성의 사랑을 담은 멜로 영화처럼 보였거든요. 멜로 영화에 반전이라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반전에 초점을 맞춘다면 실망할 것이다.

 

[베스트 오퍼]의 반전으로 인하여 영화를 보기 시작했기에 저는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처음엔 "혹시 클레어가 로봇은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추측은 버질 올드먼(제프리 러쉬)이 클레어의 고저택에서 정체불명의 톱니바퀴를 발견하고, 그 톱니바퀴가 18세기 프랑스의 발명가 쟈크 드 보캉송의 움직이는 나무 로봇의 부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클레어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길 거부했으니... 그런 허무맹랑한 추측이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중반, 제 예상과는 달리 클레어(실비아 휙스)가 올드먼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처음의 추측은 무너졌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네, 맞습니다. [베스트 오퍼]에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모를까,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상 가능한 반전은 단 한가지 뿐이었습니다. 설마, 설마했던 반전이 밝혀지는 후반부에 저는 "에이... 시시해!"라며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베스트 오퍼]의 진정한 가치는 반전이 아닌... 그 이후입니다. (이후 스포 포함)

 

 

 

버질 올드먼에게 초점을 맞춰라.

 

저는 처음부터 [베스트 오퍼]의 감상 초점을 잘못 잡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난 후, 실망감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올드먼의 마지막 모습이 제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가 자신의 저서에서 쓴 '위조 작품 속에서도 항상 진품의 면모가 감춰져있다.'는 대사가 머릿속을 맴도네요.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반전이 아닌 올드먼을 중심으로 봐야할 영화입니다. 올드먼은 성공한 미술품 경매사입니다. 그의 뛰어난 안목과 완벽한 감정은 그를 동종업계 최고의 전문가로 만들어줬습니다. 하지만 그는 외롭습니다. 언제나 가죽 장갑을 끼고 다니며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릴 정도로 스스로를 외롭게 만듭니다. 집에서도 그는 혼자인데, 그러한 그를 반기는 것은 그가 남몰래 (불법적으로) 수집한 여인의 초상화들 뿐입니다.

영화의 중반, 올드먼은 클레어에게 자신의 과거를 밝힙니다. 고아였던 그는 수녀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고아원 수녀들은 애들에게 벌을 줄 때 같은 건물 미술 복원가 일을 돕게 시켰는데, 복원 작업을 보는 것이 좋아 최대한 자주 벌을 받으려고 말썽을 피웠다고 고백합니다. 그러한 불우했던 과거는 그를 최고의 미술품 경매사로 만들었지만,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채 여인의 초상화로 자신의 박제된 사랑을 대리만족하는 외로운 인간으로도 만들었습니다.

 

 

 

동병상련의 감정이 사랑이 되다.

 

그러한 그가 클레어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공황장애에 대인기피증까지 있는 클레어는 집 밖으로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합니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클레어와 올드먼은 비슷한 구석이 많았던 것입니다.

처음 올드먼은 보캉송의 로봇 부품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의 대학 졸업 눈문 주제가 보캉송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딱 알맞은 미끼였던 것이죠. 하지만 올드먼의 관심은 점점 클레어를 향하게 됩니다. 그는 몰래 숨어서 클레어의 모습을 지켜보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오랜 시간동안 박제되었던 사랑을 폭발시킵니다. 그의 모든 것을 걸어도 결코 아깝지 않을 만큼...

매사에 철두철미하던 올드먼. 하지만 클레어가 행방불명되자 경매 진행을 엉망진창으로 합니다. 이미 그의 관심사는 모두 클레어를 향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죠. 이제 올드먼은 경매사 일을 은퇴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클레어에게 걸기로 결심합니다. 클레어와의 사랑을 경매로 친다면 올드먼은 자신의 모든 것을 클레어의 사랑과 맞바꾼 것입니다.

 

 

 

위조 작품 속에서도 항상 진품의 면모가 감춰져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가짜였습니다. 그는 위조 작품에 자신의 모든 것을 탕진한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가 믿었던 사랑, 그가 믿었던 우정, 모두가 가짜였습니다. 단지 그가 소장한 여인의 초상화들을 노린 치밀한 사기극인 것입니다.

처음엔 올드먼은 그러한 가혹한 현실에 망연자실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경찰서에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소장했던 여인의 초상화들 보다, 비록 위조된 사랑이지만 클레어와의 사랑이 더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클레어의 사랑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위조 작품 속에서도 항상 진품의 면모가 감춰져 있다는 그의 믿음처럼, 클레어와의 가짜 사랑에서도 그녀의 작은 진심이 있었을 것이라 올드먼은 믿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클레어와 나눴던 사랑을 회상하며, 클레어가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공간이라 고백했던 프라하의 '밤과 낮'이라는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이 애처로웠습니다. 그는 진정 그곳에서 클레어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비록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지만 클레어와의 사랑만큼은 믿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랑도 경매가 가능하다면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사랑이 위조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그 사랑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그만큼 그는 외로운 사람이었고, 클레어와의 사랑이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올드먼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클레어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 아닌, 클레어에 다한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렇기에 [베스트 오퍼]는 참 애처로운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