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 간절함만 있다면 안전은 보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쭈니-1 2014. 7. 7. 10:56

 

 

감독 : 콜린 트레보로우

주연 : 오브리 플라자, 마크 듀플라스, 제이크 존슨, 카란 소니

 

 

전혀 관심이 없던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

 

제가 이미 여러번 고백했듯이 제 영화적 취향은 다분히 상업적입니다. 물론 아주 가끔은 비상업용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며칠 전에 본 [님포매니악]처럼...) 그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제가 10편의 영화를 본다면 그 중 비상업적인 영화는 1편이 될까 말까할 정도니까요.

6월 12일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도 저는 이 영화의 기대도 순위를 거의 하위권에 위치시켰습니다. 제가 아는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유명 감독이 연출한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배급사로부터 이미 상업성에 대해서는 사망 선고를 받은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의 감독인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이 [쥬라기 월드]의 감독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영화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신예 감독에게 [쥬라기 월드]라는 블록버스터의 연출을 맡길 정도로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이 할리우드 거대 제작사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는 뜻이니까요. (같은 이유로 저는 [고질라]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연출한 영국의 저예산 SF 스릴러 [몬스터즈]도 기대중입니다.)

 

 

 

실제 광고 한토막으로부터 이 영화는 시작되었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시간 여행을 함께 할 동료을 구한다는 의문의 신문광고의 사연을 취재하기 위해 날라리 신문기자 제프(제이크 존슨)가 두명의 어리버리한 인턴기자 다리우스(오브리 플라자), 아르노(카란 소니)와 함께 한적한 시골 마을로 취재여행을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시작인 의문의 신문광고는 영화적 상상이 아닌 실제 90년대 중반 미국의 한 잡지에 실린 광고라고 합니다. 2007년 시나리오 작가인 듀렉 코놀리는 우연히 이 광고를 발견했고,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듀렉 코놀리는 이 어처구니 없는 광고를 올린 사람이 진심으로 과거로 돌아가 정말 안타까운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실제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시간여행을 소재로한 영화가 아닌 과거를 바꾸고 싶어 하는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연과 사랑을 잔잔하면서도 코믹한 분위기로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과거의 불행을 바꾸고 싶은 간절한 마음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여행이라는 SF적 소재보다는 시간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의 사연에 더욱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다리우스와 케니스(마크 듀플라스)가 그러합니다.

다리우스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겪었습니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오고 있는 어머니의 전화에 상점에 들러 딸기 우유를 사달라고 이야기했고, 다리우스가 원한 딸기 우유를 사기 위해 들른 상점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괴한에 의해 살해당합니다. '왜 시간여행을 하려고 하느냐?'는 케니스의 물음에 다리우스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어머니의 죽음을 막고 싶다고 대답합니다.

케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케니스에겐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지만, 그녀는 자동차가 그녀의 집을 덮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케니스는 시간여행을 통해 그녀의 죽음을 막겠다고 말합니다. 결국 취재를 위해 케니스에게 접근한 다리우스는 그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누구에게나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다리우스와 케니스처럼 간절하게 시간 여행을 원하는 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이 영화의 시간여행은 그러한 간절한 마음을 위한 도구인 셈입니다.

 

 

 

누구나 시간여행을 원한다. 하지만 모두가 간절한 것은 아니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고작 1시간 25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짧은 러닝타임 동안 다리우스와 케니스의 이야기를 하기에도 모자랄 것 같은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또다른 이야기들으 하기 시작합니다.

다리우스와 아르노를 데리고 어이없는 취재 여행을 나선 제프는 사실 취재에는 별 관심이 없고, 고등학교 시절 만났던 리즈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는 흑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제프는 리즈와 만나고 예전처럼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은 철없던 10대가 아닌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성인이었습니다. 제프는 리즈에게 청혼하지만, 리즈는 제프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제프도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과거로 되돌아가서 리즈와의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프는 다리우스와 케니스와 비교해서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간절함이 부족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범생이인 아르노에게 "언제까지나 청춘일줄 아느냐?"며 불같은 하룻밤을 선사합니다. 자신은 할 수 없는 청춘의 뜨거운 밤을 제프는 아르노를 내세워 대리만족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기꺼이 과거로 되돌아가겠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는 단서를 붙인다면 망설일 것입니다. 간절함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느닷없는 스릴러는 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보다는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영화의 재미를 가득 채우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러한 캐릭터들 사이에 느닷없이 끼어드는 스릴러의 재미 또한 꽤 솔솔합니다. 

처음 케니스는 그저 과거에 대한 미련이 남은 상처받은 괴짜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정부 요원들이 케니스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제프는 케니스가 정말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합니다. 게다가 죽은 줄 알았던 케니스의 옛 여친이 버젓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다리우스는 케니스의 정체에 대해 혼란을 느낍니다.

과연 케니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는 정말 타임머신을 만든 천재 과학자일까요? 아니면 불쌍한 괴짜일까요? 어쩌면 위험한 미치광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케니스의 미스터리한 정체는 조금은 느슨한 이 영화를 단단하게 조여줍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안정을 보장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가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안전을 보장받지 못해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이 있으신가요? 그러한 이 영화의 질문 덕분에 마지막 케니스의 다리우스의 모습에 여운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