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존 터틀타웁
주연 : 마이클 더글라스, 로버트 드니로, 모건 프리먼, 케빈 클라인, 메리 스틴버겐
이 영화가 벌써 다운로드 서비스에?
새로운 한 주가 시작하자마자 터진 일폭탄으로 인하여 연이틀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을 했더니 또다시 짜증병이 도지고 말았습니다. 이 짜증병을 이겨내기 위해 원래는 야근을 마치고 [우는 남자]를 볼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에선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내리치기 시작했고, 야근을 하느라 굶은 뱃속에서는 천둥번개와 비슷한 '꼬르륵' 소리가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그냥 집으로 직행하고 싶은 마음 뿐이더군요.
그래서 [우는 남자]의 예매를 취소하고, 그냥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자기는 아쉬워 hoppin에서 볼 만한 영화를 검색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딱하고 포착된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라스트베가스]입니다.
[라스트베가스]라면 지난 5월 8일 개봉한 영화로 제겐 기대작 1순위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극장에서의 관람을 놓쳤고, [방황하는 칼날]과 더불어 제 마음 속에서는 2014년에 극장에서 아쉽게 놓친 영화 리스트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불과 1개월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벌써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되었으니... 저로써는 반갑고도 반가운 일이죠.
이 영화가 보고 싶었던 이유
[라스트베가스]는 58년간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들이 70세의 나이로 32세 연하 애인과 결혼을 발표한 빌리(마이클 더글라스)의 총각 파티를 위해 라스베가스에서 뭉친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총각파티라는 소재는 우리에겐 낯선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코미디 소재로 심심치 않게 등장하죠.
폭발적인 흥행 성공으로 시리즈 3편까지 제작된 [행오버]를 비롯하여 톰 행크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1984년작 [총각파티], 총각파티의 난장판을 코미디와 스릴러로 풀어 놓은 크리스찬 슬레이터,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베리 배드 씽] 등... 그러나 [라스트베가스]의 총각파티는 이들 영화와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70세 노인의 총각파티이기 때문이죠.
마이클 더글라스 1944년생, 로버트 드니로 1943년생, 모건 프리먼 1937년생, 케빈 클라인 1947년생입니다. 올해 67세인 케빈 클라인이 막내일 정도로 [라스트베가스]의 출연 배우들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배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연기력만큼은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들이죠. 언제 우리가 저렇게 쟁쟁한 노장 배우들을 하나의 영화에서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제가 [라스트베가스]를 기대한 이유입니다.
우리도 한때 잘나갔었다.
총각파티 문화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라스트베가스]의 소재가 조금 낯설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 영화의 소재가 꼭 그렇게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소주 한잔을 기울이면서 "그땐 좋았지!"라며 한때 잘나갔던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저와 친구들은 20대의 팔팔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그 시절을 과장해서 무용담을 펼쳐 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들이 70대가 된다면 어떨까요? 예전을 더욱 그리워하고, 예전의 기억들을 더욱 과장할 것이며, 세월이 흐르며 쌓였던 아쉬움, 섭섭함들이 더욱 높은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라스트베가스]의 주인공들이 딱 그러합니다.
[라스트베가스]의 주인공들은 58년간 우정을 쌓았다고 하지만 각자 사는 법과 살아온 길이 다릅니다. 70세가 넘도록 독신으로 살았던 잘 나가는 사업가 빌리는 혼자 죽는 것이 두려워 결혼을 하려 하고,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파묻혀 살던 패디(로버트 드니로)는 아내의 장례식에 오지 않은 빌리에 대한 섭섭함이 남아 있습니다. 샘(케빈 클라인)은 아내와의 하루 하루가 지루하기만 하고, 아치는 어린애 취급하는 아들에게서 벗어나 예전의 생생함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이들은 비록 빌리의 총각파티라는 명분으로 모였지만 공통된 목표는 젊었을 때처럼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었어도 그들은 성장한다.
존 터틀타웁 감독은 빌리와 친구들의 라스베가스에서의 며칠간의 일탈을 통해 그들의 성장을 다룹니다. 나이 70세가 되어서 무슨 성장이냐고 반문하실 분도 계시겠네요.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해서 정신적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첫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평생 혼자 살았던 빌리는 클럽 여가수인 다이아나(메리 스턴버겐)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하루 하루를 보내던 패디는 라스베가스에서의 일탈 이후 새로운 삶을 되찾습니다. 샘은 아내와 함께 하는 삶의 행복을 느끼고, 아치는 아들 앞에서 이젠 당당한 아버지가 됩니다.
[라스트베가스]는 [행오버]처럼 난장판 충각파티를 추구한 코미디 영화는 아닙니다. 섹시한 난장판 총각파티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라스트베가스]를 추천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노장 배우들은 적당히 시끌벅적하고, 적당히 감동스러우며, 적당히 삶의 성찰을 담아낸 총각파티를 통해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냅니다. 그것만으로도 [라스트베가스]는 충분히 추천할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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