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사이드 이펙트] - 현대인의 불치병 우울증을 이용한 영리한 스릴러

쭈니-1 2014. 6. 3. 11:38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 주드 로, 루니 마라, 채닝 테이텀, 캐서린 제타 존스

 

 

뜻밖의 대박 선물

 

지난 토요일, 우연히 케이블 TV를 보다가 [사이드 이펙트]라는 제목의 영화가 TV 최초로 공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이드 이펙트]라... 웬지 많이 들어본 제목의 영화라서 검색을 해보니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에 주드 로를 비롯 루니 마라, 채닝 테이텀, 캐서린 제타 존스라는 초호화 캐스팅이 빛나는 스릴러 영화였습니다.

'내가 이 영화를 안봤을리가 없잖아.'라는 생각에 제 블로그의 글들을 검색해봤습니다. [사이드 이펙트]는 2013년 7월 11일개봉하였고, 제겐 [퍼스픽 림]과 더불어 두번째 기대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결국 저는 [사이드 이펙트]를 보지 못한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잊고 있었던 기대작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자 뜻밖의 대박 선물입니다. 특히 그 영화가 재미있다면 기쁨은 두배가 되죠. [사이드 이펙트]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마치 [사이드 이펙트]는 왜 이제서야 날 보러 왔냐고 보채듯, 기대 이상의 스릴과 재미를 제게 안겨줬습니다. 이 영화를 끝내 놓쳤다면 굉장히 후회했을 듯...

 

 

 

현대인의 불치병, 우울증에 대해서...

 

한때 저는 우울증을 배부른 자들의 꾀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하루 하루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는데 우울할 틈이 생길리가 없고, 생겼다고해도 그것은 병이라고 부를만한 것이냐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그러한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세상에 나 혼자라는 외로움, 모두가 날 미워한다는 강박들이 모여 우울증이라는 현대인의 무서운 불치병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에밀리(루니 마라)가 그러했습니다. 핑크빛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꿨으나 남편인 마틴(채닝 테이텀)은 증권 내부자 거래로 인하여 4년 형을 받았습니다. 에밀리는 마틴이 감옥에 간 사이 혼자 삶의 짐을 짊어져야 했습니다. 게다가 그로 인하여 유산까지 당했으니 어쩌면 에밀리의 우울증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틴은 출소를 하지만 그녀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에밀리는 자살을 시도하고, 정신과 의사인 조나단(주드 로)에게 신약을 처방받습니다. 하지만 이 약은 부작용이 있었으니 바로 몽유병 증세입니다. 결국 몽유 상태에서 에밀리는 마틴을 살인하는 충격적인 범죄를 저지릅니다.

 

 

 

그녀, 유죄인가? 무죄인가?

 

몽유 상태에서 마틴을 살해한 에밀리. 그녀에 대한 재판은 세간의 화제가 됩니다. 결국 조나단의 증언으로 그녀는 무죄가 선고되는 대신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치료를 받게 됩니다. 에밀리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이제 화제는 에밀리에게 약을 처방한 조나단과 신약의 부작용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그리고 그로인하여 조나단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저는 [사이드 이펙트]가 우울증 약의 부작용을 숨기려는 거대 제약회사와 가녀린 여성 환자 에밀리의 싸움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사건의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피해자는 더이상 에밀리가 아닌 정신과 의사인 조나단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조나단은 에밀리의 범죄가 약의 부작용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심을 갖게 되고, 그녀의 전 정신과의사인 빅토리아 시버트(재서린 제타 존스)와의 모종의 관계를 의심하게 됩니다. 처음엔 제 2의 [콘스탄트 가드너]인가 싶었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제 2의 [프라이멀 피어]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조나단의 반격이 전해주는 쾌감, 그리고 여운

 

조나단은 모든 것을 잃습니다. 병원에서는 쫓겨나고, 제약회사와의 프로젝트는 무산됩니다. 아내마저 조나단과 에밀리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하며 그의 곁을 떠나버립니다. 이제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조나단. 조나단의 반격은 이제 시작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조나단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에밀리의 주치의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반격을 한다는 점입니다. 에밀리는 조나단에 의해 남편 살인 혐의는 무죄가 되었지만, 조나단에 의해 영원히 정신병원에 갇힐 위기에 빠져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조나단의 반격은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한참 동안 저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병과는 달리 정신병은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정신과 의사가 '당신은 우울증입니다.'라고 한다면 우울증 환자가 되는 것이고, '당신은 우울증 환자가 아닙니다.'라고 한다면 정상인이 되는 것이죠.

에밀리가 이용한 것은 바로 담당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었고, 에밀리가 당하는 것 또한 그러한 담당 의사의 주관적 판단입니다. 스티브 소더버그 감독은 평범해보이는 스릴러 영화를 통해 현대인의 불치 병이라는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비꼽니다. [사이드 이펙트]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러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날카로운 문제 의식에 있습니다.

 

 

 

루니 마라,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두자.

 

그리고 또 한가지... 요즘 자꾸 제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배우 루니 마라의 매력 또한 놓칠 수가 없습니다. 루니 마라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심상치 않은 외모를 자랑하는 천재 해커 리스베트를 연기했었습니다.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그녀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일까요? 최근 [그녀]와 [사이드 이펙트]에서 연속적으로 루니 마라의 연기를 보면서도 그녀가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개성 강한 그녀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이드 이펙트]에서 루니 마라의 매력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마치 [프라이멀 피어]에서 순수함과 악마적 본성을 동시에 보여준 에드워드 노튼처럼, [사이드 이펙트]에서 루니 마라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과 그러한 욕망이 가져온 악마적 본성을 잘 표현해냈습니다. 앞으로 그녀의 영화를 좀 더 눈여겨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