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플라잉 머신] - 쇼팽을 위한 아름다운 헌사

쭈니-1 2014. 6. 2. 17:48

 

 

감독 : 마틴 클랩, 도로타 코비엘라, 제프 린지

주연 : 헤더 그레이엄, 랑랑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작

 

저는 영화 외에 다른 문화 매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영향을 받아서 웅이 역시 영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웅이가 저와는 달리 영화 뿐만 아니라, 고전 문학, 클래식 음악, 미술 작품, 발레 공연 등에 두루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서 웅이와 함께 볼 공연, 전시 등을 예매하곤 합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웅이와 함께 보는 영화는 주로 판타지, 애니메이션 등, 12세 관람 등급의 영화들이지만, 가끔 다른 문화 매체와 연결고리가 되는 영화들이 개봉하면 저는 웅이와 함께 보기 위해 예매를 서두릅니다.

[플라잉 머신]도 그러했습니다. [플라잉 머신]은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영화로,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와 애니메이션이 어우러진 영화입니다. 비록 저는 쇼팽의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고, 랑랑의 연주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웅이와 함께 [플라잉 머신]을 본다면 쇼팽의 음악과 랑랑의 연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겨졌습니다.

 

 

 

쇼팽, 그리고 에튀드

 

[플라잉 머신]은 저명한 음악평론가 제임스 후네커가 쇼팽의 에튀드에 대해 언급한 것을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제임스 후네커는 쇼팽이 작곡한 피아노 음악들 대부분이 사라지는 길을 걷게 될지라도 그의 에튀드 곡들 만큼은 19세기를 대표하는 의미로 남게 될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었습니다.

그 이후 바쁜 미혼모 조지(헤더 그레이엄)가 두 자녀인 제인, 프레드와 랑랑의 공연장을 찾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공연장에 와서도 조지는 새 집의 계약건으로 인하여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제인은 그러한 엄마의 모습이 못마땅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랑랑의 사인을 받아주겠다는 엄마의 말에 마음이 풀립니다.

그리고 곧이어 랑랑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애니메이션 30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매직 피아노]가 펼쳐집니다. [매직 피아노]는 아버지와 떨어져 살던 한 소녀가 쓰레기 더미에서 마술 비행 기계로 변신하는 고물 피아노를 발견하고 사촌과 함께 피아노를 타고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다룬 애니메이션입니다.

쇼팽의 에튀드와 함께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매직 피아노]의 환상적인 이야기는 저를 영화 속에 푹 빠지게 만듭니다. 이렇게 랑랑의 공연이 끝이 납니다. 하지만 [플라잉 머신]의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합니다.

 

 

 

어른을 위한 환상 여행

 

랑랑의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새 집의 계약건에 정신이 없던 조지는 제인과 프레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뒤늦게 제인과 프레드를 찾아 나선 조지. 그때 랑랑은 나타나고, 조지는 랑랑과 함께 아이들을 찾기 위한 또다른 환상 모험을 하게 됩니다.

조지가 랑랑과 함께 제인과 프레드를 찾기 위해 떠나는 모험은 어른을 위한 쇼팽 강좌로 이어집니다. 쇼팽의 출신지인 폴란드의 바르샤바 근교에 위치한 젤레조바 볼라,  쇼팽의 무덤이 있는 파리, 그가 말년에 머문 런던까지... 제인과 프레드는 '플라잉 머신'을 타고 쇼팽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의 호나상 여행을 떠나고, 조지는 그런 제인과 프레드를 쫓고 있으며, 조지와 함께 하는 랑랑은 쉴틈 없이 소팽에 대해서 설명해줍니다.

그러는 사이 조지는 잊고 있었던 자신의 젊은 시절 꿈을 되찾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회복합니다. [플라잉 머신]은 이야기합니다. 진정 아이들을 위한다면 공연에 함께 오는 것이 전부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즐기며 같이 소통하는 것이라고... 웅이를 위해 [플라잉 머신]을 선택한 제게도 따끔한 일침이었습니다.

 

 

 

쇼팽을 위한 아름다운 헌사

 

사실 [플라잉 머신]을 봤다고해서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우는 쇼팽을 전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영화 속에 삽입된 쇼팽의 에튀드 곡도 영화 속의 친절하게 곡에 대한 설명 자막이 아니었다면 무슨 곡인지 전혀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플라잉 머신]을 본 후 쇼팽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기전, 저는 쇼팽의 생애에 대해서 짤막하게 웅이에게 이야기를 해줬고, 웅이는 쇼팽의 생애와 [플라잉 머신] 속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흥미진진하게 제 이야기를 듣더군요.

쇼팽이 39살의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에 웅이도 아쉬워했습니다. 지금이라면 결핵을 치료할 수 있었을텐데... 그랬다면 쇼팽은 더 많은 음악을 남겼을텐데... 웅이가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플라잉 머신]을 통해 저와 웅이는 쇼팽에 대해서 작은 관심이 생긴 것입니다.

[플라잉 머신]은 이렇게 쇼팽을 위한 아름다운 헌사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이렇게 영화와 다른 문화 매체 간의 콜라보레이션이 더 자주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밖에 모르지만 내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 매체를 즐기길 원하는 저와 같은 부모들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