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윌리엄 유뱅크
주연 : 브렌튼 스웨이츠, 로렌스 피시번, 올리비아 쿡, 뷰 크냅
개봉 : 2014년 7월 9일
관람 : 2014년 7월 9일
등급 : 12세 관람가
[디스트릭트 9]을 능가하는 뛰어난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믿었다.
지난 7월 7일 저는 [더 시그널]의 시사회에 초대되었습니다. 시사회 극장도 저희 집에서 가까운 편인 롯데시네마 영등포였고, 상영 시간대도 저녁 8시로 적당했습니다. 게다가 [더 시그널]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저예산 SF영화라는 점에서 2009년 재미있게 봤던 [디스트릭트 9]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저는 시사회 참가를 자제하는 상황에서도 [더 시그널]만큼은 예외로 두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제 상황은 [더 시그널]의 시사회 참가를 장담할 수없습니다. 그래서 시사회에 참가하겠다는 답장 메일을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메일을 보내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졌습니다. [더 시그널]의 시사회 참가 메일을 보내지 못했기에 막상 7월 7일에는 [더 시그널]이 아닌 [신의 한수]를 봐야 했습니다. 그러고나니 제게 [더 시그널]의 시사회 참가를 제안을 해준 영화 홍보사에 굉장히 미안하더군요.
그래서 [더 시그널]이 개봉하면 1순위로 극장에 달려가 영화를 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구피에게 "[디스트릭트 9]을 능가하는 영화래."라며 꼬드겼고 (거짓말은 아닙니다. 분명 영화의 포스터엔 어느 해외 언론사의 그러한 평가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습니다.) 결국 제 계획대로 수요일 밤에 구피와 함께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더 시그널]의 시사회를 참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고, 제가 SF 영화를 좋아하기도 해서 최대한 이 영화를 관대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더 시그널]은 그렇게 만만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더 시그널]을 보고나서 '재미있다.'라는 생각보다는 '혼란스럽다.'라는 감정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더 시그널]이 끝나고 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영화 상영 내내 닉(브렌튼 스웨이츠)과 그의 연인 헤일리(올리비아 쿡), 그리고 절친인 조나(뷰 크냅)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데이먼 박사(로렌스 피시번)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머리를 짜냈습니다. 하지만 [더 시그널]은 쉽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영화 개봉전부터 반전이 좋은 영화라는 입소문이 있었기에 영화의 내용이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마지막 반전으로 한방에 모든 의문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끝까지 버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시그널]을 보고난 후에는 그저 머리가 '띵'했으며, 그 상태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제 머리 속에는 여전히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는 제게 "이런 검증되지 않은 영화로 피곤한 나를 극장까지 끌고 오다니.."라며 눈을 흘겼습니다. 저는 애써 "왜? 난 재미있기만 했는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이 영화의 해소되지 않은 의문들로 인하여 기분만 찜찜해졌습니다. 그렇기에 [더 시그널]의 영화 이야기를 쓰려고 컴퓨터에 앉은 저는 [더 시그널]에 잔뜩 화가 나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이 영화를 글로써 맘껏 혼내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요? [더 시그널]의 영화 이야기를 쓰는 지금 영화 이야기를 쓰기 전의 혼란이 많이 정리되고 있습니다. [더 시그널]을 본 후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아무리 정리를 해도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잘 정리가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이야기를 쓰며 영화의 장면들을 하나씩 곱씹어보고, 글로써 제 머릿 속의 혼란들을 정리해보니 조금은 [더 시그널]의 내용이 이해가 됩니다. 이래서 제가 영화를 본 후 영화 이야기를 쓰는 것을 멈추지 못합니다. (이후 스포를 맘껏 대방출합니다.)
매끄러운 초반. 의문투성이 중반. 혼란스러운 후반.
[더 시그널]은 닉과 조나, 그리고 헤일리가 함께 여행을 가는 풋풋한 장면들로 시작됩니다. 비록 다리가 불편해보이지만 핸섬한 닉과 미모가 돋보이는 헤일리는 연인 사이입니다. 여기에 전형적인 주인공 친구의 외모를 지니고 있는 조나가 가세하며 [더 시그널]은 영화를 이끌어갈 주인공을 구성합니다.
닉과 조나, 헤일리의 여행을 담은 영화의 초반부는 캐릭터를 완성하는 단계로 보여집니다. 닉은 무슨 연유 때문인지 다리를 다쳤고, 헤일리는 무슨 연유 때문인지 학교를 옮깁니다. 그로인하여 닉과 헤일리는 1년간 떨어져 지내야 하고, 닉은 자신이 헤일리의 앞날을 가로 막고 있다는 생각에 헤일리와의 이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들의 여행은 다른 학교로 옮기는 헤일리를 바래다주는 여행임과 동시에 닉과 헤일리의 이별 여행인 셈입니다.
윌리엄 유뱅크 감독이 이렇게 영화의 초반, 주인공 캐릭터를 섬세하게 잡아냅니다. 비록 닉이 왜 다리를 다쳤는지, 헤일리는 왜 학교를 옮기려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그러한 설명 따위는 애초에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단지 중요한 것은 닉과 헤일리가 처한 상황과 그로인한 그들의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사실뿐입니다.
닉과 헤일리 사이에서 이별이라는 미묘한 감정이 조용히 휘말아치는 가운데 닉과 조나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깁니다. 그것은 바로 MIT를 해킹한 천재 해커 노매드를 잡는 것입니다. 노매드의 해킹으로 닉과 조나는 누명을 쓰고 퇴학을 당할뻔 했습니다. 게다가 노매드는 닉을 계속해서 자극합니다. 마치 '날 잡아보라.'는 식으로... 자신의 다리 때문에 헤일리와의 이별을 생각하던 닉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풀이를 노매드에게 하려는 듯, 노매드의 자극에 전의를 불태웁니다.
[더 시그널]은 이렇듯 초반에 좋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닉과 헤일리의 캐릭터 구축과 노매드에 집착하는 닉의 상황 설명이 세밀하게 펼쳐지며 영화 초반의 스토리 라인을 이끌어 나갑니다.
노매드의 신호를 따라 닉 일행이 간 곳은 인적이 드문 폐가. 이 폐가의 으시시한 분위기는 마치 공포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닉 일행이 폐가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며 '혹시 이 영화, 공포영화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구피의 손을 꼬옥 잡으며) 잠시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차에서 닉과 조나를 기다리던 헤일리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닉과 조나는 헤일리가 갑자기 공중에 떠오르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그러면서 [더 시그널]은 영화의 초반부를 마무리짓습니다.
[더 시그널]은 초반부와 중반부, 후반부의 경계가 명확합니다. 닉 일행의 여행, 그리고 노매드라는 천재 해커의 은신처에서 당한 미스터리한 상황까지가 초반부입니다. 이러한 초반부에서 윌리엄 유뱅크 감독은 캐릭터 구축에 신경을 쓰며 영화의 상황을 매끄럽게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헤일리가 공중에 떠오르는 장면을 통해 영화의 마지막 반전에 대한 힌트도 영리하게 제시합니다. 이렇게 초반을 매끄럽게 이끈 윌리엄 유뱅크 감독은 닉 일행이 정체 불명의 실험실에 갇히는 중반부에서부터 온갖 의문점들로 저를 괴롭힙니다.
닉 일행이 의문 투성이의 실험실에 감금된 중반부에는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데이먼 박사는 닉 일행이 외계 생명체에 노출이 되었고, 그로인하여 인간에게 치명적인 그 어떤 미생물에 오염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닉 일행은 격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그러한 데이먼 박사의 설명만으로는 이 영화의 중반부의 모든 의문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반부의 의문들은 후반부의 혼란과 비교한다면 약과입니다. 닉이 헤일리와 함께 실험실을 탈출한 이후 벌어지는 후반부는 의문을 넘어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더이상 '도대체 왜?'라는 의문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립니다. 그러한 혼란은 영화의 짜임새를 헐겁게 만들었습니다. 캐릭터가 잘 구축되었던 영화의 초반을 상기한다면 후반의 혼란이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중반부의 의문들, 그리고 조금은 풀린 후반부의 혼란들
우선 중반부의 의문점을 먼저 설명한 후에 후반부의 혼란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중반부에서 가장 큰 의문점은 노매드의 은신처에서 닉 일행에게 벌어진 사건이 무엇인가? 라는 부분입니다. 공중에 떠오른 헤일리의 모습으로 마무리된 영화의 초반부에는 중반부에 들어서자마자 시작된 가장 기본적인 의문을 풀어줄 그 어떤 단서조차 없습니다.
그렇기에 [더 시그널]의 중반부는 데이먼 박사의 설명에 전적으로 기대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데이먼 박사의 설명으로 모든 의문이 풀리지 않을 뿐더러, 데이먼 박사의 말을 무조건 믿을 수도 없습니다. 데이먼 박사는 시종일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저를 더욱 비웃었습니다. 데이먼 박사에 대한 그러한 의심이 중반부의 의문점들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왜 헤일리만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일까요? 왜 데이먼 박사는 닉과 헤일리를 떨어뜨려 놓는 것일까요? 그로인하여 닉은 데이먼 박사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는데 말입니다. 영화 중간에 갑자기 등장하는 젖소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그리고 실험체의 이탈 사건 후 실험실 벽에 새겨진 날카로운 손톱 자국은 누구의 것일까요? 왜 실험실의 과학자들은 닉의 돌발 행동을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더 시그널]은 중반부의 이러한 의문들은 데이먼 박사의 말대로 닉 일행이 외계의 그 어떤 미생물에 감염되었다는 설명으로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데이먼 박사의 복장에서부터 실험실의 과학자들이 닉의 돌발 행동을 경계하는 것까지... 닉이 갇힌 실험실이 미국 정부가 외계 생명체를 연구하는 51구역으로 추측한다면 실험체의 이탈과 벽에 새겨진 손톱 자국은 데이먼 박사가 연구하는 외계 생명체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뻔합니다. [더 시그널]이 수많은 B급 SF영화에서 써먹었던 소재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면 [디스트릭트 9]을 능가하는 뛰어난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받을리가 없습니다. 결국 뭔가 더 있을 것이라는 의심은 [더 시그널]을 더욱 의문 투성이로 만듭니다.
그렇게 의심과 의문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 시그널]은 닉과 헤일리가 우여곡절 끝에 실험실을 탈출하는 것으로 중반부를 마무리짓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중반부의 마무리는 또다른 의문을 만들어냅니다.
데이먼 박사는 이미 닉과 조나가 환풍구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이 실험실을 탈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이먼 박사는 닉에게 조나는 애초부터 여기 없다는 거짓말을 하고 닉의 탈출을 방치합니다. 도대체 왜?
닉과 헤일리의 탈출을 막는척 시늉만 하다가 결국 내버려두는 데이먼 박사. 그렇게 영화의 후반부가 시작됩니다. [더 시그널]의 후반부는 쫓기는 닉 일행과 그 뒤를 쫓는 데이먼 박사 일행의 추격전으로 펼쳐집니다. 중반부 마지막 부분에서 데이먼 박사가 일부러 닉의 탈출을 방치했다고 생각한 저는 적극적인 데이먼 박사의 추격이 이상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중반부의 의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펼쳐지는 후반부는 혼란 그 자체입니다. 특히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태도는 후반부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에 대한 혼란은 이 글을 쓰며 어느정도 풀린 상태입니다. 물론 제가 이 영화의 내용을 맞게 이해한 것인지는 아직도 장담하지 못합니다만...
후반부의 반전에서 51구역은 인간이 외계 생명체를 실험하는 곳이 아닌,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실험하는 우주 공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데이먼 박사는 외계의 기술력과 인간의 신체를 결합하는 실험을 닉 일행에게 했다고 말합니다. 조나의 팔과 닉의 다리가 마치 기계처럼 변형된 것은 그러한 실험의 결과물일 것입니다. 그것을 토대로 후반부의 혼란을 정리하면 이러합니다.
혼란이 풀렸어도 가장 기본적인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데이먼 박사는 닉이 실험실을 탈출하기를 바랐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닉과 헤일리가 실험실을 탈출할 때 적극적으로 그들의 탈출을 막지 않은 데이먼 박사의 행동으로 유추할 수도 있지만 탈출후 만난 조나의 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조나는 누군가가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탈출을 도와줬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조나의 탈출을 도와준 것은 데이먼 박사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데이먼 박사는 닉 일행의 탈출을 도운 것일까요? 그것은 닉과 조나의 능력을 각성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닉과 조나는 실험실을 탈출하여 데이먼 박사에게 추적을 당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집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외계의 기술로 만들어진 자신의 신체의 능력을 각성합니다. 먼저 조나는 군인에게 둘러 싸인 상황에서 죽음의 순간 자신의 힘을 각성하고, 닉의 경우는 데이먼 박사의 일행에게 둘러 싸인채 또 다시 헤일리가 납치되자 자신의 능력을 각성합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더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헤일리의 실험 부위입니다. 조나가 팔을, 닉이 다리를 실험을 당했다면 제가 생각하기로 헤일리는 뇌를 실험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데이먼 박사의 모습과 같은...) 헤일리의 목 뒤에 수술 자국이 있는 것으로 그러한 예상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헤일리가 중반부에 의식불명에 빠진 것도 이해가 됩니다. 실험 초기 조나는 팔에 감각이 없었고, 닉은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헤일리는 뇌를 실험당했기에 한동안 의식을 잃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뇌를 실험당한 헤일리는 닉과 도망치는 와중에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합니다. 닉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들른 주유소에서 헤일리는 가만히 기다리라는 닉의 말을 무시하고 낯선 트럭에 올라탑니다. 그로인해 닉이 자신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각성할 수 있게 되는데, 뇌를 실험당한 헤일리가 데이먼 박사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결국 헤일리는 다시 납치됩니다. 닉과 조나가 실험실 밖으로 탈출하도록 방치했고, 조나를 향해 죽여도 좋다는 듯 총을 마구 쏴대던 것과는 달리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헤일리를 닉으로부터 다시 회수해 가는 것은 헤일리에 대한 실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거나, 헤일리가 닉과 조나와는 달리 소중한 실험체임을 나타냅니다. 결국 외계 기술과 인간의 신체에 대한 실험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의 뇌에 외계 기술을 심어 그들 맘대로 조종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더 시그널]은 초인적인 다리의 힘으로 51구역을 장벽을 뚫은 닉이 마주한 세계를 보여주며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그러한 마무리는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만 수행했습니다. [더 시그널]은 인간의 외계 생명체 실험이라는 51구역의 음모론을 떡밥으로 관객에게 던져주고, 오히려 외계 생명체에게 납치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물론 제가 이해한 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가 워낙 설명에 각박하여 관객 각자가 영화의 의문들을 스스로 이해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건 [더 시그널]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던 어제와는 달리 그나마 제 나름대로 이해하고나니 조금은 찜찜함이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과 혼란은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들이 그러한 실험을 하는 목적과 굳이 노매드라는 천재 해커를 미끼로 닉 일행을 유인한 이유입니다. 과연
윌리엄 유배크 감독은 극단적인 열린 결말을 선호하는 감독이거나 아니면 충격적인 반전을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해 떡밥을 마구 던져 놓았지만, 막상 그러한 떡밥을 제대로 수거할 능력이 부족한 감독이거나, 둘 중하나입니다. 어찌되었건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제게 [더 시그널]은 [디스트릭트 9]을 능가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 뿐입니다.
의문을 모두 명확하게 풀어줄 수 없다면
관객 스스로 의문을 풀 수 있는 단서라도 풍부하게 제시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더 시그널]은 이해하는데 있어서
명확하지 않은 단서들로 인해 참 힘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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