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더그 라이만
주연 : 톰 크루즈, 에밀리 블런트
개봉 : 2014년 6월 4일
관람 : 2014년 6월 4일
등급 : 12세 관람가
각기 다른 이유로 시간에 갇힌 사람들...
지난 6월 4일... 아침 일찍 선거 후, 회사에서 당직을 서며 [올드보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세상의 끝까지 21일]을 봤습니다. 당직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와 케이블 TV에서 방영해주는 [엑스맨 2]까지 챙겨 보았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영화만 봤더니 머리가 띵해서 학교에서 돌아온 웅이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그러고나니 어느덧 밤이 되더군요.
이대로 하루를 마감해도 그날 하루는 충분히 영화와 함께한 행복한 하루가 되었을테지만, 아직 제겐 남은 한가지 스케쥴이 더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극장에서 영화 한편을 보는 것입니다. [우는 남자]와 [하히힐]이라는 우리 액션 영화가 보고 싶었지만, 구피와 함께 보는 영화인 만큼 구피가 좋아하는 SF 장르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로 6월 4일을 퍼펙트하게 마감하였습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인하여 인류가 멸망의 위기를 맞이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빌 케이지(톰 크루즈)는 자살 작전이나 다름없는 작전에 훈련이나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로 배정됩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작전에 투입되자 마자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불가능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는 죽었지만 전투가 벌어지기 하루 전으로 되살아난 것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빌 케이지는 지옥과도 같은 전투를 매일 반복하고, 또 매일 죽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과 함께 또다시 같은 하루가 반복됩니다. 이러한 지옥과도 같은 전투를 반복하면서 비겁한 성격의 빌 케이지는 점점 인류를 구할 영웅으로 거듭납니다.
[엣지 오부 투모로우]는 타임 루프를 소재로한 영화입니다. 타임 루프란 어느 한 시간대가 무한적으로 반복되는 영화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타임 루프를 소재로한 영화의 주인공은 같은 시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스토리 라인을 진행시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사랑의 블랙홀]입니다. [사랑의 블랙홀]은 자기 중심적인 TV 기상 통보관 필 코너스(빌 머레이)가 매년 2월 2일에 열리는 성촉절 취재차 펜실바니아의 펑추니아라는 작은 마을에 들렀다가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겪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2011년 개봉해서 좋은 흥행을 기록했던 [소스코드]도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도시를 위협하는 열차 폭탄 테러를 막기위해 콜터 대위(제이크 질렌할)가 기차 테러로 희생된 한 남자의 마지막 8분의 시간을 반복해서 경험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외에 일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미국의 SF 스릴러 [레트로 액티브] 등 타임 루프를 소재로한 영화는 생각외로 꽤 많습니다. 그렇다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러한 타임 루프 영화들 속에서 어떤 개성으로 영화적 재미를 관객에게 선사할까요?
비겁한 군인... 진정한 영웅이 되기까지...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기본적으로 영화의 장르는 SF이지만, SF 영화보다는 마치 전쟁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영화입니다. 이는 최근 SF 영화의 추세이기도 한데, 2011년에 개봉한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의 [월드 인베이젼]과 2012년에 개봉한 피터 버그 감독의 [배틀쉽]이 전쟁 영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SF 영화들입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외계 종족의 침략이라는 다분히 SF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것은 빌 케이지의 성장담입니다. 오히려 외계 종족의 침략은 타임 루프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방법에 불과합니다.
빌 케이지는 미국의 공보장교입니다. 그는 TV에 출연하여 사람들에게 인류를 지키고 외계 종족과 맞서 싸우기 위해 군에 자원 입대하라고 독려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막상 전쟁터가 아닌 안전한 곳에 안주하려합니다. 브링엄 장군(브렌단 글리슨)이 빌 케이지를 위험한 작전에 투입하려고 하자 빌 케이지는 종이에 손이 베이는 것조차 참을 수 없는 성격이라며 작전 투입을 거부합니다.
그러한 빌 케이지의 모습은 현대인의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다른 이들은 위험한 전쟁터로 몰아넣지만 자기 자신은 안전한 곳에 숨으려 하고,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급기야는 브링엄 장군을 협박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서 빌 케이지의 비겁한 임기웅변은 통하지 않습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첫번째 재미는 바로 그러한 빌 케이지의 모습입니다. 사실 톰 크루즈는 [탑건]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거의 한결같이 강인한 전사를 연기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가 대표적인데, 이제 톰 크루즈가 없는 [미션 임파서블]은 상상이 안될 정도입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 전쟁], [오블리비언] 등의 SF 영화에서도 톰 크루즈는 항상 멋진 전사였습니다. 그랬던 톰 크루즈를 더그 라이만 감독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통해 겉만 번지르한 비겁한 공보 장교의 옷을 입혀 놓은 것입니다.
그러한 더그 라이먼 감독의 선택은 꽤 탁월했습니다. 톰 크루즈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비겁한 장교를 맡은 것 자체만으로도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신선한 재미를 획득합니다. 게다가 제대로된 전투 경력이 없어서 매일 어이없이 죽고, 그럴때마다 다시 깨어나 이 지옥과도 같은 전투를 다시 겪어야 하니...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화면은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의 참혹한 현장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에게는 전쟁의 참혹함보다는 빌 케이지의 어이없는 상황을 통해 웃으며 즐겁게 영화를 관람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 톰 크루즈의 연기 인생 통털어서 영화 속에서 죽은 장면을 모두 합쳐도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그가 죽는 장면의 10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수도 없이 죽음을 겪다보니 빌 케이지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전사로 성장합니다. 이러한 빌 케이지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첫번째 키포인트입니다.
외계 종족도 쳐들어오는데, 타임 루프가 불가능해보여?
[엣지 오브 투모로우]은 빌 케이지라는 군인의 성장담을 담고 있는 전쟁 영화의 외형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빌 케이지의 성장은 매일 반복된 전투와 매일 반복된 죽음을 수도 없이 겪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빌 케이지의 성장은 타임 루프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타임 루프라는 소재 자체는 판타지(비과학)입니다. 앞서 소개한 타임 루프 영화들의 경우도 [사랑의 블랙홀]은 멜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청소년 드라마, [레트로 액티브]는 스릴러, [소스 코드]는 SF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결국 타임 루프라는 소재를 통한 판타지라는 공통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그러한 판타지적 소재인 타임 루프에 현실성을 부여합니다. 이 타임 루프라는 능력이 초자연적인 신기한 사건 때문이 아닌, 인류를 침략한 외계 종족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능력이었다는 설정 덕분입니다.
물론 브링엄 장군 등 군지도자는 빌 케이지가 주장하는 외계 종족의 타임 루프 능력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외계 종족이 인류를 공격하는 믿기 힘든 상황에 처했는데, 그깟 타임 루프 능력이 비현실적이라 믿지 않는 것도 참 웃긴 일입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타임 루프를 설명하는 설정은 이러합니다. 인류를 공격하는 외계 종족은 수백수천만이지만, 그것들을 생산하고 조정하는 것은 오메가라 불리우는 단 하나의 개체입니다. 오메가는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인류를 공격하는 외계 종족들을 생산해내는데, 오메가의 활동 반경이 넓지 않은 이유로 알파라 불리우는 또 다른 개체가 활동을 합니다.
이는 마치 여왕 개미와 수컷 개미, 그리고 일개미의 관계처럼 보입니다. 인류를 공격하는 외계 종족을 곤충류로 표현하는 것은 폴 베호벤 감독의 [스타쉽 트루퍼스]이후 빈번하게 등장하는 설정입니다. 아무래도 곤충은 생김새라던가, 행동 양식이 인간으로 하여금 이질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메가에게는 여왕개미의 능력 외에도 또 하나의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행동대장인 알파가 죽음을 당하면 오메가는 시간을 되돌려 알파를 살려냅니다. 그런데 빌 케이지가 얼떨결에 알파를 죽이다 알파의 피가 빌 케이지의 몸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로인하여 오메가의 타임 루프로 되살아나는 것은 알파가 아닌 빌 케이지가 되는 것이죠. 이후 빌 케이지는 죽을 때마다 자동적으로 오메가에 의해 되살아나게 됩니다. 말이 안된다고요? 그렇다면 여러분도 브링엄 장군과 같은 사람인 셈입니다.
죽음이 이토록 웃길줄이야...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참 많은 영화적 재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톰 크루즈의 연기 변신과 톰 크루즈가 연기한 캐릭터인 빌 케이지가 비겁한 군인에서 용맹한 전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뿌듯한 쾌감. 탄탄한 원작(이 영화는 일본의 만화인 <ALL YOU NEED IS KILL>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에서 비롯된 타임 루프의 현실적 설정까지... 그런데 그 중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재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코미디적 요소입니다.
전쟁, SF 영화에 코미디라니... 그런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예상보다 많이 웃깁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코미디적 요소가 말장난이나 슬랩스틱 몸개그가 아닌, 죽어야 살 수 있는 빌 케이지의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빌 케이지는 수도 없습니다. 외계 종족과의 전쟁 중에도 죽고, 어리버리하게 차에 치여 죽기도 합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리타(에밀리 블런트)에 의해 가장 많이 죽음을 당합니다. 리타는 이미 타임 리프 능력을 경험했기에 빌 케이지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고 그를 돕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타고난 군인이기에 빌 케이지가 작은 실수만 해도 "처음부터 다시 하죠."라며 빌 케이지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깁니다.
빌 케이지가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해도 죽이고... 일이 조금만 틀어져도 죽이고... 아무리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해도 머리에 총알이 박히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그러한 끔찍한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킵니다.
진정 저는 누군가의 머리에 총알이 박히는 장면을 보며 웃은 적이 없습니다. 아마 누군가 그러한 장면에서 웃었다고 한다면 저는 속으로 '싸이코패스'라며 욕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는 그러한 장면이 너무 웃깁니다.
게다가 빌 케이지와 리타의 감정이 점차 발전해가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리타는 빌 케이지를 처음보는 것이지만, 빌 케이지는 리타와 수도 없이 많은 날동안 마음 속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고, 생사가 걸린 전투를 함께 치루며 자연스럽게 동료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빌 케이지의 섬세한 감정의 변화가 있었기에 영화의 마지막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리타를 바라보는 빌 케이지의 미묘한 표정에 아련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어찌보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조금은 지루한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타임 루프라는 설정 탓에 매번 반복되는 장면이 등장하고, 그러한 장면의 연속은 관객을 지루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 영화는 복잡하기까지합니다. 타임 루프로 인하여 영화 속의 시간적 흐름이 꼬이면서 영화에 집중하지 않으면 뭔 내용인지 파악하지 못한채 멍하니 극장 밖을 나오게 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위험성을 감안하더라도 [엣지 오브 트무로우]는 봐야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리타를 향한 빌 케이지의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충분히 영화 관람비 이상의 가치를 안겨줄 것입니다.
만약 내게 타임 루프 능력이 있다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보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이 영화를 반복적으로 관람할 것이다.
'영화이야기 > 2014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는 남자] - 성장을 멈춘 킬러의 슬픈 성장기. (0) | 2014.06.12 |
---|---|
[하이힐] - 불편함을 감싸안는 감동 (0) | 2014.06.09 |
[말레피센트] - 사악한 마녀에게서 찡한 감동을 느끼다. (0) | 2014.06.03 |
[끝까지 간다] - 우리가 응원해야 하는 나쁜 놈? (0) | 2014.06.02 |
[더 바디] - 반전이 늘 마지막은 아니다. (0) | 2014.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