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4년 영화이야기

[슈퍼미니] - 작지만 위대한 성장담.

쭈니-1 2014. 4. 14. 15:20

 

 

감독 : 토마스 자보, 헬레네 지라드

개봉 : 2014년 4월 10일

관람 : 2014년 4월 13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소년과 어린이 사이...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를 극장에서 봄으로써 웅이도 이제 15세 관람가 영화에 첫 발을 딛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구피는 걱정이 대단합니다. "어린 웅이한테 15세 관람가 영화는 아직 무리야!"라며 저를 막아선 것입니다.

그러한 구피의 의견을 반영하여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를 본 이후 이번엔 착한 디즈니 영화인 [세이빙 MR. 뱅크스]를 보러 갔습니다. 솔직히 웅이는 [세이빙 MR. 뱅크스]보다는 집에서 본 1964년 영화 [메리 포핀스]에 더욱 열광했지만, 어찌되었건 [세이빙 MR. 뱅크스]의 영화 관람도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세이빙 MR. 뱅크스]에 이어 제가 웅이와 함께 볼 영화로 선택한 것은 바로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슈퍼미니]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구피가 딴지를 걸고 나섰습니다. "웅이가 보기엔 너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아냐?" 하지만 [슈퍼미니]의 예고편을 본 웅이가 "[슈퍼미니]도 보고싶어요."라고 한마디한 덕분에 저와 웅이는 지난 일요일 [슈퍼미니]를 보기 위해 극장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구피가 여유롭게 쇼핑을 하는 동안 저와 웅이는 [슈퍼미니]를 봤습니다. 아무래도 전체 관람가 영화이기에 구피의 우려대로 웅이가 보기엔 너무 저학년용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극장 안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과 부모들로 전부 채워져 있었습니다.

[슈퍼미니]가 끝나고 웅이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웅이는 "재미있었어요."라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하더군요. 그러면서 "그런데 너무 어린 아이들 때문에 극장 안이 시끄러웠어요."라며 제법 초등학교 고학년다운 불평불만도 터트렸습니다. 

그러고보니 12세인 웅이는 참 애매한 나이입니다. 폭력성이 짙은 슈퍼 히어로 영화를 보기엔 너무 어리고, 애니메이션을 보기엔 너무 커버린... 그래도 웅이의 영화 취향이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부터, 애니메이션, 그리고 고전 영화까지 폭넓으니, 자칭 영화광인 저는 그저 흐뭇하기만 합니다. 물론 주말이면 웅이를 데리고 탁 트인 야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구피는 여전히 저와 웅이의 취미 생활이 불만이긴 하지만...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조화

 

[슈퍼미니]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입니다. 사실 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미국, 일본, 우리나라 등 제가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의 제작 국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는 제가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 제작 국가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정서가 맞아서 좋고,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은 제작비 1억달러는 껌씹듯이 씹어버리는 블록버스터급 스케일과 놀라운 기술력이 좋으며, 일본의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판타지적인 풍부한 상상력이 좋습니다. 그러나 국내에 개봉하는 다른 나라의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무작정 따라한 영화들이 대부분이고, 개성도, 영화적 재미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슈퍼미니]를 선택한 이유는 이 영화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독특한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슈퍼미니]는 프랑스의 메르칸투르 국립공원과 에크랑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실사 배경 속에 3D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곤충 캐릭터들이 활약을 하는 방식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만약 [슈퍼미니]가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이라면 굳이 배경을 실사 촬영으로 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실사보다 더욱 실사같고, 오히려 실사보다 더욱 아름다운 배경을 애니메이션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할리우드에게 실사 촬영은 불필요한 작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슈퍼미니]의 실사 배경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생동력 넘치는 자연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가져왔습니다. 이 영화의 제 2의 주인공은 바로 자연이라고 할만큼 [수퍼미니] 속에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결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낼 수가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거기에 무당벌레, 흑개미, 불개미, 땅거미 등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곤충 캐릭터들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선함을 안겨줬습니다. 사실 그림체는 매우 단순한 편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단순함이 정겨움을 안겨줍니다. 결국 [슈퍼미니]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 속에서 모험을 하는 귀여운 애니메이션 곤충 캐릭터의 모험이라는 새로움을 선보이며, 프랑스 애니메이션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제게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슈퍼미니]가 특별한 것은 그 이외에도 많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특별함 중에서도 특별함은 바로 더빙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어린이 아내미이션에서는 동물의 의인화를 통해 영화 속의 캐릭터들을 어린이 관객에게 좀 더 쉽고 친숙하게 다가서게 하려는 전략을 세웁니다. 하지만 [슈퍼미니]에서는 그러한 전략조차 없는 것입니다.

외국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항상 불만스러웠던 것이 우리나라 더빙의 어색함이었는데, [슈퍼미니]는 그러한 어색함을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자막 버전의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영화의 화면 대신 하단의 자막에 먼저 눈길을 줄 필요 또한 없습니다.

더빙은 물론, 자막조차 없지만 영화 속의 곤충들의 표정과 그들이 내는 특유의 소리들로 내용을 파악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한 독특한 설정은 다른 애니메이션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슈퍼미니]만의 특징입니다. 더빙과 자막을 없앤 빈 공간은 [슈퍼미니]를 보는 어린이 관객들이 곤충들의 대화를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상상력의 공간의 됩니다.

 

이렇듯 [슈퍼미니]에서는 소리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 사람들에겐 너무 작아서 들리지도 않는 자연의 소리들을 이 영화는 작은 곤충들의 입장에서 굉장히 큰 소리로 변환시켜 들려 줍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는 거대한 비행기의 엔진 소리처럼 들리는 곤충의 날개짓 소리입니다.

하지만 제게 [슈퍼미니]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리는 바로 자연의 소리가 아닌 자동차의 소리입니다. 우리들에겐 상당히 익숙한 소리이지만, [슈퍼미니]의 곤충들에게 자동차의 소리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영화 속에서 포기를 모르는 무시무시한 악당인 불개미조차 자동차 소리에 무서워 벌벌 떨며 흑개미의 추격을 포기할 정도로...

그러한 장면들을 보며 저 광할하고 아름다운 자연에서 우리 인간들은 어떠한 존재들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공포의 존재... 슬프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슈퍼미니]는 그러한 현실을 소리로 보여줍니다. [슈퍼미니]가 어린이 관객에게도 유익하지만 우리 어른 관객들에게도 인상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어린 무당벌레의 성장담

 

하지만 아무리 새로움과 놀라움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고해도 영화를 이루고 있는 스토리 라인이 흥미롭지 않다면 영화적 재미를 획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영화의 장르가 어린이 관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면 더욱더...

그런 면에서 [슈퍼미니]는 어린 무당벌레의 성장담이라는 결코 새롭지는 않지만, 어린이 관객들이 즐길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펼쳐 보여줍니다. 파리의 도발로 인하여 가족을 잃은 어린 무당벌레. 냉혹한 자연의 섭리 속에 목숨이 위태롭던 무당벌레는 인간이 버리고간 각설탕 바구니를 개미집으로 옮기려는 흑개미들과 가족을 이룹니다.

처음엔 두려움에 떨던 어린 무당벌레가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준 흑개미들을 위해서 용기를 내서 모험을 하는 장면은 어린이 관객들을 홀리기에 충분한 재미와 교훈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흑개미 군단과 불개미 군단의 전쟁은 인간의 소품들을 이용한 아기자기한(하지만 영화에선 스펙타클한) 재미를 갖추고 있어서 어른인 저 역시도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모험을 끝낸 어린 무당벌레는 어른이 되고 가족을 이룹니다. 처음엔 가족에게서 떨어져 두려움에 떨던 무당벌레가 흑개미와의 모험 속에 성장하고 어른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니 나도 모르게 뿌듯함이 밀려 옵니다.

[슈퍼미니]를 보고 신나게 극장 밖을 나서는 웅이의 모습을 보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언젠가 웅이도 영화 속의 무당벌레처럼 거친 세상 속에 자신만의 모험을 하며 어른으로 성장하겠죠? 하지만 아직 웅이는 "[슈퍼미니]를 보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어린 아이에 불과합니다.

웅이과 거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모험을 하려면 부모의 역할 또한 중요할 것입니다. 만약 어린 무당벌레에게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한 흑개미가 없었다면 무당벌레는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멋진 어른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겠죠? [슈퍼미니] 속 무당벌레의 멋진 성장에 괜히 뿌듯한 이유입니다.

 

P.S. 그런데 웅이는 왜 [슈퍼미니]를 본 후 구피가 보고 싶었을까요? 영화 속 무당벌레의 둥그런 모습이 엄마의 얼굴을 닮았다고 하더군요. 푸하하하~ (구피야! 미안. ^^)

 

작지만 놀라운 여정.

작은 무당벌레의 성장담이 이토록 감동적일 수가 있는 것은

[슈퍼미니] 속에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