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위험한 패밀리] - 분노조절장애 가족의 화끈한 일상

쭈니-1 2014. 2. 24. 11:20

 

 

감독 : 뤽 베송

주연 : 로버트 드니로, 미셸 파이퍼, 다이아나 애그론, 존 드리오, 토미 리 존스

 

 

당신의 데이터는 안녕하신가요?

 

금요일 밤. 감기 기운이 있는 구피에게 영화보러 가자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프다는 구피를 혼자 남겨두고 극장에 갈 수도 없는 저는 잠이 오지 않는 이 밤을 그냥 뜬 눈으로 지새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극장과 더불어 제 영화 보기의 최대 지원군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볼만한 영화 검색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위험한 패밀리]를 발견하게 된 것이죠.

아무런 주저함없이 hoppin에서 바로 보기를 통해 [위험한 패밀리]를 봤습니다. 뤽 베송 특유의 코믹 액션 감각이 즐거웠고, 로버트 드니로, 미셸 파이퍼 등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매력도 빛이 났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기 시작할때쯤 갑자기 영화보기 창이 닫아졌습니다. [위험한 패밀리]의 러닝타임이 정확히 10분 정도 남겨진 상황이었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 이유를 살펴보니 제 스마트폰의 약정 데이터량인 6기가가 넘어서며 데이터 사용이 제한이 된 것입니다. 2월이 지나려면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6기가를 훌라당 써버리다니... 요즘 들어서 고화질로 영화보기를 자주 해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결국 저는 데이터 제한을 해제하고 [위험한 패밀리]를 마저 봤지만, 주말 내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 집에 와이파이가 안되는 것이 이렇게 제 발목을 잡을줄이야... 그동안은 신경안썼던 것들인데, 이젠 별것다 신경쓰며 살아야겠네요.(데이타 사용 추가 요금 나오면 구피한테 혼날텐데... ㅜㅜ)

 

 

 

평범하게 살아야하는 마피아 가족

 

[위험한 패밀리]는 조직을 밀고한 댓가로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 숨어 살아야하는 조반니 만조니(로버트 드니로) 가족의 일상을 다룬 영화입니다. 한때는 마피아 보스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사람 몇명 죽이는 것쯤은 별 일도 아니었을 조반니. 하지만 프레드 블레이크라는 이름으로 살면서는 그러한 예전의 일상 따위는 잊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지 않는 법입니다. 법의 테두리를 맘껏 벗어나 살인과 폭력을 취미삼아 살았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평범한 소시민이 될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에 그의 담당 요원인 스탠스필드(토미 리 존스)는 마지막 경고를 합니다. 또 한번 사고를 쳐서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감옥에 처넣겠다고...

이제 조반니 만조니 아니, 프레드 블레이크는 조직을 밀고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자신의 폭력 본능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야하는 미션을 수행해야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그의 아내 매기(미셸 파이퍼), 큰 딸 벨(다이아나 애그론), 막내 아들 워렌(존 드리오)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이들 가족은 임파서블한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요?

 

 

 

분노조절장애 가족... 그런데 속이 시원하다.

 

[위험한 패밀리]의 영화적 재미는 바로 폭력 본능이 꿈틀대는 마피아 보스 가족이 평범하게 살아야하는 코믹한 상황입니다. 사실 영화 초반부터 전 동네에서 죽인 시체를 집 뒷마당에 묻는 프레드의 모습은 거부감이 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폭력을 넘어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그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이 분노조절장애 가족의 일상이 제게 쾌감을 안겨주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살면서 수 많은 짜증나고 억울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참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소시민들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프레드와 그의 가족들은 우리가 참고 넘어가야하는 수 많은 일들을 폭력으로 속시원하게 해결해버립니다.

약속시간보다 늦게 와놓고 바가지까지 씌우려고 하는 배관공, 수도 오염 문제를 다른 기관에 떠넘기기만 하는 시청과 공장, 그리고 예의없는 동네 사람들에 대한 프레드의 행동은 분명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속이 시원합니다. 프레드 뿐만이 아닙니다. 불친절한 마트 직원에 대한 매기의 행동이라던가, 자신을 성희롱하려는 남학생들에 대한 벨의 분노의 라켓질, 전학 첫날부터 학교 일진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워렌의 치밀한 복수 등은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짓게 됩니다.

 

 

 

영화는 영화일뿐

 

물론 압니다. 우리가 프레드의 가족처럼 행동한다면 고소, 고발은 애교이고, 감옥에서 몇년간 실형을 살아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처한 부조리함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그들의 방식 또한 옳지 않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세상의 부조리에 맘껏 폭력을 행사하는 프레드와 그의 가족의 일상은 영화를 보는 제게 속시원함을 안겨줬습니다. 그것이 바로 영화의 매력이겠죠. 대리만족. [위험한 패밀리]는 그러한 대리만족 외에도 프레드의 위치가 조직에게 발각되는 상황이 꽤나 정교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막스의 총격씬도 액션 영화로써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배트맨 2]에서 '캣우먼'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미셸 파이어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위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고, [아이 엠 넘버 포]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보였던 다이아나 애그론의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역시 뤽 베송 감독은 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