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로버트 로드리게즈
주연 : 대니 트레조, 미셀 로드리게즈, 멜 깁슨, 엠버 허드, 찰리 쉰
스트레스, 그까짓거 '마세티'가 날려버린다.
여전히 바쁜 회사 생활 중에 결국 저는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이대로 스트레스를 놔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직장 동료와 집 근처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술을 진탕 마시고,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도중 감기 기운이 있다는 구피의 전화를 받은 저는 술 마시기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감기 기운 때문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구피. 하지만 저는 술을 마시다 말았기 때문인지 정신이 말짱했습니다. 그렇다고 아파서 자고 있는 구피를 놔두고 극장에서 영화보러 갈 수도 없는 상황. 결국 집에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액션 영화 한편을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애초에 제가 보려고 했던 영화는 뤽 베송 감독의 액션, 코미디 [위험한 패밀리]. 하지만 분명 전날만 하더라도 제가 이용하고 있는 hoppin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했던 [위험한 패밀리]가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결국 [위험한 패밀리]를 볼 수 없게 된 저는 그 대신 [마세티 킬즈]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확신을 가진 이유
사실 [마세티 킬즈]는 [위험한 패밀리]의 차선책으로 제게 선택된 영화이지만 저는 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영화로 [위험한 패밀리]보다 [마세티 킬즈]가 더 적합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확신의 이유는 이미 2011년에 개봉했던 [마세티 킬즈]의 전편이라 할 수있는 [마셰티]를 봤기 때문입니다.
[마셰티]는 험상궂게 생긴 대니 트레조라는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마세티라는 이름의 멕시코인입니다. 그는 멕시코에서 부인이 죽자 미국으로 들어와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타고난 전사인 그는 불법 체류자들의 영웅이 되어 불법 체류자들을 벌레 취급하는 미국의 보수 정치가 맥라플린(로버트 드니로)과 멕시코의 마약왕 토레조(스티븐 시걸)를 무찌릅니다. 마세티의 곁에는 불법 체류자들을 은밀하게 돕는 여전사 루즈(미셸 로드리게즈)와 섹시한 이민국 직원 사르타나(제시카 알바)가 함께합니다.
[마세티]는 주인공인 대니 트레조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도 익숙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고, 막장 액션과 섹시함을 관객 앞에 맘껏 펼쳐 보이는 전형적인 B급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마세티 킬즈]는?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 영화가 막장 액션으로 제 스트레스를 날려줄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적중했다.
사실 [마세티 킬즈]는 [마셰티]에 비해서 흥행 실패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북미에서만 2천6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4천4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마셰티]와는 달리 [마세티 킬즈]는 북미 8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1천5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이미 북미 관객들은 이 영화의 막장 액션이 한편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하지만 비록 [마세티 킬즈]는 흥행 실패작이지만 스트레스를 날려 줄 것이라는 제 예상만큼은 충분히 만족하게 해줬습니다. 막장 액션은 더욱 강화되었고, 황당, 섹시, 하드코어 등 B급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할리우드 A급 배우들로 풀어놓은 영화적 재미 또한 상당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의 예고편으로 시작되는데... 바로 [마세티 킬즈 어게인] 우주편입니다. 우주로간 마세티가 실버 마스크와 [스타워즈]의 광선검으로 대결을 펼치는 장면을 보여주며, 특별 게스트 깜짝 출연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할 것임을 예고하다가 화면이 멈추며 배우는 바뀔 수 있음이라는 자막이 떠서 저를 박장대소하게 만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마세티 킬즈]가 시작되면서는 [마셰티]의 주인공이었던 사르타나의 이마에 충알을 박아버립니다. 제시카 알바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초반부터 죽여버리는 영화라니... 이 영화의 예측불허 막장 액션은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계속됩니다.
영화의 주제도 사라졌다. 그냥 막장으로 즐기자.
사실 [마셰티]는 B급 막장 액션이긴 했지만 미국내 불법 체류자 문제라는 주제도 함께 다룬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본 다음에는 약간의 여운도 남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역시 불법 체류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세티 킬즈]는 다릅니다. 이 영화는 전편이 가지고 있던 주제 마저 집어 던지고 그저 순수하게 막장 액션을 즐기라고 관객에게 주문합니다. 주인공인 마세티는 아무리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악당들은 모가지가 댕강 잘려 나가 우후죽순으로 쓰러집니다. 후반부에는 갑자기 SF적 요소들이 끼어들며 막장 액션을 더욱 부채질합니다.
특히 [마세티 킬즈]의 여성들은 결코 남성에게 순종적인 이미지가 아닌데, 마세티의 중간 연락책인 미스 산 안토니오(엠버 허드)는 시종일관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드레스를 찢어버리고 액션 대열에 합류합니다. [마세티]에서도 활약했던 루주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딸(바네사 허진스)의 죽음으로 꼭지가 돌아버린 데스데모나(소피아 베르가라)는 기관총 브라와 남성의 성기를 닮은 총을 팬티에 차고 마세티에게 무차별 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마세티 킬즈]를 보는 그 순간에는 생각따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너무 황당하게 웃음 밖에 안나오는 막장 액션을 순수하게 즐기면 되는 것이죠.
A급 배우들이 B급으로 소모되는 기가 막힌 현장
[마셰티]의 캐스팅은 화려했습니다. 하지만 [마세티 킬즈]의 캐스팅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한 화려한 캐스팅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에 의해서 마구 소모됩니다. 제시카 알바와 바네사 허진스는 나오자마자 허무하게 죽어버고, 찰리 쉰은 어울리지도 않는 미국 대통령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며 '마리화나를 합법화해서 미국 경제를 일으킨 대통령'이라며 선거용 선전을 해댑니다. [마셰티]의 로버트 드니로에 이어 멜 깁슨의 악역도 신선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대박 캐스팅은 마세티를 쫓는 얼굴없는 킬러 라 카말리온인데... 쿠바 구딩 쥬니어와 레이디 가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번갈아가며 연기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쿠바 구딩 주니어와 레이디 가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같은 인물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이건 그런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만든 막장 B급 액션영화인걸요.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는 저는 이 영화의 막장 액션을 실컷 즐겼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황당함에 어이없어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계시네요. 물론 그 분들의 의견을 반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러한 황당함이 의도된 것이라는 것과 그것이 [마세티 킬즈]의 재미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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