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갬빗] - 여러 천재가 만나도 범작이 나올 수 있다.

쭈니-1 2014. 1. 25. 21:51

 

 

감독 : 마이클 호프먼

주연 : 콜린 퍼스, 카메론 디아즈, 알란 릭맨, 톰 커트니, 스탠리 투치

 

 

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영화가 철저하게 묻힌 까닭은?

 

아직도 제 기억 속에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중의 하나로 남아 있는 [어느 멋진날]의 마이클 호프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거기에 [킹스 스피치]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린 퍼스와 할리우드의 톱스타 카메론 디아즈가 주연을 맡았고, 연기파 배우인 알란 릭맨, 스탠리 투치가 조연으로 그 뒤를 받쳐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할리우드의 거장 코엔 형제가 각본을 썼습니다. 이 정도면 [갬빗]은 최고의 화제작이 되어도 손색이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갬빗]은 미국에서 아직 개봉 날짜조차 잡지 못한채 창고에서 썩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11월 28일에 조촐하게 개봉한 후 조용히 다운로드 시장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아주 오래전 영화를 이제와서 개봉시킨 거짓 신작도 아닙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내용이 어려운 예술 영화도 아닌, 코엔 형제의 주특기인 범죄 코미디 영화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2013년 11월 28일 개봉작 중에서 [리딕], [열한시]에 이은 기대작 3순위로 [갬빗]을 선택했던 저는 이 영화가 너무 빨리 극장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볼 기회를 놓쳤었습니다. 그러다가 바로 오늘 다운로드 시장에 출시된 [갬빗]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완벽해 보였던 계획? 그러나...

 

[갬빗]은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인 샤번다(알란 릭맨)의 밑에서 그의 미술품 수집을 위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해리(콜린 퍼스)가 주인공입니다. 샤번다에게 번번히 인간적인 모욕을 당한 해리는 샤번다의 모네에 대한 관심을 이용하여 제대로 한방 먹일 계획을 세웁니다. 바로 1891년 8월 15일 모네가 그린 것을 알려졌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에서 사리진 '건초더미, 황혼'의 가품을 샤번다에게 비싸게 팔아먹는 것이죠.

그러한 계획을 위해서 해리는 위조전문화가 윈게이트(톰 커트니)와 샤번다를 속이기 위한 미끼 PJ 푸즈나우스키(카메론 디아즈)까지 섭외합니다. 이 작전에서 푸즈나우스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그의 할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돌격대장 괴링의 별장을 습격했던 미군 병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해리의 계획은 완벽해 보였습니다.

사라졌던 모네의 그림이 미국 텍사스의 시골 마을에서 우연히 발견되고, 해리가 그 그림을 진품으로 판정하면 샤번다가 거액의 그림값을 지불할 것이고, 해리는 샤번다에게 골탕도 먹이고, 거액의 돈까지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타깝지만 해리의 계획 또한 예상하지 못한 여러 변수들로 난장판이 됩니다.

 

 

 

너무 어리숙해서 매력이 부족한 주인공

 

쉽게 속아넘어갈 것만 같았던 샤번다는 해리 대신 새로운 미술픔 전문가 마틴(스탠리 투치)을 기용하여 '건초더미, 황혼'의 진품 여부를 가리게 하고, 못말리는 카우걸 푸즈나우스키는 제멋대로의 행동으로 해리를 당혹하게 만듭니다. 사실 계획기대로 척척 진행된다면 범죄 스릴러의 재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어느 정도의 변수가 생겨야 재미있는 법이니, [갬빗]의 이러한 스토리 전개는 지극히 정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됩니다. 바로 주인공인 해리가 도저히 범죄 스릴러의 주인공으로 어울리지 않을 만큼 어리숙하다는 것입니다. [갬빗]이 범죄 스릴러이면서 코미디 영화이고, 코엔 형제는 그러한 범죄 스릴러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리의 어리숙함이 별 문제가 되지 않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실텐데,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해리의 어리숙함은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과장된 액션으로 관객을 웃기는, 예를 들어서 찰리 채플린이나, 심형래가 자주 구사하던 그런 식의 몸개그를 범죄 스릴러의 주인공인 해리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어처구니없는 해리의 어리숙함이 [갬빗]을 보던 제게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웃음보다는 오히려 해리의 매력을 모두 앗아가는 부작용이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의도된 어리숙함?

 

물론 영화의 마지막 반전까지 보고나면 해리의 어리숙함이 의도된 영화적 장치임을 알수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이미 90분의 러닝타임 동안 거의 85분을 무매력으로 일관하던 해리가 단 5분간의 반전으로 갑자기 매력적으로 돌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주인공의 매력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왜냐하면 범죄 스릴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범죄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계획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영화를 보는 관객이 주인공의 매력에 빠져들어 그의 편이 되게 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범죄 스릴러의 주인공들은 미남미녀이고, 로빈 훗처럼 부패한 자본가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릅니다. [오션스 일레븐]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해리 역시 무례한 자본가를 대상으로 범죄를 계획합니다. 하지만 그의 어이없을 정도의 어리숙함은 영화를 보는 제게 그의 범죄를 응원할 수 없게끔 만듭니다. 오히려 그의 모습이 자꾸 한심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의 묘미를 살리려면 해리가 어리숙하면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관객에게 어필했어야 했지만 [갬빗]은 그러한 연출력과 캐릭터 설정이 부족했던 것이죠.

 

 

 

여러 천재가 만나도 범작이 나올 수 있다.

 

[갬빗]은 여러 방면에서 천재라 칭송받는 이들이 한데 모인 영화입니다. 미국 독립 영화계의 천재 코엔 형제와 연기의 천재 콜린 퍼스, 일란 릭맨, 스탠리 투치, 그리고 [어느 멋진 날]이라는 천재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던 마이클 호프만과 미술의 천재 모네의 그림이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천재들이 만났기에 [갬빗]을 더욱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갬빗]은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범죄 스릴러 코미디의 범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화입니다.

어리숙한 연기도 잘하는(너무 잘해서 말썽인) 콜린 퍼스의 연기와 나이가 들어서도 위험한 섹시함을 간직하고 있는 카메론 디아즈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는... [갬빗]은 그러한 범작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