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동창생] - 사람은 죄가 없다. 단지 권력에 눈이 먼 괴물이 문제일 뿐.

쭈니-1 2014. 2. 14. 16:05

 

 

감독 : 박홍수

주연 : 최승현, 한예리, 윤제문, 조성하, 김유정

 

 

2013년 놓친 한국영화들을 차례로 정복 중이다.

 

지금까지 제가 살면서 가장 많은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 2013년입니다. 무려 109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봤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놓친 영화들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한국영화의 경우는 왠만하면 극장에서 보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극장에서 놓치고, 아직도 못본 영화들이 수두룩 하네요.

그래서 2014년에 들어서며 2013년에 놓친 한국영화 보기 계획에 돌입하였습니다. 그 첫번째 영화가 [밤의 여왕]이었고, 두번째 영화는 [동창생]입니다. 사실 [동창생]은 2013년 11월 7일 개봉작 중에서 기대도 1순위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비슷한 스토리 라인, 코믹함으로 소재의 무거움을 커버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와는 달리 무거운 분위기로 소재의 무거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설정 등이 제가 [동창생] 관람을 미루다가 결국 극장에서의 관람을 포기하게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극장 관람을 놓치고, hoppin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본 [동창생]은 예상대로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무겁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던 영화입니다.

 

 

 

멋지다. 최승현

 

우선 [동창생]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주인공인 리명훈을 연기한 최승현의 매력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빅뱅'의 멤버인 탑으로 잘 알려진 최승현을 잘 모릅니다. 아이돌이 한국 가요계를 장악한 이후에는 TV 가요프로그램을 안봐서 '빅뱅'의 노래도 잘 모르고, 그가 출연한 인기 드라마인 <아이리스>도 보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본 것이라고는 2010년에 개봉한 [포화 속으로]라는 영화였는데, 제 개인적으로 [포화 속으로]가 재미없었고, 최승현의 연기도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동창생]에서 최승현의 모습은 꽤 멋졌습니다. 남파공작원인 아버지의의 누명으로 어린 여동생 리혜인(김유정)과 함께 요덕 수용소에 감금된 리명훈. 그는 동생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남파공작원이 되는 것이라는 정찰국 소속 장교 문상철(조성하)에 의해 공작원의 길을 선택합니다. 남한에 와서 고등학생 강대호로 위장한채 북의 지령을 기다립니다.

최승현은 리명훈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강한 눈빛으로 일관합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바보 연기를 해야 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과는 달리 리명훈이라는 캐릭터는 꽤 단순했고, 그러한 리명훈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겠다는 리명훈의 독한 눈빛입니다. 최승현은 그러한 눈빛을 타고났으며, 그것만으로도 [동창생]에서 최승현의 연기는 같은 남자가 봐도 멋졌습니다.

 

    

 

그에겐 지켜야할 사람이 있다.

 

[동창생]에서 최승현이 멋질 수 있었던 것은 강렬한 눈빛 연기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북에 남겨둔 동생 리혜인과, 남에서 새로 사귄 동창생 이혜인을 지켜주고 싶은 리명훈이라는 캐릭터 역시 단순하긴 했지만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리명훈이 남파공작원이 된 것은 여동생을 요덕 수용소에서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한 목표를 위해 리명훈은 북의 지령에 의한 잔인한 살인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어린 청년에 불과했습니다. 위에서 시키는대로만 하면 동생과 함께 살 수 있다고 순진하게 믿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학교에서 왕따인 동창생 이혜인을 만나게 됩니다. 박홍수 감독은 리명훈이 북에 남겨둔 여동생과 남에서 만난 동창생의 이름은 같게 설정함으로서 그들을 지키고자 하는 리명훈의 행동을 관객에게 쉽게 이해시킵니다. 지켜야할 사람이 있는 리명훈. 하지만 세상은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도, 순진하지도 않았습니다. "나한테 이러면 안되죠. 시키는대로 다 했잖아요."라고 울먹이는 리명훈의 모습은 어린 청년이 알아버린 추악한 세상의 진실이었습니다.

 

 

 

리명훈은 죄가 없다. 권력에 눈이 먼 괴물들이 문제일 뿐.

 

리명훈은 남파공작원입니다. 하지만 북의 지령은 같은 남파공작원을 살해하는 것입니다. 김정일의 죽음으로 인한 북의 권력 싸움이 남파공작원에 의해 남에서 먼저 벌어진 것이죠. 그러한 과정에서 리명훈은 같은 남파공작원들을 살해입니다. 하지만 너무 어린 이 청년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면 동생과 함께 살게 해주겠다는 문상철의 말만 믿을 뿐입니다.

영화를 보며 진정 무서웠던 것은 살인마가 된 리명훈이 아니었습니다. 북의 권력 이동에 따라 라이벌 조직을 없애려는 잔인한 권력 다툼과, 그러한 북의 권력 다툼에 동조하는 우리나라 국정원의 높은 인간들이 이 영화의 진정한 괴물일 것입니다.

살고자 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생물들의 기본적인 본능입니다. 리명훈은 그러한 본능에 충실한 순진한 청년이었습니다. 너무 순진했던 청년 리명훈. 그가 알아버린 세상은 바로 권력에 눈이 먼 괴물들에게 삼켜져버린 세상이었습니다.

 

 

 

[동창생]이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되지 못한 이유

 

하지만 [동창생]의 국내 흥행은 비슷한 소재를 지닌 [은밀하게 위대하게]보다 폭발적이지 못했습니다. 분명 [동창생]은 인상적인 부분이 많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단점 역시 뚜렷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장 큰 단점은 이 영화가 너무 곧바로 클라이맥스로 접어 들었다는 점입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예로 들자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영화의 꽤 많은 분량을 달동네에서 바보 행세를 해야 하는 원류환(김수현)의 모습을 그려 냅니다. 그리고 달동네 사람들의 캐릭터 역시 꽤나 정성껏 담았습니다. 그런 소소한 재미가 있는 초, 중반부 덕분에 영화의 후반부에서 원류환이 더이상 달동네로 돌아갈 수 없는 시점이 되면 관객들 역시 바보로 살았던 달동네로 돌아가고 싶은 원류환의 슬픔을 함께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창생]은 모든 것을 생략하고 다짜고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리명훈의 학교 생활 역시 이혜인을 제외하고는 그에게 큰 추억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리명훈이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에도 리명훈과 함께 관객이 슬픔을 느낄만한 여지가 부족했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좀 줄여서라도 리명훈의 학교 생활을 좀더 소소한 재미로 잡아냈다면... 그래서 마지막 순간 비록 잔인한 남파공작원이지만 평범한 곧으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리명훈의 슬픔을 관객에게 공감시켰다면 [동창생]은 관객에게 좀 더 깊은 여운을 주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