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브래드 퍼맨
주연 : 저스틴 팀버레이크, 벤 애플렉, 젬마 아터튼
아들 친구의 방문은 내겐 휴식이다.
웅이의 개학을 앞둔 토요일. 원래대로라면 밀린 방학숙제 시키느라 구피와 웅이의 한판대결로 분위기가 살벌해졌을테지만, 웅이의 친구가 집으로 놀러오는 바람에 예상하지 못했던 휴전이 체결(?) 되었습니다. 웅이가 좋아하는 네네치킨 한마리 배달시켜주고 거실은 웅이와 친구가 놀도록 내준 상황. 저와 구피는 안방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뜻밖의 휴식을 만끽했습니다.
구피가 달콤한 낮잠에 빠져 있는 사이, 저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한편이 아닌 두편이나... 그날 제가 선택한 영화는 [갬빗]과 [히든카드]였습니다. 다운로드 가격은 각각 2천원. ([갬빗]의 경우는 50%할인 쿠폰 사용) 예전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 한편 빌려오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었기에 저는 아낌없이 휴대폰으로 요금 결재를 했습니다. (그 덕분에 이번달 휴대폰 요금은 조금 많이 나오겠네요.)
[갬빗]도 그렇지만, [히든카드] 역시 솔직히 킬링타임용 그 이상은 되지 못했습니다. 제가 스릴러 장르의 영화에 대해서는 좀 더 깐깐한 시선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편이기도 했지만, 범죄 스릴러라기 보다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웠던 [갬빗]과 마지막 반전이 너무 뻔히 보였던 [히든카드]는 그저 토요일 낮의 나른한 휴식과도 같은 영화였습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같지만 다른...
[히든카드]는 천재적인 두뇌로 아이비리그에서도 우수학생으로 손꼽히는 리치(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엄청난 학비 때문에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대다가 결국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날리며 시작됩니다. 그는 '하우스'라 불리우는 인터넷 도박사이트가 자신을 속여 승부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무작정 온라인 겜블계의 큰손 아이반(벤 애플렉)을 만나기 위해 코스타리카로 떠납니다. 그리고 이를 인연으로 리치는 아이반의 밑에서 일하며 거액의 돈을 움켜잡습니다.
[히든카드]를 보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며칠 전에 극장에서 봤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생각났습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젊은 주인공이 돈의 맛을 보면서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히든카드]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서로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인공인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돈의 맛에 빠져 결국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몰락하고 말지만, [히든카드]의 리치는 아이반의 음모와 아이반을 잡기위해 리치를 정보원으로 이용하려는 FBI의 협박 속에서 유유히 제 살길을 찾아 빠져나갑니다. 그러한 결말이 비슷한 소재를 가졌지만 결국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히든카드]를 갈라 놓습니다.
리치는 어떻게 덫에서 빠져나갔는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조단 벨포트가 몰락하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하지만 [히든카드]는 리치가 덫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그렇기에 [히든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리치는 어떻게 덫에서 빠져 나갔는가? 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히든카드]는 리치가 아이반과 FBI가 쳐놓은 2중 덫을 빠져나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내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만약 아이반이라면 철저하게 리치를 감시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리치는 아이반이 살아남기 위한 미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리치는 별다른 감시없이 아이반의 음모를 눈치채고, 그러한 음모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스타리카에서 활개를 치며 돌아다닙니다.
그러한 가운데 아이반의 최측근이자 연인관계인 레베카(젬마 아터튼)는 리치의 히든카드가 됩니다. 하지만 [히든카드]는 레베카를 숨기려하지 않습니다. '히든카드'라 함은 말 그대로 감춰둔 카드입니다. 결정적인 순간 꺼내들어서 승부를 결정짓는 카드입니다. 하지만 [히든카드]는 레베카를 감추지 않습니다. 그럼으로써 [히든카드]의 마지막 반전은 눈에 뻔히 보이는 맥빠지는 반전이 되는 것이죠.
게으른 스릴러
[히든카드]는 꽤 매력적인 캐스팅을 했습니다. 빌보드에서 2000년 최고의 그룹으로 선정된 '엔싱크'의 리더로 팝계에 데뷔하여 세계적인 팝스타의 자리에 오른 미국 최고의 아이돌 저스틴 팀버레이크. 그는 영화배우로서도 활발히 활동중인데,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연기한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코엔 형제가 메가폰을 잡은 [인사이드 르윈]에서 거장과도 작업을 했고, [에디슨 시티], [알파 독], [배드 티처], [인 타임], [프렌즈 위즈 베네핏]과 같은 가벼운 영화에서도 활약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히든카드]에서 가장 빛나는 캐스팅은 바로 벤 애플렉일 것입니다. [아르고]를 통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며 감독으로도 인정을 받은 그는, 최근에는 [맨 오브 스틸 2 : 배트맨 VS 슈퍼맨]에서 새로운 배트맨 슈트를 입을 주인공으로 낙점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타이탄],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헨젤과 그레텔 : 마녀 사냥꾼]을 통해 판타지 블록버스터에 주로 출연한 젬마 아터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캐스팅입니다.
하지만 [히든카드]는 이러한 매력적인 캐스팅을 게으른 시나리오로 일관하며 심심한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 놓았을 뿐입니다. [갬빗]도 그랬지만 결국 [히든카드] 역시 배우를 보는 재미 외엔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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