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써니 럭, 렁록만
주연 : 곽부성, 양가휘, 펑위옌, 이치정, 양채니
지하철에서는 외국영화를...
지난 일요일, 어머니의 예순아홉번째 생신을 위해서 저희 가족 모두 총 출동하였습니다. 일요일 오후라 도로가 막힐 것을 염려하여 차는 놓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미리 예약해놓은 수유역의 부페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지하철만으로도 1시간 이상을 가야하는 먼 거리. 이를 위해서 미리 hoppin에서 영화를 다운로드해놓았습니다.
원래 제가 수유역까지 가는 동안 보려고 했던 영화는 임창정의 연기가 돋보인다는 [창수]였습니다. [창수]만 본다면 2013년에 아쉽게 놓친 한국영화 보기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상황. 하지만 이어폰을 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의 소음은 한국영화를 보는데 방해가 되더군요.
결국 중간에 [창수]보기는 중단하고 차선책으로 다운로드 받아놓은 [콜드 워]를 봤습니다. 비록 초반 15분 정도 밖에 보지 못하고 게임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웅이에게 제 스마트폰을 빼앗겼지만, 15분 만으로도 [콜드 워]는 제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저는 어머니의 생신 잔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곧바로 [콜드 워]를 마저 봤습니다.
다각적인 대결 구도
한때는 중국영화의 매니아임을 자처했지만 이젠 1년 동안 본 중국영화가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중국영화는 띄엄띄엄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콜드 워]는 제가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중국영화와도 닮지 않은 전혀 새로운 형식의 영화입니다.
일단 이 영화가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결구도가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초반 내용은 이러합니다. 아시아 최고의 치안도시임을 자처하는 홍콩. 그런데 번화가 몽콕에서 폭탄이 터지고, 동시에 특경차와 경찰관 5명이 동시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됩니다. 사건을 지휘해야할 경무처장이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 차기 경무처장의 유력한 후보인 리원빈(양가휘)과 라우지에후이(곽부성)가 경찰의 명예가 걸린 작전명 '콜드 워'의 지휘권을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입니다.
리원빈은 현장 출신의 베테랑이고, 라우지에후이는 관리 출신의 엘리트입니다. 먼저 노련한 리원빈이 주도권을 잡고 '콜드 워' 작전을 수행하지만, 납치된 경찰관 중에서 리원빈의 아들(펑위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라우지에후이는 가족과 관련된 사건을 맡을 수 없다는 내부 지침을 이용하여 리원빈의 지휘권을 박탈합니다. 이렇게 [콜드 워]의 초반은 리원빈과 라우지에후이의 대결로 진행됩니다. 여기에 알버트, 빈센트, 피닉스(양채니) 등 현장팀과 관리팀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이다.
영화의 초반이 현장팀의 수장인 리원빈과 관리팀의 수장인 라우지에후이의 대결이라면 라우지에후이의 승리 이후에는 라우지에후이와 테러범의 대결로 진행됩니다. 몸값을 지불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투입된 라우지에후이와 그러한 라우지에후이의 추격망을 비웃으며 여유롭게 몸값을 챙겨가는 테러범들. 이러한 상황에서 라우지에후이는 자신의 오른팔과도 같은 부하 동료 빈센트를 잃게 됩니다.
이쯤되면 라우지에후이의 반격이 진행될 법도 한데 이번엔 부패방지국이 수사에 개입하여 새로운 대결 두고를 만듭니다. 청렴위원회의 젊은 수사관 장궈뱌오(이치정)가 라우지에후이를 공금횡령으로 조사를 하고, 리원빈의 개입까지 의심하면서 대결의 양상은 장궈뱌오 VS 라우지에후이, 리원빈으로 바뀝니다.
[콜드 워]는 단순한 산과 악의 대결이 아닌, 이렇게 각자의 입장에 따라 첨예한 대립을 하게 되는 경찰 내부와 점차 가려지는 사건의 진실이 관객 앞에 펼쳐집니다. 그러한 가운데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영화의 전개를 놓칠만큼 복잡하면서도 치밀한 구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편이 기다려지는 중국영화는 오랜만이다.
결국 라우지에후이의 뛰어난 추리력과 리원빈의 노련함으로 테러범의 정체가 밝혀지고 결국 잡히게 됩니다. 하지만 [콜드 워]는 2편을 예고하며 막을 내립니다. 마치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킵스)를 연상시키는 범인의 포스가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그 순간까지 영화를 보는 저를 긴장하게 만들습니다.
[콜드 워]의 초반부를 저는 세번 봐야 했습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등장 인물이 너무 많다는 것인데 안전국 국장 류밍화(유덕화)의 경우처럼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다지 큰 역할이 없는 캐릭터도 여럿 보였습니다. 제가 영화의 초반부를 세번이나 다시 봐야 했던 이유는 초반에 소개하는 캐릭터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콜드 워]는 조금은 복잡한 구성을 지닌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2편을 기대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다음에 [콜드 워 2]가 개봉하면 그땐 다운로드가 아닌 극장에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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