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창수] - 고양이에게 앙심을 품은 쥐 이야기

쭈니-1 2014. 3. 24. 18:57

 

 

감독 : 이덕희

주연 : 임창정, 안내상, 정성화, 손은서

 

 

2013년 한국영화는 이것이 마지막

 

2014년 들어서면서 2013년에 개봉했지만 아쉽게 놓친 한국영화부터 챙겨보고 있습니다. 이미 [밤의 여왕], [동창생], [집으로 가는 길]을 봤고, 이제 남은 영화는 [창수]뿐입니다. 2013년 박스오피스 TOP100에는 아직 [더 웹툰 : 예고살인]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공포영화는 못보는 체질이라 제외. 그리고 결국 지난 토요일 [창수]까지 보고야 말았습니다. [창수]를 보고나니 2013년을 비로서 떠나보낼 수가 있을 것 같네요.

[창수]는 임창정 주연의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임창정은 약간은 찌길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불량남녀], [사랑이 무서워] 등 최근 출연했던 코미디 영화들이 흥행 참패를 기록하고 말았죠. 결국 임창정은 배우 생활을 계속 하기 위해선 연기 변신을 해야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야 했습니다.

그러나 임창정은 연기 인생의 최대 위기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 [공모자들]을 통해 연기 변신을 완벽하게 성공해냅니다. [창수]는 임창정이 [공모자들]이후 선택한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임창정은 [공모자들]에 이어 [창수]에서도 코미디 배우라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어던질 수 있을까요?

 

 

 

코믹함을 쏘옥 빼고, 찌질함은 극대화시켰다.

 

우선 [창수]는 임창정에게 완벽한 성공작이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임창정은 [공모자들]과 마찬가지로 [창수]에서도 코믹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느와르 영화를 통해 코미디 전문 배우라는 자신의 꼬리표를 떼어버리려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존에 보여줬던 찌질함으로 무장한 임창정 특유의 캐릭터를 유지하는 이중 전략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2012년 164만명을 동원했던 [공모자들]과는 달리 [창수]는 2013년 42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왜 [공모자들]은 되고, [창수]는 안된 것일까요? 물론 그 이유는 복합적이었을 것입니다. [공모자들]은 코미디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임창정의 첫 변신이 돋보였지만, [창수]는 이미 [공모자들]을 통해 임창정의 연기에 충격을 받은 관객을 놀래키기에 부족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고, 충격적인 반전이 돋보였던 [공모자들]과는 달리 [창수]는 [공모자들]과 비교해서 조금 밋밋한 결말을 선택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는 찌질함을 느와르 장르에 선보인 임창정의 무리수가 [창수]의 흥행 실패 원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임창정의 찌질한 캐릭터는 코미디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 어울렸지만, 막상 느와르 영화에서는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러한 어색한 찌질함이 창수(임창정)의 비극과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다.

 

하지만 임창정의 연기 변신에 대한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창수]는 여운이 짙게 남는 영화입니다. 창수는 징역살이 대행업자입니다. 영화의 초반, 감옥을 마치 소풍가듯이 휘파람을 불며 들락달락거리는 창수의 모습은 한심하기만합니다. 하긴 감옥에 가면 재워주고, 먹여주고, 출소하면 돈까지 주니 밑바닥 인생인 창수에게 징역살이 대행업자라는 직업만큼 딱 알맞은 일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미연(손은서)이라는 여성을 만납니다. 이 세상 여자가 아닐 것만 같은 아름다움에 창수는 단번에 흠뻑 빠져 버립니다. 그녀를 위해서 다시는 밑바닥 인생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려는 그 순간, 자신의 집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한 미연의 시체앞에 서게됩니다.

[창수]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창수와 거대 조직폭력배 중간보스인 도석(안내상)의 대결을 담고 있습니다. 미연의 살인죄를 창수에게 덮여씌우려는 도석. 하지만 이번만큼은 창수도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비록 밑바닥 인생을 살았지만 인생에서 딱 한번 정도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는 창수. 하지만 창수가 상대하기에 도석은 너무 거대한 상대였습니다.

 

 

 

고양이에게 앙심을 품은 쥐도 있다.

 

[창수]를 보며 언젠가 창수가 도석에게 멋지게 한방 먹일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비록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이지만, 영화라는 것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도석을 쓰러뜨릴 수 있는 결정적인 한방을 창수는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창수는 도석이 몸 담고 있는 지성파의 회장(전국환)을 이용해서 미연의 복수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속절없이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립니다. 희끗희끗한 머리로 다리를 절룩거리며 창수는 상태(정성화)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동생같았던 상태에게 집한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큰 소리를 칩니다. 과연 창수는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신분 세탁을 하고 돈과 권력을 쥔채 살고 있는 도석 앞에 창수는 당당하게 섭니다. 도석은 창수에게 말합니다. "고양이에게 앙심을 품은 쥐는 없다." 그렇습니다. 도석은 고양이이고, 창수는 쥐입니다. 쥐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고양이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저 도망가거나 잡히면 먹히는 것 뿐이죠. 하지만 창수는 말합니다. "독을 품은 쥐도 있다."라고...

 

 

 

슬픈 愴, 목숨 壽

 

쥐가 고양이에게 앙심을 품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쥐가 아무리 고양이를 물어 뜯는다고해도 고양이에겐 그저 약간의 상처일 뿐입니다. 먹이사슬에서 쥐는 결국 고양이의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창수 역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미 10년전 그는 도석이라는 고양이에게 모든 것을 잃은 가련한 쥐의 신세였으니까요.

하지만 쥐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스스로 쥐약을 가득 머금고 고양이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면 비록 쥐 역시 죽겠지만, 고양이 또한 죽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창수]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한자로 풀어보면 슬픈 목숨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양이를 죽이기 위해 스스로 내던져야 하는 쥐의 슬픈 목숨.

우린 살아가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수도 없이 만나고는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피하고 숨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 모든 동물들의 자연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를 꼭 이기고 싶다면... 영화 초반 쓰레기같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창수가 저는 도저히 하지 못할 과감한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련해졌습니다. [창수]에서 비록 임창정의 연기 변신은 미지근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느와르 영화로 이렇게 여운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