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성
주연 : 성룡, 유엽, 경첨
개봉 : 2014년 1월 29일
관람 : 2014년 2월 4일
등급 : 15세 관람가
더이상 코믹 액션의 대가 성룡은 잊어라.
여러분은 성룡의 영화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아마 올드 영화팬이라면 당연히 코믹 액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성룡을 지금의 스타덤으로 올려 놓은 영화인 [취권]은 무술 영화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이소룡의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코믹한 액션으로 많은 영화팬들을 열광하게 했었습니다.
그 외에도 성룡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용형호제], [폴리스 스토리], [프로젝트 A]등, 과거 성룡의 영화들은 거의 코믹 액션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성룡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주름과 함께 묵직한 액션에 좀 더 비중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뉴 폴리스 스토리]였습니다.
성룡의 코믹 액션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았던 [폴리스 스토리]는 1985년 1편이 제작된 이래, 1996년까지 네편의 시리즈가 제작된 영화입니다. 낙천적인 홍콩 경찰의 좌충우돌 활약담을 성룡 특유의 코믹 액션으로 잘 살려낸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2004년 제작된 [뉴 폴리스 스토리]는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가 앞에 붙음으로써 기존의 [폴리스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무거운 분위기로 일관했습니다.
물론 아직 많은 분들이 성룡에게 코믹 액션을 원합니다. 그러한 관객의 요구에 철저하게 반응하는 할리우드의 경우는 [러시아워], [샹하이 눈], [턱시도], [스파이 넥스트 도어] 등을 통해 아직도 성룡을 코믹 액션 장르안에 가둬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의 성룡의 흥행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시말해 미국의 관객들 역시 이제 더이상 성룡의 코믹 액션에 열광하지 않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2012년에는 [용형호제]의 최신판이라 할만한 [차이니즈 조디악]이 개봉되어 성룡의 반가운 코믹 액션이 펼쳐지긴 했지만, [차이니즈 조디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성룡의 코믹 액션이 전성기만 못하다는 안타까운 사실 뿐이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최근 국내에 개봉한 [폴리스 스토리 2014]는 [뉴 폴리스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다시한번 성룡의 진중한 액션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폴리스 스토리 2014]에서 성룡이 연기한 종반장은 유능한 경찰이지만 일 때문에 가족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그로인하여 사이가 소원해진 딸 마오(경첨) 때문에 걱정이 많은, 전형적인 중년의 일벌레 캐릭터입니다.
술에 잔뜩 취해 무기력하게 비틀거리는 성룡의 모습으로 시작했던 [뉴 폴리스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폴리스 스토리 2014]는 딸과 만나러 가는 택시 안에서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 때문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성룡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러한 지친 중년 남성의 모습. [폴리스 스토리 2014]의 성룡의 모습은 그러합니다.
액션? 이번엔 스릴러이다.
지난 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조선미녀삼총사]를 본 후, 시사회 시간에 늦어 죽어라 뛰어가서 어렵사리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을 봤습니다. 그렇게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을 보고나서는 조금 한숨 돌렸습니다. 오랜만의 연차 휴가라서 최대한 많은 영화를 보기 위해 서둘렀기 때문에 일정이 너무 촘촘했지만,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과 그 다음 일정인 [폴리스 스토리 2014] 사이에는 약간의 여유 시간이 있었습니다.
따끈한 아메리칸 커피 한잔을 마시며 그제서야 대한극장을 천천히 둘러 보았습니다. 한때는 대한민국 최고의 극장이었으며, 제게도 추억이 많은 곳이죠. 제 학창 시절에만 하더라도 '대한극장이 선택한 영화'라는 선전 문구가 있을 만큼 대한극장에서 상영한다는 것 자체로 이슈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CGV, 메가박스, 롯데 시네마와 같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에 밀리고 있습니다. 조금은 한산한 대한극장 로비를 둘러보니 씁쓸하더군요.
그러나 [폴리스 스토리 2014]를 보기 위해 극장을 들어서자 꽤 많은 관객들이 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폴리스 스토리 2014]를 상영하는 극장이 별로 없어서 대한극장에서도 텅빈 극장안에서 나홀로 영화를 볼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처럼 성룡의 영화를 보기위해 오신 분들이 많더군요.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관객의 대부분이 중장년층 남성분이라는 점입니다. 아마 그 분들은 옛 추억을 회상하기위해 성룡의 영화를 찾아 대한극장까지 나오신 것이겠죠.
하지만 영화가 끝나자 중장년층 남성 관객들은 영화가 실망스러우셨는지 서둘러 극장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성룡영화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엔딩크레딧의 NG 장면도 보지 않으신채 말입니다. 오히려 끝까지 남아 앤딩크레딧까지 보고 극장 밖을 나간 것은 몇 안되는 젊은 관객이었습니다.
어쩌면 중장년층 관객들은 코믹 액션을 기대하며 [폴리스 스토리 2014]를 보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굳이 코믹 액션이 아니더라도 성룡의 호쾌한 액션만큼은 기대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폴리스 스토리 2014]는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스릴러 영화에 가깝습니다. 아마 그 분들은 그러한 이 영화의 장르가 실망스러우셨을 듯합니다.
[폴리스 스토리 2014]는 오랜만에 연락온 딸을 만나기 위해 시끌벅적한 클럽을 찾은 종반장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클럽에서 종반장의 딸 마오는 클럽의 주인인 우사장(류엽)을 남자친구라고 소개합니다. 하지만 경찰 특유의 직감으로 종반장은 우사장이 위험한 인물임을 눈치챕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우사장은 종반장을 클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마오를 이용한 것입니다. 마오를 비롯한 클럽의 손님들은 인질로 잡히고, 종반장 역시 우사장에게 사로잡힙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사장은 이러한 범행을 벌인 것일까요?
[폴리스 스토리 2014]의 초반 특징은 종반장과 우사장의 치열한 심리 싸움입니다. 분명 우사장의 범행동기가 돈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종반장은 그의 범행동기를 알아내기위해 자신에게 원한을 가지고 복수를 기획했을 법한 범죄자의 이야기를 하나, 둘씩 합니다. 이에 우사장 역시 종반장과의 심리 싸움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느긋하게 맞받아칩니다. 비록 호쾌한 액션은 없지만 두 사람의 심리 싸움은 그 어떤 액션보다 치열했습니다.
5년전 사건의 진실은?
클럽을 포위한 경찰과의 협상에서 우사장은 지금은 감옥에 갇혀 있는 5년전 약국 강도사건의 범인을 데려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점차 우사장의 범행동기인 5년전 약국 강도사건의 진실이 하나, 둘씩 벗겨집니다.
[폴리스 스토리 2014]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바로 5년전 약국 강도사건과 그 사건으로 동생을 잃은 우사장의 복수입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인질이 되어 갇혀 있고, 당시 강도사건의 범인은 우사장과 경찰의 협상으로 클럽 안에 들여보내집니다. 종반장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이제 5년전의 진실을 아는 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셈입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5년전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5년전 사건의 진실을 맞춰 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성룡의 올드팬들이 기대했을 코믹 액션은 물론, 성룡의 호쾌한 액션도 최대한 절제되어 있습니다. 장소가 협소한 클럽 내부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폴리스 스토리 2014]의 액션이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성룡의 영화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버리고 스릴러 영화라는 측면으로 [폴리스 스토리 2014]를 바라본다면 이 영화는 꽤 치밀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스릴러 영화라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폴리스 스토리 2014]를 스릴러 영화로서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영화를 보는 제 궁금증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초반엔 우사장의 범행동기가 궁금했고, 중반엔 약국 강도사건과 우사장의 관계가 궁금했으며, 후반엔 약국 강도사건의 진실이 궁금했습니다.
[폴리스 스토리 2014]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는 제가 궁금해할 시점에서 하나씩 진실을 꺼내들며 스토리 라인을 완성해 나갑니다. 그러한 와중에 인질로 잡힌 딸을 향한 종반장의 부성애와, 가난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여동생을 잃은 우사장의 분노가 영화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킵니다.
약국 강도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도 팽팽한 긴장감은 끝나지 않습니다. 5년 동안 키워나간 우사장의 분노가 사건의 진실로 사라질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초반,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냉정한 자세로 종반장과의 심리 싸움을 벌이던 우사장은 진실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점점 이성을 잃어나갑니다.
이렇게 [폴리스 스토리 2014]는 비록 기존의 성룡 영화와 비교해서 액션의 강도는 낮은 편이지만, 기존의 영화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의 긴장감을 안겨줬습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마지막 끝나는 순간까지 지속된 긴장감. 그것이 바로 제가 [폴리스 스토리 2014]를 스릴러 영화로서 합격점을 주고 싶은 이유입니다.
살리기 위한 싸움
[폴리스 스토리 2014]의 특징은 이렇게 액션이 줄어든만큼 영화의 스릴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코믹 액션을 내세운 기존의 [폴리스 스토리]와는 다른 무거운 분위기의 [뉴 폴리스 스토리]를 선보였던 성룡. 이번엔 [뉴 폴리스 스토리]와는 또다른 스릴러 영화의 긴장감으로 다시한번 [폴리스 스토리 2014]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는 정성 감독이 있습니다. 정성감독과 성룡은 이미 [대병소장]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요근래 본 성룡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재미를 지닌 영화라고 생각되는 것이 바로 [대병소장]입니다. 국내에서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유승준이 조연으로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지만, 그러한 영화 외적인 요소를 제외한다면 [대병소장]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영화입니다.
제가 [대병소장]을 높게 평가라는 이유는 이 영화의 배경이 영웅들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춘추전국시대이면서도 영화의 주인공은 영웅이 아닌 쫄병이라는 점입니다. 중국의 고전 사극에서 쫄병은 말 그대로 영웅의 소모품에 불과합니다. 그저 머릿수를 채우는 존재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병소장]은 그러한 쫄병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웅의 야망에 인한 전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춘추전국시대의 한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이야기했습니다. 쫄병 역시 그저 영웅의 소모품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한명의 소중한 생명인 것입니다. 우리가 영웅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때 정성 감독은 쫄병의 이야기를 꺼내들었고, 그것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폴리스 스토리 2014]가 그러합니다. 종반장은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니까..." 그렇습니다. 종반장은 건물 옥상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는 노점상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던집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니까...
우사장이 5년전 약국 강도사건에서 왜 범인을 총으로 쏘지 않았냐고 종반장에게 따지고 묻자 역시 대답합니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니까..." 그러한 종반장의 당연한 듯한 담담한 목소리는 [대병소장]의 기똥찬 소인배인 쫄병의 생명을 소중히했던 정성 감독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어쩌면 종반장은 이 사건을 좀 더 쉽게 처리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수십명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범인을 죽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종반장의 태도를 문제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종반장은 단호합니다. 아무리 흉악한 범인이라도 죽어도 되는 생명은 없다고...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범죄자들과 싸웁니다. 범죄자를 살리기 위해... 그의 싸움은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닌, 살리기 위한 싸움인 것입니다.
마지막 기차 철도에서 벌어지는 종반장과 우사장의 결투씬은 그래서 흥미로웠습니다. 우사장의 죽기위한 몸부림과 종반장의 살리기위한 혈투. 성룡은 나이가 들어서 웃음을 잃었지만, 그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더욱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살리기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인 성룡의 액션에 마음 속으로 박수를 치며 극장 밖으로 나섰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소중하니까...
그는 오늘도 살리기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건 싸움을 벌인다.
이 영화의 통해 성룡의 한층 깊어진 인간애가 느껴졌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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