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여름, 저는 애니메이션 삼국지라는 제목으로 픽사와 드림웍스, 그리고 블루 스카이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해드렸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하는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제가 언급한 빅3외에도 많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쇠락하고 있었으며, 일루미네이션은 아직 걸음마 단계의 신생 회사이고, 소니 픽쳐스는 눈에 띄는 히트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며 제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디즈니는 최근 [겨울왕국]의 흥행 성공으로 다시금 예전의 왕좌를 노릴만큼 기운을 되찾았고, 일루미네이션은 [슈퍼 배드 2]를 흥행 성공 시켜며 이제는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소니 픽쳐스는 2013년에만 [개구쟁이 스머프 2]와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를 개봉시키며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과시중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춘추전국 시대... 기존의 빅3를 위협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제 나름의 방식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순서로 오늘은 [슈퍼 배드]를 내세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일루미네이션입니다.
[슈퍼 배드]가 개봉할 때까지만해도 아무도 일루미네이션을 주목하지 않았다.
2010년 7월 9일 북미에서 [슈퍼 배드]가 개봉하였습니다. 제작비 6천9백만 달러가 들어간 애니메이션 [슈퍼 배드]는 그러나 흥행 기대작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전주에 개봉한 [트와일라잇]의 세번째 이야기인 [이클립스]가 괴물같은 흥행으로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픽사의 최고 흥행작 [토이 스토리 3] 역시 건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슈퍼 배드]는 5천6백만 달러라는 예상 외의 흥행으로 깜짝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클립스]와 비교해서 상영관수는 1,000여개나 적었지만 주말 흥행수입은 1천5백만 달러나 많았습니다. 이후 [슈퍼 배드]는 무려 6주간이나 TOP10에 머물며 북미 흥행 2억5천1백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0년 개봉한 영화 중에서 7위라는 놀라운 기록이며, 드림웍스의 [슈렉 포에버]마저 제쳤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엔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신선한 아이디어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드림웍스에서도 [메가 마인드]를 통해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2010년 11월에 개봉한 [메가 마인드]에 비해 [슈퍼 배드]의 개봉 시기가 앞서며 [메가 마인드]에게 흥행에서 앞설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흥행 포인트는 바로 미니언이라는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귀여운 아이들입니다. 애초에 악당인 그루의 부하 캐릭터로 설정된 미니언은 그 독특함 덕분에 이후 많은 인기를 얻었고, 최악의 악당이 세 아이들을 입양하며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은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적합했던 것입니다.
귀여움이 전부가 아니더라... [바니 버디]의 미지근한 흥행
[슈퍼 배드]의 깜짝 흥행으로 일루미네이션은 탄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2011년 [바니 버디]를 개봉하기에 이릅니다. [바니 버디]는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함께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초콜릿 공장의 후계자 토끼 이비. 그러나 이비에게는 남다른 꿈이 있었으니 바로 밴드의 드러머가 되는 것입니다. 슈퍼스타를 꿈꾸는 이비는 가업을 잇는 대신 자신의 꿈을 위해 길을 떠나고, 인간 친구 프레드(제임스 마스던)를 만나게 된다. 토끼와 인간. 하지만 둘은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한편 집을 떠난 이비를 찾기 위해 아빠는 핑키 특공대를 소집하고, 깜찍한 외모의 세 마리 토끼 핑키 특공대가 이비의 뒤를 바짝 쫓습니다. 그리고 이런 혼란스러운 틈을 타, 초콜릿 공장의 주인이 되려고 쿠데타를 계획하는 터프한 병아리 칼로스와 그를 따르는 햇병아리 필과 병아리군단이 반란을 일으키는데..
[바니 버디]는 토끼와 병아리라는 귀여운 캐릭터들을 전면으로 내세웁니다. 그러나 독특한 상상력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승부했던 [슈퍼 배드]와는 달리 [바니 버디]는 익숙함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 결과 일루미네이션은 [앨빈과 슈퍼밴드]의 감독인 팀 힐을 기용했는데, 실제로 드러머가 되고 싶은 토끼 이비는 다람쥐 삼총사의 슈퍼밴드 성공기를 다룬 [앨빈과 슈퍼밴드]과 너무 비슷해서 아류작의 인상을 풍기고 말았습니다. [바니 버디]의 북미 흥행 성적은 1억8백만 달러. 익숙함의 미지근한 결과이죠.
닥터 수스의 원작은 언제나 흥행 성공한다... [로렉스]
[슈퍼 배드]의 성공과 [바니 버디]의 미지근한 실패를 겪은 일루미네이션은 세번째 영화로 좀 더 안전한 선택을 합니다. 바로 흥행이 보장된 닥터 수스의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하는 것이죠. 지금까지 닥터 수스의 원작을 영화화한 영화는 2000년 짐 캐리가 주연을 맡은 [그린치]와 2003년 마이크 마이어스가 주연을 맡은 [더 캣], 그리고 블루 스카이의 애니메이션 [호튼]이었습니다. 이들 영화들은 모두 1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렸고, [그린치]의 2억 6천만 달러가 최고 성적이며, [더 캣]의 1억1백만 달러가 최저 성적입니다. 다시말해 [로렉스]는 최소 1억1백만 달러 이상의 흥행을 노릴 수 있는 영화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로렉스]의 흥행 성적은? 바로 2억1천4백만 달러입니다. 비록 [그린치]의 최고 기록을 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7천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졌음을 감안한다면 굉장한 흥행 수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렉스]는 아름답고 신비한 트러풀라 숲의 나무요정 '로렉스'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기도, 풀도, 바람도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최첨단 도시 스니드빌에 살고 있는 테드는 옆집에 사는 소녀 오드리를 좋아합니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테드는 오드리가 간절히 원하는 살아있는 나무를 찾기 위해 아무도 가본적이 없는 스니드빌 바깥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는 테드. 그는 나무요정 '로렉스'를 만나고 그에 관한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됩니다.
일루미네이션의 미래는 미니언즈에게 달려있다? [슈퍼 배드 2]
2010년 일루미네이션을 데뷔와 동시에 주목할만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만들어준 [슈퍼 배드]는 2013년에 2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악당에서 영웅이 된 그루는 더이상 신선할 것도 없었지만, [슈퍼 배드 2]에게는 새로운 비밀병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니언이죠.
3년전 달을 훔쳤던 슈퍼 악당 그루. 하지만 그는 이제 딸바보 아빠로 180도 변신해서 착하게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런 그 앞에 새상을 지배하려는 최강의 악당 군단이 나타나고, 그루는 비밀 요원이 되어 악당 소탕 작전에 투입됩니다. 그러한 가운데 그루의 매력적인 루시와 달콤살벌한 로맨스도 시작됩니다.
[슈퍼 배드]에서 그루 다음으로 중요한 캐릭터는 그루를 개과천선하게 만들었던 세 아이 마고, 에디스, 아그네스입니다. 하지만 [슈퍼 배드 2]에서는 그들의 비중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대신 새로운 캐릭터인 루시와 기존 미니언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모두들 미니언이 [슈퍼 배드 2]를 살렸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 결과 [슈퍼 배드 2]는 북미 흥행 3억6천8백만 달러라는 전편을 뛰어 넘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3년 개봉한 영화 중에서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 [아이언맨 3]에 이은 3위 기록입니다. 이제 일루미네이션은 [슈퍼 배드 2]로 기존의 빅3를 위협할만한 확실한 신진 세력으로 발돋음한 것입니다.
현재 일루미네이션은 2017년까지 다섯개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2015년 7월에 북미 개봉 예정인 [미니언즈]입니다. 네, 맞습니다. [슈퍼 배드]의 스핀오프로 미니언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입니다. 그 외에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두편의 영화가 2016년에 개봉할 예정이며, [슈퍼 배드 3]는 2017년 6월에 개봉 대기중입니다. 그리고 일루미네이션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닥터 수스의 원작인 [그린치]를 새롭게 애니메이션화하는 것으로 2017년 11월 개봉 예정입니다. [그린치]는 이미 짐 캐리 주연으로 2000년에 영화화되었었습니다.
지금까지 일루미네이션은 1년에 단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발표할만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지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다섯편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발표할 만큼 앞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일루미네이션을 향한 애니메이션 팬들의 이목은 더욱 집중될 것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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