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크리스 벅, 제니퍼 리
더빙 : 크리스틴 벨, 이디나 멘젤, 조나단 그로프, 조시 게드, 산티노 폰타나
개봉 : 2014년 1월 16일
관람 : 2014년 1월 17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나는 아직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기억한다.
제 일기장엔 제가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처음 만난 날을 정확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날은 바로 1992년 2월 17일이었고, 장소는 지금은 사라진 종로의 코아아트홀이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던 저는 누나의 손에 이끌려 [인어공주]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 즉시 디즈니의 마력에 흠뻑 빠져 버렸습니다.
이후 저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는 날이면 만사 제쳐두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 [포카혼타스], [노틀담의 꼽추] 등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언제가 제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라이온 킹]에서 심바의 탄생 장면은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한동안 저를 멍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왕국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헤라클레스]로 저를 실망시키더니 [아틀란티스]와 [보물성]은 '더이상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기대할 것이 없나?' 라는 물음을 제게 안겨줬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3D 애니메이션을 내세운 픽사가 [토이 스토리]를 필두로 급부상하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제게 서서히 잊혀진 이름이 되었습니다.
물론 디즈니도 그 사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동안 셀 애니메이션만 고집하던 디즈니는 [다이너소어]를 시작으로 3D 애니메이션으로 변화를 꾀하기도 했고, 2009년에는 [공주와 개구리]를 통해 셀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진정으로 부활을 선언한 것은 2011년에 개봉했던 3D 애니메이션 [라푼젤]이었습니다. [라푼젤]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북미 흥행 2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건재함을 알렸습니다. 물론 2010년의 북미 흥행 TOP은 픽사의 3D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3]가 차지했지만 [라푼젤]의 흥행은 디즈니도 3D 애니메이션으로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한 셈입니다.
이후 [주먹왕 랄프]가 2012년 북미 흥행 1억 8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고, 다시 기운을 차린 디즈니는 2013년 11월 [겨울왕국]으로 결국 대박 흥행을 이끌어 냈습니다. [겨울왕국]의 현재 흥행 성적은 북미 3억3천만 달러입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도 북미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을 정도로 흥행세가 수그러들지 않은 만큼 앞으로 충분히 더 벌어들일 것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작은 1994년에 개봉한 [라이온 킹]입니다. 비록 [겨울왕국]은 [라이온 킹]의 북미 흥행 4억2천2백만 달러의 벽을 넘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픽사의 그늘 아래 머물러 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왕의 귀환'을 알린 소중한 영화입니다.
원작을 바꾸는 디즈니의 마법
여러분은 디즈니 애니메이션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각자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이 다르기에 떠오르는 것 역시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동화가 생각납니다. 디즈니식으로 변형된 행복한 동화.
아마도 제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동화를 떠오르는 것은 [인어공주]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소재로하고 있습니다. 원작은 왕자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공주'의 슬픈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인어공주'의 새드 엔딩을 해피엔딩으로 바꾸는 마법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동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은 [인어공주]가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고전 목록에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피노키오], [신데렐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팬]등 동화를 소재로한 애니메이션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알린 [라푼젤] 역시 그림형제의 동화에 수록된 독일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겨울왕국]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겨울왕국]은 [인어공주]처럼 안데르센의 동화인 '눈의 여왕'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드엔딩을 해피엔딩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렸던 [인어공주]와 마찬가지로 [겨울왕국]은 악녀인 '눈의 여왕' 캐릭터를 바꿈으로서 영화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안데르센의 동화인 '눈의 여왕'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무엇이든 실제보다 더욱 흉측하게 비추는 거울을 가진 악마 트롤이 천사들을 놀리기 위해 하늘로 올라던 중 들고 있던 거울을 놓치고, 그 거울은 수억 개의 조각들로 부서져 인간 세상 사람들의 심장과 눈에 박혀버립니다.
거울 조각이 박힌 사람들은 차갑게 변하고 또 무엇이든 나쁘게 보게 되는데, 작은 마을에 살던 소년 카이의 심장과 눈에도 이 거울 조각이 박혀버리고, 이후 카이는 단짝 친구였던 소녀 게르다와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 카이는 눈의 여왕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카이에게 추위를 느끼지 않게 하고 게르다와 가족을 잊게 하는 입맞춤을 한 후 카이를 자신의 궁전으로 데려갑니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카이를 찾아 길을 떠나는 게르다는 갖가지 고난과 역경을 만나지만, 친구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이겨내며 마침내 눈의 여왕의 궁전에 도착하여 홀로 얼어붙은 강에 서있는 카이를 보게 됩니다. 게르다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은 카이의 심장에 박힌 거울 조각을 녹여 카이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립니다. 그리고 둘은 무사히 눈의 여왕의 궁전을 벗어납니다.
'눈의 여왕'와 [겨울왕국]은 뭔가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다릅니다. 그것은 원작의 악녀 캐릭터인 '눈의 여왕'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놀라운 각색의 힘입니다. [겨울왕국]은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엘사(이디나 멘젤)가 무엇 때문에 얼음 궁전을 짓고 홀로 살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엘사의 동생인 안나(크리스틴 벨)의 모험으로 영화를 진행시킨 것입니다.
내 마음을 울리는 음악, [라이온 킹]이후 처음이다.
사실 '눈의 여왕'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동화입니다. 2013년 2월에는 박보영과 이수근이 더빙을 맡은 러시아의 애니메이션 [눈의 여왕]이 개봉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눈의 여왕]과 [겨울왕국]은 같은 원작을 가지고 있지만 스토리 라인이 전혀 다릅니다. 그것은 고전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겨울왕국]만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면 뮤지컬을 보는 듯한 음악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한동안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은 뗄래야 뗄 수 없을 만큼 뮤지컬처럼 구성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거의 절대적이었습니다. 물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위력이 사그라들고, 새로운 캐릭터와 스토리 라인을 강화한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대세로 떠오르며 뮤지컬 애니메이션도 유행이 지난 것처럼 보였지만, [겨울왕국]은 다시 한번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위력을 실감나게 했습니다.
[겨울왕국]은 처음부터 신나는 뮤지컬 음악과 함께 시작합니다. 어린 안나가 언니인 엘사에게 함께 놀자며 부르던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은 안나를 다치게한 엘사가 결국 마음의 문을 닫으며 흥겨운 선율이 슬픈 선율로 바뀝니다. 엘사의 대관식에서 안나가 부르던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는 오랫동안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리자 설래여하는 안나와 두려워하는 엘사의 상반된 입장을 멋진 하모니로 보여주는 명곡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겨울왕국]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한 나머지 왕국을 떠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얼음 궁전을 지으며 엘사가 부르던 'Let It Go'입니다.
그동안 엘사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방에 갇혀 홀로 지내야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 안나가 자신 때문에 다칠까봐 두려웠던 것이죠. 그렇기에 스스로 자기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왕국을 떠나며 진정한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되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여 호화찬란한 얼음 궁전을 짓습니다. 이때 부르는 'Let It Go'는 이제 아무도 없는 혼자라는 엘사의 슬픔이 점점 더이상 자신의 능력을 감추지 않아도 된다는 환희에 찬 목소리로 바뀌며 웅장한 감동을 제게 안겨주었습니다.
진심으로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은 [라이온 킹]의 'Circle of Life'이후 처음입니다. 저는 'Let It Go'가 끝이 날때 나도 모르게 힘껏 박수를 칠 뻔했습니다. 2013년 회사 송년회에서 뮤지컬 <고스트>를 보며 배우들의 혼신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쳤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만큼 [겨울왕국]의 음악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OST를 뛰어 넘어 그 자체로도 뮤지컬의 벅찬 감동을 줬습니다.
너무나도 행복했던 2시간
원작을 바꾸는 각색의 힘, 영화를 이끄는 매력적인 뮤지컬 외에도 [겨울왕국]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요소가 바로 코믹한 조연 캐릭터입니다.
그 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코믹한 조연 캐릭터들로 영화의 웃음을 책임졌었습니다. [겨울왕국]에서는 엘사가 만든 눈사람 인간 올라프(조시 게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안나와 함께 엘사를 찾아 떠나는 크리스토프(조나단 그로프)의 순록 스벤과 크리스토프를 가족으로 받아주는 수다쟁이 트롤까지... [겨울왕국]은 감동과 함께 즐겁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조연 캐릭터들을 다채롭게 준비해 놓았습니다.
저는 정말 [겨울왕국]을 보는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인어공주]를 처음 봤던 1992년으로 돌아가 디즈니의 마법에 놀라워했던 순수했던 마음으로 [겨울왕국]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은 구피도 행복해보였습니다. 브로드웨이의 명품 뮤지컬을 보는 듯한 명품 음악들의 향연 역시 구피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엔더스 게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이후 2014년에만 벌써 저와 세번째 영화를 관람한 웅이도 [겨울왕국]에 흠뻑 빠져 버렸습니다. 귀여운 조연 캐릭터들과 환상적인 영상미, 그리고 흥겨운 음악들은 아직 어린 웅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도 너무 좋았는데, 왕자의 키스로 저주가 풀리는 구식 방식을 넘어선 [겨울왕국]만의 세련된 라스트씬은 타임지가 왜 [겨울왕국]을 2013년 올해를 빛낸 최고의 영화 10편으로 선정했는지, 그리고 지난 1월 12일에 막을 내린 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슈퍼배드 2], [크루즈 패밀리]를 제치고 [겨울왕국]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는지를 증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충고해드리면... [겨울왕국]이 끝나고 나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세요. 저는 자막 버전 [겨울왕국]을 봤습니다. 그런데도 엔딩 크레딧에서는 효린이 부른 'Let It Go'가 흘러 나오더군요. 영화 속에 삽입된 엘사가 부른 'Let It Go'와는 다른 느낌으로 참 듣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꾹 참고 기다리시면 히든 영상도 아주 짧막하게 있습니다. [겨울왕국]의 히든영상은 엘사가 얼음궁전을 지키기 위해 창조해낸 눈의 괴물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소한 재미를 주는 장면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저희 가족은 집에 가는 길에 'Let It Go'를 웅얼거렸습니다. 영화의 발음과 비슷한 '내리고'로 바꿔서 저희 가족 마음대로 개사해서 'Let It Go'를 신나게 부르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22년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느꼈던 행복감이 [겨울왕국]을 통해 이렇게 되살아났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디즈니의 너무 완벽했던 귀환이 반가웠답니다.
영화 속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쳤지만
[겨울왕국]을 보는 내 마음 속에는 훈훈한 환희가 솟아 올랐다.
애니메이션의 '왕의 귀환'은 이렇게 내게 행복을 안겨줬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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