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4년 영화이야기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돈의 맛에 중독된 사람들

쭈니-1 2014. 1. 14. 14:44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주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나 힐, 카일 챈들러, 마고 로비

개봉 : 2014년 1월 9일

관람 : 2014년 1월 12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휴가의 맛에 빠지다.

 

지난 일요일, 웅이가 태권도장에서 1박 2일로 스키장에 갔습니다.  일요일이지만 늦잠도 자지 못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웅이를 태권도장에 데려다준 저와 구피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늘은 자유다!'를 외치며 각자 휴가를 만끽했습니다.

구피는 침대로 직행, 따끈따끈한 이불 속에서 뒹굴기 시작했고, 저는 극장의 상영 시간표를 체크하며 영화 보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게해서 선택되어진 두편의 영화가 바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와 [플랜맨]입니다.

"오늘은 날 건드리지마. 아무 것도 안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릴거야."라고 당차게 선언한 구피를 홀로 남겨두고 저는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우선 따끈한 아메리카 커피를 한잔 들고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인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본 후, 일본식 돈까스로 배를 채운 후 [플랜맨]을 보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뜻밖의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물론 웅이가 스키를 타다가 다치지나 않을런지 걱정이 되었고, 영화를 보느라 항상 일요일 저녁이면 웅이와 함께 보던 TV 예능프로 <런닝맨>을 보지 못해 조금 허전했지만, 그래도 가끔 영화와 함께 할 수 있는 주말을 맞이하니 2014년 들어서 꽉 막혀 있던 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순식간에 확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다음주에 웅이는 이번엔 컵 스카우트에서 1박 2일로 또 스키장에 갑니다. '다음 주말도 자유다!'를 외치려는 순간 어머니께서 다음 주말에 아버지 산소에 가자고 전화하셔서 2주 연속 주말 영화휴가는 물건너 가버렸습니다. ^^

 

뜻밖의 영화 휴가날 맞이한 첫번째 영화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입니다. 이 영화는 3시간 동안 정신없는 향락의 세계에 빠졌다가 '정신차리라'며 한대 얻어맞고 극장을 나서는 기분이 들게하는 묘한 영화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갱스 오브 뉴욕]을 시작으로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그리고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까지 무려 다섯번이나 함께 작업을 했는데, 단언컨데 이번 영화가 그들이 함께한 영화 중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조단 벨포트라는 실존 인물을 내세운 영화입니다. 그는 24살의 나이에 월 스트리트의 증권화사 인턴쉽으로 발을 들여놓은 이후 스크랜턴 오크몬트라는 투자 회사를 설립하여 억만장자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엄청난 성공을 거머쥔 그는 마약과 섹스에 빠져 들었고,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불법적인 증권 조작을 하다가 결국 FBI에 체포되어 감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조단 벨포트의 성공과 몰락을 잡아내며 그가 중독되었던 마약과 섹스, 그리고 돈의 맛을 관객도 생생하게 느끼게끔 연출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영화가 후반부에 접어들면 마약에 취한 듯 약간은 멍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단 벨포트의 몰락과 함께 영화가 끝나고나면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그런 영화입니다.

자! 그렇다면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전하는 돈과 맛은 어땠을까요? 지금부터 중독성이 강한 돈을 맛을 다룬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돈의 맛을 알기 시작한 청년

 

[더 울프 오드 월 스트리트]는 조단 벨포트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조단이 관객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의 성공과 좌절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조단 벨포트가 월 스트리트에 증권회사 인턴쉽으로 취직하여 커넥터로 일을 시작하며 영화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커넥터란 고객과 주식 브로커를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데, 한마디로 조단 벨포트는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잡고 앉아 텔레마케터처럼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업무를 맡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긋지긋해 보이는 업무를 맡은 조단 벨포트의 표정은 환희에 차있습니다.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말이죠.

그런 그에게 상사인 마크 한나(매튜 맥커너히)는 이상한 조언합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약은 필수이며, 자위 행위도 자주 하라는... 마크는 고객의 돈을 불려 주면서 자신 또한 돈을 벌면 좋은 것 아니겠냐는 조단의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이러한 마크의 조언은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조단의 모습이 됩니다. 수백만, 수천만 달러가 오고가는 주식 시장에서 조단은 점점 마약과 섹스에 빠져듭니다. 처음엔 미용사인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졌던 이 청년은 이제 아내를 버리고, 금발의 미녀인 나오미(마고 로비)를 아내로 맞이하고 대저택과 초호화 유람선을 갖춰 놓은채 매일 같이 동료들과 마약과 섹스 파티에 빠져듭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초반은 마치 광란의 섹스 파티장 같습니다. 마약에 중독된 조단은 철철 넘치는 에너지를 쏟아내며 자신이 세운 투자회사인 스크랜턴 오크몬트를 성공가도에 올려 놓습니다.

처음엔 조단의 멋진 스포츠카를 보고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곧장 조단의 밑으로 들어온 괴짜 도니 아조프(조나 힐)와 무식한 고향 친구들로 시작된  조단의 회사는 점점 월 스트리트에서도 화제가 되는 회사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조단의 마약과 섹스 중독은 점점 심해집니다. 처음엔 저 역시 화려한 조단의 생활이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아름다운 아내와 멋진 저택, 그리고 개인 헬기까지 갖춘 초호화 요트. 그의 일상은 매일이 파티였고, 늘씬한 미녀들이 조단과 섹스를 하기 위해 항시 대기중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며 조단의 마약 중독과 섹스 일탈은 점점 도가 지나치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가 고객의 돈을 갈취하여 쌓아올린 모래성은 점점 위태로워집니다. FBI 요원인 패트릭 뎀햄(카일 챈들러)이 그의 비리를 조사하기 시작하며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언제 무너질지 모를 조단의 모래성과 함께 팽팽한 긴장감으로 진행됩니다.

처음엔 에너지 넘치는 매력적인 입지전적인 사업가처럼 보였던 조단. 하지만 영화의 후반이 되면 될수록 그는 그저 마약과 섹스에 중독된 한심한 인간 쓰레기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리고 처음엔 조단의 생활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저 역시 조단의 몰락의 현장에서 그와 함께 서있었습니다. 왜 멈추지 못했는지 함께 자책을 하며...

 

 

중독이란 이런 것.

 

왜 조단은 멈추지 못했을까요? 영화의 중반, 그의 변호사는 금융감독원과 협상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몇 백만 달러의 벌금을 내고,  회사의 경영권을 내려 놓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가 금융감독원과 협상을 하게 된다면 그의 비리를 조사하던 FBI도 그에 대한 수사를 끝낼 것입니다.

이미 조단은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거액의 비자금을 스위스 은행에 숨겨 놓았습니다. 이제 그 돈을 쓰며 아름다운 아내 나오미와 사랑하는 어린 딸과 함께 풍족한 삶을 살면 되는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인 맥스(롭 라이너)는 조단에게 말합니다. "네가 승리한거란다."

하지만 조단은 멈추지 못했습니다. 멈추지 않으면 몰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모두들 그에게 말했지만 그는 마치 불에 뛰어든 불나방처럼 멈추지 못하고 달립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그가 중독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약에 중독되었고, 섹스에 중독되었으며, 특히 돈의 맛에 중독되었기 때문입니다. 중독자는 그 끝이 파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코 멈추지 못합니다. 마음 속으로는 '멈추지 않으면 파멸할거야.'라고 외치지만, 머리에서는 끊임없이 더 강한 자극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조단이 무너지는 모습은 처절합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마약에 중독되어 거의 뇌성마비 수준이 된 조단이 FBI가 도청하고 있는 집 전화로 비자금 은신처에 전화를 걸고 있는 도니를 막고 서로 싸우는 장면에서 조단의 처절함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조금 느긋하게 진행됩니다. 많은 부분이 이 영화의 후반부가 초반에 비해 지루하다고 지적을 하는데, 그것은 초반에 보여주었던 에너지 넘치는 장면들에 관객들 역시 중독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저 조단이 느꼈을 마약, 섹스, 돈의 맛에 중독되게끔 연출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조단이 마약에 취해 하는 행동들은 에너지 넘치는 활기로 표현되었고, 섹스 장면은 포르노에 버금갈 정도로 자극적입니다. 수백, 수천만 달러를 아낌없이 허공에 날려버리는 조단의 모습이 부럽기까지합니다.

하지만 조단의 몰락이 막상 시작되고 나면 마치 마약에 중독된 이에게 마약을 빼앗아버리듯, 영화의 빠른 전개와 에너지에 중독된 관객들은 갑자기 느긋한 전개를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의도적으로 관객들 역시 후반부에는 조단이 느꼈을 극심한 상실감을 관객도 함께 느끼도록 연출한 것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거장인 이유는 바로 그러한 그의 연출력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해주고자하는 메시지를 다양한 영화적 장치를 통해 관객 스스로 체험하게끔 할줄아는 연출력. 그리고 그의 연출력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빛나는 연기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통해 제7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왜 다섯편의 영화를 함께 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당신은 돈의 맛에 중독되고 싶은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여러모로 참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연출력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물론이고, 3시간 동안 저를 광란의 마약 섹스 파티에 초대했다가 몰락의 처절함을 맛보게 하며 영화를 보는 내내 저를 정신차리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실제 조단 벨포트는 1999년 유죄를 받고 22개월간 수감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전재산은 모조리 압수당해서 조단 벨포트는 그야말로 파산을 당했고, 감옥 수감 중에는 피해자들의 소송으로 인해 1억달러의 배상금을 빚지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그의 인생은 이제 끝이 난 것이죠.

하지만 그러한 예상과는 달리 조단 벨포트는 출소하자마자 <월가의 늑대>라는 제목의 책을 써서 베스트샐러 작가가 되었으며(우리나라에도 출판되었습니다.) [더 울프 오브 더 월 스트리트]의 영화 제작으로 판권을 팔고 로얄 개런티를 챙겼으며, 현재는 수 많은 세계 도시를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조단 벨포트가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강연을 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제가 바로 이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던 이유는 바로 조단 벨포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여든 수 많은 평범한 사람들 틈에서 내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범법자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서 부당 이익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댓가로 수감되었고, 모든 재산은 압수 당했으며 거액의 빚까지 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에게 배우겠다며 몰려듭니다. 과연 그들이 조단 벨포트에게 배우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그들은 돈의 맛을 배우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지만 어찌되었던 조단 벨포트는 빈 손으로 억만장자의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고, 원없이 돈을 물쓰듯 썼던 돈의 맛에 중독된 중독자니까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카메라는 조단 벨포트를 존경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의 말을 받아 적기 위해 모여든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당신도 조단 벨포트처럼 돈의 맛에 중독되고 싶은가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끝이 파멸인줄 알면서 우리는 "내가 조단 벨포트라면 적당한 순간에 멈출 수 있어."라고 자신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돈의 맛에 중독되었는데도 우린 멈출 수 있을까요? 멈출 수 없다면 조단 벨포트처럼 나락으로 떠어질줄 알면서도 그처럼 되길 원한단 말인가요?

영화가 끝나고 극장 밖을 나서며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약 나에게 조단 벨포트처럼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조단 벨포트의 인생을 선택할까?' 선뜻 대답할 수가 없더군요. 조단 벨포트가 얼마나 비열한 수법으로 돈을 벌었고, 결국엔 파멸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도 저렇게 많은 돈을 가져봤으면 좋겠다."라는 욕망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가 말하는 돈의 맛은 그렇게 제 마음도 흔들어 놓을만큼 강력했습니다.

 

우리는 돈의 맛에 중독되기를 원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명심하자.

한번 중독되면 파멸을 맞이하기 전까지 중독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음을...

돈의 맛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우리 자신을 파멸시키면서까지 중독되지는 말자.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