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벤 스틸러
주연 : 벤 스틸러, 크리스틴 위그, 숀 펜
개봉 : 2013년 12월 31일
관람 : 2014년 1월 11일
등급 : 12세 관람가
내가 이 영화를 이제서야 본 이유
2013년의 마지막날 개봉한 영화 중에서 [엔더스 게임]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꼭 극장에서 챙겨봐야할 기대작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엔더스 게임]은 2014년 저희 가족의 첫번째 영화로 선택되어졌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엔더스 게임]을 본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저혼자서라도 극장에서 보려고 마음을 먹었었습니다. 하지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대한 제 계획은 웅이의 선택으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2014년 1월의 두번째 주말에 웅이와 영화를 보기로 계획을 세운 저는 웅이에게 영화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제가 제시한 후보작은 '타잔 탄생 100주년기념작'이라는 독일의 3D 애니메이션 [타잔]과 겨울방학이면 웅이와 저의 필수 극장관람 영화였던 [극장판 포켓몬스터 베스트위시 : 신의 속도 게노세크트, 뮤츠의 각성], 그리고 2014년 첫 영화 경쟁에게 [엔더스 게임]에 밀렸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웅이가 [타잔]을 선택해주길 바랬지만 아무래도 [극장판 포켓몬스터 베스트위시 : 신의 속도 게노세크트, 뮤츠의 각성]을 선택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웅이의 선택은 의외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였습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타잔]과 [극장판 포켓몬스터 베스트위시 : 신의 속도 게노세크트, 뮤츠의 각성]은 어떤 영화일지 충분히 예상이 되지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어떤 내용인지 전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웅이의 의외의 선택으로 인하여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대한 제 극장 관람 계획은 1월 11일로 미뤄져야 했습니다. 그동안 이 영화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지만 웅이와 함께 보기로 약속한 만큼 꾹 참고 견뎌야 했습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어떤 영화일지 전혀 종잡을 수 없어서 이 영화를 선택한 웅이와는 달리, 솔직히 저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어떤 영화일지 어느 정도는 감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이 영화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월터(벤 스틸러)처럼 '상상쟁이'였거든요.
어렸을 적에 저는 상상을 많이 하는 아이였습니다. 특히 제 상상은 고요한 밤에 이뤄졌는데, 밤새 이런저런 상상을 하느라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못하니 몸은 항상 허약했습니다. 그런 저를 어머니는 한약방에 데려가셨는데, 한의사가 제게 "넌 상상을 많이 하는 아이구나? 밤새 상상으로 집도 짓고, 여기저기 여행도 하고 그러니?"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한의사의 질문에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고요.
그날 저는 온 몸에 침을 맞고, 쑥뜸을 했습니다. 거액의 한약을 결재하신 어머니는 저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시며 "앞으로 상상같은 거 하지마."라고 그러시더군요. 하지만 친구도 별로 없었고, 소심한 성격의 저는 상상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놀이였습니다. 지금은 영화가 제 상상하기를 대신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예고편을 본 저는 '이건 내 이야기이다.'라는 확신이 들었고, 영화에 대해 기대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소심한 상상쟁이 월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6년째 라이프 잡지사에서 포토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월터 미티.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생활전선에 뛰어든 그는 해본 것도, 가본 곳도 없는 평범한 소시민입니다. 그러한 그의 유일한 취미는 바로 상상하기입니다.
상상 속에서 월터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회사동료 셰릴 멜호프(크리스틴 위그)의 애완견을 가스 폭발 현장에서 구해주고, 셰릴의 이상형이 되어 멋지게 그녀 앞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월터는 셰릴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소심남입니다. 게다가 그의 직장인 라이프는 다른 회사에 팔려 인터넷 잡지사로 바뀌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월터의 상상 멍때리기 때문에 구조조정 담당자인 테드 핸드릭(아담 스콧)의 눈밖에 나서 짤리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폐간을 앞둔 라이프의 마지막 표지사진을 사라지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전설적인 사진 작가인 션 오코넬(숀 펜)이 스스로 자신 생애 최고의 걸작이라 칭했던 사진이 그가 보내준 필름에서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테드는 션이 보내준 사진을 빨리 내놓으라고 닥달하고,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숀은 연락조차되지 않습니다. 결국 월터는 직접 션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션을 찾아 나선 월터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셰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기 위해 가입한 미팅 사이트의 프로필에 해본 것도, 가본 것도 없어 칸을 비워둬야 했던 월터. 하지만 순식간에 그는 온갖 모험을 하는 모험가가 됩니다.
션을 찾아 북극의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그린란드에서는 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상어의 공격을 받기도 하며,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게릴라군이 득실되는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을 넘어 히말라야 산에 오르기도 합니다.
처음엔 단순히 표지사진의 행방을 알기 위해 시작된 월터의 여정은 점점 자신을 위한 힐링 여행이 됩니다.처음 그린란드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그는 헬기 조종사가 술에 취한 것에 겁을 집어 먹고 헬기에 올라 타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현장에서는 어린 시절 지역 챔피언 자리까지 올랐던 스케이트보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하고, 히말라야 산에서는 게릴라 군에게 어머니의 귤 케잌을 뇌물로 주는 등 점점 대범해집니다.
그렇게 월터가 조금씩 바뀌는 동안 영화를 보는 저 역시도 훈훈해졌습니다. 상상만 하던 월터. 그의 작은 용기가 소심한 월터를 바꾸었으며, 그렇게 월터가 바뀌는 동안 그의 상상은 현실이 되는 기적을 맛보게 되는 것입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작은 용기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는 "저는 정말 월터가 상상만 하면 모든 것이 현실로 바뀌느 영화인줄 알았어요."라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더군요. 네, 맞습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월터가 상상만 하면 현실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이라면 그 점을 꼭 유의하시길...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제목 그대로 월터의 상상이 현실로 되는 놀라운 기적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해본 것도 없고, 가본 곳도 없는 월터. 그는 짝사랑하는 셰릴에게는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한채 상상으로만 멋진 사랑을 이뤄내고, 자신에게 깐죽대는 테드에게도 말 한마디 못하는 그러한 소심남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션을 찾기 위한 여정을 마치고 난 다음에는 셰릴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데이트를 신청하고, 라이프지의 직원들에게 못되게 굴었던 테드에게도 따끔한 일침을 가합니다. 어쩌면 그 자체로 이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월터의 상상대로 셰릴과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로맨틱한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고, 테드와 온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과격한 대결을 벌이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그는 마음 속으로만 상상했던 것들을 작은 용기로 현실에서 해낸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상상을 하시나요? 저는 사춘기 시절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운명과도 같은 슬픈 사랑을 하는 상상을 주로 했습니다. 당시 저는 짝사랑하던 여자 아이가 있어는데, 그녀에겐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하고 상상 속에서만 베개를 눈물로 흠뻑 젖게만드는 슬픈 사랑을 상상했습니다.
만약 제가 작은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고백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제 첫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겠지만(거의 모든 사랑은 해피엔딩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짝사랑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짝사랑으로 끝난 첫사랑은 추억할만한 것이 거의 없어서 내 자신이 초라하고 비참하기만 하거든요.
성인이 되며 로또에 당첨되어 부자가 되는 상상, 밉상 직장 상사에게 멋지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상상 등 제 상상도 다양해졌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상상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상상을 상상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닌, 상상을 현실로 이루기 위한 작은 용기가 있다면 우리의 현실은 좀 더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워지지 않을까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월터처럼 말입니다.
쭈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아마도 [박물관이 살아있다]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코미디 영화일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예상과는 달리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특히 월터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삶에 대한 모험을 멈추고 파파존스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일화는 제 가슴을 너무나도 아프게 했습니다. 아마도 웅이와 함께 영화를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버지의 부재가 월터를 상상만 하는 소심남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웅이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웅이가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 순간까지 몸 건강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월터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표지 사진이 공개되는 순간도 제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사실 저는 영화의 중반부터 표지 사진이 무엇일지 대충 눈치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라이프 폐간호의 표지사진이 화면에 등장하는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감동이 밀려 오더군요. 마치 열심히 일하는 바로 당신의 모습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라는 영화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아마 웅이는 아직 어려서 그러한 감동을 느끼지 못햇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커서 어른이 되어 자녀와 함께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웅이도 옆의 어린 자녀를 생각하며 저처럼 코끝이 찡해지고, 열심히 일한 자신을 응원하는 영화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요?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에서 쉬고 있을 구피를 불러 집근처 지하철역에서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로 했습니다. 구피가 좋아하는 햄버거는 '버거킹'. 하지만 저희 집근처 지하철역에는 '롯데리아'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렴풋이 집근처 지하철역에서 '버거킹'을 본 것과 같은 기억이 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작정 구피에게 "지하철 역으로 나와. '버거킹'이 새로 생겼으니 거기에서 점심먹자."라고 전화했습니다. 구피는 "정말 '버거킹'이 생겼어? 난 못본것 같은데..."라며 의심합니다. 하지만 춥다고 집에만 있으려고 하는 구피를 집 밖으로 끌고 나오기 위해서 저는 "내가 봤어. '버거킹'이 새로 생긴거..."라며 우겼습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버거킹'이 없으면 '롯데리아'가자고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저희 집근처 지하철역에 '버거킹'이 새로 오픈한 것입니다. 웅이는 제게 "아빠의 상상이 현실이 되었어요." 라며 좋아했습니다. 그날 저희 가족 점심은 '버거킹' 햄버거였습니다.
아직도 현실이 판타지가 되기를 원하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상상과 그러한 상상을 이루려는 작은 용기가 판타지보다 멋진 행복한 현실을 만드는 것은 아니까요? 그날 '버거킹' 햄버거를 먹으며 행복하게 웃었던 저희 가족처럼 말입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는 아니지만 삶의 작은 행복을 이야기할줄 아는 그런 행복한 영화였습니다.
소시민들이여! 힘을 내자.
상상을 현실로 바꾸려는 우리의 작은 용기가
세상을 아름답게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자.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영화이야기 > 2014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왕국] - 너무 완벽했던 디즈니의 귀환 (0) | 2014.01.20 |
---|---|
[잭 라이언 : 코드네임 쉐도우] - 조금은 심심한 첩보물 (0) | 2014.01.17 |
[플랜맨] - 당신의 계획은 안녕하신가요? (0) | 2014.01.15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돈의 맛에 중독된 사람들 (0) | 2014.01.14 |
[엔더스 게임] - 엔더의 게임은 끝이 났지만, 엔더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0) | 2014.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