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 - 아무리 착한 마법이라도 이기심 앞에선 저주가 된다.

쭈니-1 2013. 12. 26. 14:29

 

 

감독 : 히라오 타카유키

더빙 : 김서영, 이현진, 양정화

개봉 : 2013년 12월 25일

관람 : 2013년 12월 25일

등급 : 전체 관람가

 

 

크리스마스는 역시 영화와 함께...

 

여러분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찬란한 솔로 시절에는 친구들과 "내년엔 꼭 여자친구를 만들어서 함께 파티하자."는 헛된 약속을 하며 이브날 저녁부터 진탕 술을 마시고, 막상 크리스마스날에는 속이 쓰려 집에서 뒹굴거리며 TV 특선영화만 보며 지냈었습니다.  

구피와 사귄 후에는 솔로 친구들의 전화는 모르는척하며 구피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보내야할지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몇 달전부터 모아둔 비상금을 탈탈 털어 준비한 이벤트로 함께 보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결혼하고나니 가족들과 어떻게하면 추억에 남을만한 크리스마스를 보낼지 고민에 또 고민을 하고 있네요. 하지만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소시민이기에 고민만 할 뿐, 뽀족한 수는 딱히 없는 것이 문제죠.

사실 웅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에 가장 좋은(값싼) 방법은 영화 보기입니다. 2011년, 당시 '포켓 몬스터'에 푹 빠져 있는 웅이 덕분에 크리스마스날 [극장판 포켓 몬스터 베스트위시 : 비크티니와 흑의 영웅 제크로무], [극장판 포켓 몬스터 베스트 위시 : 비크티니와 백의 영웅 레시라무]를 연달아 보며 무사히 보냈었습니다.

2012년에는 [극장판 포켓 몬스터 베스트위시 : 큐레무 VS 성검사 케르디오]를 19일날 미리 보는 바람에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볼 영화가 없어서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2013년 크리스마스에는 웅이와 함께 볼 영화가 무엇이 있을런지 일찌감치 영화 체크를 해놨습니다.

 

문제는 웅이가 '포켓 몬스터'에 대해 예전처럼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더러, [극장판 포켓 몬스터 베스트위시 : 신의 속도 게노세크트, 뮤츠의 각성]의 개봉일이 2014년 1월 9일이라는 점입니다. 다시말해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볼 영화가 마땅히 없더라는 것이죠.

크리스마스날 웅이와 함께 볼 유력한 영화 후보로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를 점찍어 뒀었는데, 웅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단체 관람으로 미리 보는 바람에 제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이빙 산타], [비행기]를 보자니 너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맞춰진 애니메이션이라 나름 초등학교 고학년인 웅이에겐 유치하게 느껴질 것 같아 고민하던 저는 결국 크리스마스 영화로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를 선택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북적거리는 느낌을 받기 위해 신도림의 디큐브에서 시간을 보내던 저희 가족은 드디어 영화 시간에 맞춰 극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솔직히 저는 긴장되었습니다. 제가 독단적으로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를 선택해서 예매한 것이라 웅이가 이 영화를 재미없어하면 어떻게해야하나 걱정된 것이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웅이는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저 역시 이 영화가 꽤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웅이와 애니메이션을 본 구피도 '어릴적 좋아하던 애니메이션 분위기의 영화'라며 만족스러워했으니 이 정도면 저희 가족의 2013년 크리스마스도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마법세계의 영웅, 인간세계에 오다.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는 12년전 마법세계의 전쟁으로 18세 나이지만 어린아이의 몸이 된 꼬마(?)마녀 요요(김서영)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자막으로 시작합니다.

어느날 마법세계에 인간세계의 건물들이 나타나고 이 건물들을 조사하던 요요는 마법진에 빨려 들어가 인간세계에 오게됩니다. 서로 차원이 다른 세계인 마법세계와 인간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었던 것이죠. 게다가 인간세계에는 건물들이 마법세계로 사라지는 것 외에도 사람들이 몬스터로 변하는 이상한 일마저 벌어집니다.

마법세계에서 동생인 네네(이현진)와 함께 마법해결사무소를 운영하는 요요는 마법세계와 인간세계를 동시에 위기에 빠뜨릴 이 사상 최악의 사건을 해결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저주를 풀려면 저주를 건 이가 누구인지 알아내야하는 법.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 요요의 수사는 미궁에 빠지게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요요는 인간세계에서 점차 마법의 힘을 잃어가고, 그로인해 마법세계로 돌아갈 수조차 없어집니다. 게다가 마법세계의 막무가내 총사령관(요요와 네네의 할머니) 요네는 이 사태를 마법세계에 대한 인간세계의 공격으로 간주하고 마법세계를 구하기 위해 인간세계와 전쟁을 선포합니다. 과연 주어진 시간 내에 요요는 저주를 풀 수 있을까요?  

 

사실 영화의 초반에 저는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의 설정이 조금 뜬금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딱 봐도 어린아이의 몸인 요요가 동생이고, 네네가 언니처럼 보이는데, 왜 굳이 요요가 어린 아이의 몸을 가지게 되었다는 설정을 집어넣어 요요를 언니로 설정한 것일까요? 

그렇다고 요요가 어린아이의 몸을 갖게된 12년전 마법세계의 전쟁 장면이 영화 속에 제시된 것도 아니고, 정체불명의 괴한으로 인하여 어린 아이의 몸을 갖게된 코난이 그에 대한 비밀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 스토리 전개인  [명탐정 코난]과는 달리,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에서 요요가 어린아이의 몸이 된 사연은 영화 속 사건에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어린이 관객을 위한 억지설정인가? 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다보니 보다보니 영화의 중반부가 되니 왜 요요가 어린 아이의 몸이된 꼬마마녀여야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는 결과적으로 요요의 성장담이었습니다. 마법세계에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지만 낯선 인간세계에선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에 불과한 요요. 인간세계에서 좌충우돌 사건을 해결하며 요요는 좀 더 성숙한 마녀가 되어 있었던 것이죠.

 

 

인간세계에서 요요의 성장담

 

마법세계에서 요요는 전쟁 영웅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수완이 좋은 사업가이기도 합니다. 동생인 네네와 함께 마법해결사무소를 운영하며 저주로 인하여 고민하는 이들에게 할인행사를 한다며 호객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요요가 처음 인간세계에 왔을때 그녀는 '나는 그림책에도 등장하는 대단한 마녀야.'라는 자부심으로 인간세계의 소년 다카(양정화)를 대합니다. 다카가 요요를 못미더워하자 그에게 마법을 걸어 골탕먹일 정도로 그녀는 자만심에 빠져 있습니다.

사건해결률 100%. 그런 요요에게 거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세계에서 요요는 어린아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합니다. 다카가 끌여주는 볶음라면(우리나라의 컵라면 정도)를 먹으며 맛있다고 좋아하는 모습과 다카와 함께 간 축제에서 사건 해결은 잠시 잊고 어린 아이처럼 놀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선 영락없는 철없는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축제의 현장이 저주로 인하여 아수라장이 되고, 요요가 사건 해결을 위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어린 아키가 다치자 다카는 요요를 비난합니다. 그러나 요요는 다카의 비난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키가 죽으면 마법으로 다시 살려내면 되잖아." 그렇습니다. 마법세계에서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요요였기에 인간세계에서의 소동은 그녀에게 별것 아닌 일로 인식되었던 것입니다. 단지 요요는 사건해결률 100%라는 자신의 명성을 잇기 위해 이 사건에 뛰어든 것 뿐이죠.

 

그런데 그런 그녀를 성장시킨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요요의 애완 동물인 비하크가 축제 현장의 사건으로 죽은 것이죠. 요요는 마법의 힘으로 비하크를 살려내려 하지만 인간세계에서 요요의 마법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에 비하크를 살려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요요는 마법보다 위대한 힘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것이죠.

비하크의 죽음과 그로인하여 자신의 무기력함을 처음 느낀 요요. 그녀는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진정 필요한 것은 마법이 아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마법세계와 인간세계를 동시에 위기로 내몬 의문의 저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겁니다.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의 영화적 재미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나옵니다. 그림책에도 나오는 위대한 마녀라며 자신만만하던 요요. 마법의 힘을 믿고 거칠 것이 없이 앞을 질주하던 그녀는 인간세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힘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에 요요가 가진 어린아이의 육체는 마법의 힘만 믿는 천방지축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순수한 동심으로 힘으로 진정한 힘을 각성하는 모습까지 꽤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적절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억지섞인 설정으로 보였던 요요의 캐릭터. 하지만 영화가 끝날때쯤엔 완벽한 신의 한수처럼 느껴졌습니다.

 

 

축복이 저주가 된 이유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에서 흥미로운 것은 요요의 캐릭터 뿐만은 아닙니다. 영화의 후반, 인간세계와 마법세계를 동시에 위기에 빠뜨린 저주의 실체가 밝혀지는 장면에서 어른인 저도 '아차' 싶은 숙연함을 느꼈습니다.

사실 이 엄청난 저주의 실체는 저주가 아닌 축복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마법의 힘을 나눠준 사람들에게 건네주는 작은 선물로 소원을 들어주려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축복이 어쩌다가 무시무시한 저주가 된 것일까요? 그 비밀은 우리 인간들의 이기심에 있습니다.

'경쟁회사가 도산되게 해주세요.', '우리 반의 1등이 시험을 망치게 해주세요.'와 같은 남이 잘 안되길 바라는 소원이 모이고 모여 커다란 저주가 된 것입니다. 남이 잘되게 하기 위한 소원이 아닌 남이 잘 못되어서 자신이 이익을 얻으려는 소원들. 요요는 말합니다. '아무리 착한 마법이라도 이기심 앞에서는 저주가 된다'라고...

만약 누군가 여러분에게 소원을 한가지 말하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소원을 빌겠습니까? 나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소원? 아니면 소중한 사람이 잘되기를 원하는 소원?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는 인간세계와 마법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저주의 실체가 인간의 이기심이라 말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오는 길. 웅이에게 물었습니다. "넌 왜 소원이 저주로 변했는지 아니?" 웅이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제 눈을 쳐다봅니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순수한 동심을 가진 어린아이들이 남이 잘 안되길 바라는 이기적인 소원을 빌 이유가 없으니까요.

결국 그런 이기적인 소원은 세상에 찌든 우리 어른이 빌었을 것입니다. 아마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소원을 말하는 어른들도 꽤 많지 않을까요? 그러한 무시무시한 소원이 저주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과연 저는 무슨 소원을 빌까요? 저 엯 소중한 사람이 잘 되길 바라기 보다는 로또 1등 당첨과 같은 내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소원을 먼저 빌었을지도 모릅니다. 로또 1등 소원을 빈다면 다른 누군가의 1등 당첨을 빼앗는 결과가 오는 것이니 결국 그것 역시 저주가 되지 않을까요?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를 보고 집으로 향하며 어느 순간부터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 내 자신을 뒤돌아봅니다. 제가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매일 잊고 사는 순수한 동심을 아주 잠시나마 다시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유치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 우습게 보지 마라.

어쩌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애니메이션이 안겨주는

착한 동심의 교훈일지도 모른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