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이스케이프 플랜] - 녹록지 않은 두 노장 액션 배우의 재미

쭈니-1 2013. 12. 11. 13:25

 

 

감독 : 미카엘 하프스트롬

주연 : 실베스타 스탤론, 아놀드 슈왈제네거, 제임스 카비젤

개봉 : 2013년 12월 5일

관람 : 2013년 12월 10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할리우드에서 노장 액션배우가 살아남는 법

 

1980년대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었습니다. 실베스타 스탤론은 1976년 [록키]를 시작으로 인기가도에 오른 후 1982년 [람보]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의 인기는 '록키 시리즈'와 '람보 시리즈'는 물론 [코브라], [오버 더 톱]으로 이어지며 8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1981년 [코난 : 바바리안]을 시작으로 1984년 [터미네이터], 1985년 [코만도]로 인기 가도의 정점을 찍은 그는 [고릴라], [프레데터], [런닝 맨]으로 액션 배우로서의 인기를 이어 나갔으며, [트윈스], [유치원에 간 사나이]를 통해 코미디 연기로 자신의 인기를 확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람보]와 [코만도]를 보지 않았습니다. 당시 학교 앞 문방구에 가면 '람보'와 '코만도' 카드를 팔았고, 제 친구들은 요즘 아이들이 포켓몬 카드를 모으듯이 경쟁적으로 '람보', '코만도' 카드를 모으며 희귀 카드가 나오면 자랑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근육질에 총을 들고 서있는 우락부락한 무서운 아저씨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에 대한 추억이 제 또래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인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베스타 스탤론은 90년대 들어서 [데몰리션 맨], [스페셜 리스트], [어쌔신], [저지 드레드], [데이 라잇] 등이 잇달아 미지근한 흥행을 보이며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경우는 일찌감치 코미디 영화로 연기 영역을 넓힌 덕분에 액션 영화에 갇힌 실베스타 스탤론보다는 좀 더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했었습니다. 액션과 코미디가 적절하게 가미된 1994년 [트루 라이즈]의 흥행 성공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그는 200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되며 영화 배우로서의 인생을 포기하고 정치인으로서의 인생을 선택하였습니다.

인기 하락으로 인한 내리막길을 탄 실베스타 스탤론과 정치인의 인생을 청산하고 다시 영화계로 컴백했지만 [라스트 스탠드]의 흥행 실패로 예전같지 않은 아놀드 슈왈제네거. 그들은 그렇게 추억 속의 액션 스타로 끝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실베스타 스탤론이 왕년의 액션배우들을 총집합시킨 [익스펜더블]을 통해 오랜만에 흥행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획득한 것입니다. [익스펜더블]에서 우정출연에 그쳤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익스펜더블 2]에는 좀 더 비중을 높여 출연하며 역시 뭉치면 산다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이스케이프 플랜]은 비록 [익스펜더블]처럼 왕년의 액션배우들이 총집합한 영화는 아니지만,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제대로 의기투합한 액션 영화입니다.

 

 

탈옥이 불가능한 감옥은 갖춰졌다.

 

물론 [이스케이프 플랜]은 [익스펜더블]과 같은 흥행작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북미 흥행 성적은 고작 2천4백만 달러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해외 관객들 반응은 뜨거웠는데 북미를 제외한 해외에서만 9천7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북미 흥행 성적의 4배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에 대한 추억은 적은 편이지만 [익스펜더블 2]를 극장에서 놓친 저는 [이스케이프 플랜]만큼은 꼭 극장에서 보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80년대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누가뭐래도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평일 밤에 혼자 본 [이스케이프 플랜].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이 영화의 설정 자체가 꽤 독특합니다. 탈옥 영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빠삐용], [쇼생크 탈출]처럼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들도 있지만 엇비슷한 B급 액션영화들도 수두룩합니다. 만약 [이스케이프 플랜]이 그런 평범한 탈옥 영화라면 왕년의 액션 스타를 기용한 준B급 액션영화라는 올가미를 벗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케이프 플랜]은 독특한 설정으로 그러한 올가미를 살짝 비켜갑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레이 브레슬린(실베스타 스탤론)은 죄수가 아닌, 직접 감옥에 들어가 약점을 찾아내 탈옥한 뒤 탈출 불가능한 감독을 설계하는 탈출 전문가입니다. 그는 검사였지만 자신이 잡은 범인이 탈옥 후 가족들을 살해하자 아무도 탈옥할 수 없는 감옥을 만들겠다는 강박에 휩싸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누군가의 음모로 인하여 도저히 탈옥이 불가능해보이는 의문의 감옥에 갇히고 맙니다. 처음엔 CIA의 의뢰로 맡은 비밀 사설 감옥의 테스트라고 생각했지만, 교도소장인 홉스(제임스 카비젤)는 그를 일반 죄수처럼 잔혹하게 대합니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요? 누가? 무엇 때문에 레이 브레슬린을 이런 함정에 빠뜨린 것일까요? [이스케이프 플랜]은 그러한 설정을 통해 단순한 탈옥 영화가 아닌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탈옥 영화로 독특한 재미를 획득합니다.

브레슬린이 갇힌 감옥은 그가 쓴 책을 토대로 설계되었습니다. 다른 감옥들과 달리 교도관들은 중무장을 한채 단 한치의 헛점을 보이지 않고, 홉스는 CCTV를 통해 브레슬린의 일거수 일투족을 철저하게 감시합니다. 게다가 이 감옥은 위치를 알 수없는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거대한 배입니다. 탈옥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탈옥한다고해도 갈 곳이 없는 그야말로 인공의 알카트라즈섬과도 같은 곳입니다.

탈옥이 불가능한 감옥을 무대로 할수록 탈옥 영화의 재미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스케이프 플랜]은 바로 중요한 '탈옥 불가능한 감옥'을 갖춘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브레슬린은 이 탈옥이 불가능한 감옥을 어떤 방법으로 탈옥하고, 자신을 둘러싼 음모를 밝혀낼 것인가?'입니다. 

 

 

탈옥의 3원칙을 지켜내다.

 

브레슬린은 오프닝에서 자신이 탈옥에 성공한 감옥의 소장에게 탈옥의 3원칙에 대해 설명합니다. 첫번째 감옥의 구조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할 것, 두번째 감시자들의 동선과 행동을 파악할 것, 세번째 내부 혹은 외부의 조력자의 도움을 받을 것. 그리고 그러한 탈옥의 3원칙은 브레슬린이 의문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것에도 완벽하게 사용됩니다.  

첫번째 원칙인 감옥의 구조는 이 곳이 브레슬린의 책을 토대로 만들어졌기에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일부러 독방에 갇히며 감옥의 유일한 약점까지 알아내는 치밀함을 보여줍니다. 두번째 원칙인 감시자들의 동선과 행동 파악을 위해 그는 날카로운 눈매로 자신을 괴롭히는 교도관들을 예의주시합니다. 하지만 첫번째와 두번째 원칙이 충족되었다고해도 마지막 세번째 원칙이 성립이 되지 않는다면 탈옥은 불가능합니다.

세번째 원칙인 내부 혹은 외부의 조력자. 사실 그것이 가장 어려운 요소이며, [이스케이프 플랜]이 영화적 재미를 얼마나 획득할 수 있을지가 걸린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서 [이스케이프 플랜]은 에밀 로트마이어(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준비시킵니다. 그는 브레슬린이 독방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구해주는 절대적인 조력자가 됩니다. 두번째 조력자는 감옥의 의사인 닥터 카이케프(샘 닐)입니다. 냉혹한 소장 홉스, 그리고 중무장한 교도관과는 달리 의사로서의 양심이 남아있는 그는 브레슬린의 끊임없는 회유에 넘어옵니다.

 

이렇게 내부의 조력자인 로트마이어와 닥터 카이케프 외에도 브레슬린은 같은 죄수인 자베드를 섭외하는데, [이스케이프 플랜]은 그들 각자가 브레슬린의 탈옥을 위한 각각의 작은 열쇠 역할을 하게끔 함으로서 브레슬린의 탈옥을 완성시킵니다.

물론 그러한 가운데 [이스케이프 플랜]은 헛점도 드러냅니다. 특히 로트마이어가 처음부터 브레슬린에게 접근하고 스스로 그의 내부 조력자 역할을 자청하는 것은 영화의 마지막 반전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이 영화의 커다란 헛점으로 작용합니다.

사실 로트마이어의 등장에 저는 그의 정체를 의심했어야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에서 치밀한 구성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편이라서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스케이프 플랜]은 영화의 마지막에 '짠'하고 마지막 반전을 선보였습니다.

닥터 카이케프가 브레슬린을 도와주는 것 역시 약간은 억지가 섞여 있었고, 자베드가 배위로 올라왔지만 아무도 그를 철저하게 감시하지 않는 것도 치밀한 구성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케이프 플랜]은 브레슬린이 주장한 탈옥의 3원칙을 착실하게 따르며 꽤 흥미진진한 탈옥 영화 한편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람보'와 '코만도'팬을 위한 팬서비스

 

브레슬린과 로트마이어의 탈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이스케이프 플랜]은 영화를 보러와준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올드팬을 위한 시원한 총 난사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사실 저는 그러한 후반부가 뜬금이 없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람보]와 [코만도]를 보지 않았으며, 그런 류의 무지막지한 액션 영화 또한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에 브레슬린이 '람보'가 되고, 로트마이어가 '코만도'가 된다고 하더라도 '우와 멋지다!'라며 환호성을 지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반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 치밀한 탈옥 영화로 진행되던 영화가 갑자기 로트마이어의 헬기가 배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기관총을 쏘아대는 장면을 보다보니 갑자기 조금은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중반까지 브레슬린과 로트마이어를 향한 홉스 소장과 교도관들의 폭력이 후반부의 총격적으로 속 시원한 쾌감이 된 것입니다. 어쩌면 그러한 쾌감이 있기에 관객들이 액션 영화에 환호하는 것일지도...

특히 로트마이어가 총을 집어들고 카메라가 그의 눈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마치 '코만도가 돌아왔다.'라는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올드팬이라면 그런 장면 하나만으로도 영화 관람료 본전을 뽑지 않았을까요?

 

여전히 연기는 그다지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 우람한 몸으로 버티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 그런데 [이스케이프 플랜]에는 그들만큼 제 눈길을 끄는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제임스 카비젤입니다.

사실 그는 신성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미 [프리퀸시]를 통해 주연배우로 우뚝 섰으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연기하며 흥행 배우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특히 저는 [데자뷰]에서 보여준 그의 악역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스케이프 플랜]에서 제임스 카비젤은 냉혹한 교도소장 홉스를 연기했습니다. 그는 첫 등장에서 나비 표본을 정성스럽게 닦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홉스가 죄수들을 나비 표본과 같은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분노를 쉽게 보이지 않는 홉스. 과연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라는 80년대 최고의 액션 스타에 맞서는 최강의 적수로서의 면모가 빛났습니다.

[이스케이프 플랜]은 [익스펜더블]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굳이 두 영화를 비교하자면 [익스펜더블]보다 캐스팅은 덜 화려하지만, [익스펜더블]보다 스토리 전개는 탄탄한... 그런 영화입니다. 암튼 저는 두 노장 액션배우가 함께 맹활약하는 모습만으로도 꽤 흥미로웠던 영화였습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단지 조금 둔해질 뿐이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들처럼 영화를 즐기며 영화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