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어바웃 타임] - 이 세상의 모든 시간여행자를 위하여...

쭈니-1 2013. 12. 6. 13:08

 

 

감독 : 리차드 커티스

주연 : 돔놀 글리슨, 레이첼 맥아담스, 빌 나이

개봉 : 2013년 12월 5일

관람 : 2013년 12월 5일

등급 : 15세 관람가

 

 

사랑을 이루기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남자.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시간을 되돌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실수를 하고, 또 많은 기회를 놓칩니다. 만약 우리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면 아마도 우린 스스로가 저지른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고치고, 주저하다가 놓친 기회들을 꽉 움켜쥘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명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휠씬 윤택해질 수 있겠죠. 

하지만 2004년 개봉했던 [나비효과]는 과연 그렇게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실수를 고친다면 우리의 삶이 정말로 좋아질 수 있을까? 라고 물었던 영화입니다. [나비효과]의 주인공 에반(애쉬튼 커처)은 끔찍했던 어린 시절을 바꾸기 위해 여러번 시간 여행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욱 충격적인 현실이 그를 기다릴 뿐입니다. 과거의 작은 사건 하나를 바꾸면 그것이 에반과 에반 주위 사람들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것이죠.

그리고 여기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돔놀 글리슨)도 과거의 시간으로 갈 수 있는 시간여행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나비효과]의 에반과는 달리 순탄한 삶을 살았고, 그렇기에 그는 시간 여행을 통해 이루고 싶은 소원은 참 평범합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 단지 그것뿐입니다.

 

[결혼전야]를 구피와 함께 보고 싶어서 그토록 몸부림쳤지만 결국 쓸쓸히 혼자봐야 했던 저는 [어바웃 타임]만큼은 꼭 구피와 함께 보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러브 액츄얼리]를 연출했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영화이며, 제가 좋아하는 레이첼 맥아담스가 주연을 맡았기에 일찌감치 제 기대작으로 떠올랐던 [어바웃 타임]. 저는 이 영화가 비록 시간여행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첫 키스만 50번째], [사랑의 블랙홀]과 닮은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첫 키스만 50번째]는 사고로 인하여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루시(드류 베리모어)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첫 데이트만 수도 없이 반복하는 헨리(아담 샌들러)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블랙홀]은 2월 2일이라는 시간에 갇힌 필(빌 머레이)이 매일 같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 리타(앤디 맥도웰)와의 사랑을 이뤄나가는 영화입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간을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바웃 타임]을 구피와 함께 보고 싶었던 이유는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팀의 로맨틱한 모험담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조금은 제 기대와는 다른 영화였습니다.

 

 

시간을 되돌리면 사랑을 이룰 수있을까?

 

21살이 되던 해, 팀은 아버지(빌 나이)에게 충격적인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됩니다. 바로 팀의 가문 남성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선척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입니다. 물론 자신이 살았던 시간만 되돌릴 수 있기에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뜨거운 사랑을 할 수는 없다고 아버지는 말해줍니다.

그런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된 팀은 가장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가장 먼저 여자친구를 사귀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첫 대상은 동생의 친구인 샬롯(마고 로비)입니다. 그녀가 팀의 집에서 함께 여름을 보낸 마지막날 팀은 샬롯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샬롯의 대답은 "왜 하필 마지막 날이예요? 제가 온 첫날 고백했다면 받아줄 수도 있었을텐데..."라고 말합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샬롯의 대답에 실망하고 돌아섰을 것입니다. 그리고 첫날부터 용기를 내지 못해 기회를 놓친 자기 자신을 원망했겠죠. 하지만 팀은 다릅니다. 그는 시간여행 능력이 있으니까요. 팀은 당장 샬롯이 여름을 보내기 위해 팀의 집에 온 첫날로 시간을 돌립니다. 그리고 다시 고백을 합니다. 하지만 샬롯은 "마지막날 다시 고백해주세요. 그때까지 생각해볼께요."라고 대답합니다.

결국 팀이 아무리 시간을 되돌린다고해도 팀과 샬롯은 이뤄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여름의 첫날 고백을 하건, 마지막날 고백을 하건, 팀에게 관심이 없는 샬롯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 것이죠. 그러한 사실을 알게된 팀은 깊은 실망에 빠집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팀은 아무리 시간을 되돌린다고해도 샬롯과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로 시간을 되돌리지 않더라도 반드시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랑도 있지 않을까요?

런던으로 온 팀은 직장 동료와 함께 우연히 갔던 술집에서 메리라는 매력적인 여인을 만납니다. 하지만 같은 날 연극을 망친 해리(톰 홀랜더)를 위해 시간을 되돌린 팀은 자신의 인생에서 메리가 사라졌음을 알게 됩니다. 팀은 메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묘안을 짜냅니다. 그리고 그들은 운명처럼 다시 만납니다.  

팀과 메리의 만남은 샬롯과는 정반대입니다. 팀은 샬롯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지만 이뤄지지 않을 사랑은 아무리 시간여행을 한다고 해도 결국 이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메리와는 시간여행을 하지 않아도 만나고 사랑에 빠질 운명이었습니다. 팀이 해리를 위해 시간여행을 하고 그로인하여 메리가 팀의 인생에서 사라졌어도 그들은 결국 다시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죠. 그렇게 팀과 메리는 사랑에 빠집니다.

팀이 메리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몇번이나 시간여행을 반복하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메리와의 사랑을 이루며 영화가 끝이 날 것이고 생각했지만, [어바웃 타임]은 영화의 중반부에 팀과 메리의 사랑을 이뤄버립니다. 그렇다면 과연 남은 시간 동안 [어바웃 타임]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나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다.

 

팀의 아버지가 팀에게 시간여행 능력이 있다고 알려주던 날, 팀은 그 능력으로 돈을 벌겠다고 선언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만약 제가 팀과 같은 능력이 있다면 로또 당첨 번호를 외운 후, 하루 전의 과거로 돌아가 로또 복권을 살 것입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인생을 윤택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팀의 아버지는 말합니다. "돈이 많아서 행복한 사람을 난 본 적이 없단다." 만약 제가 돈이 많아서 직장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보고 싶은 영화나 보면서 지낸다면, 과연 영화 보기의 소중함을 알 수 있을까요? 어쩌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기에 영화를 보는 시간이 더욱 행복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바웃 타임]은 영화의 중반까지 시간여행 능력을 가진 팀이 메리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팀과 메리가 결혼에 성공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룹니다. 그러자 중반까지는 팀에게 시간여행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 외에는 그다지 비중이 없었던 팀의 아버지의 중요도가 갑자기 올라갑니다.

결국 [어바웃 타임]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고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메리와의 사랑은 또다른 가족의 탄생이며, 메리와의 결혼 후의 모습은 팀의 소중한 일상 그 자체가 됩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언제나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아버지의 존재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팀에게 말합니다. 너의 평범한 하루를 두번 살아보라고... 팀이 아버지의 충고에 따라 자신의 평범한 하루를 두번 반복하는 장면은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식사는 편의점에서 대충 떼워야 하는 지친 하루. 팀은 집에 돌아와 침대에 쓰러집니다. "오늘은 너무 힘든 하루였어."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아버지의 충고대로 그는 그날의 하루를 다시 한번 살아보기로 합니다.

결코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직장 상사에게 혼나는 회의, 바쁜 일상, 대충 떼워야 하는 식사까지... 하지만 그에겐 여유가 생겼고, 그렇게 같은 하루를 보낸 팀은 "오늘의 최고의 하루였어."라고 말하게 됩니다. 참 멋진 장면입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같은 하루를 특별하게 바꾼 것도 아닙니다. 분명 똑같은 하루이지만, 그러한 하루를 대하는 팀의 자세만으로도 '힘든 하루'가 '최고의 하루'로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영화의 초반, 팀은 언제나 같은 하루의 반복이라며 자신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가족들과 해변을 거닐고, 아버지와 물수제비를 뜨고, 탁구를 치고...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가 되면 그가 매일 반복되는 하루라며 소개되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됩니다. 더이상 아버지와 탁구를 치기 위해 시간여행을 할 수 없었던 팀은 아버지와의 마지막으로 탁구를 치던 날, 아버지를 안아줍니다. 매일 반복되던 지겨운 일상이,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소중한 일상으로 되어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보내고 있는 하루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매일 반복되고, 지친 하루이지만 그러한 하루가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되는 것이죠. 내 인생을 최고로 만들고 싶다면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최고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입니다. 팀의 아버지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오랫동안 깨달은 이러한 진실을 팀이게 알려준 것입니다.  

 

 

레이첼 맥아담스에게 홀딱 반하다.

 

[어바웃 타임]은 [나비효과]와 같은 시간여행을 소재로 과거를 바꾸려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극단적인 스토리 라인으로 밀어부치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첫 키스만 50번째]처럼 사랑에 올인하는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며, [사랑의 블랙홀]처럼 반복되는 하루를 통해 웃음을 안겨주는 코미디 영화도 아닙니다.

오히려 [어바웃 타임]은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한 잔잔한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특별한 영화적 재미를 기대하며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조금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시간여행은 단지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기 위한 하나의 독특한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따지고보면 시간여행을 통해 팀이 바꾼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샬롯의 마음을 잡지도 못했고, 시간여행이 아니었다면 좀 더 쉽게 이뤄졌을 메리와 사랑의 결실을 맺습니다. 남자친구 때문에 망가져가는 여동생의 과거를 바꾸려고 하지만 그럴 경우 자신의 딸이 아들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예전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결국 시간여행을 통해 팀은 아무 것도 바꾸지 않은 것이죠.

그 대신 시간여행을 통해 팀은 아버지와 다시는 이뤄질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예전처럼 탁구를 치고, 바닷가를 산책하며 한때는 지루한 일상이라고 느꼈던 일들을 다시 하게 되는 것이죠. 팀에게 시간여행은 현재를 바꾸는 것보다는 현재의 일상이 소중하다는 깨달음을 안겨준 선물인 셈입니다.

 

분명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지만 저는 그래도 [어바웃 타임]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만약 제가 팀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다른 영화에서처럼 대단한 일과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팀이 아버지가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은 것처럼, 저 역시 보고 싶은 영화나 실컷 봤을지도 모릅니다. 결국은 제 일상의 반복을 저 역시 시도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어바웃 타임]은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지만 단 한가지, 레이첼 맥아담스의 매력만큼은 제 예상에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시간여행자의 아내], [굿모닝 에브리원]을 통해 '저 배우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했던 저는 [어바웃 타임]을 통해 레이첼 맥아담스를 향한 사랑에 흠뻑 빠져 버렸습니다. 영화의 초반, 그녀는 촌스러웠습니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영화를위해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감출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랬던 그녀가 팀과 사랑에 빠지며 점점 사랑스러워지더군요.

저는 레이첼 맥아담스가 제 옆에서 함께 [어바웃 타임]을 본 구피와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해마세요. 외모가 닮은 것이 아닌 느낌이 닮은 것입니다.) 특히 주말에 연극을 보러가자는 팀의 말에 집에서 뒹굴거리며 잠이나 자겠다는 메리. 영화를 보러가자는 말에 집에서 뒹굴거리겠다는 구피와 얼마나 비슷하던지...

침대에서 잠이 덜 깬 메리에게 팀이 청혼을 하는 장면은 가끔 제가 토요일 조조로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침대에서 늦잠을 자고 있는 구피의 귀여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영화를 보고 구피를 바라보며 한참 웃었습니다. 이렇게 구피와 함께 [어바웃 타임]을 보며 레이첼 맥아담스에게 구피를 발견한 제 일상은 여전히 소중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오늘이라는 시간을 여행하는 시간 여행자이다.

당신의 시간 여행이 좀 더 즐거울 수 있도록 

오늘을 맘껏 즐기며 일상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