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결혼전야] - 사랑의 해피엔딩을 만드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쭈니-1 2013. 12. 3. 14:01

 

 

감독 : 홍지영

주연 : 김강우, 김효진, 이연희, 옥택연, 주지훈, 마동석, 구잘 투르수노바, 이희준, 고준희

개봉 : 2013년 11월 21일

관람 : 2013년 12월 2일

등급 : 15세 관람가

 

 

결혼 10년차. 로맨틱 코미디를 혼자 봐야 하는 남자의 비애

 

2003년 4월, 저는 구피와 결혼했습니다. 어느새 결혼한지 10년이 훌쩍 넘어섰네요. 그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일은 역시 웅이가 태어난 것이죠. 웅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4학년. 놀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개구쟁이입니다.

결혼 10년 동안 구피와 참 많이도 싸웠고, 또 그때마다 화해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살다보니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렇기에 지난 10년은 구피와 제가 서로에게 조금씩 맞춰 나가는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물론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서로에게 맞춰나가야 하고, 아마 평생을 서로에게 맞춰 나가며 서서히 하나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맞춰 나가는 과정.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영화 보기입니다. 저는 공포, 전쟁, B급액션 영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를 원하지만, 구피는 SF, 판타지 등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면 '이 영화는 극장에서 같이 보자'라는 합의 과정을 거치고는 합니다.

저는 혼자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렇기에 솔로 시절에는 극장보다는 비디오로 영화 보기를 선호했습니다. 그래서 내 짝이 생기면 맘껏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구피와 결혼을 하고나니 제 생각과는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오늘은 피곤해서 극장가기 싫어.", "이 영화를 왜 극장에서 봐야해? 돈 아깝게..."라며 영화보러 극장에 가자는 제 요구를 거절하는 구피. 처음엔 그런 구피가 너무 야속했습니다. 

어차피 집에서 TV를 보다가 1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면서, 집에서 TV를 보느니 극장에서 영화를 보자는데 피곤하다고 거절하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껏 1, 2만원하는 영화 관람비가 아깝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고요.

하지만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고 나니 그러한 상황이 익숙해졌습니다. 결국 저는 솔로 시절에도 잘 하지 않았던 혼자 극장가기가 익숙해졌고, 구피 역시 아무리 피곤해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저와 함께 극장에 가줍니다. 구피와 저는 이렇게 서로에게 맞춰 나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잘 적응이 안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제가 보고 싶은 로맨틱한 영화가 개봉했을 경우입니다. 저는 달달한 로맨스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를 좋아하지만 구피는 싫다고합니다. 그렇다고 커플 관객이 가득할 극장에 저 혼자 가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그래서 로맨스 영화가 개봉하면 구피와 저의 줄다리기는 다른 장르의 영화와는 달리 조금 길게 진행됩니다.   

[결혼전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혼전야]는 예고편을 보는 그 순간부터 '보고 싶다'라고 점찍어둔 영화입니다. 하지만 구피의 반응은 시큰둥. 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겨울인데 따뜻한 로맨스 영화 한편 정도는 함께 봐줘야 하는것 아냐?"라고 우기고 우겼지만... 결국 [결혼전야]가 개봉한지 12일 만에 백기를 혼자 극장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태규, 주영 커플 - 현재를 망쳐도 될만큼 과거는 중요한걸까?

 

제가 [결혼전야]를 기대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러브 액츄얼리]를 비롯하여 [내 사랑], [커플즈]등 옴니버스 영화는 아니지만 여러 커플을 등장시킨 로맨틱 코미디가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결혼전야]에는 결혼을 7일 앞둔 네 커플이 등장합니다. 사실 그들의 이야기는 각기 사연은 달라도 전개 방식은 비슷합니다. 서로 사랑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갈등을 겪게되고, 그래서 싸우다가 헤어질 위기를 봉착합니다. 하지만 결국 모든 로맨틱 코미디가 그러하듯이 마지막 결말은 해피엔딩이죠.

그 중에서 태규(김강우)와 주영(김효진) 커플의 이야기를 먼저 들여다보죠. 태규와 주영은 오래 전의 연인이었지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결혼을 앞둔 커플입니다. 유명 야구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은퇴후 프로야구 2군 코치를 하고 있는 태규와 비뇨기과 의사인 주영은 서로 행복해보였습니다. 태규가 주영의 과거를 우연히 알기 전까지 말입니다.

주영은 이혼 경력이 있었고, 그러한 사실을 알게된 태규는 "이건 사기야!"라며 주영에게 따집니다. 하지만 주영은 말합니다. "너도 3년간 다른 여자와 동거했었잖아. 나는 고작 1년간 결혼한 것 뿐이야." 어쩌면 주영의 반발은 합당합니다. 동거와 결혼, 법적인 흔적이 남는 것을 제외하고는 같은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궁지에 몰린 주영은 해서는 안될 말을 하고 맙니다. "남자와 여자가 같냐?"

과거는 중요합니다. 나의 과거가 바로 현재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가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결코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과거에 집착해서 현재를 망친다면 그것 또한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요? 

 

태규는 주영의 과거에 충격을 받습니다. 당연합니다. 제가 태규였어도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태규라면 주영에게 이혼 경력이 있기 때문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닌, 이렇게 중요한 과거 사실을 내게 말하지 않은 것에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되돌릴 수 없지만, 과거를 숨긴다는 것은 현재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태규가 잘못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그는 주영의 이혼 경력보다는 왜 이혼 경력을 내게 말하지 않았는가를 먼저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침착하게 주영과 대화를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태규는 주영의 과거에 집착하느라 가장 중요한 '왜'라는 사실을 잊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는 결혼 직전의 파혼입니다. 태규는 이 모든 원인이 주영의 과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 모든 원인은 '왜 주영은 자신의 과거를 숨겼을까?'라는 사실을 궁금해하지 않은 태규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궁금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나요?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한 과거의 흔적들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서 중요하며, 서로를 알게된다는 것은 서로  맞춰 나가기 위해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서로 맞춰 나간다는 것은 결국 서로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입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 분명 과거는 중요하지만 너무 과도한 집착은 금물입니다. 바꿀 수 없는 과거가 현재의 행복에 발목을 잡는다면 차라리 그런 과거는 모르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과거는 중요하지만 과거가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죠. 아마 태규 역시 그러한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입니다.

 

 

원철, 소미 커플 - 결혼은 어차피 해야할 것이 아닌,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연애 7년차인 스타 쉐프 원철(옥택연)과 네일 아티스트 소미(이연희) 커플의 이야기는 태규, 주영 커플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들은 오랜 기간을 함께 보냈기에 그들에게 과거는 바로 그들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래된 연인인 이들의 문제는 바로 현재에서 비롯됩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연인이었고, 그렇기에 결혼은 이 커플의 당연한 종착역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결혼하지 뭐." 다른 커플들에 비해 원철과 소미는 별 감흥없이 결혼을 결정합니다.

7년간 연애를 했다는 것은 서로 알것은 이미 다 알고, 맞춰나갈 것은 이미 맞춰나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저와 구피도 결혼 7년차쯤에서 다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결혼하고나면 서로 맞춰 나기기 위해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건너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서로 잘 안다는 것이 행복의 전제 조건일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결혼을 앞둔 소미는 네일 아티스트를 그만 둡니다. 원철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소미는 원철에게 맞춰 나가기 위해 자신의 일을 포기한 것이죠. 하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일을 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당연합니다. 결국 그녀는 마지막으로 제주도에서 열리는 네일 아티스트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경수(주지훈)과 만납니다. 이들의 만남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틀에서 진행됩니다. 서로 티격태격 다투고, 그러다가 화해하며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됩니다.

 

이미 서로에 대해서 알건 다 알고 있는 원철. 분명 소미는 원철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경수와 함께 있을 때는 모든 것이 반대입니다.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기에 둘은 오해하고 다툽니다. 그러나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게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겪습니다. 아마 그러한 과정은 소미가 원철과 처음 만나 사랑을 싹틔웠을 당시 겪었던 과정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누굴 선택하시겠습니까? 너무 익숙해서 편안한 원철인가요? 아니면 이제 막 서로에 대해서 알아 나가기 시작한 경수인가요? 만약 인생의 안전한 선택을 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원철을 선택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원철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겠지만 소미의 행복을 위한 선택일지는 장담하기 힘듭니다.

사람마다 결혼하는 이유는 각자 다를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혼자가 외로워 결혼을 하고, 어떤 분들은 풍족한 삶을 위해 결혼을 하기도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 하기위해 결혼합니다. 각기 이유는 다르지만 행복을 위해서 결혼을 한다는 사실만큼은 같습니다. 

소미의 마음은 이미 경수로 향해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고 원철과 결혼을 강행한다면 과연 소미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경수와 소미의 관계가 이별로 막을 내릴지도 모릅니다. 미래는 알 수없으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수와의 관계에 미련이 남은 상황에서 원철과 결혼하게 된다면 결코 소미는 행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남자에게 미련이 갖고 있는 소미와 결혼하는 원철 역시 불행해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과거의 문제를 잊고 재결합하는 태규, 주영 커플과는 달리, 소미, 원철 커플은 헤어지는 것이 오히려 행복을 위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건호, 비카 커플 -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

 

꽃집을 하고 있는 순수 노총각 건호(마동석).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절세미녀 비카(구잘 투르수노바)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건호를 부러워합니다. 건호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것이라 말할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건호는 불안하기만합니다. 섹시한 비카를 보고도 발기가 잘 되지 않고, 비카가 다른 젊은 남자를 만나지는 않을지, 혹시 자신과의 결혼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위장 결혼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건호와 비카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건호는 비카의 사랑을 의심합니다. 왜 저렇게 젊고 섹시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나처럼 보잘 것 없고 늙은 남자를 사랑하고 결혼하려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때문에 비카가 건호를 위해 원철의 보조로 한식 요리를 배우는 것을 보고 건호는 비카와 원철 사이를 오해하고, 비카가 동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국적 취득 문제로 시위하는 것을 보고 국적 취득을 위해 자신을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비카의 사랑을 의심하는 건호. 이 모든 근본적인 문제는 건호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이 없기에 비카가 나처럼 보잘 것 없는 남자를 왜 사랑하는 것일까? 라는 의심을 하게 되고, 그러한 의심은 비카와의 사이를 점점 멀어지게만 만듭니다.

 

가끔 저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분들을 만나곤 합니다. 그것이 가장의 의무이고, 가족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은 착각이고, 거짓말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가족의 행복에 만족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저는 이 세상 모든 행복의 조건은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그래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결국 내 주위의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지나친 자기애도 문제입니다.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자신의 주위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신 주위의 사람이 불행에 빠졌는데, 혼자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입니다. 결국 자신이 행복하려면 자신의 주위 사람 역시 행복해야하는 것이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행복을 챙기면서, 그러한 행복을 주위 사람들과 조금씩 나눈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일 것입니다.

건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과 비교해서 너무 젊고 아름답고 비카에게 위축되어 있었고, 그것이 심리적인 문제로 발기가 되지 않는 이유가 되었으며, 비카를 의심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건호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에 비카 역시 불행해졌고, 결국 비카는 우크라이나로 떠나려합니다. 나한테 과분한 사람? 그딴건 없습니다. 행복하고 싶다면 자신감을 갖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합니다. 건호의 마지막 깨달음처럼 말입니다.

 

 

대복, 이라 커플 - 서로 다르다는 것은 불행의 조건이 결코 아니다.

 

소미, 원철 커플이 너무 오래된 연인이라서 문제라면 대복(이희준), 이라(고준희) 커플은 만난지 얼마되지 않아 너무 빨리 결혼을 결정해서 문제인 커플입니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성격, 집안환경, 가치관등 달라서 서로 너무 다릅니다. 결국 종교, 신혼여행지, 혼수준비까지 서로 다른 문제 때문에 이들은 사사건건 부딪히고 싸웁니다.

사실 이라의 뱃속에는 대복의 아기가 있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이들에겐 결혼 외에는 다른 선택 사항이 없었고, 일단 결혼을 하고 난 후에 서로를 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쉬울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복은 노력합니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불안해하는 이라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의 커플 남성 중에서 대복이 가장 멋진 남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는 [결혼전야]의 다른 남성 캐릭터에 비해 직업이 빵빵하지 않은 비뇨기과 간호사이고, 마마보이 기질이 다분히 보이지만 이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은 잘 모릅니다. 뱃 속에 다른 생명을 갖고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구피는 출산 바로 하루 전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직장에 다녔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사일도 잘 안도와주고 구피에게 영화 보러 가자고 조르기만 했을 뿐입니다. 지금은 저도 많이 바꿔서 설겆이도 하고, 청소도 하고, 음식물, 재활용 쓰레기 처리 등 집안 일을 도와주지만, 이렇게 제가 변하기까지 구피는 꽤 오랜 시간을 저와 다투며 보내야 했습니다.

 

아마 대복과 이라 커플은 행복할 것입니다. 이라를 향한 대복의 노력이 있으니 말입니다. 분명 그들은 다른 커플들에 비해 많이 싸울 것입니다. 서로 다른 것들을 맞춰나가기 위한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다른 것이 많다고해서 불행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맞춰 나간다면 그들은 다른 그 누구보다 행복할 것입니다. 저와 구피가 행복하듯이 말입니다.

비록 혼자봤지만 [결혼전야]를 보며 저는 참 많이 웃었고, 많이 가슴 찡함을 느꼈습니다. 저와 구피가 겪었던 일들을 영화 속 캐릭터들이 겪는 것을 보며 웃다가, 내가 구피에게 해주지 못한 것을 영화 속의 캐릭터들이 예비 아내에게 해주는 것을 보며 찡한 감동을 느낀 것이죠.

[결혼전야]는 그런 영화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네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압축해서 한편의 영화 속에 구겨놓은 것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의 네 커플에 감정이입을 하고, 그들의 각자 다른 사정에 공감하는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홍지영 감독이 캐릭터 및 스토리 전개를 잘 구축했음을 뜻합니다.  

[결혼전야]를 보고 나오며 저는 구피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가장 먼저 구피가 보고 싶더군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나니 집으로 향하는 제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결혼생활 10년 동안 구피에게 짜증과 화가 날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내 결혼생활 10년은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이었다는... 그리고 앞으로 해피엔딩을 이어나기 위해서 더 노력했야겠다는... 결국 사랑의 해피엔딩을 만드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전야] 속 캐릭터들처럼 말입니다.

 

 나는 결혼을 앞둔 사이라면 이 영화를 꼭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라면

나의 행복은 나의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진리가 담긴 영화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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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