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 푸드 몬스터의 낙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쭈니-1 2013. 11. 25. 13:20

 

감독 : 코디 캐머런, 크리스 피언

더빙 : 빌 헤이더, 안나 패리스

개봉 : 2013년 11월 21일

관람 : 2013년 11월 24일

등급 : 전체 관람가

 

 

하늘에서 술이 내린 다음날

 

토요일, 오랜만에 친구들과 거하게 한잔했습니다. 일요일에는 웅이와 최근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지만, 한잔 두잔, 술잔을 기울이다보니 그러한 약속은 까맣게 잊은채 제 주량을 넘어서고 말았습니다.

항상 너무 과하면 탈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주량이 넘는 술을 마신 다음날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가기 위해 구피와 웅이가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했지만 저는 좀처럼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억지로 몸을 일으켰지만 컨디션은 완전 최악이었습니다.

그래도 꾹 참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도착. 하지만 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예술품들을 관람할 몸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좀비처럼 걷고 있는 저를 안타깝게 여긴 구피가 자신은 웅이와 관람하고 있을테니 저는 의자에 가서 쉬라고 해줬답니다.  

그렇게 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마련된 구석진 쇼파에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구피와 웅이가 관람을 마치고 저를 찾아 헤매고 있는 사실도 모른채 꿀잠을 잤습니다. 결국 부재중 통화 6개가 쌓이고 7번째 전화만에 정신을 차린 저는 도끼눈을 뜨고 있는 구피에게 갈 수 있었습니다.

 

잔뜩 기 죽은 제게 구피는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술을 마신 벌로 12월 마블 코믹스 구입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관람한 이후 스케쥴인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의 예매를 취소하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벌을 두개나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제 애초로운 눈빛 덕분에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다행히 지켜냈습니다. 12월에 마블 코믹스를 구입할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11월에 6권의 마블 코믹스를 구입한 만큼 12월 한달 동안은 이미 구입한 마블 코믹스를 읽고 또 읽으며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암튼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를 온 가족이 관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지난 2010년에 개봉했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속편입니다. 1편에서 꿀꺽퐁당섬의 괴짜 발명가 플린트(빌 헤이더)는 정어리 밖에 먹을 것이 없는 섬의 음식난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을 무한대로 만들 수 있는 슈퍼음식복제기를 발명해냅니다.

하지만 너무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죠. (지난 주말의 저처럼 말입니다.) 결국 점점 거대해지는 음식비로 인하여 꿀꺽퐁당섬은 초유의 재난을 겪게 됩니다. 플린트는 섬의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발명한 슈퍼음식복제기를 파괴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되는 속편입니다.

 

 

음식에게 생명이 있다면...

 

슈퍼음식복제기를 파괴되었지만 꿀꺽퐁당섬에는 거대한 음식으로 뒤덮였습니다. 바로 그때 플린트의 어렸을 적 우상인 체스터V가 꿀꺽퐁당섬에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의 운영하는 회사인 라이브에서 섬을 무상으로 말끔히 청소해줄테니 잠시만 섬을 비워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체스터V의 속내는 플린트가 발명한 슈퍼음식복제기를 훔치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실도 모르는채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정든 섬을 벗어나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플린트는 라이브의 연구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체스터V는 플린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꿀꺽퐁당섬이 무시무시한 푸드 몬스터에게 점령당했다는 것입니다. 푸드 몬스터를 없애려면 슈퍼음식복제기를 찾아내 작동을 완전히 없애야만 합니다. 플린트는 슈퍼음식복제기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친구들과 또다시 꿀꺽퐁당섬으로 향합니다. 

1편이 폭주해버린 슈퍼음식복제기를 파괴하기 위한 모험이라면 2편은 파괴된줄 알았던 슈퍼음식복제기가 살아남아 이번엔 푸드 몬스터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슈퍼음식복제기의 가동을 완전히 멈춰야하는 위험한 모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미 1편에서 슈퍼음식복제기가 생산해낸 음식의 위험함을 목격한 관객에겐 푸드 몬스터라는 더 큰 위험이 제시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푸드 몬스터는 정말 위험한 괴물일까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관객에게 그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1편에서도 슈퍼음식복제기가 폭주를 했던 이유는 인간들의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초반에 체스터V가 그다지 착한 캐릭터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는 처음부터 순진한 플린트를 이용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플린트에게 꿀꺽퐁당섬이 위험한 푸드 몬스터에게 점령되었다는 말을 사실대로 믿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다른 관객들도 그랬을 것이고, 플린트를 제외한 영화 속의 다른 캐릭터 역시 체스터V가 모종의 음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플린트만은 예외입니다. 어렸을 적의 우상인 체스터V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기에 그는 꿀깍퐁당섬에 오기 전부터 이미 푸드 몬스터은 위험하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꿀꺽퐁당섬에서 처음 만나는 푸드 몬스터인 딸기의 귀여움에도 불구하고 플린트의 선입견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1편의 설정인 슈퍼음식복제기의 폭주를 고스란히 따르는척 하지만 실상은 1편과 전혀 다른 전개를 보여줍니다. 과연 슈퍼음식복제기가 만들어낸 푸드 몬스터는 위험할까요? 혹시 더 위험한 것은 인간의 삐뚤어진 욕심이 아닐까요?    

 

 

[쥬라기 공원]를 보는 듯한 재미

 

1편의 후반부에게 플린트는 슈퍼음식복제기를 파괴하기 위해 하늘로 향합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스타워즈], [아마겟돈]과 같은 SF영화를 교묘하게 패러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패러디의 재미는 2편에서도 여전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쥬라기 공원]이 가장 많이 생각났습니다. 플린트 일행이 푸드 몬스터의 낙원이 꿀꺽퐁당섬의 풍경을 처음 보고 놀라워하는 장면은  [쥬라기 공원]에서 알란 그랜트(샘 닐) 일행이 공룡들의 낙원을 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과 교묘하게 겹칩니다. [쥬라기 공원]에서 갑자기 뛰어든 초식공룡 떼로 인하여 일행이 몸을 숨기는 장면은 바바나 타조 떼로 인하여 플린트 일행이 몸을 숨기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이렇듯 여러 음식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며 [쥬라기 공원]을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을 재현합니다. 햄버거는 여러개의 참깨눈과 감자튀김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끈적끈적한 치즈를 뿜어내는 거미로 표현됩니다. 그 외에도 타코악어, 메론염소, 수박코끼리 등 기발한 상상력이 동원된 푸드 몬스터들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마치 영화 [소원]에도 나왔던 <코코몽>이 연상될 만큼 푸드 몬스터는 무섭다기 보다는 귀여웠는데, 플린트와 함께 1편에게 꿀꺽퐁당섬을 지켜낸 샘(안나 패리스)을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은 푸드 몬스터의 본질을 파악하게 됩니다. 선입견에 사로 잡힌 플린트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결국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선입견에 사로 잡혔던 플린트가 자신의 눈과 귀를 막고 있던 선입견을 벗어버리고 진실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러한 가운데 친구의 소중함, 아버지와 아들의 소통이 그려집니다. 

체스터V는 성공한 과학자이자 사업가이지만 언제나 외톨이입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복제한 여러개의 홀로그램을 친구 삼아 생활합니다. 하지만 그가 외톨이인 이유는 자기 스스로 벽을 쌓아두고 타인과 거리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것은 체스터V의 유일한 동료라고 할 수있는 유인원 바브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자신 옆의 친구인 바브를 무시하고 가상의 친구라고 할 수있는 홀로그램에 의지하는 체스터V의 모습은 컴퓨터 속의 가상 현실에 빠져 있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풍자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외톨이 체스터V는 플린트와 그의 친구들을 떨어뜨려 놓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그가 친구들과 힘을 합치면 자신의 계획을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죠. 처음엔 그러한 그의 계획은 선입견에 사로 잡힌 플린트 덕분에 잘 이뤄지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 플린트는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체스터V와 대항해서 싸울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은...

 

하지만 역시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플린트가 아버지와 함께 정어리 낚시를 하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플린트와 정어리 낚시를 함께 하는 것이 소원인 팀(제임스 칸). 정어리를 끔찍히 싫어해서 슈퍼음식복제기를 만든 플린트이지만, 결국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팀과 함께 정어리 낚시를 하며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합니다.

어쩌면 그러한 장면은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희망이 아닐까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과 함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큰 축복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참 행복한 아버지입니다. 웅이가 저와 함께 영화보기를 굉장히 좋아하니...

영화가 끝나고 다른 관객들은 서둘러 나갔지만 웅이는 마지막까지 남아 엔딩 크레딧을 보겠다며 버팁니다. 덕분에 저도 함께 엔딩 크레딧을 봤는데, 놀랍게도 엔딩 크레딧 뒤에 히든 영상이 있더군요. 웅이가 아니었다면 히든 영상도 보지 않고 극장 밖으로 나갈뻔 했습니다.

언젠가 저는 웅이에게 "너도 조금 더 크면 친구들과 영화보러 다닐려고 나하고는 영화보러 안가겠지?"라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웅이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제가 아무리 친구가 많아도 아빠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는 없을 것 같으니 커도 아빠하고 영화를 보러 다닐 것 같아요."라고 대답해주더군요. 순간 감동의 눈물이...

어쩌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너무 어린이적 취향의 애니메이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즘 잔인한 설정의 영화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렇게 웅이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제게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꿀꺽퐁당섬의 모든 음식이 이렇게 귀여운 생명력을 갖게 된다면...

결국 꿀꺽퐁당섬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정어리 밖에 없지 않을까?

저런... 플린트 입장에서 꿀꺽풍당섬의 음식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버렸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