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 - 진짜 적이 누군지 잊지마!

쭈니-1 2013. 11. 22. 14:04

 

 

감독 : 프란시스 로렌스

주연 : 제니퍼 로렌스, 조쉬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우디 래럴슨,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개봉 : 2013년 11월 21일

관람 : 2013년 11월 21일

등급 : 15세 관람가

 

 

묵직한 판타지 영화.

 

2012년 4월, 저는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이라는 제목의 판타지 영화를 만났습니다. 제가 워낙 판타지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당시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이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보이고 있었기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기대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저는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판타지 영화의 분위기가 [트와일라잇]의 흥행 성공에 따른 다분히 순정 만화적인 판타지가 대세였고, 일본 영화인 [배틀로얄]과 비슷한 설정 역시 [헝거게임 : 판엠에 불꽃]에 대한 제 기대감을 깎아놓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을 보니 [배틀로얄]과는 기본 설정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영화이며, 소녀 취향적인 순정 판타지 또한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묵직한 메시지가 있는 현실적인 판타지 영화였습니다.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을 보고난후 저는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반지의 제왕 3부작] 이후 드디어 매년 손꼽아 기다릴 가치가 있는 판타지 영화를 만났으니까요. 그렇게 1년 7개월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의 다음 이야기인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가 개봉했습니다. 개봉 당일 극장으로 달려간 것은 제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에서 어린 여동생을 대신하여 죽음의 서바이벌 게임인 '헝거게임'에 참가했던 캣니스(제니퍼 로렌스)는 결국 살아 남았습니다. 같은 12구역 동료인 피타(조쉬 허처슨)와 함께 말이죠.

원래 '헝거게임'의 규칙은 단 한 명만이 살아 남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캣니스와 피타는 둘 중 한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싸웠어야했습니다. 바로 이때 캣니스는 위험한 모험을 합니다. 독이 든 과일을 피타와 나눠 먹음으로써 함께 죽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만약 캣니스와 피타가 함께 죽음을 선택하면 '헝거게임'은 사상 최초로 우승자가 없게 됩니다. 캣니스는 바로 그러한 점을 노린 것이죠. 

수 많은 캐피톨의 시민들이 캣니스와 피타의 마지막 선택을 시청하고, 캣니스와 피타의 슬픈 사랑에 환호를 보냅니다. 그러한 시민들의 요구에 결국 판엠의 독재자 스노우 대통령(도날드 서덜랜드)은 어쩔 수 없이 '헝거게임'의 규칙을 어기고 캣니스와 피타를 공동 우승자로 선포합니다. 

자! 이렇게 캣니스는 피타와 함께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끝일까요? 아니, 오히려 캣니스의 생존은 헉명이라는 거대한 태풍의 시작입니다.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는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애초에 캣니스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살아남는 것. 어쩌면 그 목표는 모든 '헝거게임' 참가자들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캣니스는 결국 살아남았습니다.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피타와 가짜 사랑을 연기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24명 중의 1명, 즉 4.17%라는 확률을 깨고 그녀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캣니스에게 살아남은 댓가는 가혹했습니다. 캣니스는 자신의 진짜 사랑인 게일(리암 헴스워스)을 놔두고 피타와 가짜 사랑을 평생 연기하며 살아야합니다.(나중엔 결혼 발표까지합니다.) 그리고 다른 구역을 돌며 가식적인 연설과 우승 행렬에 참가해야 합니다. 스노우 대통령은 캣니스에게 협박을 합니다. 캣니스와 피타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모두가 믿게 하라고...

비록 잔인한 생존 서바이벌 '헝거게임'에서 살아 남았지만 그녀는 악몽과 두려움에 휩싸여 거짓된 삶을 살아야합니다. 과거 '헝거게임'의 우승자이며, 캣니스와 피타의 든든한 후원자인 헤이미치(우디 헤럴슨)가 왜 술에 찌든 삶을 살아야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캣니스는 살아남았지만 앞으로의 삶 자체가 지옥일 것입니다.

캣니스는 게일에게 말합니다. 도망치자고... 하지만 어디로 도망쳐야 할까요? 그리고 가족, 친구, 이웃들을 버리고 도망친다면 그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 더 큰 악몽과 두려움이 그들을 기다릴 뿐입니다.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에서 캣니스와 함께 했던 11구역의 어린 소녀 루. 11구역에 도착한 캣니스는 루를 생각하며 고개를 떨굽니다. 저 역시 루의 앳띤 모습이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캣니스는 적혀진 연설문을 읽지 않고 자신의 본심을 이야기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11구역 주민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본 캣니스는 결국 스노우 대통령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 버립니다.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캣니스를 무기력한 상황으로 몰아 넣습니다. 분명 캣니스는 '헝거게임'의 우승자이며 캐피톨의 시민들이 사랑하는 스타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자유로웠던 그녀의 삶은 거짓으로 얼룩졌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 하나 해줄 수가 없습니다. 스노우 대통령의 눈과 귀가 그녀를 매순간 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헝거게임'의 규칙을 어기고 피타와 함께 살아남은 12구역의 소녀 캣니스. 그녀로 인하여 캐피톨의 독재에 신음하던 다른 구역의 사람들은 희망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스노우 대통령의 핍박은 더욱 거세집니다. 캣니스로 인하여 생겨난 희망을 공포로 덮으려는 스노우 대통령은 캣니스를 더욱 궁지에 몰아 넣습니다. 그리고 결국 캣니스를 또다시 '헝거게임'의 잔인한 생존 서버이벌 게임 속으로 가둬버립니다.  

 

 

생존 확률 제로에 도전하다.

 

'헝거게임' 75주년 기념 이벤트라는 억지 속에 치뤄진 '헝거게임' 우승자들의 생존 서바이벌. 캣니스는 또다시 4.17%의 생존 확률에 몸을 맡기고 싸워 나가야합니다. 하지만 이건 살기 위한 게임이 아닙니다. 애초에 새로운 게임 설계자인 플루타치(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는 캣니스를 죽이기 위해 새로운 '헝거게임'을 계획했기 때문입니다.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는 영화의 대부분을 무기력에 빠진 캣니스의 모습으로 채워넣습니다. 다른 구역 사람들은 캣니스의 생존을 통해 희망을 안게 되고, 그러한 희망은 독재자인 스노우 대통령에 대항한 혁명의 불꽃으로 서서히 타오르지만, 캣니스만은 그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녀는 단지 살아 남고 싶었던 어린 소녀에 불과했으니까요.

그렇기에 캣니스는 또다시 '헝거게임'에 참가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좌절합니다. 그녀 역시 이번 '헝거게임'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이 모든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굳이 '헝거게임'이 아니더라도 이미 그녀의 삶은 죽음보다 가혹한 무기력하고 거짓된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캣니스는 헤이미치에게 자신 대신 피타를 살려야 한다고 부탁합니다. 그녀는 이번엔 둘 다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는 너무나 서서히, 그리고 치밀하게 캣니스의 캐릭터를 완성합니다.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에서 어린 동생 대신 '헝거게임'에 참가한 캣니스의 생존을 그렸다면,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에서는 캣니스가 혁명의 전사로 깨어나는 순간을 그려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2시간 25분이라는 러닝타임의 대부분 캣니스의 캐릭터 구축에 심혈을 다합니다. 만약 극한의 생존 게임 속의 스펙타클한 액션을 원하고 극장을 찾으신 분이라면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저와 함께 영화를 본 구피는 '그래서 헝거게임은 도대체 언제 시작할까?'라는 심정으로 영화를 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입니다. 막상 '헝거게임'이 시작되면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을 능가하는 스케일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캣니스를 죽이기 위해 시작된 게임인 만큼 독안개, 살인 원숭이, 인공 번개, 인공 해일 등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살인 장치가 캣니스와 그녀의 동료들을 호시탐탐 노립니다.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에서 캣니스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신과 같은 '헝거게임' 참가자였습니다. 하지만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에서는 적이 더 늘어난 것입니다. 과연 생존 확률 제로를 노리는 스노우 대통령의 음모에 맞서 캣니스는 또다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진짜 적이 누군지 잊지마!

 

'헝거게임'에 돌입한 캣니스는 계획대로 동맹을 맞습니다. 하지만 '헝거게임의 룰이 혼자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기에 아무리 동맹이라 할지라도 결국 모두가 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캣니스는 피닉(샘 클라플린)과 동맹을 맺지만 끊임없이 그를 의심하고 경계합니다. 그런데 그럴때마다 피닉은 "진짜 적이 누군지 잊지마!"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진짜 적. 그렇습니다. 영화를 보던 저도, 그리고 '헝거게임'에 참가한 캣니스도 한가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습니다. 이번 '헝거게임'은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단순하게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면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과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의 '헝거게임'은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입니다. 캣니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여전히 무기력하고 악몽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일상일 뿐입니다.

피닉의 충고는 끊임없이 캣니스를 일깨웁니다. 살아남아야만 하는 캣니스. 그렇기에 그녀의 1차적인 적은 '헝거게임'에 참가한 다른 경쟁자입니다. 하지만 피닉은 그들은 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진짜 적은 그들을 '헝거게임' 속에 몰아 넣은 '헝거게임' 밖에서 죽음의 서바이벌을 여흥으로 생각하는 캐피톨의 사람들과 독재자 스노우 대통령입니다. 그러한 진짜 적을 없애지 않는한 캣니스는 '헝거게임'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제게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잠시 진짜 적을 착각하고 영화를 봤던 것입니다. '헝거게임' 안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경쟁자들. 그런데 피닉의 말처럼 진짜 적은 경쟁자들이 아닌, 그러한 체제를 만든 사람들입니다.

그러한 깨달음은 우리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린 태어날때부터 죽을 때까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칫 밀려나면 인생의 낙오자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러한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경쟁자들을 밟고 일어서야 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경쟁자들을 밟고 일어선다고 해서 경쟁의 승리자가 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또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헝거게임'에서 살아남았지만 또다른 '헝거게임'이 기다리고 있는 캣니스의 상황처럼 말입니다.

결국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경쟁자가 아닌 무한 경쟁 체제를 만든 사회입니다. 그러한 사회를 바꾸지 않는한 우리가 아무리 경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바로 혁명입니다.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캣니스를 그저 살아남고 싶은 여린 10대 소녀에서 진정한 혁명의 전사로 만듭니다. 영화의 마지막 캣니스의 표정이 서서히 바뀌는 장면에서 저는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펜던트 속의 '모킹제이'가 움추린 날개를 활짝 펴는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보며 또다시 [헝거게임 : 모킹제이]를 즐거운 마음 속에 기다리고 있을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네, 혁명의 불꽃이 드디어 기지개를 편 것입니다.

 

[헝거게임 : 모킹제이 PART 1]은 2014년 11월에,

[헝거게임 : 모킹제이 PART 2]는 2015년 11월에 개봉한다.

그래, 까짓거 앞으로 2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주마!!!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