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리딕] - 그러니 지금부터 처음으로 돌아간다.

쭈니-1 2013. 12. 5. 14:27

 

 

감독 : 데이빗 토히

주연 : 빈 디젤, 조르디 몰라, 맷 네이블, 케이티 색호프

개봉 : 2013년 11월 28일

관람 : 2013년 12월 4일

등급 : 15세 관람가

 

 

9년 만에 '리딕'이 돌아왔다.

 

2004년 여름이었습니다.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이 개봉한 것이... 당시 빈 디젤은 [분노의 질주]와 [트리플 엑스]의 흥행 성공으로 액션 스타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빈 디젤의 묵직한 마초 액션을 좋아했기에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이 개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을 보기 전에 저는 이 영화의 전편인 [에이리언 2020]을 먼저 챙겨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은 제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고, 흥행 성적도 좋지 못해서 잘 나가던 빈 디젤의 인기에 급제동을 건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의 흥행 실패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빈 디젤은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이후 다시 흥행 배우로의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리딕 시리즈'도 기나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리딕]은 [에이리언 2020],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에 이은 '리딕 시리즈'의 세번째 영화입니다. 최근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빈 디젤은 '리딕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며 "제안 받은 많은 SF 영화를 포기하더라도 '리딕 시리즈'를 계속 할거예요."라고 밝혔습니다. [에이리언 2020]부터 시작해서 13년 동안 '리딕 시리즈'를 연출한 데이빗 토히 감독도 '리딕 시리즈'를 5편까지 만들겠다고 밝혔다고하니 이변이 없는한 우리는 리딕의 액션을 한동안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3부작까지 만들어진 '리딕 시리즈'이지만, '리딕 시리즈'는 각 영화마다 각기 다른 고무줄 제작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빈 디젤이 무명 시절 만들어진 [에이리언 2020]은 제작비 2천3백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이지만, 빈 디젤이 스타덤에 오른 후에 만들어진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은 제작비를 1억5백만 달러까지 끌어올린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그러나 9년만에 만들어진 [리딕]은 제작비 3천8백만 달러로 다시 [에이리언 2020]시절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이 1억5백만 달러의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북미흥행 5천7백만 달러라는 흥행 부진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제작사인 유니버셜 입장에서는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의 실패가 있기에 [리딕]에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기 어려웠던 것이죠.

하지만 과연 그러한 이유 뿐일까요? [리딕] '스페셜 애니메이션 영상'의 마지막 부분과 [리딕]의 앞 부분에는 이런 나래이션이 나옵니다. '어디서부터 발을 잘못 디뎠는지 너무 물러졌다. 칼날도 무뎌지고... 그리고 용납 못할 실수까지 저질렀다. 세상에 물든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처음으로 돌아간다. 내 안의 거친 본능을 다시 깨울 것이다.'

물론 리딕(빈 디젤)의 나래이션은 부하인 바코(칼 어반)에게 배신 당하고 척박한 행성에 버려진 자기 자신을 자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나래이션이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의 실패 이후 9년 만에 '리딕 시리즈'를 다시 꺼내든 빈 디젤의 다짐처럼 들렸습니다.

 

 

[에이리언 2020]으로 돌아가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빈 디젤의 다짐은 영화의 제작비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만 보더라도 [리딕]은 [에이리언 2020]으로 되돌아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에이리언 2020]은 살인범으로 호송 중이던 죄수 리딕이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하며 벌어지는 모험담입니다. 불시착으로 살아남은 이는 리딕 외에도 우주조종사 프라다와 리딕의 호송을 맡은 경찰관 존스, 그리고 리딕을 동경하는 잭이라는 아이등 몇몇 뿐입니다.

불시착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이 낯선 행성에서 빠져나가려 발버둥치지만, 그들에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밤이 없는 이 행성에는 어둠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끔찍한 에이리언이 있는데, 하필 몇 시간후면 몇 년마다 찾아오는 이 행성의 개기일식이기 때문입니다. 개기일식이 시작되면서 에이리언의 습격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라다는 위험한 죄수 리딕과 협력합니다.

어찌보면 [에이리언 2020]은 낯선 행성에서 무시무시한 괴물 에이리언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순한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블록버스터화된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은 우주의 지배자 네크로몬거족과 네크로몬거족에 대항하는 헬리온 행성, 그리고 네크로몬거족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인 퓨리온족 등을 내세워 복잡한 우주 신화를 만들어냅니다. 퓨리온족의 유일한 후예 '리딕'은 네크로몬거족에 맞서 거대한 전투를 시작한 것입니다. 

 

[리딕]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네크로몬거족의 로드 마샬을 무찌른 리딕은 새로운 로드 마샬의 자리에 오릅니다. 하지만 그는 퓨리온 행성으로 안내하겠다는 바코 사령관의 거짓말에 속아 다시 죽음의 행성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

이후 벌어지는 리딕의 모험담은 마치 [에이리언 2020]을 리메이크한 것처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빈 디젤과 데이빗 토히 감독은 '처음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을 그대로 실현한 셈입니다.

척박한 행성에 버려진 리딕. 그는 이 행성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일부러 구조 신호를 보냄으로서 현상금 사냥꾼들을 불러 들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에이리언 2020]에서 리딕의 호송을 맡았던 경찰관(사실은 현상금 사냥꾼) 존스의 아버지(맷 네이블)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리딕을 잡으러 행성에 도착합니다.

[에이리언 2020]에서처럼 이 행성에서도 끔찍한 에이리언이 있습니다. 밤에만 나타나는 [에이리언 2020]의 에이리언처럼 [리딕]의 에이리언은 물에서만 활동합니다. 그렇기에 [리딕]의 비구름은 [에이리언 2020]의 개기일식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리딕을 잡아 거액의 현상금을 타려는 산타나(조디 몰라) 일행과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의구심을 풀으려하는 존스와 그의 일행은 비구름이 그들의 유일한 피난처인 쉘터를 덮치자 어쩔 수 없이 리딕과 협력합니다. 이렇게 처음으로 돌아가겠다는 리딕의 선언처럼 [에이리언 2020]과 [리딕]은 스토리 전개 면에서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다.

 

사실 저는 [에이리언 2020]을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못했습니다. 매니아 사이에서는 흙속의 진주라는 평을 얻고 있는 [에이리언 2020]이지만 단순한 스토리 라인으로 인하여 제겐 평범한 B급 SF 영화로 보여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가 비슷한 [리딕]은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제게 [에이리언 2020]은 그다지 재미없었고, [리딕]은 재미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9년이라는 시간의 차이로 인한 제 취향의 변화와 [에이리언 2020]은 비디오로, [리딕]은 극장에서 봤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리딕]은 [에이리언 2020]과 비슷한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지만 상황을 살짝 변형시킴으로서 새로운 재미를 창출해 낸 것입니다.  

[리딕]의 스토리 전개는 총 3단계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단계는 바코의 배신으로 낯선 행성에 남겨진 리딕이 이 행성의 괴물과도 같은 에이리언에 맞서 살아남는 과정입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 리딕은 유일한 친구의 자칼을 얻게 되고(리딕의 행복한 나날), 새끼 에이리언의 독을 이용하여 에이리언 독의 면역력을 키워냅니다.(마지막 장면에서 리딕이 에이리언의 독을 맞았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두번째 단계는 리딕을 잡기 위해 몰려든 현상금 사냥꾼들과 리딕의 한판 대결입니다. 수적으로, 그리고 장비면에서도 우수한 현상금 사냥꾼들. 하지만 리딕은 여유롭게 그들 하나 하나를 은밀하게 제압해 나갑니다.

마지막 단계는 비구름이 몰아 닥치며 에이리언이 몰려오자 리딕과 살아남은 현상금 사냥꾼들이 힘을 합쳐 이 지옥의 행성을 빠져 나가는 과정입니다. 첫번째 단계에서 리딕은 고작 몇 마리의 에이리언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입니다. 하지만 세번째 단계에 들어서면 셀 수도 없는 수십, 수백마리의 에이리언들이 리딕의 주위를 에워쌉니다. 단계가 진행되면 될수록 리딕이 처한 상황이 점점 더 위험해지는 셈입니다.

이건 마치 각기 다른 영화를 보는 재미와도 같았습니다. 낯선 행성에서의 리딕의 적응기, 현상금 사냥꾼과 리딕의 한판 대결, 그리고 마지막 수많은 에이리언과의 사투는 각각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리딕]은 2시간 동안 이들 상황을 단계별로 관객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로서는 지루할 틈이 있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에이리언 2020]이 매력적인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스토리 라인으로 제게 별다른 재미를 안겨주지 못했다면 [리딕]은 그러한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살짝 변형시켜 3단계로 나누면서 제게 영화적 재미를 안겨준 것입니다.   

 

 

앞으로 두편이 더 남았다.

 

빈 디젤과 데이빗 토히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리딕 시리즈'는 총 5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이미 [에이리언 2020],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 [리딕]이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 남은 것은 두편의 영화인 셈입니다.

빈 디젤은 앞으로 남은 두편의 영화에서 네크로몬거와 언더벌스, 그리고 리딕의 고향인 퓨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 밝혔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만들어질 '리딕'은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과 비슷한 구성의 영화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의 흥행 실패를 경험한 빈 디젤과 데이빗 토히 감독이기에 앞으로 진행될 '리딕'은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처럼 무조건 덩치만 크게 키운 영화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B급 SF 영화의 감수성은 이어나가며 '리딕'의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되지 않을까요?

비록 저는 [에이리언 2020],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을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9년만에 귀환해서 초심으로 돌아간 [리딕]에 만족한 만큼 앞으로 진행될 '리딕'도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빈 디젤이 이토록 애착을 갖고 있는 SF 시리즈인 만큼 뭔가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 나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리딕'의 초심 되찾기는 끝났다.

이제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펼쳐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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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