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행로]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전혀 닮지도 않고 성격도 반대인 형제 프랭크(보 브리지스)와 잭(제르 브리지스)은 '전설적인 베이커 형제'라는 팀명을 갖고 삼류클럽을 전전하는 피아노 연주자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인기가 시들해짐을 느끼자 프랭크와 잭은 콜걸 출신의 수지(미쉘 파이퍼 분)를 합류시킵니다.
수지의 합류로 '전설적인 베이커 형제'의 쇼는 성공을 거듭하고 일류 클럽에서도 인기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수지와 잭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고, 이로인해 잭과 프랭크 사이에도 팀의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어 팀이 해체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사랑의 행로]는 미셸 파이퍼를 스타덤에 올려 놓았습니다. 특히 그녀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위에서 ‘Makin' Whoopee’를 부르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실제 형제지간인 보 브리지스와 제프 브리지스가 영화 속에서도 형제로 등장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던 영화입니다.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서 자란 저는 든든한 형과 함께 야구를 하며 놀 수 있는 남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형제애를 소재로한 영화를 보면 왜 그렇게 가슴 깊은 울림으로 남던지... [사랑의 행로]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형제애를 소재로한 영화들...
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들. 그러나 형제애만큼은 남들 못지 않다... [머니 트레인], [광식이 동생 광태]
제 친구 중에서 형, 혹은 남동생이 있는 친구들을 보면 '형제끼리 어쩌면 저렇게 서로 다를까?'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형제도 마찬가지인데, [사랑의 행로]의 프랭크와 잭 역시 성격은 서로 많이 다른 형제였죠.
여기 성격만 다른 것이 아닌 아예 생긴 것도 정 반대인 두 형제가 있습니다. 바로 [머니 트레인]의 존(웨슬리 스나입스)과 찰리(우디 해럴슨)입니다. 그들은 적먹이적 입양되어 흑인과 백인이라는 인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뉴욕 지하철의 범죄율 제로라는 공통의 목표를 행서 서로 협력해나가는 절친한 형제 사이입니다.
하지만 착실한 성격의 존과는 달리 도박에 묻혀 사는 찰리는 언제나 문제만 일으키는 문제아입니다. 그리고 결국 찰리의 노름빚 때문에 사고가 일어납니다. 찰리는 노름빚을 갚으라며 존이 건네준 돈을 소매치기에게 빼앗기자 허망한 마음에 '머니 트레인'을 탈취할 것을 결심합니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안 존은 찰리의 탈주를 도우려하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은 '머니 트레인'의 브레이크는 움직이질 않습니다. 과연 이들 형제는 '머니 트레인'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요?
미국에 [머니 트레인]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광식이 동생 광태]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고백한번 못해보고, 라이벌이 등장하면 숨어버리는 모태솔로 광식(김주혁)과 형보다 나이는 7살 어리지만 만난 여자수는 수십배 많은 귀여운 바람둥이 광태(봉태규)가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이 두 형제는 각각 윤경(이요원), 경재(김아중)와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랑에 빠져 버리는데...
서로 성격도, 생긴 것도, 그리고 개성과 연애 철칙마저 너무 다르지만 형제라는 이름 하나로 똘똘 뭉쳐진 [머니 트레인]과 [광식이 동생 광태]의 형제들. 제가 그들을 부러워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바보(?)병에 걸린 형제... 그래도 그들의 형제애는 뜨겁다... [레인 맨], [오! 브러더스]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 라고 한다면 결코 이들을 빼놓을 수가 없죠. 바로 [레인 맨]의 찰리(톰 크루즈)와 그의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만)입니다. 외모? 물론 서로 다르죠. 톰 크루즈와 더스틴 호프만이잖아요. 그런데 이들이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는 레이먼드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찰리는 아버지와의 불화로 가출해 살아가는 거친 성격의 자동차 중개상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엄청난 재산을 형에게 물려두고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빚에 시달리던 찰리는 자신의 몫을 찾기 위해 수소문하여 형 레이먼즈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리에먼드는 자폐증 환자로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유산이 탐난 찰리는 레이먼드의 보호자가 되어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레인 맨]은 돈 밖에 모르던 찰리가 순수한 영혼의 레이먼드와 함께 하며 형제애를 되찾게 된다는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특히 더스틴 호프만의 명연기가 일품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로 더스틴 호프만은 61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레인 맨]과 비슷한 설정의 영화가 있죠? 바로 [오! 브라더스]입니다. 불륜 사진 전문 찍사 오상우(이정재)는 어릴 적 바람나 집을 나간 아버지가 사망했고 그의 빚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상속됐다는 소식을 받게 됩니다. 빚을 감당할 능력 없는 상우는 빚을 떠넘기기 위해 또 다른 상속인인 이복 동생 봉구(이범수)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봉구는 실제 나이보다 4배 가량이나 빨리 신체가 노화되는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특수학교에 맡겨져 있는 상태. 상우는 한참 형뻘로 보이는 동생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남긴 빚더미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봉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 어쩔 수 없이 그와의 불편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오! 브라더스]는 속은 장난꾸러기 사춘기 소년이지만 겉은 영학없는 30대 깡패인 조루증에 걸린 봉구와 돈 밖에 모르는 상우가 함께 생활하며 형제애를 회복하는 영화입니다. [레인 맨]의 더스틴 호프만이 그러했듯이 [오! 브러더스]에서 이범수의 연기는 굉장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피어나는 형제애... [영웅본색], [태극기 휘날리며]
하지만 역시 형이 있어서 좋은 이유는 든든하기 때문이죠. 여기 죽음의 극한 상황에서 동생을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형의 이야기를 담은 두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영웅본색]과 [태극기 휘날리며]입니다.
홍콩 느와르의 걸작 [영웅본색]은 암흑가의 형 송자호(적룡)와 경찰의 길을 걷는 동생 아걸(장국영)의 이야기입니다. 자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범죄의 길을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동생의 차디찬 외면 뿐입니다. 결국 암흑의 길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한번 빠진 암흑의 구렁텅이는 그의 발목을 계속 붙잡습니다.
당시 영화를 보며 형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걸이 얼마나 미웠던지... 하지만 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동생 아걸은 [영웅본색 2]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합니다. 중학생 시절 자호와 아걸의 형제애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아예 두 형제를 전쟁의 한 가운데로 몰아 넣습니다. 1950년 6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고 징집 대상이 되어 군인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동생 진석(원빈)을 되찾아오기 위해 형 진태(장동건)도 군용 열차에 몸을 싣게됩니다. 이후 이 두 형제의 운명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엄청난 비극을 맞이하게됩니다.
범죄와의 혈투, 그리고 전쟁과도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형제. [영웅본색]과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며 저는 진정 '나도 저런 든든한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동생은 말썽쟁이? [안녕, 형아], [우리 형]
그렇다면 남동생은 어떨까요? 제 경우는 제 여동생과 거의 형제처럼 놀고 치고받고 싸웠기 때문에(!) 남동생에 대한 로망은 많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남동생에 대한 영화를 살짝 들춰보면...
일단 [안녕, 형아]가 떠오르네요. [안녕, 형아]는 9살 장한이(박지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세상에서 무서울 게 없는 말썽천재입니다. 학교 친구들은 모두 자기 똘마니이고 가족들은 부하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가끔 아프다고 투정부리는 형, 한별은 최고의 괴롭히기 연습상대이죠. 사실 한별은 뇌종양에 걸린 것이죠. 하지만 너무 어린 한이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안녕, 형아]는 어린 한이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형과 생활하며 점점 철이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인 김은정의 친조카 형제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형]은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의 동생으로 출연한 원빈이 이번엔 신하균의 동생으로 출연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한때 원빈은 동생 전문배우였습니다.) 이 영화는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연년생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동생 종현(원빈)은 잘생긴 얼굴에 싸움까지 잘하지만 형은 성현(신하균)은 다정하고 해 맑은 내신 1등급입니다. 어린시절부터 형만 편애하는 어머니(김해숙) 때문에 형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종현은 인근지역 최고 퀸카 미령(이보영)이 형과 사귀자 그만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하지만 형제간 대판 싸운 날, 셩현은 그동안 동생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합니다. "종현아! 내가 소원이 하나있는데... 형이라고 한번만 불러볼래?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러한 성현은 결국 종현을 위해 안타까운 희생을 하게 됩니다.
형제간의 싸움... [브라더스], [워리어]
지금까지 형제애를 다룬 영화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형제애가 부러운 것은 아닙니다. 실제 제 친구 중에서는 어렸을 적에 형한테 많이 맞아서 '형 따윈 없었엇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하는 녀석도 있었으니까요.
[브라더스]는 다정한 남편이자 친구 같은 아빠, 믿음직한 아들인 샘(토비 맥과이어)이 아프가니스탄 내전에서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가족들은 망연자실하고 감옥에서 갓 출소한 동생 토미(제이크 질렌할)는 형의 아내 그레이스(나탈리 포트만)와 조카들을 돌보며 형의 빈자리를 채워나갑니다. 그렇게 불편했던 예전과 달리 가족으로서 인정 받게 된 토미. 그러나 샘은 죽지 않았습니다.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그는 차가운 눈빛과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묘한 긴장감과 어색함을 만들고, 급기야 토미와 그레이스의 관계를 의심하며 가족들을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잃어버린 시간 동안 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브라더스]가 전쟁으로 인하여 성격이 변해버린 형으로 인한 가족의 위기를 다뤘다면 [워리어]는 두 형제를 길거리 싸움판으로 내몹니다. 전쟁에서 인질을 구출하고 영웅으로 추대 받게 된 동생 토미(톰 하디). 하지만 작전 중 절친한 동료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국가에 대한 명예를 되찾고 죽은 동료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5백만 달러라는 거액의 상금이 걸린 사상최대 챔피언십 리그에 출전을 결심합니다. 한편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어린 동생을 버린 채 자신의 행복을 쫓아 살아가던 형 브렌든(조엘 에저튼). 그러나 딸의 병원비로 부채에 시달리고 간신히 마련한 집마저 잃게 될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5백만 달러라는 거액의 상금이 걸린 사상최대 챔피언십 리그에 도전합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만난 두 형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파이널 라운드에서 만나게 됩니다. 사로 이겨야할 명분이 확실한 경기. 이 극한의 싸움판에서 토미와 브렌든은 형제애 따위는 집어 던지고 각자 자신을 위한 싸움에 나섭니다.
지금까지 저는 여러 형제들과 그들의 사랑과 다툼을 담은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여러분의 형제는 어떠신가요? 그러고보니 웅이도 형제가 없네요. 저는 웅이한테 그것이 가장 미안합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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