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일 일요일, 저는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영화 영화 이야기에 '폴 워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댓글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저는 장난 댓글이라 생각했습니다. 멀쩡히 살아서 [분노의 질주 7]을 열심히 찍고 있을 배우에게 삼가고인의 명복을 빈다니...
사실 저는 11월 30일 갈치 낚시를 위해 1박 2일 동안 여수 앞바다에 있었고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댓글도 밤새 갈치 낚시를 해서 피곤한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것이라 폴 워커의 불의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폴 워커가 11월 30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죠.
한동안 멍하더군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좋아하는 제게 폴 워커는 멋진 배우였거든요. 이제 [분노의 질주]에서 폴 워커의 그 선한 눈매와 날렵한 액션을 볼 수 없다고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폴 워커의 영화가 [분노의 질주]를 제외하고는 다른 영화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픈 마음에 정리해봤습니다. 폴 워커의 영화들을...
스릴러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폴 워커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그의 출연작 중에서 제가 본 가장 최초의 영화는 바로 [플레전트빌]이라는 제목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데이빗(토비 맥과이어)과 그의 여동생 제니퍼(리즈 위더스푼)가 TV 시트콤인 <플레전트빌>의 흑백 세상 속에 빨려 들어가며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영화입니다. 저도 참 재미있게 본 영화이지만 아무리 제 머리를 짜내도 폴 워커가 어느 역으로 출연했는지는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네요.
폴 워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에서는 [스컬스]와 [캔디케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스컬스]에서 폴 워커는 미국 일부 명문 대학의 비밀 단체로 매년 특출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미래의 지도자로 양성한다는 미명아래 비밀리에 활동하는 '스컬스'의 최고 멤버 켈럽을 연기했습니다.
[스컬스]의 내용은... 고된 아르바이트와 융자를 받아가며 어렵사리 아이비리그 학생이 된 루크(조슈아 잭슨)가 '스컬스'의 입회 제안을 받게 됩니다. 그는 '스컬스'에 가입하여 인생 최고의 기회를 얻게 되지만 루크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스컬스'의 음모를 파헤치던 윌(힐 하퍼)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며 '스컬스'는 루크의 일생 일대의 기회가 아닌 최악의 위협이 되어 버립니다. 이 영화는 롭 코헨 감독의 영화로 이후 롭 코헨은 [분노의 질주]에 폴 워커를 캐스팅함으로서 그를 스타덤에 올려 놓습니다.
[스컬스]의 폴 워커(왼쪽)와 조슈아 잭슨(오른쪽)
[캔디케인]은 두 형제의 장난으로 시작된 무시무시한 공포를 담은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루이스(폴 워커)는 여자친구 베나(릴리 소비에스키)가 자동차 여행을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와의 오붓한 자동차 데이트를 꿈꾸며 중고차를 마련합니다. 하지만 루이스의 달콤한 여행은 갓 출소한 말썽꾸러기 형 풀러(스티브 잔)가 끼어들며 산산조각이 납니다.
풀러는 차량용 개인 수신 라디오를 통해 러스티 네일이라는 남자와 죽석 미팅을 주선하고 루이스 역시 풀러의 장난에 동참하여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 '캔디 케인'이라는 가상의 여인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그들의 장난은 곧 무시무시한 살인마와의 한바탕 죽음의 질주로 이어집니다.
[캔디 케인]에서의 스티브 잔(왼쪽), 릴리 소비에스키(가운데), 폴 워커(오른쪽)
폴 워커... [분노의 질주]로 스타덤에 오르다.
[스컬스], [캔디케인]으로 두각을 나타낸 폴 워커가 스타덤에 오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스컬스]에서 폴 워커를 눈여겨본 롭 코헨 감독이 [분노의 질주]에 신예인 폴 워커를 전격 캐스팅한 것입니다.
[분노의 질주]는 오디오, DVD 등 값비싼 고급 외제 전자제품을 운송하는 컨테이너 트럭을 훔치는 폭주족을 소통하기 위해 사복 경찰 브라이언(폴 워커)이 폭주족으로 위장시켜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액션 영화입니다. 브라이언은 폭주족의 대부격인 도미닉(빈 디젤)에게 접근하여 그의 신뢰를 얻지만 그만 도미닉의 여동생인 미아(조다나 브루스터)와 사랑하는 사이에 되며 자신의 경찰로서의 임무와 사랑,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분노의 질주]의 폴 워커
물론 [분노의 질주]의 최고 스타는 누가 뭐래도 빈 디젤입니다. 하지만 빈 디젤은 2편의 출연을 거절했고, 결국 [분노의 질주]의 속편인 존 싱글톤 감독의 [패스트 & 퓨리어스 2]는 빈 디젤 없이 폴 워커 체제로 진행됩니다.
트레일러만을 골라 탈취 하던 갱단 두목 도미닉(빈 디젤)을 검거하기 위해 그와 친분을 맺었던 사복 경찰 브라이언(폴 워커)은 결국 그에게 수갑을 채우는 대신 자신의 자동차를 주어 그를 도주케 합니다. 그는 도미닉과의 의리는 지켰지만 자신이 쌓아 왔던 경찰로서의 모든 것은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된 것입니다. 이 일로 브라이언은 경찰 뱃지를 반납하고 LA를 떠나 스트리트 레이서로서 내깃돈을 따며 전국을 떠돌게 됩니다.
[패스트 & 퓨리어스 2]는 돈 세탁을 무역사업으로 둔갑시켜 화려한 사업가 행세를 하고 있는 카터 베론(콜 하우저)을 검거 하기 위해 마이애미 연방정부가 스트리트 레이서로 그 실력을 인정 받은 브라이언과 전과자인 로만 피어스에게 그를 검거 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 줄 것을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액션을 담은 영화입니다. 브라이언은 과거의 불명예로부터 벗어 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거대한 모험을 하게 됩니다.
[패스트 & 퓨리어스 2]의 폴 워커
폴 워커의 홀로서기 선언 하지만 연속된 흥행 부진
폴 워커는 [분노의 질주]로 흥행 배우가 되었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분노의 질주]로만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시리즈의 3편인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래프트]에서는 빈 디젤 뿐만 아니라 폴 워커마저 제외되며 폴 워커로서는 [분노의 질주]없이 홀로 서기가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첫 번째 시도는 일단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슈퍼맨], [리쎌웨폰]의 액션 거장 리차드 도너 감독의 [타임 라인]이 그의 첫 시도였기 때문입니다. [타임라인]은 프랑스 라로크성의 유적발굴에 한창이던 존스톤 교수(빌리 코놀리)의 일행이 600년간 봉해져 있던 수도원을 발견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14세기 유적보다 놀라운 발견은 발굴단의 책임자이자 그들의 스승인 존스톤 교수의 도움요청과 친필서명이 담긴 문서, 그리고 그 당시에는 결코 발명되지 않았던 안경 렌즈가 유적지에 발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존 스톤 교수의 아들 크리스(폴 워커)와 조교수 매렉(제라드 버틀러), 그리고 학생인 케이트(프란시스 오코너) 등은 문자를 전송할 수 있는 것처럼 사물을 전송할 수 있는 양자 원격 이동 장치와 웜홀을 통해 존스톤 교수가 14세기, 영불 백년 전쟁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목숨과 운명을 걸고 시간 여행에 뛰어듭니다. 그러나 21세기에서 온 그들로 인해 1357년의 역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맙니다.
[타임라인]의 제라드 버틀러(왼쪽), 프란시스 오코너(가운데), 폴 워커(오른쪽)
하지만 [타임라인]은 처참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폴 워커는 두번째 홀로서기 시도작인 [블루 스톰]에 출연하게 됩니다. 당시 라이징 스타인 제시카 알바와 호흡을 맞춘 [블루 스톰]은 바하마 제도의 트래저 헌터들의 모험을 담은 영화입니다.
자레드(폴 워커)는 바하마의 터키 빛 맑은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 부자가 되는 꿈을 꾸며, 물이 새는 보트에 의지해 수년째 보물 찾기를 계속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해변의 리조트에서 상어 조련사로 일하는 사만다(제시카 알바). 낡고 초라한 트레일러에서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자레드의 든든한 조력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폭풍이 지나간 후, 자레드는 엄청난 양의 마약을 싣고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마약을 되찾으려는 거대 마약조직에 의해 최악의 위협에 직면하게됩니다.
[블루 스톰]의 제시카 알바(왼쪽), 폴 워커(오른쪽)
폴 워커의 연기 변신은 계속되다.
비록 [타임라인]과 [블루 스톰]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폴 워커는 멈추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매달렸습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라면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도 기꺼이 출연했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하고 있는 전쟁 영화 [아버지의 깃발]이 그러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드디어 [에이트 빌로우]를 통해 흥행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에이트 빌로우]는 생존이 불가능한 남극에서 8마리의 썰매개가 175일 만에 극적으로 생존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미국인 지질학자 데이비스(브루스 그린우드)는 운석을 찾기 위해 남극의 탐사대원 제리 쉐퍼드(폴워커), 그리고 8마리의 썰매개들과 남극탐사에 나섭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데이비스와 제리는 썰매개들을 남겨두고 다른 탐사대원들과 부상치료를 위해 남극을 떠나게 됩니다. 반드시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긴채... 생존이 불가능한 땅, 남극에 버려진 8마리의 썰매개들은 제리의 약속을 기다리며 추위와 배고픔, 악천후 속에서 버팁니다. 그렇게 175일이 지나고 생사를 함께한 썰매개들을 버려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제리는 자신의 일부였던 썰매개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에이트 빌로우]의 폴 워커(왼쪽), 문 블러드 굿(오른쪽)
[분노의 질주]로 화려하게 돌아오다.
이렇게 폴 워커가 서서히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동안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래프트]의 흥행 실패로 원년 멤버인 빈 디젤과 폴 워커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은 [분노의 질주] 제작사는 결국 빈 디젤과 폴 워커를 복귀시켜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을 만듭니다.
이후에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입니다.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은 북미흥행 1억5천5백만 달러,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는 북미흥행 2억9백만 달러, 2013년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은 북미흥행 2억3천8백만 달러 승승장구했습니다. 빈 디젤과 폴 워커의 복귀가 죽어가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되살려 놓은 것이죠.
이제 폴 워커는 블록버스터 배우로 최고의 인기를 누릴 시간이 된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언론을 통해 폴 워커는 서로 떨어져 살던 15살 딸과 최근 함께 살며 아버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폴 워커는 생전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딸 미도우에대해 "내 인생 최고의 동반자"라고 애정을 표하는 한편 "잃어버린 시간들 만큼을 채워주고 싶다."고 말하며 앞으로 딸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할 것이라 밝혔다고 합니다.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폴 워커(왼쪽), 빈 디젤(오른쪽)
폴 워커의 기타 출연작
비록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폴 워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영화들도 꽤 많습니다. 그 중 [러닝 스케어드]는 이태리 마피아 조직원과 한집안의 가장으로 2중 생활을 하는 조이(폴 워커)가 어느날 부패한 경찰과 일대 총격전을 벌이며 음모에 빠져드는 내용입니다. 그는 범행에 사용되던 총을 지하실에 숨기지만 조이의 아들과 놀던 옆집 아이가 총을 훔쳐가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양아버지를 쏴버립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총에 맞은 양아버지가 조이의 조직과 경쟁하고 있는 러시아 마피아라는 사실입니다. 잃어버린 총을 회수해야 하는 조이는 위험에 빠진 올렉을 찾아 나섭니다.
[라자루스 프로젝트]는 어느 범죄자가 약물주입 사형을 받고, 끝날줄만 알았던 인생에 또 한번의 기회를 얻어 새로운 신분을 갖게 되지만 혼란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폴 워커는 이 영화에서 [코요테 어글리]의 파이퍼 페라보와 연기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테이커스]는 범죄 스릴러 영화입니다. 한탕 크게 털고, 화려한 삶을 사는 5인조 강도와 이들을 붙잡으려고 혈안이 된 형사 웰스(맷 딜런). 때마침 과거 이들과 한 패였던 리버스가 출소하고 리버스는 존(폴 워커)을 포함한 5인조에게 엄청나게 큰 건을 제의합니다. LA다운타운에서 최소 2500만 달러를 수송하는 무장 현금 수송차를 털자는 것. 한편 이들의 범행을 추적하던 웰스는 그들이 사용한 c-4 폭탄의 출처를 알아내고 리버스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비히클 19]는 자신이 렌트한 차가 아닌 우연히 다른 차를 타게 된 마이클(폴 워커)이 차 안에서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되고,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으로부터 추격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 영화입니다.
[비하클 19]의 폴 워커
폴 워커, 그의 유작은 [아워즈]
폴 워커는 사망전 제임스 완 감독의 [분노의 질주 7]의 출연이 확정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분노의 질주 7]의 촬영은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공식적으로 폴 워커의 유작은 [아워즈]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최악의 푹풍에서 모두 피난간 어느 병원. 태어난지 며칠 되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있는 딸 아이를 지키기 위해 병원에 남은 한 남자의 안타까운 사투를 다룬 영화라고 합니다. 과연 이 영화가 국내 정식 개봉될 수 있을런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폴 워커의 영화들을 정리하고나니 대부분 액션, 스릴러 장르의 영화들이네요. 아무래도 그가 인기를 얻은 것이 [분노의 질주]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봅니다. 하지만 만약 시간이 흘러 폴 워커가 배우로서의 연기력을 차곡차곡 쌓게된다면 액션, 스릴러가 아닌, 멜로, 코미디 연기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의 연기가 활짝 꽃피우기 전에 더이상 폴 워커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옵니다. 부디 천국에서도 그의 질주가 계속 되기를...
[아워즈]에서의 폴 워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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