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3년 아짧평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 - 어린 슈퍼 히어로에게 필요한 성장통

쭈니-1 2013. 11. 19. 09:00

 

 

감독 : 제프 워드로우

주연 : 애론 존슨, 클로이 모레츠, 크리스토퍼 민츠 플래지, 짐 캐리

 

 

1편에 이어 2편도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

 

2010년 5월, 저는 독특한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 영화를 한편 만났었습니다. 제목은 [킥 애스 : 영웅의 탄생]. 코믹스 원작의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보는 편이지만,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은 다른 코믹스 원작의 영화들과는 달리 굉장히 허술해 보여서 극장에서 보기를 주저하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나중에 다운로드로 보게 되었는데,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해야 했습니다.

2013년 10월,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의 속편인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이 개봉했습니다.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웠기에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은 극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저희 집 근처에서는 상영하는 극장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도 일주일도 채 상영하지 않고 극장 상영이 마감되어 또다시 극장에서 놓쳐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관객에겐 초능력도 없고,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허술한 복장으로 얼굴을 가린 10대 히어로들의 영웅 놀이는 먹히지 않는 듯합니다. 하긴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의 경우는 미국내 흥행에서도 거의 참패 수준이긴 했지만...

 

 

 

하지만 난 이 영화가 좋다.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은 흥행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치고는 꽤 짭짤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으며, 매튜 본이라는 걸출한 감독을 발굴했습니다. 이후 매튜 본은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천재성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에비해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은 모든 것이 전편에 비해 초라하기만 합니다.  흥행 성적은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의 절반 수준이고,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의 연출을 맡은 제프 와드로 감독은 평론가와 관객들의 혹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킥 애스 : 영웅의 탄생]보다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이 좋았습니다. 제 취향이 독특한 것일수도 있지만,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에서 너무 어린 민디(클로이 모레츠)가 힛걸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악당들을 죽이는 장면이 아무리 영화라고 할지라도 조금은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은 민디를 어린 10대 소녀의 정체성과 슈퍼 히어로 힛걸의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게 함으로서 전편의 불편함을 해소시켰습니다.

 

 

 

영웅이 되기엔 너무 어린 힛걸.

 

사실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이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에는 힛걸의 존재가 절대적이었습니다. 사실 어린 민디가 힛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기구합니다. 경찰이었던 데이먼(니콜라스 케이지)은 악당 디아미코(마크 스트롱)의 계략에 빠져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힙니다. 그리고 그 사이 사랑하는 아내를 잃게됩니다. 이후 데이먼은 복수를 위해 민디를 슈퍼 히어로로 강하게 훈련시킵니다.

어쩌면 데이먼은 악으로 가득찬 도시에서 민디가 악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데이먼의 강박관념은 순수한 동심으로 자라야할 민디를 살인 기술이 몸에 벤 슈퍼 히어로로 살아가도록 강요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디이미코와의 일대격전으로 목숨을 잃은 데이먼. 데이먼의 죽음으로 인하여 민디는 10대 소녀와 살인병기 슈퍼 히어로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됩니다. 

 

 

 

민디의 성장통

 

데이먼의 죽음 이후 민디의 양육을 맡은 마커스는 민디에게 10대 소녀의 삶을 돌려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결국 그러한 마커스의 노력에 민디는 힛걸의 옷을 벗고 마커스가 원하는대로 10대 소녀에 걸맞게 행동합니다.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은 힛걸이 없는 상태에서 홀로 슈퍼 히어로의 활동을 하는 데이브(애론 존슨)가 슈퍼 캡틴(짐 캐리)을 중심으로하는 새로운 슈퍼 히어로 집단을 만나 활약하는 이야기와 민디가 평범한 10대 소녀의 삶을 살기 위해 고약한 성격의 인기녀 삼총사에게 호되게 당하는 이야기로 나눠져 있습니다.

솔직히 민디가 고약한 성격의 인기녀에게 당하는 장면은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자주 써 먹는 방식이라 조금 식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민디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러한 식상한 설정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다시 힛걸로 돌아오며 이 매력적인 10대 소녀 슈퍼 히어로의 귀환을 알립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아이들의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을 통해 성장통을 겪는 것은 민디 뿐만이 아닙니다. 멋 모르고 슈퍼 히어로 가면을 쓰고 킥 애스가 되었던 데이브, 그리고 킥 애스의 숙적인 크리스(크리스토퍼 민츠 플래지) 모두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장통을 겪어 나갑니다.

데이브의 아버지가 죽음을 당함으로서 민디, 데이브, 크리스는 아버지의 부재라는 공통적인 상황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이 제각각입니다. 민디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이어 힛걸로 활약하고, 데이브는 아버지의 죽음을 자책하며 킥 애스의 가면을 벗습니다. 크리스는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며 더욱 악독한 악당이 되려 노력합니다. 

그러한 그들의 각기 다른 방식의 성장통은 결국 누군 슈퍼 히어로로, 그리고 누군 악당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느낀 것은 민디도, 데이브도, 크리스도 제대로된 부모의 교육을 받지 못한 미숙한 아이들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설정은 영화에서 어른 캐릭터의 부재로도 나타납니다. 민디의 양아버지인 마커스는 경찰이지만 악당을 물리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데이브의 새로운 멘토로 등장하는 슈퍼 캡틴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크리스의 유일한 보호자였던 자비에(존 레귀자모) 역시 중반, 죽음을 맞이합니다.

결국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은 어른들이 없거나, 무능력한 세상에서 각기 다른 성장통을 겪는 10대 소년, 소녀의 슈퍼 히어로 성장통이라는 독특한 영화로 탄생된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과연 3편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흠... 더이상 자아 정체성을 고민하는 어린 영웅이 아닌 완전한 슈퍼 히어로로 성장한 힛걸의 활약을 계속 보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제 욕심이겠죠? ^^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