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3년 아짧평

[일탈여행:프라이빗 아일랜드] - 그녀들의 일탈은 과감했지만 영화는 소심하다.

쭈니-1 2013. 10. 10. 15:31

 

 

감독 : 한상희

주연 : 손은서, 신소율, 다은

 

 

여행 자체가 일탈이다.

 

우리 소시민들의 삶은 대부분 다람쥐 쳇바퀴돌듯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입니다. 제 경우는 아침 7시10분에 일어나서 씻고 옷입고 7시40분 정도에 출근길에 오릅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8시. 정신없이 오전근무를 하고 12시에 점심식사. 오후 1시부터 오후 근무를 한다음에 6시30분 쯤 퇴근. 7시에 집에 도착하면 저녁 식사하고, 웅이와 놀아주고나면 밤 9시.

이때부터가 제가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대개 거실에서 뒹굴거리며 의미없이 TV를 시청하거나,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며 하루를 마감하죠. 제 하루의 일상은 언제나 이러합니다.

대부분 비슷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행을 꿈꿉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낯선 하루를 보내는 것. 어쩌면 여행 자체가 일탈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사무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어디든지 떠나고 싶다.'라며 아무도 듣지 못할 작은 외침을 질러봅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저와 같은 회사원들에겐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회사에 휴가를 내야 하고, 돈도 만만치 않게 듭니다. 막상 여행을 가라고 한다면 이런 저런 계산을 하다가 그냥 포기하기 일쑤입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계산이 필요없었던 젊은 시절에 충분히 여행을 다니지 못했던 것이 저는 가장 큰 후회로 남습니다.

 

  

 

세 여성의 일탈 여행기

 

여기 세 여성이 있습니다. 나이는 20대 초중반. 미녀 3총사라 불리웠을 정도로 외모도 되고 몸매도 됩니다. 그러한 그녀들이 짜릿한 일탈을 위해서 오키나와로 여행을 왔습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녀들이 여행을 오기 전에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개인적 사정은 어떠한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아니 알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인아(손은서), 유리(다은), 나나(신소율)가 오키나와에서 즐기는 여행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만 보면 되는 것이죠.

[일탈여행 : 프라이빗 아일랜드]는 그러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엔 캐릭터도, 설정도, 하물며 줄거리조차 무의미합니다. 그저 의미있는 것은 젊고 예쁜 세 여성이 일탈을 꿈꾸며 여행을 왔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부럽지?'라고 속삭이듯이 [일탈여행 : 프라이빗 아일랜드]는 그저 그녀들의 신나는 여행에 집중합니다.

돈 걱정? 그녀들에게 그딴 것은 없습니다. 그저 쓰고 싶으면 씁니다. 시간 걱정? 영화 속에서는 단 3일로 한정되어 있지만 사실 3일이면 충분합니다. 비키니를 입고 몸매를 폼내며 수영을 즐기는 그녀들.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녀들이 꿈꾸는 것은 사랑이 아닌 일탈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오키나와에서 인아, 유리, 나나가 꿈꾸는 일탈은 곧바로 낯선 곳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로 연결이 된다는 점입니다. 유리는 리조트에서 일하는 매력적인 청년 민석에게 반해서 작업에 들어가고, 인아는 결혼을 앞둔 펀드 매니저 윤수와 세라 커플에게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나나는 유리와 민석의 로맨스를 도와주면서 자신도 모르게 민석에게 끌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녀들은 외칩니다. 뭐 어때, 이것이 해외 여행의 묘미인 것을... 맞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그녀들이 오키나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3일뿐. 유리와 민석, 그리고 나나의 삼각 로맨스도 3일이 지나 일상으로 돌아가면 물거품처럼 없던 일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윤수, 세라 커플과의 아슬아슬한 일탈도 오키나와를 벗어나면 마치 없었던 일이 될것입니다. 뭐 어떻습니까?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은 사랑이 아닌, 그저 일탈일 뿐입니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면 오키나와에서 만났던 민석, 윤수, 세라는 그녀들에게 3일간의 짜릿했던 꿈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현실이라면 '말도 안돼.'를 외쳤을 만큼 막 나갑니다. 민석은 유리와 세라에게 쓰리썸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유리는 '나는 민석씨를 사랑하니까 그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라고 말하고, 나나 역시 '그래? 그럼 그러지 뭐.'라고 말합니다. 뭐 어떻습니까? 3일 간의 달콤한 꿈인데 쓰리썸 쯤이야...

인아는 방에 홀로 남은 윤수의 품에 안깁니다. '제겐 시간이 없어요.'라며... 그리고는 세라와 동성애 관계를 나눕니다. '새로운 자유를 깨달았어요.'라며... 뭐 어떻습니까? 3일 간의 달콤한 꿈인데 결혼을 앞둔 남자와 섹스도, 그리고 그 남자의 약혼녀와 동성 키스도 대수겠습니까?

 

 

 

영화의 만듦새가 일탈의 과감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솔직히 영화만 놓고본다면 그저 어이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성도가 허술합니다. 캐릭터 따위는 아예 없고, 인아, 나나, 유리의 일탈 역시 공감하기 힘듭니다. 하긴 3일 안에 일탈해야하는데 캐릭터를 완성할 수도, 그리고 그녀들의 일탈을 관객에게 공감시킬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저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싱그러운 그녀들의 일탈을 잡아내기에 급급합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공감하지 못하는 일탈.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안겨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앞으로 달려가는 영화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바로 그 보는 재미마저 그다지 특별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에는 총 세번의 섹스씬이 나옵니다. 펀드매니저인 윤수가 약혼녀를 놔두고 다른 여성과 섹스를 하는 장면과, 리조트에서 윤수와 세라의 섹스, 마지막으로 민석과 유리의 섹스씬이 그것입니다. 이 세 섹스씬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손은서와 신소율이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신소율은 [나의 PS 파트너]를 통해 인지도가 꽤 있는 배우인 만큼 그녀의 노출씬을 기대한 남성 관객분들이 많겠지만... 없습니다. 신소율의 노출씬은...

영화의 마지막 나나와 유리 그리고 민석의 쓰리썸 장면과 인아가 윤수를 유혹하는 장면 역시 생략되었고, 그나마 인아와 세라의 키스씬이 이 영화가 보여준 가장 과감한 장면입니다. 오키나와로 여행을 간 세 여성의 짜릿한 일탈을 다뤘지만 한상희 감독의 연출력은 소심하기 그지 없어서 그냥 보여주다 말았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남는 것은 '나도 오키나와로 여행가고 싶다.'라는 생각 뿐입니다. 하지만 막상 오키나와로 보내준다고 한다면 회사에 휴가낼 걱정, 여행 경비 걱정으로 주저하겠죠? 저와 같은 소시민은 어쩔수없이 영화로 대리만족하는 수 밖에요.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