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쏘우] - 쎘다. 그러나 영리하지는 못했다.(스포일러 있습니다)

쭈니-1 2009. 12. 8. 17:55

 

 



감독 : 제임스 완
주연 : 캐리 엘위스, 리 웨널, 대니 글로버
개봉 : 2005년 3월 10일
관람 : 2005년 2월 16일

스릴러가 개봉될때마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바로 스릴러입니다. 영화와 관객간의 게임은 다른 장르의 영화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쾌감이죠. 그러나 저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만큼 스릴러 영화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인색합니다. 저와의 게임에서 지는 스릴러는 영락없이 '멍청한 스릴러'라고 악평을 쏟아내곤 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좋아하는 스릴러 영화는 몇편없습니다. 그러나 스릴러 영화가 개봉될때마다 저와의 게임에서 이기는 '영리한 스릴러'이기를 바라며 저는 영락없이 극장으로 달려가곤 합니다.
지금까지 스릴러 영화와의 게임에서 제 승률은 거의 9할입니다. 10편중 9편의 스릴러 영화에게 이겼다고하면 마치 제 자랑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게 패배한 스릴러 영화의 50%는 허술한 구성으로인하여 반전이 미리 들켜버린 경우이며, 나머지 50%는 관객을 속이겠다는 일념하에 말도 안되는 억지 반전을 많들어놓은 경우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스릴러 영화의 완벽한 패배라고 단정지을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조금 애매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관객과의 진정한 게임을 벌일려면 그에 합당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며, 그 정보에 의거한 수긍이 가는 반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아무런 정보제공도 없이, 혹은 지금까지 제공했던 정보와는 전혀 동떨어진 생뚱맞은 반전을 들고나와 '얘가 범인야. 놀랐지?'라고 말한다는 것은 엄연한 반칙패라고 할 수 있겠죠. ^^;
그리고 여기 또 한편의 스릴러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쏘우]에는 스타급 배우도 없으며, 유명한 감독이 연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6천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흥행 실적을 올렸다고 합니다. 일단 미국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은 셈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를 먼저 본 관객들 사이에서 '최고의 반전'이라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오는 것을 보며 저는 제 2의 [아이덴티티]가 아닐까하는 기대를 걸었습니다. 어쩌면 정말 오랜만에 저와의 게임에서 이기는 정말 '영리한 스릴러'를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일단 [쏘우]는 처음부터 충격적입니다. 이유도 모르고 낯선 지하실에서 발목에 쇠사슬을 묶은채 자살한 시체와 함께 갇혀버린 고든(캐리 엘위스)과 아담(리 웨널). [튜브]를 연상시키는 폐쇄된 공간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위해, 혹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범인과의 게임을 벌이는 두명의 주인공. 영화의 시작부터 제임스 완 감독은 강하게 압박을 하며 관객들을 몰아부칩니다. 이러한 강렬한 오프닝은 미처 정신을 가다듬기전에 일격을 당한 형국이어서 처음부터 저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곧 정신을 차리고 제임스 완 감독이 제시한 게임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영화와의 게임에서 이기기위해서 풀어야할것은 '무슨 이유로 갇혔는가, 범인은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입니다. 그런후 제가 감정을 이입할 주인공을 설정합니다. 저는 아담보다는 고든을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범인이 게임을 걸은 것은 고든이며, 아담은 고든과 범인과의 게임을 위한 미끼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 이젠 모든 것이 준비되었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영화와의 게임에 제 모든 정신을 집중하자 이 영화는 어이없게도 순순히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무슨 이유로 갇혔는가'는 고든의 입으로 술술 설명이 되고, '범인은 누구인가'는 스릴러 영화의 법칙을 조금만 대입하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게다가 '어떻게 살아나갈것인가'는 약간의 억지가 섞여 해결되더군요.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모든 문제가 이렇게 쉽게 풀려버리자 저는 맥이 빠져버렸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를 다른 스릴러 영화처럼 '멍청한 스릴러'라고 악평을 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스릴러로써의 매력은 약했지만 관객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며 영화를 보며 두려움에 떨게하는 능력은 꽤 탁월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속 범인의 그 악마적인 기질은 서양의 공포 영화를 왠만하면 무서워하지 않는 제게도 오싹함을 안겨줄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영리한 스릴러'라기 보다는 '잘만든 공포영화'라고 정의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것 같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 영화가 제시한 마지막 반전들을 정리해보죠. '무슨 이유로 갇혔는가'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고든이 회상씬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풀어야될 첫번째 수수께끼는 '범인은 누구인가'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상당히 간단합니다. 왜냐하면 제임스 완 감독은 이전의 스릴러 영화들의 법칙을 깨지않고 고스란히 따랐기 때문에 스릴러 영화를 많이 본 분들이라면 쉽게 범인의 유추가 가능합니다.
먼저 이 영화의 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고든 병원의 간호보조사인 제프입니다. 하지만 스릴러 영화를 즐겨보신 분들이라면 제프가 진범일거라는 생각은 안하실 겁니다. 시종일관 진범의 얼굴에 이상한 가면을 씌워 감추려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제프의 얼굴이 너무 일찍 공개되므로 '영리한 스릴러'라면 제프는 당연히 관객을 속이기 위한 함정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렇게 범인으로 의심되는 캐릭터를 정면으로 부각시키며 진범을 감추는 트릭은 스릴러 영화엔 흔하죠.([아이덴티티]의 레이 리요타가 연기한 로즈형사처럼...)
그렇다면 진범은 누굴까요? 설마 제임스 완 감독이 다른 3류 감독들처럼 생뚱맞은 진범을 제시할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그랬다면 이토록 네티즌들이 열광할리가 없죠.) 이런 논리대로라면 범인은 최소한 한번정도 영화속에 얼굴과 이름이 노출된 캐릭터일겁니다. 저는 장면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찰한 결과 이 영화의 지나가는 캐릭터중에서 그나마 범인으로 적당한 인물로 고든의 불륜상대인 칼라와 고든의 환자였던 존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범인이 죽음을 앞둔 환자라는 사실이 영화의 초반에 밝혀졌음으로 당연히 범인은 존으로 압축됩니다.
물론 제임스 완 감독은 진범을 아주 꼭꼭 숨겨두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잘 숨겨두었더라도 관객들에게 단 한번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은 반칙이므로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하여 진범을 딱한번, 그것도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을것같은 장면으로 스쳐 지나가게끔 처리한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의도적인 숨기기가 이번의 경우엔 오히려 손쉽게 진범을 유추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반전이 여기에서 끝은 아닙니다. 진범이 누구인지 알더라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죠. 그런 궁금증은 이 영화가 그토록 자신있게 내세우는 마지막 반전 역시 쉽게 유추하게 만듭니다. 과연 진범은 어디에서 이들을 보고 있는 것일까? 카메라는 제프가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진범인 존은 이들을 지켜볼 곳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단지 사건의 현장 바로 그곳을 제외하고는...
그 순간부터 저는 정체불명의 시체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존이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면 시체로 위장하여 사건의 현장에 있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시체가 그 자리에 있어야할 당위성이 부족했습니다. 그것도 아무런 사연조차 설명하지 않은채...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생기더군요. 과연 저렇게 죽은척하며 10시간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그래서 저는 이미 존은 자신의 병에 괴로워하며 자살을 했고, 자살하기 전에 이 모든 사건을 꾸몄을거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완 감독은 관객과의 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는지 억지스러운 반전을 제시합니다. 죽은줄 알았던 시체가 영화의 마지막 순간에 옷을 툴툴 털고 일어선 것입니다. 과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을까요? 비록 마지막 반전들을 제게 들키며 '영리한 스릴러'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근래 보았던 스릴러 영화중에선 꽤 재미있는 편에 속해있던 영화였기에 마지막 이 억지섞인 반전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영화의 억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고든이 자신의 발목을 자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스릴러로써가 아니라 잔혹스러운 장면으로 영화적인 재미를 추구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안겨줍니다. 존의 완벽해보이는 계획에 전직 형사 탭(대니 글로버)이 끼어들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고든이 발목을 자를것이라는 존의 마지막 계획은 깨져야 옳았습니다. 존이 고든의 핸드폰이 고든의 손에 닿지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질것까지 예상하지는 못했을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존의 계획은 깨지지 않습니다. 어이없게도 예상대로 척척 들어맞죠.
[쏘우]는 스릴러라는 장르를 떠나서 생각한다면 꽤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관객을 그로기 상태로 몰고가더니 영화를 보는내내 오싹함을 느낄정도로 관객의 심리를 적절하게 이용한 공포는 제임스완이라는 낯설은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쎈 영화이기는 하지만 '영리한 스릴러'는 아닙니다. 스릴러의 기본 규칙을 착실히 지켜나가려다보니 진범이 너무나도 쉽게 노출되었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관객과의 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욕심에 약간의 억지를 섞는 조급함마저 보여줬습니다. 약간 아쉬긴 하지만 그래도 '영리한 스릴러'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만족해야 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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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거꾸로 짜맞췄던 영화..
하지만.. 멋졌던 영화

쭈니님이 말하던 극장에서 다보고 박수쳤던 나비효과..
그보다는 못미쳤지만 멋졌던 공포를 느낄수 있었던 영화 ^^;;
 2006/05/08   
쭈니 뭐 맞는 말 같네요.
결론부터 짜맞춘 티가 나지만 공포 영화로는 꽤 멋있었죠.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쏘우 2는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전 겁이 많답니다. ^^;
 2006/05/08   
산와머니
쏘우2와 쏘우3는 잔혹함으로 승부합니다.
쏘우2는 약간의 반전이라도 있지만 쏘우3는 반전이 없다고
봐야죠. 공포영화로써는 최고라는 평가
 2007/03/26   
쭈니 그래서 2,3편은 아직도 못보고 있다는... ^^;  2007/05/10   
라울
저도 스릴러 매니아인데요..
저는 처음에 범인을 못맞췄다는 -_ㅠ
암튼 재밌게 본 스릴러중 한편이였네요 ㅎㅎ
다만 너무 기대해서인지 소우2와 소우3는 너무나도
형편없었다는 ㅡㅡ;;
역시 시리즈물은 1편을 뛰어넘지 못하는걸까요??
 2007/07/03   
쭈니 2,3편을 안보길 잘했네요. ^^  2007/07/08   
바이올렛
잔인함에 울고 싶었던 영화..T.T

그러나 엔딩은 훌륭했던것 같아요, 재미로는 쵝오!
그래도 너무 힘들었어요ㅡ,.ㅡ;;

2편도 봤는데 2편은 범인이 예상 되더라는...
역시 퍽이나 잔인하더라는...ㅡ,.ㅡ;;
 2007/07/10   
쭈니 이 영화의 잔인함 때문에 2,3편은 못봤습니다.
이 영화 볼때까지만해도 잔인함을 그런대로 즐겼는데...
갑자기 겁쟁이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
 2007/07/10   
고기
저는 개인적으로 2편은 볼만했습니다.
잔인한거 빼고는 반전도 상당히 강했구요
강했나..? ^^;; 스토리 상으로는 1,2 편이 괜찮은것 같더라구요
3편은 무지 형편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쏘우 팬이라 봤어요
쏘우 4도 나왔고.. 쏘우 5도 이제 나오는데 봐야겠네요 !
 2008/06/18   
다들 아시겠지만.. 쏘우 1과 나머지 편은 감독이 다릅니다  2008/08/24   
쭈니 2편은 괜찮은가 보군요.
하지만 요즘 잔인한 영화가 별로 땡기지 않아서 저는 영... ^^
 2008/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