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 알면서도 당하는 매력적인 마술쇼!

쭈니-1 2013. 8. 27. 12:58

 

 

감독 : 루이스 리터리어

주연 : 제시 아이젠버그, 우디 해럴슨, 아일라 피셔, 데이브 프랑코, 마크 러팔로, 멜라니 로랑,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

개봉 : 2013년 8월 22일

관람 : 2013년 8월 26일

등급 : 12세 관람가

 

 

마술... 진실, 혹은 거짓

 

제가 어렸을 적에 유리겔라라는 이름의 마술사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에 내한하여 여러 마술을 선보였는데, 특히 숟가락을 휘게하는 마술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저도 숟가락을 휘게 만들겠다며 수도 없이 숟가락을 문질렀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유리겔라의 마술이 사실은 눈속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호기심 천국>이라는 TV 프로에서 마술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치기도 했었는데, <호기심 천국>을 보며 마술사들의 기발한 눈속임에 감탄하면서도 '겨우 저런 눈속임에 내가 당하다니...'라는 허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제가 어렸을 적에 매료되었던 신비한 마술의 세계와 커서 알게된 마술의 속임수 세계를 적절하게 버무린 영화입니다. 영화는 거리의 마술사였던 포 호스맨의 멤버 소개로 시작됩니다. 카드 마술사이자 뛰어난 두뇌와 리더쉽을 지닌 아틀라스(제시 아이젠버그), 최면술사인 메리트(우디 해럴슨), 탈출 마술사인 헨리(아일라 피셔), 그리고 아직 애숭이이긴 하지만 빠른 손놀림을 가진 잭(데이브 프랑코). 그들은 누군가의 초대를 받고 한데 모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1년 후로 훌쩍 뛰어 넘어 라스베가스에서 포 호스맨이라는 팀을 짜고 화려한 마술쇼를 펼치는 그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줍니다. 포 호스맨은 라스베가스의 수 많은 관객 앞에서 파리의 은행을 터는 불가능한 마술을 펼쳐 보입니다. 그들은 과연 어떤 트릭으로 이 말도 안되는 마술을 성공해낸 것일까요?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포 호스맨이라는 4명의 마술사로 이뤄진 마술팀과 그들의 범죄를 뒤쫓는 FBI요원 딜란(마크 러팔로), 인터폴 요원 앨마(멜라니 로랑)의 대결을 그린 영화입니다.

일단 이 영화의 초반은 화려하고 볼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술쇼 자체가 화려함으로 관객의 이목을 끌고, 그러한 화려함에 매료된 관객들을 쉽게 속이는 트릭을 씁니다. 그러한 마술쇼가 영화와 만났으니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화려함은 실제 마술쇼 그 이상입니다.

게다가 그러한 화려함 속에서도 제법 많은 영화 속 캐릭터들을 효과적으로 설명해냅니다. 특히 포 호스맨 멤버 소개는 오프닝씬 장면과 그들이 처음 한데 모여서 하는 대화 속에 모두 담겨져 있습니다.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무려 네명이나 되는 캐릭터를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내니 영화의 중반부부터는 포 호스맨과 딜란, 앨마의 대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났습니다. 포 호스맨은 어떤 트릭을 써서 불가능해 보이는 마술을 펼쳐 보이는 것일까요?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마술을 이용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마술에는 관심조차 없어보이는 딜런은 포 호스맨을 잡을 수 있을까요?

스릴러 영화를 볼 때마다 전투력이 최대치로 상승하는 저는 어렸을 적에 순진하게 유리겔라에게 속았던 실수를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에서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영화의 반전을 모두 맞춰 버리겠어.'라는 생각으로 온 신경을 영화 속에 집중한채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에 빠져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마술을 담는 방법

 

마술은 마법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마술은 우리가 보기에 불가능해보이지만 사실은 트릭을 쓴 속임수에 불과합니다. 아틀라스는 말합니다. '가까이 와서 보세요. 가까이서 볼 수록 여러분을 속이는 것은 더욱 쉬워집니다.'

그렇습니다. 마술에서 트릭의 기본은 시선 끌기입니다. 마술쇼가 유난히 화려한 것은 관객의 시선을 끌어서 마술사가 트릭을 쓰는 순간을 놓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마술쇼에 미모의 조수가 등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 마술쇼의 경우입니다. 영화에서 마술쇼를 담아낼 경우는 굳이 그러한 트릭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는 카메라 워크와 편집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관객을 속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술을 소재로한 영화들의 경우는 가끔 마술이 아닌 마법에 빠져 버립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프레스티지]입니다.

실제 마술쇼는 관객에게 마술을 불가능한 마법이라 믿게 하는 트릭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의 마술은 트릭에 멈추지 않고 마법이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일쑤입니다. 그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영화 속의 마술 역시 트릭이어야 합니다. 다시말해 영화 속의 마술은 실현 가능해야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쉬워보이지만 사실 어렵습니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그러한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영화 오프닝에서 파리 은행 강탈 등 절대 불가능해보이는 마술을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타데우스(모건 프리먼)를 내세워 관객에게 '사실은 이 모든 마술이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친절하게 영화 속의 트릭을 설명해줍니다.

처음 포 호스맨의 마술에 '이 영화도 혹시 마술이 아닌 마법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라며 불안한 시선을 보냈던 저는 타데우스의 친절한 설명 속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이렇게 마법이라는 함정을 용케도 피한 것입니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놀라운 점은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마술을 소재로한 영화들이 쉽게 유혹 당하는 마법의 함정을 피하면서도 마술의 트릭 만으로도 영화적 재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최대 장점입니다. 

마술은 모두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포 호스맨을 잡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딜란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듯이, '영화의 반전을 모두 맞춰 주겠어.'라는 당찬 다짐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 저는 타데우스가 포 호스맨의 마술 트릭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얌전하게 '아하! 그렇군요.'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포 호스맨의 마지막 마술쇼에서 금고가 사라지는 장면과 잭의 죽음의 트릭은 영화를 보며 미리 예상하고 있었으니 완벽하게 진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뿐입니다.

 

 

최면술은 마술일까? 마법일까?

 

물론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에도 헛점은 있습니다. 포 호스맨이 무엇 때문에 호루스 멤버가 되기 위해 저토록 위험한 모험을 하는지, 그리고 백만장자인 아서(마이클 케인)는 어쩌다가 포 호스맨의 스폰서가 되었는지, 영화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작은 단점에 불과합니다. 호루스 멤버가 되는 것은 마술사 사이에서 마치 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를 꿈꾸듯이 모두들 염원하는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이해하면 되고, 아서가 포 호스맨의 스폰서가 된 것은 영화에서 생략된 1년 간의 행적으로 대충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재미를 해칠 정도로 큰 헛점은 아닌 셈이죠.

하지만 메리트의 최면술은 제법 그 헛점이 커보입니다. 최면술은 TV 마술쇼에서도 가끔 나오는 마술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저는 TV속 연예인들이 최면에 걸리는 장면을 보며 '우와 대단한데.'라는 놀라움 보다는 짜고 치는 고스톱같다는 의혹의 시선을 먼저 보내게 됩니다. 최면술은 특별한 트릭 없습니다. 그렇기에 최면을 당하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마술사의 최면술이 트릭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역시 그러합니다. 오프닝에서 메리트가 처음 소개될 때 선보이는 최면술은 굉장히 막강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기도 하고, 몸을 못움직이게도 하며, 기억을 지우기도 합니다. 그 정도의 위력이니  포 호스맨의 다른 마술은 타데우스에 의해 설명이 가능하지만 메리트의 최면술은 단순한 트릭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메리트의 최면술만 놓고 본다면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역시 마법이라는 함정에 빠진 영화가 되어 버립니다. 실제로 포 호스맨이 벌이는 세 개의 마술쇼에서 메리트의 최면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큽니다. 만약 메리트가 없었다면 포 호스맨의 마술쇼는 고스란히 마법이 될 정도니까요.

그렇기에 타데우스 역시도 메리트의 최면술은 인정합니다. 그의 최면술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포 호스맨의 트릭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메리트의 최면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영화적 재미는 물거품이 되어 버립니다.

그것은 위험한 모험입니다. 만약 최면술을 믿지 않는 분이라면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내용 자체가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최면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강력한 최면술사의 마법을 소재로한 판타지 영화가 될 판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믿음을 강조합니다. 마술을 믿지 않는 딜란은 포 호스맨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합니다. 하지만 마술을 믿는 앨마는 포 호스맨의 정체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마술이 트릭임을 알면서도 마술을 믿지 않는다면 포 호스맨의 정체에 다가갈 수 없듯이, 최면술을 믿지 않는 분들도 메리트의 최면술에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메리트는 네 명의 마술사 중의 한 명에 불과하니, 그 정도는 눈 감아 줄 수 있을지도...

 

 

알면서도 당하는 매력적인 마술쇼!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에 대한 제 만족도는 꽤 큰 편입니다. 비록 메리트의 최면술을 비롯한 몇몇 헛점이 보이기도 했지만, [오션스 일레븐]을 능가하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 라인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저를 매혹시켰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도 꽤 좋았는데, 포 호스맨을 끌어 모은 다섯번째 호스맨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뒷통수를 강하게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왜 제가 그를 의심하지 않았는지, 마치 메리트에게 최면술을 당한 것처럼 반전이 밝혀지는 그 순간 '앗!'이라는 외마디 비명을 속으로 질러야 했습니다.

마술을 이용하여 부정부패 속에서 선한 시민을 돕는 호루스. 현대의 로빗 훗 이야기로써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가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에 담겨 있었습니다.영화를 보는 내내 흥겨움과 화려함, 그리고 마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 2시간의 러닝 타임이 언제 흘러가 버렸는지 몰랐을 정도입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TV 마술쇼를 봅니다. 물론 이제는 마술쇼가 실제가 아닌 속임수라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알면서도 우리는 마술사의 화려한 마술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합니다. 마술이 실제인지, 아니면 속임수인지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죠. 마술 그 자체가 즐거움이니까요.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그러한 마술쇼와 같은 영화입니다. 우리는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불가능한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가짜 이야기임을 압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즐겁습니다. 마치 알면서도 당하는 매력적인 마술쇼처럼 말입니다.

 

마술이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면

그것이 속임수에 불과할지라도 우리는 박수를 처줄 것이다.

즐거움... 이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