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R.I.P.D. : 알.아이.피.디] - [고스트 버스터즈]가 [맨 인 블랙]을 만났을 때

쭈니-1 2013. 8. 23. 11:07

 

 

감독 : 로베르트 슈벤트케

주연 : 라이언 레이놀즈, 제프 브리지스, 케빈 베이컨, 메리 루이스 파커

개봉 : 2013년 8월 22일

관람 : 2013년 8월 22일

등급 : 15세 관람가

 

 

망작과 대작 사이...

 

매주 목요일은 새롭게 개봉하는 영화를 보는 날. 저는 새롭게 개봉하는 영화인 [R.I.P.D. : 알.아이.피.디.]와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을 사이에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이 두 영화는 할리우드의 오락 영화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영화의 규모와 흥행 성적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순수 제작비 1억3천만 달러인 [R.I.P.D. : 알.아이.피.디.]는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북미 흥행 성적은 3천2백만 달러. 그야말로 쫄딱 망한 영화입니다. 그와는 달리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순수 제작비 7천5백만 달러로 [R.I.P.D. : 알.아이.피.디]에 절반 수준 밖에 투입이 안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북미 흥행 성적은 1억1천6백만 달러. [R.I.P.D. : 알.아이.피.디]와 비교해서도 3배 이상 벌어 들였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블록버스터인 [R.I.P.D. : 알.아이.피.디]에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하지만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네티즌 평가가 우수해서 점점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에 마음이 기울여지고 있었습니다.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영화가 재미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북미 흥행 성적만 놓고 두 영화를 저울질 한다면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었습니다.

 

이렇게 [R.I.P.D. : 알.아이.피.디.]와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던 저는 구피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그냥 [고스트 버스터즈]나 보러 가자!"

왠 [고스트 버스터즈]냐고요? 이반 라이트만 감독이 1984년 만든 코믹한 유령 사냥꾼 이야기인 [고스트 버스터즈].  전편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1989년 2편이 제작되었고, 최근에는 3편 제작 소식이 들려오며 저와 같은 80,90년대 영화팬들을 마음 설래게하는 영화입니다. 구피는 인간 세계에 남아 있는 유령을 잡아들이는 유령퇴치전담부서의 이야기를 담은 [R.I.P.D. : 알.아이.피.디.]를 [고스트 버스터즈]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구피와 제가 [R.I.P.D. : 알.아이.피.디]를 보러 가면서 기대한 것은 현대판 [고스트 버스터즈]였습니다. 코믹한 분위기에 신나는 액션. 그리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의 재미. 어린 시절 [고스트 버스터즈]를 보며 열광했던 추억을 저는 [R.I.P.D. : 알.아이.피.디]를 보며 느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제 기대에 대한 결과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절반은 성공했고, 절반은 실패했습니다. [R.I.P.D. : 알.아이.피.디]는 제 기대감에 부합되는 신나는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는 맞지만 영화의 짜임새가 워낙 엉성해서 영화를 보는 재미는 조금 반감되었습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

 

우선 [R.I.P.D. : 알.아이.피.디.]에 대한 좋은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는 점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경찰 닉 워커(라이언 레이놀즈)는 범인을 쫓던 도중 파트너인 바비 헤이즈(케빈 베이컨)의 배신으로 인하여 죽음을 당합니다. 사후의 세계에 들어선 닉. 그는 감독관(메리 루이스 파커)에 의해 불량유령퇴치전담반인 'R.I.P.D.'에 반강제로 배치되고, 서부 개척 시대에 보안관으로 활약하다가 죽은 고참 요원 로이 펄시퍼(제프 브리지스)의 파트너가 됩니다.

이러한 초반의 설정에서 몇가지 흥미로운 요소가 발견됩니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요소는 파트너의 배신입니다. 영화의 초반 닉과 바비의 관계는 형제처럼 가까워보였습니다. 하지만 마약거래상을 잡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황금 덩어리가 두 사람을 파국에 치닫게 합니다.

형제처럼 가까웠고, 가족 이상으로 믿었던 파트너에게 고작 황금 덩어리 때문에 배신을 당한 닉. 그렇기에 그는 새로운 파트너인 로이를 믿지 못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로이 역시 파트너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점입니다. 그가 오랜 기간 동안 파트너없이 혼자 일한 이유입니다. 이러한 두 사람의 트라우마는 영화 내내 서로 티격태격하게 만듭니다. 닉과 로이가 어린아이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영화의 또다른 재미입니다.

 

아내인 줄리아에 대한 닉의 애절한 마음도 영화의 재미를 풍성하게 합니다. 닉이 별다른 주저없이 'R.I.P.D.' 부서 배치를 승낙하는 것은 바비에 대한 복수심보다는 줄리아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기에 현실 세계에 도착한 닉은 가장 먼저 줄리아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모습이 바뀐 닉을 줄리아는 알아보지 못합니다. 'R.I.P.D.' 부서에 배치되며 닉은 중국인 노인(제임스 홍)의 모습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설정에서 저는 [사랑과 영혼]을 떠올렸습니다. 죽은 이후에도 몰리(데미 무어)의 곁을 맴도는 샘(패트릭 스웨이지). 그는 점성술사인 오다메(우피 골드버그)의 몸을 빌어 몰리에게 다가갑니다.

중국인 노인의 몸으로 줄리아에게 다가가 '내가 바로 닉이다'라며 애절하게 호소하는 닉의 모습. 그런데 더 큰 재미는 로이의 모습은 섹시한 여성(마리사 밀러)이라는 점입니다. 중국인 노인의 모습을 한 닉과 섹시한 여성의 모습을 한 로이. 그러한 부조화는 줄리아를 향한 닉의 애절함과 함께 영화의 흥미를 더욱 복돋아줍니다.

로이가 서부 개척 시대의 보안관이었다는 설정 때문에 [R.I.P.D. : 알.아이.피.디]는 서부영화의 분위기도 조금 풍기고, [레드]에서 노령의 브루스 윌리스와 커플 연기를 했던 메리 루이스 파커가 [R.I.P.D. : 알.아이.피.디.]에서는 브루스 윌리스보다 더 노령인 제프 브리지스와 연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이러다가 그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의 로맨스 연기에 도전하는 것은 아닐런지... (제목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2]... 농담입니다. ^^)

 

 

하지만 어설픈 완성도

 

[R.I.P.D. : 알.아이.피.디.]는 분명 흥미로운 점이 많은 오락영화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흥미로운 부분을 하나로 엮는 영화의 완성도는 현저하게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불량유령의 설정이 애매합니다. 이미 죽었지만 사후 세계를 받아들이지 않는 그들. 그런데 그들은 우리 인간들 틈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치 [맨 인 블랙]의 외계인들처럼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인간으로 변장하여 인간들 틈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죠.

유령이라고 한다면 영적인 존재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R.I.P.D. : 알.아이.피.디.]의 유령은 형체도 있고, 보거나 만질 수도 있으며, 멀쩡하게 다른 인간들과 사회 생활도 하고 있습니다. 유령보다는 그냥 인간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괴물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그러한 부분은 [고스트 버스터즈]를 기대했는데, [맨 인 블랙]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라고 하면 정확할 것입니다.

유령이라는 존재의 설정이 애매하다보니 영화에서 무리한 장면들이 속출하게 됩니다. 바비가 그러합니다. 파트너인 닉을 죽일 정도로 정체불명의 황금에 집착하는 바비. 그것이 황금에 눈이 먼 인간의 욕심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한 바비를 위해 영화는 '짠'하고 반전을 공개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반전 자체가 무리였습니다. 바비의 정체가 밝혀질때 '우와 놀라운데...'라는 생각보다는 그렇지않아도 불량유령의 설정이 애매한데, 그러한 애매함에 더욱 부채질하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이 되는 정체 불명의 황금 덩어리도 곰곰히 따지고 보면 헛점 투성입니다. 로이는 '누가 왜 무엇 때문에 그딴 것을 만들어 우릴 고생시키냐?'고 따지는데, 그러한 심정은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황금 덩어리가 악령의 손에 들어가면 인간 세계에 엄청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렇게 중요한 물체가 너무 쉽게 악령의 손에 넘어가는 부분은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위해 너무 마구잡이로 진행시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보고 즐기면 그만인 영화에서 세세하게 따지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러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영화가 끝나고 극장 밖을 나서며 드는 생각은 '재미는 있었는데 너무 대충 만든 느낌이다.'였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 많아도 그것을 쓸모있게 다듬고 정리해야 가치가 있는 뜻입니다. [R.I.P.D. : 알.아이.피.디.]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산재해 있지만 그것을 다듬도 정리하는데 미숙함이 보였던 영화였습니다.

 

 

[고스트 버스터즈]가 [맨 인 블랙]을 만났을 때

 

[고스트 버스터즈]와 [맨 인 블랙]은 비슷한 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우선 잘 만든 오락 영화라는 점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흥겨운 분위기가 두 영화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고스트 버스터즈]는 유령을, [맨 인 블랙]은 외계인을 내세운 영화이기 때문에 두 영화는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영적인 존재인 유령과 어쩌면 우주 어디에선가 실제 존재할지도 모를 외계인은 영화의 전개상 설정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R.I.P.D. : 알.아이.피.디.]는 이 두 영화를 마구 섞어 버립니다. 영화의 설정은 [고스트 버스터즈]로, 영화의 전개는 [맨 인 블랙]으로... 이렇게 마구잡이로 섞어서 완성된 [R.I.P.D. : 알.아이.피.디]는 마치 오렌지 쥬스와 콜라를 섞어 만든 음료수 같습니다. 저는 오렌지 쥬스와 콜라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두 음료수를 섞는다면 그 맛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두 음료수를 섞는 어리석은 짓은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섞을 때에는 많은 변수들을 감안해야 합니다. [R.I.P.D. : 알.아이.피.디.]의 아쉬운 점은 그러한 신중함 없이 그저 두 대박영화인 [고스트 버스터즈]와 [맨 인 블랙]을 섞으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영화 자체는 엉성하지만,

소재 자체가 워낙 내가 좋아하는 소재이다보니...

나는 이 영화의 2편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