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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사춘기를 보낸 당신을 위한 3대 여신 특집 제3부... 소피 마르소

쭈니-1 2013. 8. 8. 16:22

 

 

이제 80년대 3대 여신 중에서 피비 케이츠와 브룩 쉴즈를 끝내고 소피 마르소만 남게 되었군요. 사실 저는 이들 여신 중에서 소피 마르소를 가장 좋아했답니다. 소피 마르소 책받침도 많았고, 제 방의 벽에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의 이미연 사진과 함께 소피 마르소의 사진이 덕지 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피 마르소는 피비 케이츠, 브룩 쉴즈와 비교해서 전성기도 80년대를 넘어 90년대까지 이어졌고, 현재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배우 중의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연기력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외모를 앞세워 인기를 얻었던 피비 케이츠와 브룩 쉴즈는 여신 미모가 사그러들기 시작한 90년대부터 인기를 잃어 나갔지만, 소피 마르소는 어린 나이에서부터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아갔던 것이죠. 그럼 '80년대 사춘기를 보낸 당신을 위한 3대 여신 특집' 그 마지막회... 소피 마르소의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여신의 출발...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영화들

 

 

피비 케이츠와 브룩 쉴즈가 그러했듯이 소피 마르소의 시작 역시 풋풋한 젊은 매력을 드러내는 영화였습니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피비 케이츠와 브룩 쉴즈가 풋풋한 젊은 매력과 함께 섹시어필도 했다는 점과 소피 마르소는 순수한 매력만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소피 마르소의 순수한 매력이 돋보였던 영화는 단연 1980년작 [라붐]입니다. [라붐]에서 소피 마르소는 13세 소녀 빅을 연기했습니다. 디스코 파티 장소에서 만난 마티유에게 사랑을 느낀 빅. 하지만 마티유는 이미 교제하는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에 빅은 마티유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아버지인 프랑소와를 이용합니다. 프랑소와가 빅의 아버지임을 모르는 마티유는 학교에서 빅을 만나러온 프랑소와를 구타하는 촌극이 벌어집니다. 그러한 소동 끝에 빅과 마티유는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라붐]은 빅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임과 동시에 빅의 부모인 프랑소와와 프랑소와르의 관계에도 주목합니다. 겉보기에는 사이가 좋은 부부이지만 사실 그들은 언제 서로를 향한 분노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습니다. 결국 그들은 이혼을 결심하지만 마지막 순간 서로 화해를 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하죠.

[라붐]에서의 명장면은 마티유가 워크맨의 헤드폰을 빅의 귀에 끼어주고 추억의 명곡 <Reality>를 듣는 장면입니다. 그 덕분에 한때 워크맨과 헤드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죠. 저도 용돈을 한푼 두푼 모아 마이마이라는 워크맨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라붐]의 흥행 성공은 1982년 [라붐 2]로 이어집니다. [라붐 2]는 빅의 부모님의 이야기보다는 빅의 사랑 이야기에 좀 더 촛점을 맞췄습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시골에 갔다가 파리로 돌아오던 빅은 필립이라는 멋진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집에서 자신의 여권과 필립의 여권이 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친구인 페네로페와 함께 필립의 집에 찾아간 빅. 그곳에서 필립 역시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빅의 첫사랑인 마티유의 등장으로 빅과 필립은 서로 오해가 생기고 필립은 시골 어머니에게로 떠납니다. 그러나 모든 로맨스 영화가 그러하듯이 빅과 필립의 오해는 풀리고 결국 열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열차에서 뛰어내린 필립은 빅과 뜨거운 포옹을 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라붐]에서 사랑의 매개체가 워크맨이었다면 [라붐 2]에서는 기차 여행이었습니다. 저 역시 이 영화를 본 후 기차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상상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뭐 기차 여행 혼자 해보신 분들은 현실을 잘 아실테니... 그만 패스합니다. 

 

 

물론 [라붐]에서 소피 마르소는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정으로 소피 마르소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것은 [라붐]이 아닌 [유 콜 잇 러브]라는 영화에서였습니다. [유 콜 잇 러브]에서 소피 마르소는 고등학생의 풋사랑을 보여줬던 [라붐]과는 달리 조금은 성숙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팝 음악 작곡가인 에드워드 젠슨과 대학 교수 자격 시험 중에 있는 에스페라 발렌타인(소피 마르소)은 스키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에드워드는 그녀를 위해서 노래를 작곡해 바치기도 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깊어가는데 조그만 오해들이 쌓이면서 그들의 갈등은 표면화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대학 교수 자격 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구두 시험을 보는 발렌타인은 시험장에 와있는 에드워드를 발견하고, 시험 문제에 대한 답변으로 자신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눈물을 흘리면서 말합니다.결국 그녀는 합격하고 에드워드와도 화해하게 되어 그들의 사랑도 익어간다.

[유 콜 잇 러브]에서도 [라붐]과 마찬가지로 OST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캐롤라인 크루거가 부른 <You Call It Love>가 너무 좋아서 저는 용돈을 모아 LP판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소피 마르소는 제 용돈 도둑이었군요.) 그럼 잠시 <You Call It Love>를 감상하시길... (아래 클릭)

 

 

 

 

여신 탈출... 안드레이 졸랍스키를 만나다.

 

 

만약 소피 마르소가 피비 케이츠, 브룩 쉴즈가 그러했듯이 여신 이미지에만 갇혀 있었더라면 어쩌면 우리는 90년대 들어서 급속도로 인기를 잃어가는 소피 마르소를 목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피 마르소에겐 안드레이 졸랍스키 감독이 있었습니다.

사실 안드레이 졸랍스키 감독과의 첫 만남은 1985년 [격정]이라는 영화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소피 마르소를 여신에서 여배우로 변신시킨 것은 1989년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입니다. 이 영화는 1990년 국내 개봉을 했었는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라서 극장에서는 볼 수 없었고, 대신 비디오 출시 후 대여점에서 빌려 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었죠. '나의 여신이 벗다니...'

이 영화의 내용은 루카스(자크 더트론)와 블랑쉬(소피 마르소)의 운명적인 사랑입니다. 첫 만남은 파리 몽파르니스 역 근처의 한 카페 테라스였고, 블랑쉬를 잊지 못한 루카스는 대서양 연안의 휴양지 비아리츠에서 다시 블랑쉬와 재회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사흘밤낮을 함께 지내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합니다.

 

 

안드레이 졸랍스키 감독과의 만남은 [격정],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이후 게속됩니다. 1991년 [쇼팽의 푸른 노트]에서 소피 마르소는 천재작인 작곡가 프레드릭 쇼팽(자누즈 올레니크작)의 어린 연인으로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 역시 1991년 국내에 개봉했지만 이미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에 상처를 입은 저는 '안드레이 졸랍스키 감독의 영화는 안볼테야!'라고 선언, 끝내 외면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안드레이 졸랍스키 감독과 소피 마르소의 만남은 2000년대로 넘어와서도 계속 되었습니다. 그들의 네번째 만남은 [피델리티]라는 영화에서 이뤄졌는데, [피델리티]는 젊고 예쁘며, 자유로운 상관념을 가진 재능있는 사진작가 클레리아(소피 마르소)가 충동적으로 결혼한 남편 클레베(파스칼 그레고리)를 두고 연하의 사진작가 네모(기욤 카네)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안드레이 졸랍스키 감독은 소피 마르소를 여신의 늪(?)에서 구해줬고, 그 덕분에 소피 마르소는 현재까지 활발한 연기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안드레이 졸랍스키 감독과 소피 마르소는 26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인 사이였다고합니다. 1995년 아들 뱅상을 낳았지만, 정식으로 결혼은 하지 않고 동거 관계만 유지하다 각자의 길을 걷게됩니다. 하지만 소피 마르소와 안드레이 졸랍스키 감독은 이 후에도 단순한 연인 관계를 넘어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친구 사이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할리우드... 여신을 탐하다.

 

 

피비 케이츠와 브룩 쉴즈의 국적이 미국인 관계로 자연스럽게 할리우드에서 활약을 했다면 프랑스 배우인 소피 마르소는 그녀의 매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에 진출한 케이스입니다.

그녀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멜 깁슨이 감독, 주연을 맡아 1996년 아카데미 작품, 감독, 촬영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한 [브레이브 하트]입니다. 이 영화에서 소피 마르소는 영국의 공주 이사벨을 연기했습니다. 영화 자체가 1280년대를 배경으로 잉글랜드의 폭정에 대항한 스코틀랜드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멜 깁슨)의 영웅담이었습니다. 결국 [브레이브 하트]는 멜 깁슨의 영화였기에 소피 마르소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죠. 그래서 영화는 크게 성공했지만 소피 마르소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못했던 영화입니다. 

 

 

그리고 2년뒤 소피 마르소는 드디어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연을 맡게 됩니다. 바로 [안나 카레리나]라는 영화입니다.

[안나 카레리나]는 왕정 러시아의 귀부인 안나 카레리나(소피 마르소)와 청년 장교 브론스키(숀 빈)의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을 담은 영화입니다. 사실 톨스토이의 원작 소설인 <안나 카레리나>는 수차례 영화화 되었고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그레나 가르보, 비비안 리 등이 비운의 여주인공이 되었었습니다. 최근에는 조 라이트 감독에 의해 키이라 나이틀리가 새로운 안나 카레리나가 되기도 했었죠.

 

 

 

[브레이브 하트]에서 비중있는 조연, [안나 카레니나]에서 주연을 맡으며 할리우드에 완벽하게 안착한 소피 마르소는 007 시리즈의 19번째 영화인 [007 언리미티드]에 캐스팅되어 인상깊은 연기를 펼칩니다.

[007 언리미티드]에서 소피 마르소가 맡은 역할은 석유계의 거물 로버트 킹의 외동딸 일렉트라 킹입니다. 로버트 킹이 폭발사고로 죽자 과거에 일렉트라를 납치했던 르나드(로버트 칼라일)가 또다시 일렉트라를 노립니다. 이에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는 일렉트라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 것입니다.

007 영화의 최고 재미 중 하나는 바로 본드걸이죠. [007 언리미티드]에서도 데니스 리차드가 본드걸로 출연하지만 매혹적인 팜므파탈 일렉트라를 연기한 소피 마르소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하고 맙니다. (물론 제가 보기에...) 소피 마르소의 매력은 할리우드에서도 충분히 통했던 것이죠.

 

 

 

그녀.. 여전히 아름답다

 

 

소피 마르소의 출연작을 일일히 나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녀는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30여편이 훌쩍 넘는 영화에 출연을 했고, 현재도 계속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업데이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내에 개봉된 그녀의 영화만 나열해도 매력적인 범죄 스릴러 [안소니 짐머], 사업에 바쁜 남편과 집안 일에 충실한 아내가 서로의 일을 바뀌서 체험한다는 내용의 코미디 [체인징 사이드 : 부부탐구생활], 7살이던 자신이 미래의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받은 화려한 커리어 우먼의 이야기 [디어 미] 등,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녀는 배우 말고도 감독으로도 두편의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별거한 부부가 아이들을 통해 재결합을 꿈꾼다는 이야기인 2002년작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몬트리올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가져왔고, 유명 여배우의 실종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의 이야기인 2007년작 [트리비알]에서는 연출과 주연을 함께 맡기도 했습니다. 

피비 케이츠는 연기보다는 가정의 일에 더 충실한 것 같고, 브룩 쉴즈는 말단비대증이라는 병으로 인하여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80년대 3대 여신 중에서 아직까지 활발하게 활약을 하고 있는 유일한 배우 소피 마르소. 그녀의 영화를 볼때마다 80년대 풋풋했던 내 자신이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부디 영원한 나의 여신을 넘어, 영원한 배우로 남아주시길...

 

마지막 사진은 2009년 칸 영화제에서 찍은 소피 마르소와 모니카 벨루치입니다.

이 사진을 보니 모니카 벨루치도 영화도 마구 파헤쳐보고 싶은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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