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하늘에서 우르릉쾅쾅~ 하며 번개가 내리칩니다. 외근을 나가야 하는데 갑자기 불어닥친 폭우와 뇌전에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밤인 것처럼 온 세상이 어둡고, 하늘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뇌전현상까지 보이니 제가 마치 현실이 아닌 판타지의 공간에 서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이런 날은 과거로 훌쩍 시간 여행을 가고 싶어집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 사춘기 시절이었던 80년대로 훌쩍 시간 여행을 하고 왔답니다. 시간 여행을 하며 만난 스타는 80년대 사춘기 소년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했던 3대 책받침 여신, 피비 케이츠와 브룩 쉴즈, 그리고 소피 마르소였습니다.
가장 먼저 살펴볼 80년대 여신은 피비 케이츠입니다. 중국계 어머니 덕분에 미국인들에게는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까만 머리칼이 매력적인 피비 케이츠. 그녀는 1982년 그녀의 나이 18세때 영화 [파라다이스]로 데뷔하여 남성 관객들을 설래게 했습니다. 이후 [리치몬드 연애 대소동]을 통해 이미 어린 나이에 섹시 스타로 발돋음했고, 죠 단테 감독의 [그렘린]과 [그렘린 2]를 통해 최절정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1989년 배우 케빈 클라인과 결혼하여 활동이 뜸해졌습니다. 2001년에는 [결혼기념일에 생긴 일]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비평과 흥행면에서 처참한 결과만 낳으며 주변을 안타깝게 하였습니다.
먼저 피비 케이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파라다이스]부터 소개하겠습니다. [파라다이스]의 영화 내용은 이러합니다. 바그다드에서 다마스커스까지 카라반을 따라 여행하던 사람들이 오아시스 근처에서 재칼 일당의 습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 소년 데이빗(윌리 아메스)과 영국 소녀 새라(피비 케이츠)를 제외한 전원이 피살됩니다.
재칼은 새라를 자신의 하렘으로 데려 가려 하지만 둘은 도망쳐 사막 한가운데 펼쳐진 아름다운 오아시스에 머물게 됩니다. 그곳에서 데이빗과 새라는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성에 눈뜨게 됩니다. 한편 재칼은 새라에 대한 추적을 멈추지 않습니다.
[파라다이스]에서 피비 케이츠는 10대 소녀다운 순진한 외모와 10대 소녀답지 않은 풍만한 몸매를 동시에 선보여 남성 관객의 마음을 설래게 만들었습니다. 재칼의 추격이라는 위험 속에서도 애절하게 피어나는 데이빗과 새라의 사랑. 영화를 본 우리의 사춘기 소년들은 "그녀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파라다이스'다!"를 외쳤었습니다.
피비 케이츠의 섹시 어필은 그녀의 두번째 영화 [리치몬드 연애 소동]에서도 이어집니다. [마이키 이야기], [클루리스]의 에이미 해커링 감독이 연출을 맡은 [리치몬드 연애 소동]은 캘리포니아 남부의 리치몬드라는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10대들의 방황과 성장을 다룬 영화입니다.
사랑과 섹스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 스테이시(제니퍼 제이슨 리)와 마크(브라이언 벡커)는 각각 같은 클래스의 린다(피비 케이츠)와 마이크(로버트 로마누스)를 사귀기 시작합니다.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훈계를 하려 들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약물과 섹스 쪽입니다. 한편 언뜻 보기에도 일년 내내 넋이 나가있는 듯한 제프(숀 펜)는 미스터 핸드(레이 왈스톤)라는 남자의 하수인이 되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고 모든 학생들이 약물에 중독되어 있다고 믿는 미스터 핸드는 학교를 혼란에 빠트리기 시작하는데...
[리치몬드 연애 소동]은 은근 초호화 캐스팅입니다. 연기파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와 숀 펜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죠. 하지만 순수하게 섹시했던 [파라다이스]와는 달리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서와 맞지 않게 대놓고 섹시했던 [리치몬드 연애 소동]은 피비 케이츠의 팬에게는 조금 혼란스러운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피비 케이츠의 세번째 영화인 [프라이빗 스쿨]은 [리치몬드 연애 소동]과 비슷한 장르, 비슷한 캐릭터의 영화입니다.
LA 근교 산 속에 자리잡은 체리베일 아카데미는 명문 여자 대학으로 좋은 집안의 딸들만이 교육을 받는 기숙사 학교입니다. 미모의 크리스(피비 케이츠)는 사랑과 성에 대한 호기심을 문고판 책을 뒤적여 더듬는 꿈 많은 소녀로 우연히 알게 된 이웃 남자 대학의 짐(매튜 모딘)과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그들의 사랑은 주위의 화제의 대상이 되고 샘 많은 소녀 죠단(벳시 러셀)이 노골적으로 짐을 뺏기 위해 육탄 공세를 벌입니다. 결국 크리스는 짐을 오해하게 되지만 얼키고 설킨 여러가지 일들이 풀여졌을 때 둘 사이는 더욱 깊어집니다.
[프라이빗 스쿨]에서 피비 케이츠를 제외하고 가장 주목을 받은 배우는 바로 실비아 크리스탈입니다. 실비아 크리스탈이 누구냐 하면요... 저희 세대에서는 전설의 에로 영화라 일컬어지는 [엠마뉴엘 부인], [개인교수]의 바로 그녀입니다. 사춘기 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했던 그녀가 [프라이빗 스쿨]에 출연한 것이죠.
이렇듯 초기 피비 케이츠의 영화들은 성에 관심이 많은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소녀 역을 주로 맡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로 저처럼 순진한(?) 사춘기 소년들은 이들 영화를 볼 수가 없었죠. 그저 조금 논다는 녀석들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그야말로 피비 케이츠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피비 케이츠의 영화를 보려면 극장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고, 비디어 대여점에서도 주인 아저씨의 눈치를 보며 운이 좋아야만 영화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한계가 있었기에 초창기에 피비 케이츠는 생각보다 국내 팬이 많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때 혜성같이 등장하여 청소년 관람불가의 벽에 부딪혀 있던 피비 케이츠를 꺼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조 단테 감독입니다.
저희 집에 비디오비젼(TV와 비디오 플레이가 붙어 있었던 가전제품)이 처음 생긴 날, 제가 처음으로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린 영화는 바로 [그렘린]입니다. 피비 케이츠를 좋아했지만(주로 책받침 사진으로) 피비 케이츠의 영화는 볼 수 없었던 아이러니를 [그렘린]을 통해 해소한 것입니다.
[그렘린]은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의 수재자로 일컬어지던 조 단테 감독의 판타지 공포 영화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빌리 펠저(자츠 갤리건)는 발명가인 아버지(호이트 액톤)에게 모과이라는 기이한 생물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습니다. 하지만 모과이는 물에 닿으면 안되는데 그만 실수로 물에 닿게 되고 모과이에 몸에서 작고 심술궃은 그렘린이라는 괴물이 탄생하며 빌리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이 영화에서 피비 케이츠는 빌리의 여자친구인 케이트 역을 맡아 빌리와 함께 그렘린 퇴치에 나섭니다. 피비 케이츠가 처음으로 섹시 어필이 아닌 다른 매력을 선보인 것이죠.
[그렘린]의 흥행 성공으로 만들어진 [그렘린 2 : 뉴욕 대소동]은 무대는 작은 마을에서 뉴욕의 맨하탄으로 장소를 확장시킵니다.
세월이 흘러 빌리와 케이트는 켕스턴의 작은 마을을 떠나 뉴욕의 맨하탄으로 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거대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다니엘 클램프(존 글로버 분) 소유의 최첨단 하이테크 건물인 클램프 타워에서 일하게 됩니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화려함과 함께 재개발회사 사장 클램프는 최신 건물의 근처에 위치한 초라하고 지저분한 중국 건물들을 헐고 다시 지으려하지만 반대에 부딪힙니다. 그 와중에서 중국인 노인이 죽자 기즈모가 발견되는데, 이 동물이 우연하게도 클램타워의 연구실로 오게 되어, 빌리와 재회합니다.
그러나 서랍에 숨겨둔 기즈모는 청소부의 실수로 물에 닿아 그렘린들을 또다시 생기게 하는데, 전기 그렘린, 배트맨 그렘린 등 각종 장난꾸러기 그렘린이 생깁니다. 그들의 등장으로 유전공학 연구소는 물론, 빌딩 전체가 발칵 뒤집히고 빌리와 케이트는 또다시 그렘린과의 힘겨운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피비 케이츠의 활약은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파라다이스]가 제작된 것이 1982년, [그렘린 2 : 뉴욕 대소동]이 제작된 것이 1990년입니다. 결국 그녀는 80년대만 풍미한 이후 90년대가 시작함과 동시에 80년대의 전설로 남아 버린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그녀의 짧은 전성기는 1989년 케빈 클라인과의 결혼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파라다이스]로부터 이어진 순수하고 섹시한 이미지가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퇴색되었기 때문입니다 .
이후 1991년 [황홀한 영혼 프레드]의 주연을 맡았지만, 그녀의 인기는 예전만하지 않았고, [리치몬드 연애 소동]에서 인연을 맺었던 제니퍼 제이슨 리가 앨런 커밍과 공동 메가폰을 잡았던 [결혼기념일에 생긴 일]에 남편인 케빈 클라인과 함께 출연했지만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때는 사춘기 소년들의 여신이었던 피비 케이츠. 이제 그녀는 50대의 평범한 주부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파라다이스]를 빌리기 위해 비디오 대여점을 어슬렁거렸던 사춘기 소년이 저도 40대의 평범한 가장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군요. 그렇게 세월은 여신도 평범한 주부로, 사춘기 소년도 평범한 가장으로 만드나봅니다. ^^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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