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들의 공간/Park

[공원리뷰] 캐시 백 - 생각이 깊어지는 로맨스

쭈니-1 2013. 8. 7. 02:12

 

 

감독 : 숀 엘리스

출연 : 숀 비거스태프, 에밀리아 폭스

 

 

 

캐시 백

보통 로맨스 영화라고 한다면 전형적인 큰 틀에 내용을 채워 넣고 그 틀을 아름답게 장식하는것이 로맨스 영화의 정석입니다. 옛사랑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이라던지... 여자친구와 헤어졌지만 우여곡절끝에 해피엔딩이라던지... [캐시백]도 로맨스 영화의 큰 틀은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은 채워진 내용이 다른 영화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거죠. 주인공이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24시간을 불면증을 호소하며 잠을 자지 않는 8시간동안 마트에서 야간 파트타임 일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는 [캐시백]은 그냥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심심하고 영화 자체의 화법이 1인칭 시점이고 약간 소설을 떠올리기도 하니 성장영화 또는 성장소설이 가미된 로맨스라고 하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그저 설레고 웃기고 울리는 로맨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만 안겨 줄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도 있지만 색다른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무더운 저녁 시원한 냉커피처럼 마음속에 청량감을 더해 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살리는 분위기

[캐시백]은 특유의 분위기가 영화자체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처리한 영상인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진 여자친구와 통화를 끝낸 주인공이 서서 통화하던 그 자세 그대로 둥둥 떠서 침대에 눕는다던지, 영화에서 내내 보여주는 미학적 쾌감을 선사하는 다채로운 영상과 편집, 주인공의 1인칭 나레이션, 캐릭터를 중심으로 끌어나가는 스토리가 영화 자체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그 자체로 영화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상상 속 세상 마트에서 시간을 멈추고 여주인공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스케치하는 모습이 이 영화가 분위기로 먹고 들어간다는걸 한 눈에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분위기로 일단 본전은 성공하고 들어가는 영화라 함은 [드라이브] 나 [블랙 달리아]가 있겠네요. 둘 중 하나만 보셨다고 하더라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쉽게 이해가 가실겁니다. [드라이브]는 잔잔한 강렬함, [블랙 달리아]는 어떤 분이 이야기 해주신 것처럼 끈적끈적한 분위기로 영화를 지탱하고 끌어나간다면 [캐시백]은 시종일관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합니다. 몽환적인 분위기라 함은 영화가 자칫하면 지루하고 루즈한 영화가 될 수 있는데 이 영화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무겁게 분위기만 잡는 영화가 아니었던거죠.

 

깨알재미가 있는 코미디

영화자체의 분위기가 살짝 묵직하고 몽환적인 맛이 있지만 중간 중간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와서 지루함들을 자주 풀어줍니다. 주인공의 단짝친구가 여자들에게 물벼락을 맞는다던지 마트 직원들이 단합하는 축구시합이라던지 [캐시백]은 "너 졸지마!" 라고 말하는 것 처럼 제대로 된 영국식 유머가 머리를 잘 두드려 줍니다. 단언컨대 마트 직원들은 최고의 코미디 소재입니다.

 

영화가 던져주는 이야기

캐시백..캐시백..어디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어감이실겁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포인트를 쌓아주는 옼헤이 캐시백 카드.. 그 단어와 비슷한 단어입니다. cashbag 과 cashback 의 차이일뿐이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일리지 서비스를 cashbag, cashback은 흔히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카드깡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10달러치 물건을 사고 카드로 50달러를 긁고 40달러를 현금으로 받는.. 그런 뭐 간편한 현금인출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주인공은 돈이 아닌 잠들지 못하는 8시간을 돌려받았다는것이죠. 사랑에 실패하고 1분 1초가 지옥같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돌아온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까? [캐시백]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일겁니다. 굳이 사랑에 실패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아픔으로 하루가 일년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보여주고 싶었던거겟죠. [캐시백]은 정말 오랜만에 만난 여운있는 로맨스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잡담을 하나 더 하자면 마지막 주인공의 전시회 장면에서 눈이 내리던 중 시간이 멈추는 장면은 진짜 정말 너무 이쁩니다. 쉬운 결론을 내리자면 누구나 생각 할 수 있는 그런 로맨스 영화였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봐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입니다.

 

 

여주인공 <에밀리아 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