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치] - 의외로 진지한 액션

 

 

감독 : 릭 로먼 와우

주연 : 드웨인 존슨, 존 번달, 수잔 서랜든, 베리 페퍼

 

 

이제 드웨인 존슨은 프로 레슬링 선수가 아닌 엄연한 주연 배우이다.

 

드웨인 존슨... 한때는 더 락이라는 이름의 프로 레슬링 선수로 맹활약을 했던 배우입니다. 하지만 그는 [미이라 2]에 스콜피온 킹으로 출연하며 영화 배우로서의 길을 걸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드웨인 존슨의 우락부락한 얼굴에 전갈의 몸을 CG로 합성한 그 장면. 저는 드웨인 존슨의 [미이라 2] 출연은 그저 액션 영화팬을 위한 이벤트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미이라]의 스핀오프로 [스콜피온 킹]이 영화로 만들어지며 드웨인 존슨은 주연 배우로 발돋음합니다. 그러더니 [웰컴 투 더 정글], [워킹 톨], [둠] 등의 영화에서 꾸준히 주연으로 활약했고, 최근에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 : 신비의 섬], [지.아이.조 2],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 등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단골 배우로 발돋음하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스니치]를 봤습니다. [스니치]는 드웨인 존슨의 단독 주연작으로 마약 거래를 했다는 누명을 쓴 아들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처절한 액션을 담은 영화입니다. 나른한 화요일, 드웨인 존슨의 육중한 몸에서 터져 나오는 화끈한 액션을 감상하고 싶었던 것이죠.

 

 

 

드웨인 존슨의 영화에 대한 편견이 깨지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으로 치닫으며 저는 당황스러움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스니치]는 제가 기대한, 혹은 제가 예상한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드웨인 존슨의 영화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화끈한 액션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프로 레슬링을 하며 다져진 탄탄한 근육을 할리우드는 화끈한 액션으로 이용하였으니까요. 최근 그의 영화인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을 봐도 그의 육중한 근육은 그 자체가 하나의 액션이었습니다.

처음 [스니치]를 보며 저는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존 매튜(드웨인 존슨가 마약 조직에 들어가 때리고 부수고, 그래서 아들의 누명을 벗길 것이라 예상하였습니다. 하지만 [스니치]에서 존 매튜는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특히 영화의 중반 존 매튜가 마약 조직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장면에서는 '아니, 드웨인 존슨이 저런 찌질한 뒷골목 녀석들에게 맞다니!'라는 충격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만약 저처럼 화끈한 액션을 기대하고 [스니치]를 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 영화의 부족한 액션에 실망하셨을 듯. 이제나 저제나 드웨인 존슨의 육중한 액션을 기대했지만 [스니치]는 그러한 기대감을 채워줄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였습니다.

 

 

 

드웨인 존슨의 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고 보자.

 

하지만 막상 화끈한 액션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고 영화를 보기 시작하자 [스니치]는 아들을 구하고 싶은 아버지의 간절함에 의한 긴장감이 돋보이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죄를 감면받기 위해 또다른 마약 사범을 고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자신의 친구를 희생양으로 씁니다. 그렇게해서 함정에 빠진 제이슨. 분명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자신의 친구를 희생양으로 쓰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이슨은 그럴 수 없다며 선언합니다. 다른 마약 거래상을 고발하면 1년, 고발하지 않으면 10년을 감옥에서 썪어야 하지만 제이슨은 무고한 친구를 희생시킬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결국 한순간의 실수로 아들의 미래가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존은 자신이 제이슨을 대신하여 마약 거래상을 잡는데 협조하기로 조앤 키한(수잔 서랜든) 연방 검사와 거래를 합니다.

아들을 감면시키기 위한 아버지의 위험천만한 거래. 만약 드웨인 존슨이 이전의 영화처럼 육중한 근육으로 악당들을 때려 부수는 캐릭터였다면 [스니치]의 액션은 살아났을지 몰라도 영화의 긴장감은 사라졌을 것입니다. [스니치]는 긴장감을 위해서 존 매튜를 평범한 아버지로 설정해야 했던 것이죠.

 

 

 

한 남자의 부성애를 이용하는 공권력의 매정함

 

[스니치]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마약 초범을 향한 미국 정부의 무거운 형량이 정당한가? 라고 말입니다. 물론 제이슨처럼 정말 억울한 경우는 드물테지만, 마약 거래상을 잡기 위해 철없는 어린 학생들까지 마약 거래상으로 둔갑시키는 아이러니를 영화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아들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존 매튜의 부성애를 검찰이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처음에 존은 그냥 잔챙이 마약 거래상을 검찰에 넘겨주는 조건을 제시받습니다. 하지만 존이 과거 마약 범죄에 가담했던 다니엘 제임스(존 번달)을 끌어들이며 이링 점점 커집니다.

결국 존은 엘 토포(벤자민 브렛)이라는 거물급 마약상의 거래에 가담하게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존은 물론이고, 존의 가족들마저 목숨이 위험한 상황. 하지만 선거를 앞둔 조앤에게는 기회가 됩니다. 평범한 가장에 불과한 존이 상대하기엔 너무 거물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조앤은 제이슨의 감면을 미끼로 존을 사지로 몰아 넣습니다.

마약 전담 FBI 요원인 쿠퍼(베리 페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존의 도움으로 중간 보스인 말릭을 잡을 수도 있었지만, 말릭의 보스인 엘 토포를 잡기 위해 말릭 체포를 포기합니다. 제이슨을 하루라도 빨리 감옥에서 빼내고 싶은 존이 위험하건 말건, 조앤과 쿠퍼는 엘 토포를 잡기 위해 존의 부성애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힘은 강하다.

 

존 매튜에겐 누구 하나 믿을 수가 없습니다. 엘 토포는 존에게 거액을 멕시코로 운반하는 일을 맡기면서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합니다. 조앤과 쿠퍼는 엘 토포의 체포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제이슨의 감면도, 존의 안전도 그다지 신경쓰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존에게 유일한 힘이 되는 것은 다니엘입니다. 처음 다니엘은 존이 자신을 이용한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제이슨을 구해야 한다는 존의 절박함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그를 도와줍니다. 

[스니치]는 영웅담이 아닙니다. 드웨인 존슨이라는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스니치]를 영웅의 화끈한 액션으로 인식시켰지만, 결국 [스니치]는 아들을 구하기 위한 평범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사투에 불과합니다.

영화의 액션도 거대한 트럭을 탄 존이 엘 토포 일당이 탄 차와 도로 위에서 결전을 벌이는 것 정도 밖에 없습니다.([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과 비교한다면 액션이라 부를 수도 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처절한 액션이라는 측면에서 영화를 본다면 1시간 50분 동안 영화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스콜피온 킹>- 미이라... 스콜피온 킹으로 부활하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